이계독존기 185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85화
신출귀몰(神出鬼沒) (2)
털썩!
마지막까지도 경악하여 놀란 듯 눈을 감지 못하는 이달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이달의 뒤로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차가운 냉기를 풍기는 여인이 버티고 있었다.
여인은 남궁세가의 빙화 남궁태희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뒤로 제갈지와 금은혜, 운정, 주기진이 따랐다. 이미 삼영살과 신일, 충호, 전칠이 열 명의 무인들과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후우우!
숨을 한가득 몰아쉰 금권성이 안정을 찾았다. 순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건만 마지막에 구원을 받았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다! 그것보다 상황이 어떠하냐?”
“정체불명의 무인들이 제독부 내의 병사들을 도륙하고 있어요! 이달이 배신하는 바람에 더 피해가 컸어요!”
쓰러져 있는 이달을 보는 금권성의 눈동자에 분노의 서려 있었다. 구문제독이 되면서 처음으로 겪는 수모이자 패배였다.
“이놈들을 그냥 둘 수 없다!”
금권성이 화를 참지 못하고 있을 때, 검은 무복의 무리들이 들이닥쳤다. 족히 백오십 명은 되어 보였다. 나타난 무리들 모두 살인을 했다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만큼 살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살인병기라는 소리였다.
삼영살은 열 명을 처리하면서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보통이 아냐!’
‘그러게!’
‘한 명의 실력이 절정에 달하다니!’
개개인이 가진 실력이 대단한 것도 정도가 있지 너무 강했다. 더군다나 지금 그런 놈들이 더 많이 나타났다. 물론 상대 못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 같았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한 남궁태희의 눈에 긴장감이 돌았다. 지금 나타난 녀석들 중에서 세 명은 자신과 비교해서 절대 떨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어디서 이런 자들이?’
갑작스럽게 습격한 놈들의 수가 최소 삼백 명은 되어 보였다. 여기에 있는 자들만이 아니라 더 많다는 소리였다. 그들 개개인의 실력이 최소 절정이고, 그 이상의 무인들이 열 명은 되어 보였다. 사실 이들 삼백 명이면 무림맹을 공격해도 승부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였다.
태자 주기진은 사람이 죽는 것을 처음 보았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이대로 겁에 질린다면 자신은 사내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감히 태자인 나를 공격하고도 살아남길 바라는 것이냐!”
태자의 호통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태자를 신경 쓰지 않았다. 복면을 한 인물 중에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검기가 뻗어나가 태자의 안면을 향해 날아왔다. 너무 빨라 주기진은 미처 피할 수 없었다.
파아앙!
남궁태희가 검을 휘둘러 막아서지 않았다면 주기진의 얼굴이 반쪽이 되었을 것이다. 검기가 주는 광폭한 위력 앞에 태자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가 태자인 것은 맞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에 불과했다. 권력을 발휘할 수 없을 때, 황제나 평민이나 무인 앞에는 똑같을 수밖에 없다.
복면인은 태자의 목숨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목표를 제외하고 모두 죽여라.”
검기를 날렸던 복면인이 지시를 하자 망설임 없이 달려드는 복면인들이었다. 일제히 공격이 가해지자 사방에서 전해지는 진득한 살기가 주변을 가득 메웠다. 무공이 없는 자는 버티지 못할 정도의 가공할 기운이었다.
남궁태희는 금권성과 주기진, 운정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했다. 그들의 무력은 지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러서세요. 우리가 최대한 방어진을 펼 테니 말이에요.”
금권성과 주기진은 부끄럽기까지 했다. 여인의 뒤에서 목숨을 이어가야 한다니 사내라면 부끄러워하는 것이 당연했다.
‘태자인 내가 이런 꼴을 보이다니!’
‘명색이 구문제독인데 이런 추태를 보여야 하는 건가!’
물론 운정은 당연히 뒤로 빠져 주었다. 근래에 무공을 익혀 빠른 진전을 보이기는 했지만 다른 여인들에 비해서는 한참이나 떨어졌다. 어중간한 무공으로 설치는 것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운정이었다.
운정은 현명하게 행동을 했다. 자신은 최소한의 움직임을 하고 태자와 구문제독을 보호하기 위해 애를 썼다.
남궁태희와 삼영살은 전적으로 방어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 뒤를 신일, 충호, 전칠, 제갈지, 금은혜가 각각 사방을 점하고 원형으로 포진했다.
슈슈슉! 파파파파팡!
다가오는 열 명의 복면인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서는 남궁태희의 검에는 인정사정이 없었다. 처음부터 절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상대하는 적의 수가 상당한데다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이런 적을 상대하는데 내력을 많이 소모하는 절기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
가장 효과적인 검로를 이용하여 삼영살과 합공에 주력했다. 삼영살도 최선을 다해 공격에 대한 방어와 역공을 적절하게 사용했다.
일사불란하게 다가오던 열 명의 복면인의 가슴, 목, 배에 검상을 낸 남궁태희였다. 삼영살 역시 상대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내고 있었다.
파팡! 카카카캉!
쉴 새 없이 검과 검이 움직였다. 삼영살은 간간이 비검을 던져 뒤로 쳐들어오는 적들을 처리했다. 또한 아이들의 움직임도 놀라웠다. 살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지만 절대로 망설이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천악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고 있었다.
금권성과 주기진은 이 놀라운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강력하고 차가운 검법과 더군다나 아이들이 보여주는 굉장한 권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성이 터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인 금은혜 역시도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금권성은 금은혜가 이처럼 강해졌는 줄 처음 알았다. 주기진도 금은혜의 실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격을 했던 복면인들 중에 열다섯 명 정도가 죽고 나머지 열 명 정도는 부상을 입었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다시 움직이기 힘들어 보였다.
복면인 중에 명령을 내렸던 인물의 눈이 번쩍였다.
“제법이군.”
원래라면 가볍게 제압할 줄 알았다. 남궁태희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지만 천영단(天影團)의 능력이면 가뿐하게 제압하는 것이 순리였다. 그런데 놈들의 합공 실력이 보통이 넘었다. 이대로라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있었다.
복면인은 천영단의 단주인 혈랑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피를 머금은 늑대처럼 그는 한 마리의 사나운 짐승이었다. 투기가 뿜어져 나와 전신의 감각을 일깨우기 시작한 혈랑이었다.
북해천궁의 내부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북해빙왕 냉사진은 자신의 떨리는 손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최진평을 바라보았다.
냉사진이 한 손으로 검법을 사용하며 다른 한 손으로 빙음천살장을 출수했다. 냉상아가 사용한 빙음천살장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한기였다. 일직선으로 날아가면서 주변의 공기마저 살얼음으로 얼려버리고 있었다. 음한장법의 능력 중에 하나가 바로 한기의 침투였다. 일단 몸에 한기가 침투하면 몸이 경직된다. 그것은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정면으로 부딪치면 최진평이 손해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진평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정면으로 장법을 날렸다.
쿠구구궁! 쩌저저적!
빙음천살장과 부딪친 장법이 둘 사이의 중간에서 터져 나갔다. 한기가 폭풍처럼 뻗어나가 사방을 얼려버렸고, 그 즉시 충격을 받고 갈라져서 부서져 내렸다. 굉장한 한기(寒氣)가 아닐 수 없었다.
둘 다 뒤로 밀려나 있었다.
공력에 자신 있어 하던 냉사진은 최진평의 가공할 장법에 말을 잃었다.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갔다.
“한빙신장의 맛이 어떠냐!”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최진평은 여유만만했다. 빙음천살장에 대항한 장법은 최진평의 독문장법인 한빙신장(寒氷神掌)이었다. 한빙신장은 본교에 존재하는 음한장법 서열4위 안에 드는 무공이다. 이런 장법을 막아내는 냉사진이 놀랍기는 하지만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은 상황이라 여유가 있었다.
북해빙왕 냉사진은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최진평이 데리고 온 백 명의 무인들이 장로들과 북해천궁의 빙궁친위대를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로들과 북해천궁의 무사들 개개인의 수준이 대단한 편인데도 압도하지 못하고 밀리는 것을 믿을 수 없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불리한 것은 자신이었다.
냉사진은 한빙극의신공을 최정점으로 끌어올렸다. 단숨에 끝을 봐야 했다. 처음부터 너무 만만히 본 것이 탈이었다. 최진평의 실력이 이 정도로 강한 것을 알았다면 방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주마!”
“어디 보여봐라!”
냉사진의 한월광속참(寒月光速斬)이 펼쳐졌다. 눈부시게 새하얀 검신이 얼음으로 뒤덮여 빙검이 되었다. 빙검이 날카롭게 날아가서 최진평의 가슴을 노리며 들어갔다. 최진평은 그 자리에서 앞으로 뛰어들어가며 검을 출수했다.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것은 최진평의 능력이 냉사진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냉사진은 빙검을 날리자마자 빙룡보를 시전해서 앞에서 옆으로 돌아서 들어갔다. 한월광속참이 부딪치는 순간에 다시 역으로 공격해서 끝을 보려는 순간이었다.
최진평의 검이 앞으로 치고, 몸이 옆으로 팽이처럼 돌았다. 그리고 다시 검을 부딪쳤다.
카아앙! 카카카캉!
십여 차례의 공방전이 다시 펼쳐졌다. 절기를 사용해서 승부수를 띄운 냉사진이었지만 회심의 일격조차 소용없게 되었다. 최진평은 냉정하게 상대하고 있었다.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여유로웠다.
‘그래, 극의로 펼쳐라!’
한빙극의신공이 극의에 이르자 냉사진의 주변에 서리가 생겨났다. 냉기로 주변의 공간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한빙극의신공이 최강에 이르렀을 때 발생하는 한빙신(寒氷神)의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닿는 것을 모조리 다 얼려버릴 정도로 강렬한 냉기의 발산이었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냉사진의 공간 안에 접근하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최진평은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익히는 특별한 공부로 인해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뛰어 들어간 최진평은 다시 냉사진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바로 승부가 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보는 이로 하여금 숨 막히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굉장한 공방을 하는 최진평과 냉사진이었지만 다들 그 장면을 볼 여유가 없었다.
사방에서 공격을 퍼붓는 백 명의 가공할 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형상이었다.
북해검룡 냉무기는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두 명이 더 달라붙자 뒤로 밀리면서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크윽!
‘어디서 이런 자들이!’
북해의 정예들인 빙궁친위대조차 쉽사리 승부를 내지 못했다. 주변을 보니 이미 장로들 중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번 틈을 보이자 검과 도를 찔러 대어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버렸다.
북해천궁을 지키는 친위대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뒤로 밀리는 것도 한계가 존재하는 듯했다.
그리고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아버지와 쌍벽을 이루는 최진평의 가공할 능력 때문이었다.
‘저럴 수가!’
한빙극의신공이 극성에 올랐을 때 발생하는 한기, 즉 한빙신의 경지에 오른 것이 명백했다. 그럼에도 승부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북해검룡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진평의 음흉한 흉계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서 그가 가진 힘을 너무 만만히 본 것이다. 처음부터 북해천궁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북해빙궁 전체가 알지 못하도록 북해천궁으로 최진평을 부른 것이 실수였다. 내부적으로 분열을 초래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부질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최진평이 원하는 결과가 될지 몰랐다.
‘방법이 없어!’
냉사진만 일어나면 모든 일이 끝난다고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이다. 세상은 결코 원하던 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냉상아는 두 명을 힘겹게 막아내면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어디 있는 거야?’
지금 벌어지는 일을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는 존재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만 나타나면 한순간에 끝이 날 수도 있었다.
냉상아의 시선이 한곳을 향해 멈추었다. 그곳에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인물이 있었다. 아무도 그의 존재를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그는 북해천궁 안으로 들어가는 위치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사람!’
사람이 죽어 가는데, 느긋한 모습이라니! 마치 전투와는 상관없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가! 저 사람이 서 있는 곳만 고요함과 적막함이 감도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스으윽!
잠시 한눈을 팔다, 다가오는 검에 왼쪽 다리를 베었다. 하지만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냉상아는 천악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만이 이 안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냉상아가 빠르게 북해천궁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 뒤를 두 명의 무인이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