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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36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36화

 

36화

 

 

 

 

 

 

 

하주령의 재촉만 없었다면 그는 웃음이라도 터뜨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당장은 눈앞의 시퍼런 도검을 처리하고 봐야 했다.

 

‘젠장! 나야 어떻게 되든 네 사랑만은 지켜야겠다는 거냐? 에라이!’

 

“덤벼봐, 이놈들!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놈들아!”

 

한편 유량은 엉거주춤 서 있는 해룡선단의 무사들을 향해 외쳤다.

 

“뭐 하는가? 앞을 막아!”

 

장운호를 비롯한 다섯 명의 해룡선단 무사는 다급히 마차 앞을 가로막았다.

 

적들은 하나하나가 자신들보다 못하지 않은 자들. 게다가 숫자도 두 배에 이른다. 

 

여차하면 객지에서 목을 내놓아야 할지 모를 상황. 그럼에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용감하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워 줄 정도다.

 

그들은 앞으로 나서면서 마차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휘장을 걷고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진용을. 절박한 눈빛으로.

 

-당신만 믿습니다!

 

그런 눈빛.

 

뒤에 진용이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목숨이 여벌로 하나 더 있다는 거와 마찬가지였다.

 

최소한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달려드는 무사들에 마주해 가는 그들의 전신에선 평소 때보다 두 배는 더 강한 힘이 쏟아져 나왔다, 달려들던 자들이 의외의 상황에 주춤거릴 정도로.

 

“힘내서 막아라! 우리 뒤에는 고 공자가 있다!”

 

유량도 이를 지그시 깨물고 그들을 독려했다.

 

그들의 마음을 아는 것은 자신뿐. 왠지 모르게 유량의 몸에서도 평소보다 훨씬 강한 기운이 솟구쳤다. 그는 그 느낌이 생경하면서도 즐거웠다.

 

“좋아! 한번 해보자!”

 

그때, 감오형의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놈들은 정명산장의 무사들이 아니구나? 웬 놈들이냐?”

 

대답은 밀물처럼 몰려드는 무사들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클클클! 들켰나? 눈치 하나는 제법이구나.”

 

그는 청의를 입고 이마에 정명산장의 무사임을 표시하는 명(明) 자가 새겨진 무사건을 차고 있었다.

 

입에서 귀밑까지 길게 찢어진 흉터로 인해 인상이 한층 더 날카롭게 보이는 자.

 

그가 폭이 좁은 협도를 들고 팔자걸음으로 다가오자, 감오형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당신은…… 설광도 도추문?”

 

설광도 도추문. 그는 하북에서 인정받는 도의 고수다. 도(刀)의 명가인 팽가를 빼고, 하북에서 도의 고수 열 명을 뽑으면 항상 그 안에 드는 자가 바로 도추문이다.

 

문제는 그가 정도의 고수가 아닌 마도. 그것도 팽가, 금양신문과 함께 하북무림을 삼분하고 있는 백마성의 고수라는 것이다.

 

도추문이 살기 어린 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감오형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계집만 처리하고 떠나려 했는데, 스스로 지옥에 들겠다니 어쩔 수 없이 지옥으로 보내줘야겠군.”

 

정명산장에 죄를 떠넘기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이상 모두 죽이겠다는 소리.

 

그러나 그의 뜻대로 죽어주지 않을 사람이 이곳에는 최소한 두 명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몰랐다.

 

“미친놈이군.”

 

느닷없이 마차 위에서 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정광이었다. 어느새 나왔는지 그가 진용과 함께 마차 위에 앉아 있었다.

 

난데없는 말에 감오형에게 다가가던 도추문이 고개를 돌렸다.

 

‘미친…… 놈? 나에게 한 말인가?’

 

분명 그런 듯했다.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나온 말이었으니까.

 

도추문의 눈이 역팔자로 솟구쳤다. 하지만 그는 화낼 기회조차 없었다.

 

도추문에게 한 소리 내지른 정광이 도추문의 눈에서 진한 살기가 쏟아지든 말든, 옆에서 무심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진용을 향해 고개를 돌려 버린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진용이 도추문을 바라보았다. 도추문과 진용의 눈이 마주쳤다.

 

“확실히 미친 것 같은데요?”

 

“그렇지?”

 

“예, 미치지 않고서야 웃다가 입이 귀밑까지 찢어질 일이 없잖습니까.”

 

진용이 빙긋 웃었다, 도추문을 직시하며.

 

그 말을 들은 도추문은 태어나 제일 큰 소리로 악에 받친 외침을 토해냈다.

 

“이! 찢어 죽일 놈들이! 감히!”

 

하지만 그는 소리를 지르기 전에 상대에 대한 것을 먼저 파악했어야 했다. 자신이 누군지 알고도 너무 태연한 자들이 아닌가.

 

그리고 가슴속에서 스멀거리는 뭔지 모를 불안감에 대비를 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피잉!

 

쏘아지듯 도추문의 협도가 도집을 빠져나왔다.

 

도추문은 그 탄력을 이용해서 신형을 날렸다, 단번에 자신을 미친놈 취급한 두 놈을 베어버리리라 작정하고서.

 

그런데 도와 하나가 되어 삼 장의 간격을 좁혔을 때다.

 

‘헛! 한 놈밖에 없다!’

 

눈에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눈을 뗀 적이 없거늘.

 

그때 들리는 소리.

 

“미친놈에게 약은 한 가지밖에 없지.”

 

허공이다! 자신의 머리 위!

 

‘대체 언제……?’

 

생각을 함과 동시 도추문은 도를 든 오른손을 틀었다.

 

쐐액!

 

하얀 도광이 방향을 바꾸며 허공을 길게 베어간다.

 

미처 도영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 ‘과연 설광도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변화다. 

 

상대가 정광만 아니었다면 누구든 감탄할 만한 임기응변이었다.

 

떠더덩!

 

둔탁한 타격음이 허공에서 십여 번 울려 퍼졌다.

 

순간, 도추문은 자신의 도세가 모두 틀어 막혔음을 느끼고 재빨리 몸을 틀었다.

 

그러고는 부딪친 힘을 이용해서 빙글 돌며 전력을 다해 도를 휘둘렀다. 자신의 뒤로 바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이다.

 

십삼도가 일시에 펼쳐지자 새하얀 도기가 줄기줄기 뻗어나와 백색 그물을 만들었다. 그의 도법이 완숙의 경지에 가까워졌다는 증거였다.

 

도추문은 자신이 펼쳐 낸 설광마도를 보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놈의 가슴을 도려낼 수 있으리라!

 

그러나,

 

따다다당!

 

또다시 울린 타격음과 함께 주르륵 세 걸음을 물러서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시커먼 그림자가 얼굴을 덮어온다.

 

도추문은 시커먼 그림자를 피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도를 휘둘렀다.

 

떵!

 

한 번은 막아냈다. 그 충격에 손이 저릿했다.

 

언뜻 보이기로 조금 넓적한 모양의 병기이거늘, 대체 뭘까?

 

아차! 방심할 틈이 없다. 또다시 날아온다!

 

도추문은 번개처럼 도를 사선으로 올려쳐 얼굴을 덮어오는 정광의 병기를 쳐냈다.

 

팅! 퍽!

 

이번엔 스쳤다. 그 대가로 도추문은 어깨를 얻어맞아야만 했다.

 

“크으읍!”

 

어깨가 부서지는 충격! 그 충격이 발가락 끝까지 밀려 내려간다.

 

어지간한 고통에는 눈썹 한 올 움직이지 않는 도추문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무래도 어깨뼈가 부서진 것 같다.

 

하지만 언제 또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 도추문은 뼈가 부서진 고통을 참고서 혼신을 다해 신형을 뒤로 날렸다.

 

다행히 정광의 공격은 멈춰 있었다.

 

정신을 추스른 도추문은 앞을 주시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의 어깨를 부숴 버린 정광의 무기를 볼 수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도추문의 얼굴은 시궁창에 처박힌 채 썩어버린 호박처럼 처참하게 구겨져 버렸다.

 

정광의 무기는 다른 게 아니었다.

 

신발, 그것도 고린내 풀풀 풍기는 신발이었다.

 

쇠로 된 쇠.신.발!

 

“미친놈에겐 이게 딱이지.”

 

정광의 말에 도추문은 기혈이 역류하는 기분이었다.

 

‘말코도사의 냄새 나는 신발에 얻어맞다니!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나!’

 

때마침 말코도사를 믿었기 때문인지, 자신을 놀렸던 서생 놈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주위에서 벌어지는 싸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추문의 눈이 빛을 발했다.

 

‘저놈이라도…….’

 

 

 

진용은 마차에서 내려 정광과 도추문이 대치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도추문이 기이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본다. 꿩 대신 닭이라는 눈빛이다.

 

진용도 마주 웃음을 지어줬다.

 

‘킬킬! 저놈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은데?’

 

세르탄도 도추문의 생각을 알아챈 듯 킬킬거린다.

 

‘꼭… 누구같이 말이지. 안 그래, 세르탄?’

 

‘누구?’

 

진용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고 도추문을 응시했다.

 

그가 도에 내력을 집중하고 슬며시 자신을 향해 도첨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하얀 도기가 도신을 타고 흘러 도첨에 뭉치고 있다.

 

‘대단한데? 도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다니.’

 

속으로 가벼운 감탄을 하며 진용은 정광에게로 눈을 돌렸다.

 

“도장님, 빨리 끝내고…….”

 

순간!

 

“죽어라!”

 

도추문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 진용을 향해 도를 뻗었다.

 

정광은 놀라 움찔했지만 그뿐이었다. 진용의 눈을 본 그는 도추문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분명히 도추문의 도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알 텐데도 한 점 흔들림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결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도추문의 협도를 역류하는 물고기처럼 거슬러 올라간 진용의 손이 협도의 도신을 밀어낸다. 너무도 자연스런 모습에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하다.

 

한순간, 비틀리며 방향이 틀어진 도세의 가운데를 파고든 진용의 손이 도추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덥석!

 

“헉!”

 

이미 한쪽 어깨가 부서져 균형이 무너진 도추문의 도세에는 너무 많은 허점이 있었다. 신수백타를 익힌 진용에게 그러한 허점이 있는 도법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도기는 부수적인 것일 뿐.

 

손목이 부서지는 듯한 충격에 입을 딱 벌린 도추문을 향해 진용이 말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저분이 당신에게 왜 미친놈이라고 하셨는지?”

 

도추문은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입을 열었다.

 

“나, 나는 백마성의 무사……. 나를 건들면…….”

 

그때다.

 

우두둑! 진용이 손에 힘을 주자 도추문의 팔목이 으스러져 버렸다.

 

“끄아악!”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부러질지언정 부서지지는 않았을 것을.

 

세력의 이름으로 남을 누르는 것을 진용이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았다면 그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용은 도추문의 손을 털어버리고 뒤돌아섰다. 더 이상 그에게는 볼일이 없었다.

 

“도장님, 싸움을 마무리 지어야죠?”

 

“흠, 그럴까?”

 

“그런데 그 신발, 계속 들고 싸우실 겁니까?”

 

정광이 무슨 소리냐는 듯 말했다.

 

“당연하지! 이게 내 무긴데!”

 

그 말이 끝남과 동시, 정광은 마차 주위에서 해룡선단의 무사들을 몰아치던 적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쇠신발이 허공을 날아(?)다녔다.

 

땅!

 

“켁!”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유령처럼 날아다닌다. 신출귀몰!

 

정광이 쇠신발을 휘두를 때마다 괴이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식간이었다. 무사 넷이 이마와 뒤통수에 쇠신발에 맞고 쓰러졌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진용은 초연향이 탄 마차의 앞으로 다가섰다.

 

단걸음에 이 장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가 다가가자 서너 명의 무사가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진용은 흔들리는 갈대 사이를 누비는 바람처럼 사방에서 날아드는 도검을 피하고는, 몽둥이 같은 검지를 들어 허공을 찔렀다.

 

뻑!

 

마른 박 깨지는 소리가 한 번 날 때마다 한 사람씩, 무사들은 눈을 까뒤집고 무너져 내렸다.

 

그야말로 진용과 정광의 움직임은 바람, 그 자체였다.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은데도 잡을래야 잡을 수가 없고, 베어도 베어지지 않고,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바람이었다.

 

서서히 적들의 눈에 질린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반면에 해룡선단의 무사들이나 하군상은 신이 나서 적들을 몰아치고, 탁인효와 십영은 덩달아서 휘두르는 손발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상황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정광과 진용에 의해 설광도 도추문이라는 이름이 강호상에서 지워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충격이었다. 적에게나 아군에게나. 물론 충격은 적이 더 컸다.

 

일행 중에서 도추문을 제외하고 제일 지위가 높은 일도마겸 장문수가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물러난다! 후퇴!”

 

그러나 그들을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감오형을 비롯한 십영의 여덟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물러나는 적들을 쫓아 달려나갔다.

 

“비겁한 놈들! 가긴 어딜 간다는 말이냐!”

 

십영의 여덟이 자신들을 쫓아오자 장문수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흥! 감오형! 네가 무서워 물러나겠다는 것이 아니다. 싸우겠다면 싸워주지! 그러나 그대들 역시 모두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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