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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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26화
26화
“마풍으로 발생한 해일이었다면 배 두 척 정도는 가볍게 삼킬 수 있었겠지. 하나…… 바다에 정통한 사람들도 살아 나오지 못한 곳에서 바다에 처음 간 사람이 살아났다? 선실의 문짝 하나에 의지한 채? 비록 부단주께서 인정할 정도의 고수라 해도 나는 그 말을 믿기가 힘들군.”
청삼중년인, 해룡선단의 양대 무력 중 수룡당의 당주 곽천중의 말에 대전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진용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가장 큰 의문도 그거였다.
바다는 고수 하수를 가리지 않는다. 물론 고수일수록 살아날 가능성이 클 수는 있지만 마풍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풍은 무공으로 대항할 수 없는 하늘의 진노인 것이다.
진용은 담담한 표정으로 곽천중을 바라보았다.
이들에게 자신이 마법을 익혔다고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미쳤다고 하겠지?
보여주면? 그야 당연히 사술을 쓴다며 죽이려들걸?
그럼 정령을 불러낼까?
그것도 그렇다. 아마 대낮에 귀신이 나타났다며 당장 난리를 피울 것이 분명한 일.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웃음이 나온다. 자신의 능력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이해시킬 필요까지 있을까?
피곤하게 뭐 하러 그딴 짓을 해!
세르탄이라면 분명 그렇게 말할 것이다.
‘후우, 괜히 따라왔군.’
초정명의 체면을 세워주려다 이게 무슨 꼴이람?
그런데 진용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짓는 순간, 몇 사람이 그 웃음을 보았다.
그중에는 곽천중도 끼어 있었다. 그가 가볍게 바닥을 구르며 소리쳤다.
쿵!
“지금 이곳이 어떤 곳인 줄 알고 감히 웃는 것인가?”
진용이 말했다, 웃음을 지우고 무심한 말투로.
“사람의 말을 사람이 믿지 못하니 우스울 수밖에.”
무심히 흘러나오는 진용의 말에 곽천중의 뒤에 있던 세 명의 무사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감히 당주님께 그따위로 말을 하다니!”
그가 나오는데도 누구 하나 말리지 않았다.
눈빛이 세차게 흔들린 초연향의 엉덩이만 의자에서 들썩거릴 뿐.
진용은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초연향을 보며 속으로 고졸한 미소를 지었다.
‘눈이 예쁜 아가씨, 당신이 할 일은 없을 것 같군요. 이들은 내 실력을 알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라오.’
무사들에게는 그런 병이 있다고 들었다. 호승심이라는 병.
해왕방의 무사들이 새파랗게 젊은 진용에게 일패도지로 무너졌다는 말을 듣고 회가 동한 듯했다.
진용이 그녀에게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렸을 때다.
“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을 지녔기에 그리 거만한지 한번 보자!”
이 장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진용의 앞에 당도한 무사가 오른발을 들어 진용의 가슴을 걷어찼다.
아니, 걷어차려 했다.
그런데 마치 바람에 밀리듯 진용의 몸이 주르륵 두 자나 밀려났다.
무사의 발에 맞아 밀려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전에 있는 사람들 중 몇 사람은 일류고수였다. 그들은 진용이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봤다.
그들의 눈이 놀람으로 커질 때다. 진용을 걷어차려다 실패한 무사가 벌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이런 미꾸라지 같은 놈이!”
파앙!
동시에 빠르게 발을 휘둘러 진용의 머리를 후려찼다.
강력한 힘이 실린 회양각에 바람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뜻밖의 강수!
“위험해요!”
깜짝 놀란 초연향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이미 무사의 발은 진용의 머리에 다가가 있었다. 그때다.
덥석!
“흡!”
짤막한 신음! 동시에 대전이 침묵에 잠겼다.
무사의 발목이 진용의 손에 잡혀 있었다. 문제는 진용이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
그 광경에 곽천중은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수하인 장운호의 회양각에는 적어도 천 근의 힘이 담겨 있다. 맞으면 허벅지 두께의 통나무도 부러질 정도의 힘이다. 그런데 그런 회양각이 한 손에 붙잡혔다. 상대에게 조금도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나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곽천중이 잠시 머뭇거린 순간, 곽천중의 뒤에 서 있던 또 다른 두 명의 무사가 빠르게 몸을 날렸다. 곽천중이 말릴 시간도 없이!
“놓아라!”
그중 하나가 일성 대갈과 함께 진용의 가슴을 향해 일직선으로 검을 뻗었다.
다른 하나는 동료의 발을 잡고 있는 진용의 팔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금방이라도 새파란 검광 도광에 가슴이 뚫리고 팔목이 잘릴 것만 같은 상황.
그 순간, 진용의 몸이 잘게 흔들렸다.
찰나! 진용의 손발이 뿌옇게 흐려지는가 싶더니 검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땅!
벼락이라도 맞은 듯 두 사람이 일시에 튕겨졌다.
콰광!
“크억!”
“커흡!”
일장, 일퇴였다.
하나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제대로 볼 수조차 없는 빠름이었다.
진용이라는 젊은이의 손에 들린 부러진 검편. 쓰러져 버둥거리는 두 사람.
곽천중은 눈앞의 광경에 실핏줄이 도드라지도록 주먹을 움켜쥐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
‘그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찌 저럴 수가…….’
힐끔 육대호를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자신보다 강한 사람은 오직 육대호뿐이다. 한데 그의 표정도 굳어 있다. 잘게 떨리는 눈. 역시 그도 놀란 듯하다.
잘 봐줘야 스물 정도의 나이,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들조차 감지하지 못했던 고수다. 믿을 수 없게도. 초정명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곽 당주, 자네가 시험해 보게.”
때마침 귀를 울리는 육대호의 전음.
곽천중은 눈짓으로 화답하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대단하군. 저 세 사람은 그리 약한 사람들이 아니거늘…….”
세 사람이 덤벼들었다 나가떨어지고, 곽천중이 육대호에게 전음을 받아 나선 시간은 두어 번 숨 쉴 짧은 시간 동안이었다.
그 짧은 시간, 진용에게 발목을 잡힌 채 얼굴이 일그러진 장운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신을 구하려던 두 명의 동료가 순식간에 꼬꾸라졌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발조차 빼내지 못했다.
거미줄에 걸린 파리가 된 심정. 이제는 자신의 상관마저 나서고 있으니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야 하거늘.
“이익! 크읍!”
억지로 움직이면 발목이 으스러지는 것만 같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움직이면 뒷일은 나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무심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 장운호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한데 그때,
똑! 쨍그랑!
진용이 손에 들린 검편의 끝을 가볍게 꺾었다.
바싹 마른 수수깡이 부러지듯 힘없이 부러진 검날. 그걸 본 장운호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버렸다.
진용의 무력시위에 곽천중이 침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놓아주고 이야기하세.”
진용은 곽천중을 일견하고는 다시 진땀을 흘리고 있는 장운호를 바라보았다.
“함부로 발을 놀리면 다음에 부러지는 것은 검날이 아닐 겁니다, 명심하시길.”
발목을 놓아주자 장운호는 절룩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곽천중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자넨 누군가?”
“이미 제 이름은 말씀드렸습니다만. 설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은 아니겠지요?”
곽천중의 가느다란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는 친구들이 호양도(豪洋刀)라 부르는 곽천중일세. 지금은 상단의 호위무사를 하고 있지만, 강호의 칼밥을 먹은 지 이십 년이 넘었지. 강호를 오래 돌아다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네. 때론 말보다 칼이 더 정직하다고.”
곽천중은 스스로를 안정시키려는 듯 조용히 입을 열며 오른손을 허리춤의 도파에 올려놓았다.
진용은 그런 곽천중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 남보다 훨씬 큰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폈다.
손가락 사이를 지나는 바람의 크기가 느껴진다.
최고조에 이른 감각.
‘좋아, 어차피 시작한 것. 이 기회에 내 실력이나 알아볼가?’
상대는 상단의 호위무사들을 이끄는 자. 비록 대문파의 고수들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실력이겠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을 듯했다.
진용은 양손에 슬며시 내공을 흘려 넣고 한 발을 내디뎠다, 도발하듯이.
그때다! 진용의 자세를 눈여겨보던 곽천중이 왼손 엄지로 도격을 튕겨내고!
츠릉!
찰나 간에 두 자 세 치 길이의 도를 빼 든 그가 앞을 향해 한줄기 호선을 그렸다.
길게 이어진 도영이 진용의 허리 어름을 사선으로 베어간다.
진용은 번갯불처럼 갈라 쳐오는 곽천중의 도를 무심히 바라보다가, 허리를 비틀며 오른손을 뻗어 손가락을 튕겨냈다.
따랑!
맑은 음파가 울리더니 사선으로 그어져 내리던 도의 궤적이 비틀렸다.
한순간, 곽천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강력한 힘이 실린 쾌도가 단지 손가락 하나에 튕기면서 방향이 틀어졌다. 게다가 도신을 통해 전해진 짜릿한 충격. 파르르 손이 떨릴 정도다.
손가락 하나에 자신의 쾌도가 밀리다니!
‘최선을 다해야겠군.’
곽천중은 굳은 표정으로 도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은은한 아지랑이가 도신에서 피어오른다. 그걸 본 사람들의 입에서 경탄성이 터져 나왔다.
“도기다!”
하지만 곽천중의 얼굴에는 그 어떤 자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단 일격으로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눈앞의 젊은이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것을. 도기를 일으킨다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씹어뱉듯이 말을 뱉은 그는 기합성을 내지르며 다시 도를 휘둘렀다.
“다시 받아봐라! 타앗!”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번쩍 하는 사이에 네 번의 칼질이 연달아 이어졌다. 십자호격!
열십자로 그어진 도의 잔상이 그대로 진용의 전신을 덮쳤다.
진용은 자신의 몸을 사등분할 것처럼 밀려오는 도기에 한 발을 밀어 넣었다.
이때라는 듯 곽천중의 도가 방향을 틀며 십여 개의 도영을 그려냈다.
그와 동시, 진용의 몸이 기묘하게 틀어지는가 싶더니, 희뿌연 양손이 허공을 한 바퀴 휘저었다.
흐릿한 손 그림자가 도신을 덮어간 순간,
떠더더덩!
부서진 도기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흡!”
곽천중이 신음을 들이켜며 급박하게 뒤로 물러섰다.
“헛! 저런!”
경악성 터져 나왔다. 두어 수 만에 승부가 갈릴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
그러나 진용은 곽천중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무심히 바라보기만 했다.
신수백타를 본격적으로 펼칠 필요도 없었다. 간단한 몸동작과 판타지 중 파공지만으로 상대의 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싸워 제압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싸우는 것은 겁날 것 하나도 없다. 문제는 싸워봐야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것.
“더 하시겠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아마 각오를 하셔야 할 것입니다.”
조용히 울리는 무심한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든다.
곽천중은 창백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가늘게 떨리고 있는 손은 자신의 손이 아닌 것만 같다. 도를 쥔 손아귀는 찢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다.
당하고도 믿을 수가 없다. 도기가 어린 칼을 맨손으로 튕겨 이런 충격을 주다니. 자신의 도세를 가볍게 흘려 버린 그 기묘한 몸놀림은 또 뭐란 말인가?
‘으음…….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군.’
죽음을 각오하고 덤비면 승산이 있을까?
아니다. 상대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더 해봐야 망신만 더할 뿐.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을 바라보던 곽천중은 고개를 흔들며 천천히 도를 도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피로 범벅된 손을 들어 육대호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단주, 해룡선단의 이름에 누만 끼쳤습니다. 아무래도 당주 직을 더 수행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육대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소린가? 그대들이 약해서 진 것이 아니야. 상대가 너무 강했을 뿐이지.”
“단주…….”
“수하들을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도록 하게. 공연히 욕심을 부려서 자네만 다치게 했군.”
곽천중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다. 패장이 무슨 말을 하랴.
“예, 단주.”
세 명의 수하를 데리고 곽천중이 나가자 육대호는 진용을 바라보았다. 망설이는 눈빛.
‘끝까지 몰아붙여야 하나, 아니면 여기서 끝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