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203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03화
혈풍천하(血風天下) (1)
대막 인근에서 머물고 있던 무림맹의 사신단.
이천 명으로 구성된 무림맹 최정예 전투부대 중의 하나다. 지금 보유한 사신단의 전력만으로도 일개 문파 정도는 한순간에 초토화시켜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들은 대막 무림의 진격을 견제하기 위해 겨울이 지나가는 동안 이곳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다른 무림인들이 각 문파로 돌아가 버려 사실상 소집 해제가 되어버렸다. 자신들도 돌아가야 하지만 무림맹의 군사인 사마운정이 강력히 주장하는 바람에 이곳에 남게 되었다.
대막과 인접한 이곳은 상당히 추운 날씨를 자랑했다. 사막의 뜨거움과는 정반대로, 강력한 한기와 건조함이 사람의 감정마저 메마르게 했다.
사신단의 단주인 천지검(天地劍) 백가성이 한숨을 쉬었다.
“후우!”
대막 무림의 중원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놈들도 정신이 제대로 박혔다면 중원 무림에 진출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면으로 붙어서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놈들이 중원 무림에 진출한다면 그것은 바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군사의 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마운정은 만일의 사태까지도 살피라고 했다. 백가성은 한숨을 쉬면서도 일을 책임지고 하는 인물이었다.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나의 일을 실수하게 되면 다음에는 믿음을 줄 수 없다. 속된 말로 계급이 낮으면 시킨 대로 하는 게 장땡이라는 말이다.
파팟!
막사에 머물던 백가성이 소란에 일어섰다.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소란이었다. 즉시 막사 밖으로 나가보았다.
“무슨 일이냐?”
“적이 쳐들어왔습니다.”
“뭐라고! 도대체 누가?”
“아무래도 대막 무림인 것 같습니다!”
“이놈들이 기어이 쳐들어왔구나! 모두 전투 태세를 취해라!”
사신단주 백가성의 말에 따라 사신단이 적을 맞이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함성이 들려왔다.
사신단이 미처 진형을 갖추기도 전에 삼천에 달하는 무인들이 사신단을 향해 쳐들어왔다. 그들을 이끄는 선두의 인물이 돌격 명령을 내렸다. 돌격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던 대막 무림의 무인들이 파도처럼 밀어닥쳤다.
카카캉! 카카캉! 챙! 챙! 챙!
검과 검이 부딪치고, 도와 도가 부딪쳤다. 서로의 병장기가 부딪치며 대결이 시작되었다. 대막 무인의 검이 사신단원의 검을 막자마자 다시 검을 회수하여 찔러 넣었다. 빠르고 강력했다. 사신단이 알고 있던 대막 무인들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비슷하더라도 수적인 열세 때문에 사신단이 이길 확률은 현저히 낮았다. 게다가 사신단은 전투대형을 미처 완벽하게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한 번의 부딪침으로 오백 명이나 되는 인원이 죽어나갔다.
사신단주 백가성은 믿을 수가 없었다. 대막 무림이 이처럼 강한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곳곳에 파견된 비영단의 정보가 끊겼다는 것이었다. 정보가 미리 도착했다면 이처럼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놈들이 정보망을 피해서 이곳까지 왔단 말인가!”
대막 무림은 물러난 것이 아니었다. 물러나는 척하면서 각각의 무인들이 행인으로 위장하고 여기까지 모인 것이었다. 그러한 일을 한 인물이 바로 대막혈신 율무정이었다.
율무정은 별다른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전이었다. 이곳에서 이긴다고 해도 아직은 모르는 상황이었다.
율무정은 수하들을 변복하여 이곳까지 모이게 한 후 다시 놈들의 정보망을 찾아 분쇄시켰다. 또한 여기로 데려온 무인들은 대막 무림의 최정예들이었다.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배기들이었다. 이들이 가진 실력이 대막 무림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삼만에 달하는 무인들을 모두 이끌고 오기에는 무림맹의 정보력에 들킬 위험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정예를 가려서 데리고 왔다. 이후에 대막 무림의 무인들이 뒤를 따라올 것이다. 우선은 선공으로 빠르게 점령을 하고 그 뒤로 대막 무림의 지역으로 만들어 나가면 되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실력으로도 사신단은 율무정이 이끄는 대막 무인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비천하게 여겼던 대막 무인들은 피를 볼수록 더욱더 강해지고 있었다. 척박한 땅에서 강하게 자라난 이들이었다. 쉽사리 물러서지도 않으며 피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일단 앞을 가로막는 적은 무조건 베어버리고 보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사신단의 단주인 백가성은 후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놈들이 포위망을 형성해서 사방으로 침입하는 바람에 빠져나갈 곳이 막혔다. 마치 벼랑 끝에 매달린 기분이었다.
백가성의 근처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앞을 가로막는 사신단은 금세 불길 속으로 화해버렸다. 강력한 불길을 가진 사내는 너무나 무정해 보였다. 그 앞에 놓인 적들을 향해 가차 없이 살수를 펼쳤다.
“대막혈신 율무정!”
“날 아는군. 그럼 죽는다는 것도 알겠지.”
“감히 대막 따위가 중원을 넘본다는 것이냐!”
“후후!”
율무정이 약간은 비웃음이 섞인 웃음을 내었다.
“뭐가 우습나!”
“무림이 언제부터 그따위 말을 한 거지? 세상은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것이다. 둘 중 누가 강한가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중원이든 대막이든 그런 것은 상관없다.”
율무정의 말이 백가성의 정신을 흔들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다. 협의를 내세워 무림맹에 들었지만 현실은 강자를 위주로 돌아간다. 지금 자신도 강자의 반열에 들었다고 하지만 세상은 자신보다 더욱 강한 자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백가성은 말을 하지 못했다. 다만 검을 들었다. 사신단의 단주가 되게 해준 천지무극검법(天地無極劍法)을 펼쳤다.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목숨을 구걸하고 싶지는 않았다. 적에게 투항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것들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힘겹게 만든 가정까지도 지탄을 받을지 모른다. 차라리 여기서 장렬하게 죽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나았다.
이를 악물며 검을 펼치는 백가성이었다.
사신단의 단주답게 강력한 검기를 뿌렸다. 그러나 상대는 대막의 전설인 태양왕이었다. 중원의 십대고수라고 해도 쉽지 않은 승부를 해야 한다. 백가성이 중원 십대고수보다 강할 리는 만무했다.
백가성은 태양을 향해 달려드는 횃불에 불과했다.
“크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사라지는 백가성이었다. 새카맣게 탄 채 재로 변한 백가성의 신체가 대막의 바람에 흩어졌다.
대막혈신 율무정의 진출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우선은 사신단을 급습하고, 가장 가까운 문파인 화산파로 향하는 것이 먼저였다. 화산파를 정복하고 그 안에서 다시 재정비를 할 것이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식량을 많이 가져오지 못했다.
‘우선은 의도대로 해주지.’
섬서성 무림이 요동을 쳤다.
섬서성과 대막에 인접한 지역 문파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대막 무림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정파 무림은 없었다. 또한 사파 무림의 경우 그 힘에 경배하며 무릎을 꿇고 복속을 했다.
섬서성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화산파와 종남파, 형산파가 무림맹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고 있었다. 대막 무림의 진격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놈들의 힘이 예상 이상으로 강하며 너무 빨랐다.
소식을 듣고 화산파와 힘을 합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섬서성 안의 문파들이 변변한 저항을 하지 못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화산파의 장문인 검풍진인과 종남파의 장문인 유주환, 형산파 장문인 구여해가 모두 한곳에 모여 대비를 했다. 우선은 놈들이 진격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방어진을 구축하고 최대한 막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자청과 나민관, 장일청, 진선아도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무림맹에서 다시 돌아온 후 후회가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대막 무림의 진격이 있기 전에 방비를 했어야 했다. 대막 무림의 진격이 늦어지게 된 후 너무 쉽게 물러선 것이 실수였던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무림맹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막아야 해.”
이자청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것은 다른 후기지수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대막 무림과 직접적으로 대결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무림맹의 정예 전투부대인 사신단을 격파했다는 말이 되었다. 절대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무림맹의 군사 집무실.
사마운정의 눈동자가 심각하게 변했다. 대막 무림의 진격이 하루 이틀 미루어지는 시점에서 무림인들의 나태함이 걱정되는 시기였다. 시간이 늘어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안이해진다. 그 시점에서 요동성에 혈풍이 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 중 하나였다.
최근까지 살펴본 요동성은 평온했다. 모용세가와 철혈세가가 공존하는 관계로 어느 한곳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너무 빨라!”
사마운정이 생각하기에 모용세가의 힘으로 요동 무림을 하나로 일치단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특히 모용세가의 가주인 건곤신검 모용성은 한 성의 패주가 되기에는 부족한 인물이었다. 갑작스럽게 모용세가의 가주가 바뀐 것도 이상하고, 요동혈맹이라는 거대 단체를 만드는 것도 수상했다.
“모용세가의 힘으로 이런 일을 벌일 수는 없어.”
사마운정은 단정을 지었다.
무림맹은 대륙 전지역에 정보원을 파견한다. 파견된 정보원이 정보를 보내고, 종합한 정보를 분석하여 각 문파의 힘을 분석해 놓았는데, 모용세가는 중상위에 속하는 정도였다. 그 힘으로는 요동성의 패주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숨겨놓은 전력까지 모두 감안한 정보였다.
잠잠했던 겨울이 지나가자 서서히 음모의 씨앗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사마운정의 고뇌가 점점 짙어졌다.
사마운정이 사태를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급보가 전해졌다.
“무슨 일이냐?”
비영단의 단원 중 한 명이었다.
“대막 무림이 섬서성 안으로 들어왔다는 보고입니다!”
벌떡!
사마운정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대막 무림이 이처럼 빨리 급습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마운정의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놈들이 힘을 다시 모았다면 비영단을 통해 소식이 전해져야 했다. 그런데 아무런 소식도 없이 이처럼 빠르게 공격하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비영단은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대막 무림 내의 정보망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겨울 동안 대막혈궁에서 비영단을 찾아서 제거한 것으로 보입니다.”
“뭐라고!”
시간을 들이고 기다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대막혈궁이 단시간에 회복한 것이 모두 대막혈신이자 태양왕이라고 불린 율무정의 힘 때문이었다. 그 정도의 인물이 아무런 대비도 없이 침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원 무림이 방심하도록 시간을 들이고, 그 시간 동안 정보원들을 찾아 제거한 것이었다. 정보원들이 노출되었음에도 하나하나 제거하지 않고, 모두 찾았을 때 한 번에 제거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보가 무림맹으로 왔을 것이다.
“어디까지 왔다고 전해졌지?”
“화산파에서 연락이 왔는데, 지금쯤 회음현에 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라고? 그럼 사신단은?”
“모두 죽었습니다.”
사마운정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사신단을 한꺼번에 죽이면서도 소식이 전해지는 시간이 늦었다. 그렇다는 것은 대막 무림의 총공격은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대막혈궁을 주축으로 한 최정예들이군!”
대막혈궁이 먼저 화산파를 점령한 후 그 뒤로 대막의 무림인들이 진격할 것으로 보였다. 사실을 유추하고 판단하건대, 그럴 가능성이 가장 컸다. 일이 점점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