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83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83화
황실의 혼란 (2)
최진평은 북해천궁에서 날아온 전서를 받았다.
북해검룡 냉무기가 발표할 것이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장로회를 모두 소집해서 오라는 뜻이었다.
중대 발표인 것은 확실한 듯했다. 하지만 최진평은 무언가 찜찜했다. 북해천궁에 준 시간보다 5일이나 빠르게 먼저 발표할 이유가 없었다. 고민을 하던 최진평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궁주가 일어났나?’
최진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열화신독의 가공할 위력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한 줌만 먹어도 온몸이 타서 가루가 되어버린다. 지금까지 궁주가 버틴 것도 음한계열의 무공과 내공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죽어버렸을 가능성이 컸다.
반대로 생각하면 궁주가 죽었으니 다음 대 궁주에 대한 일을 의논하려고 할지도 몰랐다.
‘다음 대 궁주라!’
북해검룡이 궁주위를 욕심낸다면 곱게 죽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냉가를 그냥 둘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열화신독을 여분으로 준비해 두기까지 했다. 열화신독을 소량으로 지속적으로 투입하면 냉가는 세상에서 지워질 것이다. 그때에는 거리낄 것이 없게 된다. 북해는 최진평의 손아귀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발악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야 편하게 죽을 것이다.”
최진평은 즉시 장로회를 소집했다. 우선은 북해검룡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는 것이 탈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고 난 후 북해천궁으로 가서 궁주의 생사를 확인하고, 다음 대 궁주를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북해빙궁을 구성하는 이십 명의 장로들이 북해천궁으로 갔다. 북해천궁에서 발표되는 내용에 상관없이 장로회의 힘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최진평이 중심이 되어 장로들이 똘똘 뭉쳐 있었다.
북해천궁은 북해빙궁의 내부에 존재하기에 외부와는 단절이 되어 보안이 철저하다. 외부에 사건을 알리지 않은 것은 최진평도 바라는 바였다. 이미 내부적으로 조사가 다 이루어져 있는 상황이라, 북해천궁에 위험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과 장로들의 힘만으로도 북해천궁을 밀어버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북해천궁에 도착하자 그 안에서 북해검룡 냉무기와 설화 냉상아, 북해궁주를 보필하는 빙궁친위대가 2열로 나누어져 서 있었다.
냉무기의 시선이 최진평과 장로들에게 향했다. 장로들은 여유만만했다. 주화입마가 하루아침에 고쳐질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미 주도권은 자신들이 쥐고 있었다. 무력에서도 이들만으로 자신들을 어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할 말이 있다고 하니 우선 들어봅시다.”
“북해빙궁은 대대로 냉가의 것이었소. 그런데 갑자기 궁주위를 장로회 마음대로 결정하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분기탱천한 냉무기의 말투였다.
그 말에 최진평은 확신을 가졌다.
‘궁주가 깨어난 것은 아니군!’
궁주가 깨어났다면 저런 말을 입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 궁주가 일어나서 나타나면 끝이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꼭 북해빙궁은 냉가의 소유니 우리들은 그저 지켜보고 있으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 말이 맞소!”
최진평의 말에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냉무기의 말이 내심 불쾌하기까지 한 장로들이었다.
“선조 대대로 궁주위는 우리가 맡아왔소. 그것은 당신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오. 가문을 다른 가문에 넘겨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북해빙궁은 냉가 위주로 되어왔다.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 냉가가 세우고, 마련된 터전에 주변의 무인들이 모여 완성이 된 것이 북해빙궁이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장로들도 그 사실은 인정하지만 권력이 냉가 위주로 되는 것 자체가 불만이었다. 지금 이대로 최진평이 궁주가 되면 다음에는 자신들과 후손에게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물러날 장로들이 아니었다. 천고의 기회를 인정에 얽매여 놓쳐버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인간 본연의 욕망이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장로회의 결정은 단호하오. 궁주가 무사하다면 우리는 인정할 것이오. 하지만 궁주가 일어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다음 대 궁주를 정할 수밖에 없소.”
“마치 다음 대 궁주는 최 장로 당신인 것처럼 들리는군!”
“냉 공자의 말은 틀렸소. 나는 다만 우리의 의견이 모두 모여 하나로 귀결되었을 때 결정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오.”
최진평은 자신이 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로들이 결정해서 된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모두의 의견이라고 해봤자 장로들 대부분이 최진평의 편이었다. 냉무기의 입장에서 전혀 승산이 없는 내용이나 마찬가지였다.
냉무기가 최진평이 아닌 장로들을 보았다.
“역대로 우리는 당신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소. 당신들이 힘들어할 때 터를 내주고 끌어안은 것은 북해빙궁이었소. 어찌 외인의 말에 움직여 우리를 배신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오!”
음풍수사 북리성이 냉무기의 말에 반박했다.
“터를 내줬다고 해도, 우리의 의견은 없었소. 모두 당신들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단 말이오. 이제는 우리도 힘을 가질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 바요!”
냉무기는 그동안 북해빙궁이 너무 폐쇄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장로들의 의견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 처음 시작은 작았을지 몰라도 이제 북해빙궁은 북해무림의 최정상이었다. 세력이 커졌는데도 내부적으로는 예전의 폐단을 그대로 안고 갔다. 이것에 대해 냉무기는 하나의 단서를 달았다.
“우리는 이제부터 장로회를 인정하고, 그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소. 이것이 오늘 당신들을 부른 이유요!”
북해천궁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타협안을 내놓았다. 냉무기의 말은 이제까지의 북해빙궁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장로파는 완전하게 만족하지 않았다. 이미 최진평이 궁주가 되면 다음 대 궁주가 자신들의 후손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것보다 더 큰 매력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다음 대 궁주를 생각하고 있소. 지금에 와서 냉 공자의 말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오.”
장로들이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냉무기도 알았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장로들의 결정이 하나로 귀결이 되었으니 방법은 문제를 일으킨 자의 성벽을 무너뜨려야 했다. 최진평의 말에 지금은 현혹되어 있지만 그를 따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공개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이처럼 장황하게 말을 꺼낸 이유는 장로들 때문이었다. 그들이 아직 북해빙궁에 충성을 한다면 스스로 반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어떤지 알게 된 지금 이 순간 마지막 수단을 사용해야 했다.
“좀전에 최 장로는 아버지가 무사하면 그냥 물러간다고 했소.”
“물론이오.”
“그럼, 그렇게 하시오.”
최진평의 입가에 맺혔던 미소가 사라졌다. 충분히 고려하고 계획했던 내용이기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냉무기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며칠 전부터 받은 이상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설마!’
장로파들이 확신하는 가운데, 북해천궁의 내부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소리가 점차 커졌을 때 장로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그들은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궁…주님!”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화입마에 걸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 궁주가 멀쩡하게 걸어서 나타나니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멀쩡한 것은 둘째치고, 궁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한기에 절로 위축이 되는 장로들이었다.
‘궁주의 신위가 놀랍도록 강해졌다!’
궁주를 보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강렬한 압박을 받았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압도적인 위압감이었다.
장로들은 그대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북해빙왕 냉사진은 냉혹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장로들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뜻으로만 북해빙궁을 움직인 인물이었다.
그의 독선적인 행태를 볼 때 자신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냉사진의 표정은 차가웠다. 하지만 말은 장로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이제까지의 일은 잊겠다. 더불어 그동안 내 방식만 고집한 것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또한 이제부터 장로회를 인정하고 북해빙궁을 위해 같이 협력하기를 바란다.”
냉사진의 말에 대한 파급력은 대단했다.
장로들이 좀전까지 가졌던 욕심은 냉사진이 나타남으로써 모두 무너졌다. 하지만 나타난 냉사진이 자신들의 입지를 인정해 준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정도에서 물러서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다.
장로들이 물러서려 하자 최진평의 안색이 차갑게 변했다.
‘버러지 같은 놈들. 고작 한 사람 때문에 대사를 그르친단 말이냐!’
북해빙왕 냉사진이 주는 공포에 장로들이 주춤하는 것 자체가 최진평은 못마땅했다. 원래 저런 놈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용한 것이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도 이대로 물러서야 할 것 같았다. 북해빙왕이야 시간만 지나면 다시 죽일 자신이 있었다.
‘오늘은 물러서 주마!’
장로들의 의견이 갈라졌으니 물러서서 기다리기로 마음먹은 최진평이었다.
최진평이 물러서려 하자.
“최 장로! 아니 간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냉사진의 비수 섞인 말투에 최진평이 맞받아쳤다.
“궁을 분열시키고, 장악해서 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냐?”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왜 궁주님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합니까! 저는 그저 궁의 위태한 상황을 해결하려고 장로들과 의견을 조율했을 뿐입니다!”
“역시 말은 잘하는군.”
냉사진도 최진평이 쉽사리 인정하지 않을 것을 짐작했다. 자신이라고 해도 최진평과 다르지 않은 말을 했을 것이다. 쉽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반면에 최진평은 놀라고 있었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내용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하지만 내가 모른 척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장로서열 2위인 자신을 아무 증거도 없이 내몰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되면 잠시 흔들렸던 장로들이 들고일어설 것이다. 이유 없이 자신들도 모두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해서 말이다.
끝까지 모른 척하면 되는 일이었다.
최진평은 입을 다물며, 물어오는 말에 항변을 할 생각을 굳혔다. 그런데 냉사진이 가슴 안에 숨겨 놓은 것을 꺼내자 급격하게 눈빛이 흔들렸다. 냉사진이 꺼낸 주머니는 그가 아는 주머니와 비슷했다. 아니, 같다고 봐야 했다.
‘저게 왜?’
냉사진이 저 주머니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이 일에 대해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직속 수하뿐이었다. 직속 수하는 역용술과 변신에 귀재였다. 자신도 직접 만지지 않는 이상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이걸 보고도 모른 척하는군.”
냉사진이 주머니속에 있는 가루를 바닥에 뿌리고, 미리 준비한 소금물을 뿌렸다. 소금물을 뿌리자마자 가루가 금세 연소가 되더니 바닥을 움푹 들어가게 만들었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다. 대리석조차 가볍게 녹여버리는 능력에 모두는 놀라고 말았다. 장로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내 몸속에 들어 있었더군.”
“그게 저와 무슨 상관입니다.”
“아직도 발뺌인가! 무기야.”
“예, 아버님!”
냉무기가 즉시 누군가를 끌고 왔다. 주방에서 일하는 복장을 한 인물이 끌려나왔다. 여기저기 고문의 흔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그는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공포로 인해 온몸을 계속 떨고 있었다. 사실 천악의 공포에 미쳐 있다고 보는 편이 정답이었다.
“네 이름은?”
“환…사.”
“네 목적은?”
“궁주를 열화신독에… 중독.”
“일을 사주한 자는?”
“최 장…로.”
환사라 밝힌 인물이 최진평을 지목했을 때였다.
부들! 부들!
최진평이 온몸을 떨었다. 모든 것이 밝혀진 상태에서 두려움에 떠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진평의 눈은 전혀 떨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나도 참 어이가 없군. 설마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교에 면목이 없게 되었어.”
떨고 있던 최진평이 한바탕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완벽했다고 생각한 계획이 모두 망가져 버렸다. 자신 있다고 교에 큰소리치고 나왔는데, 이런 꼴을 당하다니 분하고, 억울해서 웃음이 나온 것이다.
“뭐가 우습지? 이제 네가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냉사진의 차가운 말에 살기가 서려 있었다. 북해빙궁을 무너뜨리려고 자신을 주화입마에 들게 하고, 자식들까지 죽이려고 한 놈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빠져나가다니,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럼 순순히 잡히겠단 것이냐? 그래봤자 살려둘 생각이 없다.”
“북해천궁은 외부와 단절이 잘되어 있지.”
갑자기 뜻 모를 말을 하는 최진평이었다.
“무슨 말이냐?”
“여기에 있는 자들만 없어지면, 내 뜻대로 된다는 소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군.”
냉사진은 최진평이 겁에 질려 미쳤다고 판단했다. 여기 있는 사람을 혼자서 다 죽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최진평이 아무리 강해도 자신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이 되지. 설마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음!
사삭!
최진평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북해천궁의 주변으로 백여 명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의 은신이 상당해서 아무도 눈치를 못했다. 만약 움직이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상황이었다.
“최 장로! 설마 진짜로! 커억!”
음풍수사 북리성이 미처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최진평의 검이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살얼음이 대기 중에 서려 있을 정도로 엄청난 빙검(氷劍)이자 쾌검(快劍)이었다. 북리성의 머리와 목이 분리되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머리와 목이 분리가 되었는데도 핏물이 흐르지 않았다. 극속의 빙검이라 순식간에 핏물이 얼어버린 것이다.
냉사진조차 최진평의 쾌검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북리성이 비록 방심하기는 했지만 저처럼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놀랍도록 빠른 검법이었다.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놈! 감히!”
“웃기는군. 날 벼랑 끝으로 몰고, 그런 시시껄렁한 말을 한단 말이냐!”
냉사진이 쇄도하자 최진평이 검을 들어 맞이했다. 최진평의 주변에 있던 장로들은 거리를 벌렸다. 음풍수사 북리성을 죽이는 최진평의 잔인한 손속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준비를 해야 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백 명의 무리들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