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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217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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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17화

그는 영웅인가? (3)

 

 

정신없이 검을 출수하는 빙화 남궁태희였다. 화경의 경지에 든 남궁태희의 검이기에 일반적인 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달빛이 비추는 광경에서 뿜어지는 남궁태희의 움직임은 가히 월화미인(月華美人)의 월화난무(月華亂舞)와 같았다. 암룡대의 대원 다섯 명이 그녀와 일전을 벌었다. 벌써 그녀의 검에 네 명이나 목숨을 잃었기에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섯 명이 합공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검이 쉽게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경의 고수가 고작 다섯 명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니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가 고전하고 있자 그 옆으로 남궁혁성이 출수를 도와주었다. 남궁혁성이 남궁태희의 옆으로 다가간 것은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놈들이 이곳으로 접근하면서 포위공격을 했기에 쉽사리 뚫고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일반고수는 빠져나가기 어려웠다.

 

[태희야! 너는 풍운장원에 가서 소식을 전해라!]

 

[그렇지만 여기는 어떻게 해요!]

 

남궁태희와 같은 고수가 빠져나가면 그에 따라 많은 무인들이 죽어 나간다. 그녀의 공백이 무겁게 다가온다는 것은 남궁태희가 가장 잘 알았다.

 

‘걱정 마라! 소희는 안전한 장소에 있으니 빨리 가서 처남에게 소식을 전해라!’

 

이미 남궁혁성에게 군천악은 처남이었다. 남궁태희와 장래를 약속했으니 거리낌없이 불렀다.

 

남궁태희가 고민하다가 바로 빠져나갔다. 희생이 따르겠지만 풍운장원에 있는 고수들이 필요한 시기였다. 여기서 빠르게 신법을 전개하면 풍운장원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다.

 

남궁태희가 빠져나가자 당사현과 남궁혁성이 그 뒤를 바쳐주었다.

 

 

 

독고성은 남궁태희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살폈다. 그녀의 놀라운 실력에 잠시 감탄하면서도 욕심이 생겼다. 여인을 향한 독점욕은 사내의 욕망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었다. 독고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궁태희가 갑자기 물러서더니 빠져나갔다. 독고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자신이 없어도 마무리가 될 것이다. 독고성이 즉시 도주하는 남궁태희의 뒤를 따라갔다.

 

‘제법 아름다우니 내 애완동물이 되어주어야겠다.’

 

독고성에게 여자는 잠시 즐기고 마는 애완동물에 불과했다. 질릴 때까지 가지고 놀다가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풍운장원의 고수들 대부분이 깨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정도 큰 소란이 일어났으니 깨지 않을 리 없었다. 더구나 밖을 순찰하던 추상락이 급히 안으로 들어와 사부인 궁휼을 깨웠다.

 

“무슨 일인 거냐?”

 

“남궁세가에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뭐라고? 이거 아무래도 가봐야겠는걸!”

 

남궁세가에 일이 벌어져서 여기까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릴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남궁세가에는 안휘성뿐만 아니라 사천성의 무인들까지 모여든 상태였다. 중원을 시끄럽게 하는 적들의 침입이 아니라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쿠과과광!

 

궁휼이 일어서기가 무섭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란의 크기가 범상치 않았다. 지금 풍운장원의 건물을 무너뜨린 힘은 기파(氣波)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었다. 보통의 기운이 아니기에 그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궁휼과 추상락, 연광이 가장 먼저 소리가 들린 장소로 이동했다. 이동한 장소에서는 남궁태희가 검을 뿌리고 있었다. 강대한 적과 힘겹게 맞아 싸우고 있는 남궁태희였다. 남궁태희의 검에 검강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쉽사리 승부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적의 실력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갑작스러운 습격도 문제지만 부서진 풍운장원의 정문을 보고 한숨이 나오는 궁휼, 추상락, 연광이었다. 나중에 천악이 도착했을 때 어떤 말을 들을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일의 원흉인 저 시커먼 놈을 향해 살기가 형성되었다.

 

‘빌어먹을 놈이!’

 

풍운장원에 소란이 일자 금은혜와 제갈지, 운정, 대정 선자까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뒤로 전칠, 충호, 신일이 따라 나왔다. 아이들이 뒤에서 나온 것은 장원 내 일반 식솔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일은 위험했다. 천악의 가르침대로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독고성은 남궁태희를 가볍게 제압할 속셈으로 약간의 여유를 두고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착한 장원에 독고성을 놀라게 할 정도의 고수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개왕은 물론이고, 추상락, 연광 그리고 몇몇의 인물은 절대 무시할 고수가 아니었다.

 

‘여기는 도대체?’

 

독고성은 상황이 몹시 안 좋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합공당하기 딱 좋았다. 여기까지 혼자 온 것이 실수였다. 설마 이런 곳이 있을 것이라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독고성은 상당히 눈치가 빨랐다. 놈들이 합공하면 자신이라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판단하자 즉시 몸을 뺐다. 풍운장원에서 빠져나가 수하들을 데리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

 

독고성은 강력한 일검으로 남궁태희의 검에 충격을 주고 그 반동을 이용하여 뒤로 몸을 뺐다. 빠르게 튕겨 나가는 모습이 흡사 화살이 날아가는 것과 같았다. 독고성이 빠져나가려고 마음을 먹자 잡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타앙! 파팟!

 

독고성이 풍운장원의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찰나였다. 바로 앞에서 무언가 공간을 가르고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난 형상은 사람이었다. 공간 속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가르고 나타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 생각을 하기도 전에 독고성의 암천검(暗天劍)이 휘둘러졌다.

 

“죽어랏!”

 

젊은 청년이었다.

 

귀찮게 방해하는 놈을 일검으로 두 동강을 내려고 했다.

 

타아앙!

 

우우우웅!

 

검을 날린 그 순간 반탄지력에 막히고 말았다. 가공할 반탄지력에 독고성은 검을 놓칠 뻔했다. 검을 날린 독고성이 청년의 몸을 자르기는커녕 오히려 충격을 받고 뒤로 주춤거렸다.

 

청년의 시선은 독고성에게 향하지 않았다. 처참하게 무너진 정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너진 정문을 무심히 바라보던 청년의 눈에서 차가운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차가운 한기와 더불어 입가에 주름을 짓고 있는 청년은 군천악이었다. 군천악이 공간 이동을 통해 풍운장원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이유는 금은혜가 통신구로 소식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즉시 바로 나타났지만 이미 무너진 담벼락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네가 그랬나?”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라!”

 

빠져나가야 하는데 막고 있는 녀석도 심상치 않자 소리를 지른 독고성이었다. 결국 뒤에는 남궁태희, 궁휼, 추상락, 연광, 대정 선자가 버티고 있게 되었다. 한 번 막히기는 했지만 한 명을 해치우고 빠져나가는 것이 쉬운 방법이라 여긴 독고성은 암천격(暗天擊)을 시전하려 했다. 암천격은 암영천검술(暗影天劍術)의 초식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강력한 검격술이었다.

 

천악은 독고성의 움직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놈이 장원의 정문을 무너뜨렸는지가 중요했다.

 

“너군.”

 

천악은 독고성이 정문을 무너뜨렸다는 것을 알았다.

 

“신소리하지 못하도록 해주마!”

 

무섭도록 빠른 검격이 천악의 심장을 향했다. 빠르고 강력한 일검이었다. 멍청하게 서서 이상한 말을 하는 놈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슈슝!

 

검이 허상을 찔렀다.

 

독고성이 검과 동시에 앞으로 뻗어나갔는데, 걸리는 것이 없자 의아했다. 그 순간에 독고성의 몸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어 올려졌다.

 

“컥!”

 

목이 잡혔다. 절대고수에 속하는 독고성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뒤로 돌아가서 목을 잡는 천악이었다. 독고성은 왜 상황이 이렇게 됐는지 알지 못했다.

 

천악은 무척이나 화가 났다. 이놈들이 자신을 방해한 놈들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자신이 가꾸고 있는 장원까지 공격하고 있었다. 이대로 둘 수 없는 놈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들어주었다.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해충이고,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타나는 지겨운 놈들이었다. 그 뿌리까지 잡아내서 모조리 다 죽여버려야 했다.

 

‘이럴 수가!’

 

입이 떨어지지 않는 독고성이었다. 전신이 광폭한 힘에 굳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독고성의 전신이 긴장과 공포로 인해 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박멸(撲滅).

 

천악이 원하는 목표가 근래에 생기게 되었다. 이놈들을 박멸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것을 이룩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고성의 목을 잡은 천악의 손에서 불길이 형성되었다. 불길은 서서히 독고성의 몸으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내공을 이용하여 불길을 만드는 것이다. 흔히 삼매진화라고 하지만 단련된 사람의 몸을 태우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욱 강력한 화기(火氣)가 필요하다.

 

화화활!

 

순식간에 불이 천악의 손을 타고 독고성의 머리와 몸으로 번져 나갔다. 독고성은 전신에 불이 붙는 고통을 맛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몸에 불이 붙으면 발버둥을 치며 끄려고 노력한다. 불에 타는 고통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었다. 작은 불에도 고통을 받는 것이 사람의 몸이었다. 하물며 전신에 불이 붙는 상황이었다. 독고성은 지금 인세에 지옥을 맛보고 있었다. 서서히 몸이 타고 있음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몸만 움직이지 못할 뿐이지 고통은 생생하게 전해졌다.

 

부들! 부들!

 

비명을 내지르지 못했다. 아혈이 찍힌 것처럼 입도 움직여지지 않고 전신이 심하게 떨렸다.

 

‘으아아아아아악!’

 

이성은 이미 저 세상으로 날아가 버렸다. 고통으로 인해 정신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몸이 타자 기포가 생기며 눈동자가 화기를 버티지 못하고 녹아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옷이 타고 그 안으로 몸이 타며 녹아 내렸다.

 

삼매진화가 일 각 이상 계속되었다. 그 시간 동안 충분히 고통을 맛보았다고 생각한 천악의 손에서 불길이 청색을 지나 백색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가장 높은 극한의 지경에 이르렀다.

 

화아아아아아!

 

독고성의 몸이 완전히 타서 부서져 내렸다. 부서져 내린 몸이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천악이 사용한 방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화가 단단히 났나 보다!]

 

[그러게 말입니다.]

 

[사람을 태워 죽이다니!]

 

진기로 사람을 태우려면 상당히 손해다. 진기의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괜히 막대한 진기의 손실을 감수하며 삼매진화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 하지만 천악은 사용한다. 상대의 고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지극히 잔인한 행동임에는 틀림없었다.

 

궁휼과 연광, 추상락은 연이어 계속 전음을 날렸다.

 

[오늘 저놈 건드리면 큰일 나겠다.]

 

[오늘처럼 무서운 주인은 처음입니다.]

 

[군 시주의 압도적인 무력은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단단히 화난 것 같았다.

 

겉으로 드러난 표정은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천악은 뒤로 돌아 남궁태희에게 다가갔다. 남궁태희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아직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다치지 않았나?”

 

“저는 괜찮아요!”

 

“다행이군.”

 

궁휼과 추상락이 서로 전음을 주고받았다.

 

[이곳으로 놈을 끌고 오지 않았으면 건물이 부서지지 않았을 텐데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

 

“죄송해요. 남궁세가에 적이 쳐들어와서 도움을 구하려고 올 수밖에 없었어요!”

 

천악이 남궁태희의 상태를 물어보기는 했지만 분위기가 전혀 살갑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이곳으로 와서 건물이 부서진 것을 마음에 담고 있는 듯했다. 천악이 다음으로 금은혜에게 시선을 보냈다.

 

“연락은 잘 했다.”

 

중간에 추상락과 궁휼의 전음이 계속 이어졌다.

 

[빨리 연락했으면 장원이 부서지지 않았겠지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

 

“제가 최대한 빠르게 연락한 거예요!”

 

“그렇군.”

 

[더 빨리 연락했어야지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

 

금은혜가 연락해서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의 피해를 마음에 담고 있는 듯한 천악의 태도였다. 다른 일에는 상당히 대범한 천악이지만 자신의 것이 망가지는 것에는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이것을 약점이라고 한다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걸 건드리면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분명 마음에 담고 있는 것 같구나!]

 

[그럴 겁니다.]

 

천악이 돌아섰다.

 

남궁세가에 쳐들어온 적을 향해 움직였다.

 

“가시게요?”

 

“해충은 박멸해야지.”

 

천악이 돌아서며 남궁태희의 말에 대답했다. 그 순간에 바로 사라졌다. 천악이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한 것이다.

 

천악이 사라지자 남겨진 남궁태희가 뒤를 돌아봤다.

 

멍청히 있던 궁휼, 추상락, 연광을 향해 예리한 눈빛을 발했다. 눈빛만으로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남궁세가의 혈겁은 중원의 혈겁입니다. 빨리 움직이지 않고 멍청하게 있다니 그러고도 무림 고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런 뜻이 담겨 있었다.

 

눈빛만으로 이렇게 긴 뜻을 전달할 수 있다니 남궁태희의 능력이 보통을 넘어섰다.

 

“알았다. 그렇게 째려보지 마라! 움직이면 될 것 아니냐!”

 

남궁태희가 움직이자 그 뒤를 따라 궁휼, 추상락, 연광이 뒤를 따랐다. 또한 그 뒤를 따라 나머지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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