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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0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0화

 

10화

 

 

 

 

 

 

 

유모 또한 매일같이 찾아왔지만, 울다 갈 뿐, 아버지의 소식은 한 마디도 전해주지 못했다.

 

하긴 종 숙부도, 금의위인 육두강도 자세히 모르는 일을 유모가 어찌 알 수 있을까.

 

 

 

다시 사흘이 지났다.

 

유모도, 종 숙부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일까.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찾아왔는데…….

 

그날은 세르탄조차 조용했다. 하루 종일 조용히 있던 세르탄이 시무룩한 어조로 말문을 연 것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였다.

 

‘시르, 나는 네가 부럽다.’

 

그런데, 한다는 말이 뭐가 어째?

 

화가 난 진용이 빽 소리쳤다. 간수들이 쳐다보던가 말던가.

 

“뭐가 부러워, 최루탄아!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갇혀 있는데!”

 

최루탄이라고 했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전 같으면 최루탄이 아니라며 고래고래 대들었을 텐데도.

 

대신 진짜 부럽다는 투로 말했다.

 

‘시르 아버지는 시르를 위해서 목숨도 거는데, 나는 아버지가 버렸거든.’

 

처음으로 듣는 말이었다. 한마디 더 해주려던 진용은 입을 다물고 세르탄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야?’

 

‘요 며칠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버지가 나를 버린 것 같아.’

 

‘마계의 촉망받는 대전사였다며?’

 

‘응. 근데 내가 일을 저지른 것이 몇 번 있었거든.’

 

‘몇 번? 그렇다고 아버지가 아들을 버려? 어떻게 그런……. 가만, 혹시 몇 번이 아니고 많이, 자주 그런 것 아냐?’

 

‘…….’

 

한참 동안 세르탄이 침묵했다. 그러다 다시 말했다.

 

‘…그런 것 같아. 셀 수는 없지만.’

 

‘그러니까, 셀 수도 없을 만큼 말썽을 많이 피웠다는 거네?’

 

‘응. 나 때문에 마계가 몇 번 뒤집어졌었어.’

 

‘뒤집어져?’

 

‘선계하고 싸움도 날 뻔했고.’

 

‘선계하고의 싸움?’

 

‘어. 선계에 꼴 보기 싫은 놈이 하나 있거든. 내가 그놈을 벼락으로 구워버렸어. 뭐, 다행히 죽지는 않아서 전쟁까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맙소사! 애들 장난이 전쟁으로 번질 뻔했다니!

 

‘그놈이 선계의 지배자인 대선인의 아들인데, 어찌나 잘난 척을 하던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알 만했다, 세르탄의 아버지가 왜 세르탄을 봉인했는지. 

 

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에휴, 그럼 그렇지. 나라도 버렸겠다!’

 

또다시 세르탄이 침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세르탄.’

 

‘…….’

 

‘세.르.탄! 말 안 할 거야? 그럼 나도 앞으로 말 안 한다?’

 

세르탄은 어쩔 수 없이 대답해야만 했다. 퉁명하게.

 

‘왜!’

 

‘좀 전에 내가 말을 심하게 했지? 미안해.’

 

‘정…… 말?’

 

‘그래, 아버지 때문에 내 신경이 좀 날카로워졌나 봐.’

 

‘흐…… 그럴 수도 있지 뭐.’

 

진용이 한마디 더 보탰다.

 

‘어린애들은 그럴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내다 버려? 그건 아버지가 아주 잘못한 거야. 그렇지, 세르탄?’

 

‘……그게. 어.’

 

그러니까 자신이 어린애라는 건데…… 사실이 그렇긴 하지만, 인간인 진용에게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설마 나를 약 놀리려고 그런 건 아니겠지?

 

 

 

다음 날 종상현이 찾아왔다. 나흘 만이었다.

 

“용아야, 괜찮으냐?”

 

“예, 종 숙부. 견딜 만해요. 떠버리가 있어서 심심하지도 않고요.”

 

“떠버리?”

 

“있어요, 그런 게.”

 

‘시르!’

 

‘조용해. 숙부님이 계시잖아.’

 

종상현은 의아했지만 그나마 어린 진용이 의연하니 견디고 있다는 것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어쨌든 떠버린지 뭔지 그 사람이 고맙구나. 네가 그 사람 덕분에 마음고생을 덜하는 것 같으니.”

 

‘끄응, 난 사람이 아닌데, 저 인간 멍청하긴!’

 

세르탄이 뭐라 하는지 알 길이 없는 종상현은 진용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진용아.”

 

“예, 종 숙부.”

 

“다른 게 아니고, 네가 유배지로 가게 되었다. 아마 네 아버지가 너를 살리기 위해서 뭔가를 해주기로 한 모양이다만…….”

 

유배지? 무슨 말이지?

 

“저……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종 숙부.”

 

“후우, 그래, 어차피 네가 알아야 할 일이니……. 본래 황궁을 모욕하면 삼족을 멸한다는 것은 전에 말했지?”

 

“예…….”

 

“그런데 네 아버지가 황궁에 뭘 해주기로 한 모양이야. 그 대가로 너를 살려주기로 하고. 한데 그냥은 풀어주지 않고 너를 유배 보내기로 한 모양이더라. 세상에, 이런 어린아이를 유배 보낼 생각을 하다니…….”

 

“유배… 요?”

 

유배라니! 그럼 아버지와 헤어져야 한단 말인가?

 

다시 돌아올 수는 있는 걸까?

 

진용은 글썽거리는 눈으로 종상현을 바라보았다.

 

“그럼, 아버지는요?”

 

“네 아버지는… 당분간은 무사하실 거다. 밀옥을 찾아가서 떼를 썼더니 몇 마디 말은 해주게 하더구나.”

 

그 말에 진용은 눈물 가득한 눈을 크게 떴다. 고사리 손으로 철창을 움켜쥔 진용이 정신없이 물었다.

 

“아버지를 만났다고요? 아버지는 어떠세요? 어디 아프지는 않으세요? 저번에 입에서 피가 많이 났었는데…….”

 

종상현은 이를 악물고 눈이 붉어지는 것을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 겨우겨우 입을 열어 진용에게 대답해 주었다.

 

“방에서 못나가니 조금 갑갑해서 그렇지 전보다는 훨씬 편하다고…… 안심하라고 하더라만…….”

 

오랜만에 진용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요? 정말 괜찮은 거죠?”

 

“그렇다니까. 어쨌든 너무 걱정 마라, 용아야. 내가 탄원을 넣어서라도 어떻게든 네 아버지를 빼낼 테니까. 그래도 이 종 숙부가 명색이 내각학사 아니더냐? 너 설마 이 숙부를 우습게보는 것은 아니겠지?”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종상현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진용의 슬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안쓰러운 얼굴로 말을 건네는 종상현을 향해 진용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저도 믿어요, 종 숙부. 그리고 아버지에게 너무 걱정 말라고 하세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건강하셔야 한다고도 전해주시고요.”

 

참고 참았던 종상현의 눈에 안개가 서렸다.

 

여덟 살 어린아이가 자신보다도 더 의연히 말하고 있다. 슬픔을 가슴속에 꼭 붙들어 매고서.

 

“그, 그래, 숙부가 그렇게 전하마……. 에혀, 불쌍한…….”

 

끝내 종상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닷새가 더 지난 후 육두강이 찾아왔다. 그는 침중한 눈빛으로 진용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문을 열었다. 차마 눈을 마주치고는 말을 하기가 힘든 듯.

 

“네 유배지가 결정되었다.”

 

“어… 디로 가나요?”

 

“산동성 천궁석산.”

 

“언제쯤…… 요?”

 

“내일, 날이 밝으면 출발한다.”

 

 

 

 

 

 

 

4장. 천궁도

 

 

 

 

 

1

 

 

 

 

 

쾅!

 

서류에 직인을 찍은 중년 무장이 고개를 들어 진용을 바라봤다.

 

“웃기는 놈들이군. 이런 꼬마를 보내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데리고 놀기에도 너무 어리지 않수, 십인장님?”

 

“시끄러! 금의위의 육두강이 신신당부한 아이야.”

 

“양 태감도 이놈에 대해서 말했지 않수?”

 

“자네는 환관 놈의 말을 듣겠나, 같은 무장의 말을 듣겠나?”

 

“그걸 말이라구 하슈? 내가 미쳤다고 달리지도 않은 놈들의 말을 듣겠수?”

 

“알면 됐어. 데려가. 아참! 이 아이는 구양 노인과 한 방에 집어넣도록 하게.”

 

 

 

* * *

 

 

 

군병을 따라가는 진용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어쩌면 이곳을 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방이 대리석을 파내는 바람에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백 장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자신이 걷고 있는 동굴을 통해서일 뿐이다. 그러니 나갈 수 있는 방법도 동굴을 통해서만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관병들이 눈을 부라리고 지키는 동굴을 통해서만이.

 

그렇지 않고서 석산을 들고 나는 방법은 하늘을 날아가는 방법뿐.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절벽이 아니었다.

 

말이 산동성이지, 천궁석산은…… 섬에 있었던 것이다.

 

천애고도 천궁도에!

 

 

 

진용이 동굴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자 지저분한 몰골의 죄수들이 모여들었다.

 

수세미처럼 엉킨 머리칼, 덥수룩한 수염, 언제 씻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그들은 새로 들어온 죄수가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꼬맹이란 것을 알고는 어이가 없는지 한마디씩 했다.

 

“세상 말세구먼. 저런 꼬맹이를 이런 곳에 보내서 어쩌자는 거여?”

 

“낄낄낄……. 보들보들하니 가지고 놀기 딱 좋겠는데?”

 

“서지도 않는 놈이 지랄하고 자빠졌네.”

 

“뭐여? 이 씨발 놈이!”

 

“왜? 내가 틀린 말 했냐? 너는 이제 남자로서 인생 끝났어, 이놈아!”

 

“이런 개 썅놈의 새끼가! 그런 너는 서냐?”

 

시끌시끌, 웅성웅성…….

 

꼬맹이를 난생처음 본 것처럼 흥미가 동한 반응들이었다.

 

“모두 조용!”

 

진용을 끌고 석산에 들어온 무장이 크게 소리치자 죄수들의 소란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이 먹혀든 게 마음에 드는지 무장은 씩 웃으며 진용을 한 손으로 번쩍 들어올렸다.

 

“새로운 죄수를 소개하겠다! 이름은 고진용. 나이는 여덟 살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열 살이 될 때까지는 잔심부름만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모두…… 귀여워해 주기를 바란다!”

 

“크크크.”

 

“후흐흐흐.”

 

“귀여워해 줘야지. 아암…….”

 

“이봐, 신털보. 너무 그러지 말라고. 꼬맹이가 무서워서 오줌이라도 지리면 어쩌려고 그러나?”

 

“크크크, 오줌을 지리면 아예 발가벗겨 버리지 뭐.”

 

진용은 입을 꼭 다물고 굳은 얼굴로 앞에 모여든 죄수들을 바라보았다.

 

대충 봐도 백 명은 됨 직하다. 하나같이 제대로 된 사람이 없어 보인다. 진용의 눈에는 모두가 괴물처럼 보일 뿐이었다.

 

특히 신털보라는 자. 왠지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에 고약한 빛이 어려 있다.

 

‘아버지!’

 

절망이다.

 

아버지를 찾아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잘못한 것이 없음을 밝히고 뇌옥에서 구해 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나가지? 아니, 나갈 수나 있을까?

 

진용의 마음은 하늘을 물들이는 어스름만큼이나 암울하기만 했다.

 

 

 

 

 

2

 

 

 

 

 

진용은 어수선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잔뜩 긴장해 있었으니 잠이 오지 않을 법한데도 워낙 뱃길에 고생을 해서인지, 아니면 바다를 처음 본 세르탄이 워낙 떠들어대서 지친 것 때문인지 몰라도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여기는…….’

 

눈을 뜨자 흐릿한 빛이 보인다. 그리고 차가운 바닥의 감촉.

 

‘그래, 내가 석동에 들어와 쓰러졌지.’

 

진용이 멍한 표정으로 생각을 더듬자 세르탄이 시무룩하니 입을 열었다.

 

‘시르, 이제 어떡할 거냐?’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지겹던 세르탄의 목소리가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당장 오늘 일도 모르는 판에 무슨 대답을 할까.

 

진용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며칠 겪어보고 생각해 봐야지.’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칼칼한 목소리.

 

“꼬마야, 일 시작해야 하니 일어나라!”

 

밖에서 소리치는 말을 들으니 실감이 난다. 

 

여기는 천궁석산 유배지. 마침내 유배지의 첫날이 밝아온 것이다.

 

벌떡 일어선 진용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진용이 배정된 방은 여섯 평쯤 되어 보이는 석실이었다. 그곳에는 모두 일곱 명이 기거하고 있었다.

 

웅성거리며 일어서는 사람들, 그들의 발과 손을 속박하고 있는 수갑과 족쇄의 철그렁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자신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수갑과 족쇄를 채우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진용이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가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침 배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가 진용의 어깨를 덥석 잡아채더니 배식 줄에 끼워 넣었다.

 

그였다, 신털보.

 

“흐흐흐, 먹어야 일을 할 수 있다. 굶으면 네놈 일을 다른 사람이 해야 하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라.”

 

목소리를 들어보니 조금 전 자신을 부른 것도 신털보다. 한데 말뜻은 좋은데도 어째 눈빛이 먹이를 노리는 이리의 눈빛이다.

 

진용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줄을 선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가 불만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간에 끼어든 것이 못마땅한 듯. 그럼에도 신털보가 무서운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을 뿐.

 

“뭘 봐! 오늘만 참으라고. 이 어린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혜택이니까.”

 

진용은 반갑지 않은 선처를 사양하려 신털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신털보가 진용의 코앞에 머리를 들이대며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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