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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1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1화

 

11화

 

 

 

 

 

 

 

“네놈이 예뻐서 그러는 거 아니니까, 너무 좋아하지 말고 가만있어.”

 

잠시 후 받아 든 배식을 바라본 진용은 욕지기가 나오려는 것을 참고 눈을 부릅떴다.

 

누런 밥에 뿌연 국물이 배식의 전부였다.

 

그런데 뿌연 국물에 떠다니는 것이 있다. 결코 고기가 아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덩이들. 느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진용이 배식 그릇을 받아 들고 멍하니 서 있자 신털보가 진용의 어깨를 잡고 옆으로 밀어냈다.

 

“받았으면 비켜라. 왜? 못 먹겠냐? 먹기 싫으면 버리지 말고 다른 사람 줘라. 그것도 못 먹어서 환장한 사람들이 쌔고 쌨으니까. 하긴…… 너처럼 어린놈이 여기에 들어왔다는 것은 집안이 반역이나 했으니까 들어왔을 것이고, 그렇다면 제법 잘사는 집안이었을 테니 그런 것을 언제 먹어보기나 했을까?”

 

비웃듯이 느물거리며 말하는 신털보의 말에 진용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집안은 그리 잘사는 집안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굶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가 아니었던가.

 

진용은 신털보에게 한마디 쏘아주려다 무의식적으로 배식 그릇을 내려다봤다.

 

생각이야 그렇지만 사실 이런 식사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가슴이 찡 하니 울린다, 이유도 없이.

 

‘뭐지? 왜 이리도 저 심보 고약한 털보아저씨의 말에 가슴이 아픈 거지?’

 

한편으로 오기가 솟는다.

 

“먹을 수 있어요! 저도 먹을 수 있다구요!”

 

진용은 오기 섞인 말투를 내뱉고 몸을 홱 돌렸다.

 

문득 기이한 눈빛이 느껴진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눈으로 자신의 손을 쳐다보고 있다. 안 먹었으면 자신들이 먹을 텐데, 하는 눈빛.

 

진용은 자신도 모르게 눈자위가 붉어졌다.

 

‘견딜 거야. 여기서 나갈 때까지 견딜 거야! 그러기 위해선 뭐든 먹고 살 거란 말이야! 아버지, 용아가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줘요!’

 

세르탄이라도 말을 걸어주면 좋을 텐데, 아침 이후로 세르탄은 떠버리답지 않게 입을 다물고 있다.

 

그렇게 천궁석산에서의 첫 번째 식사 시간이 지나갔다.

 

 

 

 

 

3

 

 

 

 

 

“꼬마야! 거기 정 좀 가져와라!”

 

“꼬맹아! 뭐 하는 거야? 농땡이 피우는 거냐?”

 

“쬐끄만 새끼가 벌써부터 요령을 피우려 하네?”

 

천궁석산에 들어온 지 사흘째다.

 

불러대는 것이 재미있는지 이 사람 저 사람 불러댄다. 평소에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진용을 부려먹는 것에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진용은 사흘이 지나자 온갖 잔심부름에 어느 정도 요령을 터득했다.

 

첫날은 뛰어다니다가 오전이 가기도 전에 지쳐 쓰러져 버렸다. 그러자 그날 저녁 신털보가 혀를 차며 놀려댔다.

 

“미련한 놈. 힘이 없으면 요령이라도 있어야지? 생긴 것은 새끼 여우같이 생겼는데 진짜 멍청한 놈이네.”

 

‘이익!’

 

요령을 피운다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진용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특히 신털보의 말을 듣고 요령을 피운다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하지만…….

 

‘시르, 고집을 피우는 것이 중요하냐, 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사는 것이 중요하냐? 나라면 일단 살고 보겠다.’

 

오랜만에 세르탄이 제법 똑똑한 말을 하는 바람에 진용은 자신의 고집을 접어야만 했다.

 

‘세르탄.’

 

‘응.’

 

‘세르탄 말이 맞는 것 같아. 고마워.’

 

오랜만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세르탄이 거만하게 웃었다.

 

‘뭘, 대전사 세르탄님이야 항상 옳은 말만 하는데……. 음하하하!’

 

결국 진용은 조석(朝夕)은커녕 웃음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후회하고 말았다.

 

-칭찬을 한 내가 미쳤지.

 

 

 

어쨌든 그날 이후로 진용은 조금씩 요령을 터득해 갔다, 오직 살기 위해서.

 

그럼에도 약한 몸으로 하루 종일 일하다 보니 지치고 자잘한 상처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발바닥에 물방울처럼 불거진 물집이 하나둘 터지더니 며칠이 지나자 진물이 흘러내렸다.

 

퉁퉁 부은 손바닥은 이미 첫날부터 껍질이 벗겨져서 이제는 물건을 드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툭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불러서 심심하면 쥐어박았다. 

 

일을 못해서가 아니다. 군병들에게 당한 한을 힘없는 진용이에게 푸는 것이다.

 

하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나마 어리다는 이유로 더 이상 심하게 대하지 않는 것만도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다.

 

닷새가 지나고 열흘이 지났다.

 

진용은 이를 악물고 참으려 해도 밤마다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슬픔을 잊기 위해서라면, 고통을 잊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만 했다.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진용은 오로지 세르탄과 함께 마법 공식을 해석하고 연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나마 진용은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세르탄도 새로운 공식을 하나씩 깨우칠 때마다 즐거워했다.

 

‘음하하! 시르, 마법을 배워서 이곳을 쓸어버리고 나가는 거야!’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에 봉착하면 세르탄도 말문이 닫혔다. 

 

마법을 펼치기 위해선 대자연에 스며 있는 기운이 강해야 한다. 그런 이곳의 기운으로는 마법을 펼치기에 턱도 없었다. 그 사정을 누구보다 세르탄이 잘 알았다.

 

어쨌든 세르탄으로 인해서 진용은 잠시나마 시름을 덜 수 있었다.

 

만일 세르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천궁도가 곧 지옥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고마워, 세르탄.

 

 

 

사람들은 진용이 구양 노인과 한 방을 쓴다는 이유로 심하게 건드리지 않았다.

 

진용이 그 사실을 안 것은 일을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구양 노인은 천궁석산의 모두에게 경외의 인물이었다. 심지어 신털보도 진용을 놀릴 때면 구양 노인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한 번쯤은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싶었다.

 

하지만 열흘이 넘도록 진용은 구양 노인에게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왠지 범접하기 어려운 구양 노인의 인상에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양 노인 역시 하루에 기껏 한두 마디만을 할 뿐이었으니, 어린 진용이로선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천궁석산에 들어온지 보름째 되던 날, 구양 노인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왔다.

 

그날도 온갖 심부름으로 녹초가 되다시피 한 진용은 새벽이 되도록 단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주무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처음에는 꿈인가 했다. 하지만 꿈치고는 너무 느낌이 확실하다.

 

손길이 스칠 때마다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기분 좋은 경련. 어른들이 말하는 시원하다는 게 이런 걸까?

 

‘아! 계속 주물러 줬으면……. 가만? 누가?!’

 

한순간 진용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누가 주무르는지도 모르고 즐기고 있는 자신을 비몽사몽간에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뜻밖의 사람이 손을 뻗어 자신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헛! 할아버지……!”

 

황급히 일어나려 하자 노인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귓속을 울렸다.

 

“그냥 편히 누워 있어라. 풀어주지 않으면 병이 된다.” 

 

멈칫한 사이, 흐트러진 백발 사이로 노인의 눈답지 않게 날카로운 눈빛이 보였다. 진용은 그 눈빛만으로도 그 노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기거하는 방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그러면서도 젊은 누구도, 심지어 천궁석산 죄수들 중 이인자라는 신털보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노인. 바로 구양 노인이라 불리는 노인이었다.

 

구양 노인을 보자 진용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할아버지가 계속 주물러 주셨나요?”

 

첫날부터 피곤에 절어 잠에 떨어졌는데도 다음 날 생각보다 훨씬 몸 상태가 부드럽게 느껴졌었다.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워낙 피곤하다 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며 보냈었다. 그런데 오늘 상황을 보니 그 모든 것이 눈앞의 구양 노인 덕분이었던 것 같다.

 

가만? 세르탄은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말을 안 했을까?

 

‘세르탄, 너 알고 있었지?’

 

‘뭘? 너 주무르는 거?’

 

‘그래.’

 

‘당연히 알고 있었지.’

 

‘그런데 왜 말을 안 한 거야?’

 

‘그거야, 너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말하면 네가 싫다고 말할지도 모르잖아. 네 고집이 어디 보통 인간하고 똑.같.냐?’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노인이 잠도 안 자고 주무르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자신이 아니니까.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란 말에 구양 노인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그래, 몸은 좀 어떠냐?”

 

목소리가 날이 선 듯 날카로워서 싸늘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래도 진용은 구양 노인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괜찮아요.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견딜 만해요. 할아버지도 힘드실 텐데…….”

 

노인은 차분히 대답하는 진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불쑥 질문을 던졌다.

 

“왜 이런 곳에 왔느냐?”

 

진용은 움찔 몸을 떨었지만 순순히 대답을 했다.

 

“아버지가 황궁모독죄로 잡혀 들어갔어요. 저는 이곳으로 유배를 왔구요.”

 

구양 노인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황궁모독이면 삼족이 죽임을 당하는 것이 현실. 그런데 당사자의 아들이 단지 유배되었을 뿐이라고?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는 아이 같군.’

 

하기야 이곳에 사연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

 

“너를 그동안 지켜보았다. 어린아이가 대단하더구나. 울지도 않고, 떼를 쓰지도 않고 말이다.”

 

“징징대며 떼쓴다고 받아줄 곳이 아니잖아요.”

 

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당연한 듯한 대답. 그러나 이곳이 유배지라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어린아이가 할 대답이 아니었다. 

 

겁이 나서 벌벌 떨어도 모자랄 판이었으니까.

 

“훗, 하긴…….”

 

노인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잠시 진용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너의 몸속에 기이한 기운이 있던데, 혹시 너는 무공을 배웠느냐?”

 

기이한 기운? 세르탄이 말한 마령석과 봉인의 힘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무공요?”

 

“그래, 특히 내가 쪽의 무공 말이다.”

 

“무공을 배운 적은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진용의 눈이 어느 순간 크게 뜨였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대답을 할 수 있는 말이 생각난 것이다.

 

“아!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호흡법은 알아요.”

 

“호흡법? 단전호흡 같은 것 말이냐?”

 

“예, 하지만 무공이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일선공이라고, 그냥 심신을 맑게 하는 공부일 뿐이에요.”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의 사문에서 전해지는 가장 기초적인 무공이라 했다. 

 

어머니가 공부만 하는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돼서 사문에 누가 되지 않는 호흡법을 가르쳐 준 거라나?

 

“일선공이라……. 뭐, 어쨌든 조심해라. 너무 무리하지 말고.”

 

“예.”

 

“앞으로 너를 내 조수 겸 심부름꾼으로 쓸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일을 할 수 있는 몸을 만들도록 해라. 몸이 약하면 일 년도 견디기가 힘든 곳이 이곳이니까. 알겠느냐?”

 

“예, 할아버지. 고마워요. 저…… 그런데 어떻게, 군병들이 허락할까요?”

 

“이미 말은 다 해놨으니 다른 것은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고마워할 것도 없다. 나도 네가 필요해서 그러는 것이니까.”

 

구양 노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다. 하지만 진용에게는 그저 조금 사나운 얼굴을 한 옆집 할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처럼 들렸다.

 

 

 

다음 날부터 구양 노인은 진용에게 자질구레한 일을 시키면서 석산의 일에 대해 자세히 일러줬다.

 

돌을 보는 법, 연장을 다루는 법, 조심해야 할 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 법까지.

 

구양 노인이 진용을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설명을 하자, 사람들은 진용이 구양 노인의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누구도 진용이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신털보조차도 실실 웃으며 가끔씩 툭툭 건드릴 뿐.

 

“꼬맹아,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구양 어르신만 아니었으면 넌 내 거였어. 킬킬킬…….”

 

그때마다 세르탄이 진용이보다 더 열받아 설쳐 댔다.

 

‘어휴! 저거 털만 많은 놈이……. 옛날 같았으면 그냥, 확!’

 

그러다 진용이 한마디 하면 입을 다물었다.

 

‘혼은 내가 내줄 테니까, 알고 있는 것이나 털어놔 봐. 환상 어쩌고 하는 손가락 재주 말고, 또 뭐가 있지?’

 

‘…….’

 

-무서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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