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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7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7화

 

17화

 

 

 

 

 

 

 

“그때 일꾼 중에 대장인 한 노인이 나서서 자기가 살릴 테니, 대신 자신과 한 방을 쓰게 해달라고 했다. 도주야 어차피 죽을지 모르는 놈, 살면 일꾼이 하나 더 늘어나니 마다할 것도 없었지.”

 

“그분과 함께 지낸 방이 조금 전의 그 방이구요?”

 

“그래.”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횃불 속에 드러난 동굴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주렁주렁 매달린 종유석은 마치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궁전의 기둥을 보는 것만 같았다.

 

군데군데 고인 물에 불빛이 반사되자 붉은 구슬이 굴러다니는 것만 같다.

 

매캐한 냄새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릴 정도의 열기만 아니라면, 오랜 시간을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다.

 

“이곳은 그분께서 발견한 곳이다. 다른 사람들은 지독한 냄새 때문에 그분과 내가 있는 방에 들어오려 하지도 않았지. 그 덕분에 이 동굴에 대한 것은 오랫동안 두 사람만의 비밀이었다. 하지만 행여나 이 동굴에 대한 비밀을 들킬까 봐 우리들도 자주는 들어올 수가 없었다.”

 

구양 노인은 추억을 곱씹으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또다시 열기를 뚫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진용이도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뒤를 따라갔다.

 

좌로 우로 휘어지길 두어 차례, 삼십여 장은 들어온 것 같다.

 

앞장서서 걸으며 동굴에 대해 설명하던 구양 노인의 발걸음이 멈춘 것은 그때쯤이었다.

 

“봐라. 저것이 바로 이 동굴의 비밀이란다.”

 

“아!!”

 

진용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붉은빛이 은은히 감도는 연못이 뿌연 김을 뿜어내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직경이 일 장 정도의 붉은 연못. 온천이었다.

 

횃불에 반사된 때문이 아니다. 성분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물 자체가 유난히 붉은빛이다. 석류를 으깨어 즙을 받아놓은 것만 같다.

 

그런데 괴이하다. 진원이 가까워졌는데도 냄새는 오히려 들어올 때보다 덜하다. 진용이 의아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구양 노인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저 물이 나를 살렸지, 혈양천(血陽泉)이라 이름 붙인 저 온천이. 너도 앞으로 알게 될 것이다. 저 혈양천이 얼마나 고마운지 말이다.”

 

그 말에 진용은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든다. 고마움을 느낄 거라는데 왜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걸까?

 

그 느낌에 냄새로 인한 의아함도 스러져 버렸다.

 

진용이 구양 노인의 말뜻을 깨닫게 되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4

 

 

 

 

 

해가 질 무렵, 두 노소는 석산의 일을 마치고 수련을 위해 동쪽의 석동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우드득!

 

겉으로는 들리지 않아도 온몸을 진동시키는 소리가 전신으로 느껴진다.

 

관절을 잡아 빼듯이 꺾어대고 비트는 바람에 전신 근육과 신경이 처절한 비명을 질러댄다.

 

까드득! 끼이이이…….

 

‘크흐읍!’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추스르기 위해 진용은 이를 악물었다.

 

신수백타를 익히기 위한 일차 수련이자 관문이라 했다.

 

지난 오 년간 기초적인 수련을 쌓으며 관절의 효능을 최적화시켰다지만, 신수백타를 익히려면 아주 특별한 관절 운동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시작된 일이다.

 

구양 노인은 수련을 시작하기 전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었다.

 

“처음에는 근육과 신경이 찢어지는 고통이 따른다. 그걸 견뎌야만 진정한 신수백타를 연마할 수 있다. 신수백타를 펼치기 위해선 관절의 유연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야 하거든. 조금 힘들어도 참고 견디거라.”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진용은 어이가 없었다.

 

조금 힘들다고? 이게 조금 힘든 거면 많이 힘든 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고통이 뒤따라야만 하는 거지?

 

이를 악문 진용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자 구양 노인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정 참기 힘들거든 소리를 질러라.”

 

그도 차마 어린 진용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안쓰러운가 보다. 그렇다고 해서 손에 사정을 두는 법은 없었다. 참으로 질릴 정도의 냉정함이다.

 

사실 진용이도 그러고 싶었다. 때로는 참기가 힘들 정도여서 구양 노인의 말대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말을 듣고서는 차마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지를라 치면 세르탄이 귀신같이 알고 중얼거린다.

 

‘시르, 우리 마족들은 아무리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못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 전사가 될 자격이 없다고 버리거나 종으로 만들어 버리거든.’

 

망할 놈의 최루탄! 나는 인간이지 마족이 아니란 말이다!

 

그럼에도 진용은 세르탄에게 지기 싫어서 입을 악다물어야만 했다.

 

‘뭐, 인간들이야 약해 빠져서 어쩔 수 없을 테지만…….’

 

그런 말을 듣고 어찌 소리를 지를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진용이 소리를 지르지 않자 구양 노인은 감탄한 표정으로 일차 수련의 강도를 더 강하게 진행시켰다.

 

두고보자! 최루탄!

 

‘끄으으…….’

 

처절한 고통을 동반한 채 혼절하기 직전까지 이어진 첫날의 수련이 끝나자, 구양 노인은 쓰러진 진용을 혈양천에 집어넣었다.

 

반의반 각도 지나기 전이다. 나른한 쾌감이 전신을 치달린다.

 

아침에 혈양천을 처음 보고 호기심으로 손을 담가봤을 때는 그 뜨거움에 흠칫 손을 뺐었다. 그러나 온몸이 비틀린 고통을 당한 지금은 근육과 신경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뜨거움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그토록 지독했던 고통도 일각이 지나지 않아 기세를 꺾고 수그러든다.

 

진용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왜 구양 노인이 혈양천에 대해 고마움을 느낄 거라 했는지. 왜 이곳을 수련 장소로 삼았는지.

 

 

 

 

 

5

 

 

 

 

 

낮에는 일을 하고 해질 무렵이 되면 동쪽 석동을 찾아든다.

 

이를 악문 채 수련에 열중하다 고통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혈양천에 몸을 담근 채 고통을 잊었다.

 

그러기를 열흘, 혈양천은 고통을 없애줌과 동시에 진용이에게 또 다른 선물을 주었다. 혈양천에 녹아 있는 대지의 양기가 무의식중에 행해진 건곤흡정진혼결을 타고 체내에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태양의 열기에서 흡수한 양기보다 깨끗하진 않지만 훨씬 강렬했다. 아마도 직접적으로 흡수되기 때문인 듯했다.

 

‘불의 속성을 지닌 마법을 익히기엔 그만이겠는데?’

 

세르탄의 말대로였다.

 

게다가 생각보다 마령석의 기운과도 융화가 잘되는 편이어서 나중에는 오히려 음기와의 균형이 깨어질까 봐 조바심이 날 정도였다.

 

진용은 하는 수 없이 수련이 끝난 자정부터는 달빛 아래 벌거벗고 앉아 건곤흡정진혼결을 행해야만 했다. 최대한 모자란 음기를 보충하기 위함이었다.

 

 

 

한 달이 지나자 이제는 관절이 마음먹은 대로 꺾어진다. 수련을 하기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토록 지독한 고통도 이제는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수련이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구양 노인이 앙상한 뼈대만 남은 괴목을 들고 오더니 칡넝쿨을 감아 훈련용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려 열 개나.

 

결국 진용은 신경과 관절의 고통이 가라앉기도 전에 괴목을 후려치며 온몸을 혹사시켜야 했다.

 

온몸에 피멍이 들고 근육이 부풀어 올라 꾀라도 부릴라 치면 구양 노인이 넌지시 한마디 했다.

 

“혈양천은 혹사된 근육을 더욱 튼튼히 만들어주는 효능도 있단다.”

 

 

 

그렇게 관절의 근육과 신경을 뒤바꾸는 수련과 신수백타의 기본형을 익힌 지 삼 개월 되었을 때다. 구양 노인이 놀랍고도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너의 참을성이 이 정도라니. 허허허. 최소한 육 개월을 예상했는데……. 어쨌든 이제 본격적인 형을 익히기 시작해도 되겠구나.”

 

헉! 최소한 육 개월? 이 고통을 삼 개월이나 더 했어야 했다고?

 

진용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세르탄이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벌… 끝……?’

 

‘세르탄! 들리게 말해!’

 

-미쳤냐?

 

 

 

 

 

 

 

7장. 벼락을 좋아하는 남자 

 

 

 

 

 

1

 

 

 

 

 

‘시르.’

 

‘왜?’

 

‘혈양천에만 들어오면 왜 이리 기분이 좋지? 흠,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가 싫으니…….’

 

진용은 혈양천에 목만 내놓고 앉아 있다가 뜬금없는 세르탄의 말이 들리자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왜 기분이 좋아? 기분이 좋으면 내가 좋은 거지. 설마 내가 고생하고 있는 것이 기분 좋다는 말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말은 아니라고 하는데 어째 느낌은 당연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실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지난 삼 년.

 

신수백타를 익히기 위해서 그야말로 온몸을 혹사시켜야만 했다. 그에 비하면 기초 수련을 하던 오 년도 그렇고 일차 수련을 한 고통의 삼 개월조차 장난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볼 때는 그렇게 아름답던 동작이 막상 따라 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심지어 처음에는 한 동작도 제대로 되지가 않았다.

 

신경이 비틀리고 근육이 비틀리다 보니 쓰러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만일 관절의 단련을 일차적으로 하지 않았더라면 견디지 못하고 포기했을지도 몰랐다.

 

형을 따라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관절을 움직이는 것과는 또 달랐다.

 

그 차이는 빠름이었다. 빠르게 비튼다는 것, 그러면서도 완벽한 동작을 구현해 낸다는 것. 그것은 오랜 세월 굳어 있던 육신을 고친 장애인이 갑작스레 움직이면 근육이 뒤틀리는 거와 마찬가지였다.

 

자세를 바꿀 때마다 한올한올의 근육과 신경이 진저리를 쳤다.

 

쓰러지면 일어나고, 일어나면 또 쓰러질 때까지 수련의 연속이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쓰러지면 기다렸다는 듯 혈양천 속에 집어넣었다.

 

혈양천에 들어간 지 이각, 온몸의 통증이 가라앉고 비틀렸던 근육과 신경들이 풀리면 또다시 수련이었다.

 

할아버지는 야속한 생각이 들 정도로 매몰차게 몰아붙이고, 자신도 역시 오기 반, 고집 반, 악착같이 하루도 쉬지 않고 수련을 했다.

 

본격적인 수련을 한 지 한 달, 조금씩 자세가 잡히기 시작하더니 두 달이 지날 즈음에는 연속 동작에도 허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석 달 열흘이 지나자 동작에 힘을 실을 정도는 되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백 가지 동작을 어설프게나마 모두 펼쳐 낼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단 백일 만에 자신이 신수백타의 형(形)을 모두 따라 하자 그것만으로도 놀란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때 기재라 불렸던 할아버지가 삼 년을 익혔던 형을 단 백 일 만에 따라 한다면서. 뛰어난 자질과 오성을 갖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면서.

 

그리고 자신의 수련 진도가 예상을 훨씬 앞서 가자 할아버지는 형에 내공을 싣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지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혈맥까지 뒤틀리는, 이전의 고통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그야말로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진 것 같은 고통이 매일 반복되는 그런 지옥의 수련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삼 년이 지난 오늘까지!

 

 

 

“후우…….”

 

진용은 깊은 숨을 들이켰다.

 

성분을 알 수 없는 혈양천 덕분에 겨우겨우 견뎌온 삼 년이었다.

 

그동안 세르탄에게 구박도 많이 받았다.

 

겨우 손짓 발짓 배우면서 삼 년간 그것밖에 못하냐는 소리에 뒤통수를 내갈기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이 년 전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뒤통수에 충격을 받으면 세르탄이 말을 못한다.

 

어지러워서 그런다나?

 

한 번은 구시렁대기에 고의로 뒤통수를 때려봤다.

 

한 시진 정도 세르탄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너무 세게 때리면 자신도 아프다는 것.

 

그래서 웬만하면 그 짓을 안 하려 한다. 하지만 정 시끄러울 때는 어쩔 수가 없다. 조금 아프더라도, 골치가 지끈거리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세르탄.’

 

‘어?’

 

‘내가 요즘 혈양천 덕분에 피부도 강해지고 고통에 둔해졌거든? 화나면 뒤통수로 암벽을 받아버릴 수도 있어. 뭔 말인지 알지?’

 

그제야 실실 웃는 것처럼 느껴졌던 느낌이 사라졌다.

 

역시 그랬다! 세르탄은 자신이 힘들어하는 것을 즐겼던 것이다!

 

이런 나쁜……! 확! 뒤통수를 받아버려?

 

하지만 그래 봐야 자신만 손해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기도 그렇고…….

 

진용은 하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어휴, 애하고 싸우려는 내가 잘못이지. 나가서 수련이나 해야겠군.”

 

‘시르!’

 

뒤통수에서 살짝 열기가 솟는 거에 상관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촤아악!

 

은은한 붉은빛 속에 눈부신 나신이 드러났다.

 

매끈하게 뻗은 근육들이 마치 각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도대체 열일곱 살 소년의 몸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더구나 나신을 타고 흐르는 혈양천의 끈적끈적한 물기는 몸에 붉은 기름을 발라놓은 듯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흠, 내가 봐도 괜찮군.”

 

‘…….’

 

이번에는 뒤통수를 치지 않았어도 세르탄의 입이 닫혀 버렸다.

 

어이가 없는지 한마디만을 남기고.

 

‘그거 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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