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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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76화
76화
순간 진용의 신형이 그곳으로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진용의 뒤를 따라 허공을 갈랐다.
반항할 틈도 없이 잘린 듯 단면은 너덜거리는 살점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런데 찢어질 듯 부릅떠진 눈은 공포에 젖은 채 얼어붙어 있었다.
팽기한이 소리쳤다.
“무중!”
그 머리통의 주인은 팽무중이었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화령옥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떠난 팽무중의 머리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또 몸통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주위를 둘러보세!”
위지홍이 소리치자 각자 방위를 잡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정광도 혈심마를 내려놓고 쇠신발을 주워 신었다.
그때 동쪽에서 팽기한의 노성이 터져 나왔다.
“참으로 악랄한 놈들이구나!”
다시 사람들은 팽기한이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곳에는 세 구의 시신이 바위 위에 놓여 있었다. 보란 듯이.
이번에는 위지홍이 놀라 소리쳤다.
“척 아우!”
그중 하나는 척은수의 시신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천제성의 수하들이었다.
격렬한 저항이 있었는지 척은수의 시신에는 수많은 상처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가 잘린 듯했다.
그런데 왜 이들의 싸움 소리를 듣지 못한 걸까? 비록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고, 굽이친 계곡이 소리를 막았다 해도 완전히 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시신을 살피던 위지홍이 살얼음이 어는 듯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적이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떤 놈들이…….”
유태청의 노안에 분노가 어렸다.
살인자들이 천혈교의 사람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 삼태천의 일인인 십절검존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
감히!
그때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서서 최대한 감각을 넓혀가던 진용이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끝나지 않았다? 네 사람의 눈이 진용을 향했다.
동시에 멀리서 비명인지 고함인지 모를 소리가 길게 메아리쳐 들렸다.
“으아아아!”
바람 소리에 파묻혀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그 소리를 듣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신의 정리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혈심마도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산 사람이 우선이다.
“산 아래쪽입니다.”
진용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 다섯 사람의 신형이 산 아래로 날아갔다.
5
석철강은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처참하게!
처음에 그들이 발견한 것은 도망친 광혼마의 시신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잔혈마의 시신을 발견했다.
도망친 것으로 알고 있는 혈혈구마가 죽었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의아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쌍혈검마의 시신을 발견하고 나서는 그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들 중, 아니면 통나무집으로 간 사람들 중 그들을 뒤쫓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들이 죽어 있단 말인가? 그것도 머리가 잘리고 전신이 난자된 채.
그때만 해도 어쨌든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누가 죽였는지는 몰라도 혈혈구마를 죽였다면 자신들의 적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했는지를 깨달아야만 했다.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아서 자신들의 동료들 역시 하나하나 죽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는 자신의 의형이자 천제팔성 중 하나인 척은수도 있었다.
아무리 한 팔을 쓰지 못한다 해도 척은수는 척은수였다. 그런 척은수가 보이지도 않는 적에게 죽임을 당했다. 수하 둘과 함께.
척은수가 죽자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치솟은 석철강은 교은형과 함께 놈들을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놈들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놈들의 아가리 속에 머리를 들이민 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수하들이 또다시 하나둘 죽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도… 그리고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머리가 잘리고, 사지가 잘린 채.
이제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과 교은형, 그리고 단 세 명의 수하뿐이다.
그나마도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 그런데도 적이 누군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예상되는 적의 수는 열 명 안팎. 하나같이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움직이는 데다 본 실력도 약하지 않았다. 멀쩡할 때의 자신들이라 해도 만만히 볼 수 없는 고수들.
교은형이 허리에 일검을 내주며 억지로 한 놈을 때려잡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다.
자신들이 누군가! 아무리 부상을 입은 상태라 하나 그래도 천제성의 기둥이라는 천제팔성이 아니던가! 그런데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죽어가야 하다니!
분노에 찬 외침이 석철강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 이놈들! 모습을 보여라!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적이 워낙 은밀하게 움직이다 보니 자신들도 소리를 죽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판사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교은형도 같은 심정인 듯 악에 받쳐 소리쳤다.
“다 나와!”
그때다!
스스스스…….
귓바퀴를 간지럽히는 스멀거림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교은형이 먼저 뭔가를 느끼고 움직였다.
그의 손에 들린 비도가 허공을 갈랐다.
쉭! 팍!
비도 한 자루가 어른 허벅지 굵기의 소나무를 관통하며 소나무 뒤쪽의 바위에 박혀들었다.
그 짧은 순간, 교은형의 신형은 이미 소나무를 돌아 일 장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 위에 올라서 있었다. 동시에 두 자루의 비도가 교은형의 손을 떠났다.
쉬쉭! 퍽! 쩡!
아름드리 소나무에 끝자락도 보이지 않고 박혀드는 소리가 하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다.
‘놈이다!’
쇳소리가 난 곳을 향해 석철강의 일권이 내질러졌다.
우지끈! 소나무 한 그루가 허리가 잘린 채 쓰러진다.
그때 아무 소리도 없이 빛줄기가 석철강의 배후를 향해 날아왔다.
석철강은 왼발을 축으로 빙글 돌며 또다시 일권을 내질렀다. 아예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서.
의외였는지 쏘아져 오던 빛줄기가 잘게 흔들렸다. 그 시간이면 족했다.
“이놈!”
석철강의 신형이 아름드리 소나무의 이 장 높이를 향해 솟구쳤다.
그사이 아래쪽에서 숨 가쁜 비명이 흘러나왔다.
“커어억!”
수하 중 하나가 또 죽은 것 같다. 그러나 석철강은 이를 지그시 깨물고 자신이 본래 목표한 곳을 향해 쇄도했다.
그때였다. 서늘한 바람이 칼날처럼 옆구리로 스며든다.
“흡!”
비튼 허리 사이로 파고드는 송곳처럼 뾰족한 검첨. 석철강은 옆구리를 파고드는 검첨에 오히려 몸을 밀어 넣고서 검첨의 끝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쾅!
주먹 끝에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뿐. 자신이 본래 목표로 하고 있던 곳에서 빛줄기가 번쩍였다. 부러진 왼손을 들어 막아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스윽!
왼손 팔뚝이 미세한 단절음과 함께 잘려 나갔다.
화악!
뿜어져 나오는 시뻘건 핏물!
한순간 석철강은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신의 가슴을 찔러오는 빛줄기를 보며 앞을 향해 몸을 던졌다.
불에 달군 송곳이 가슴을 후비는 극렬한 고통!
그곳에 누군가의 차디찬 몸이 닿았다. 그는 잘려진 왼손과 멀쩡한 오른손으로 그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이놈! 내가 바로 대력패권 석철강이다!”
우드득! 허리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원한 빛줄기. 뇌리가 하얗게 비어간다.
문득 저만치서 허리가 뒤로 꺾인 회의인이 자신의 가슴에 한 자루 가느다란 검을 쑤셔 박은 채 안겨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 허공을 평지처럼 밟으며 날아오고 있는 사람들…….
그것이 그가 본 세상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떼구루루…….
“석가야!”
석철강의 몸에서 분리된 머리가 경사진 곳으로 떨어져 굴러가자 교은형은 미친 듯이 소리치며 신형을 날렸다.
척은수도 잃고, 수하들도 거의 다 잃었는데, 이제 친동생 같던 석철강마저 잃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하나, 굴러가고 있는 석철강의 머리뿐이었다.
옆에서 소리없이 날아오는 빛줄기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칼날도 보이지 않았다.
제일 앞장서서 날아가던 진용은 황급히 오른손을 쳐들었다.
교은형의 머리 위로 회의인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거리는 십오륙 장. 자신이 도착할 때쯤이면 교은형의 머리는 두 쪽이 나 있을 것이다.
‘타공지!’
오른손이 내리그어졌다. 길게 갈라지는 허공!
진용의 손가락이 갈라진 틈을 비집고 허공을 찍었다!
퍽!
교은형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던 회의인이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 옆으로 튕겨졌다. 칼날도 교은형의 어깨 어림을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진용의 손가락이 허공을 다시 한번 찍었다.
쩡!
교은형의 옆구리에 닿아 있던 칼날의 중동이 커다랗게 휘어지며 옆구리를 가르고 파르르 떨었다.
그 짧은 시간, 교은형은 석철강의 머리를 집어 들고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옆구리의 찢겨진 옷이 피로 물들기는 했지만, 움직임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봐서 살이 깊게 갈라지지는 않은 듯했다.
그사이 주검만이 남아 있는 전장으로 진용 등이 날아들었다.
그들은 내려서자마자 즉시 적의 공격에 대비해 각자의 무기를 빼어 들었다. 그러나 교은형을 공격했던 회의인들은 어느새 사라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가공할 은신술.
진용은 모든 신경을 적의 탐지에 집중시켰다. 극히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놈들이니만큼 언제 어디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는 일.
한데 그때다!
지극히 옅은 기운이 빠른 속도로 흩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삼십 장 밖으로 벗어나 사라지고 있다.
‘이런! 도망치는 것인가?’
진용은 다급히 근처의 높은 나무 위로 신형을 날렸다. 그러자 좀 더 확연히 느껴진다.
“먼저 쫓겠습니다! 노선배님들은 이곳 일을 먼저 정리해 주십시오!”
대답을 기다릴 시간도 없었다. 놈들의 기운이 희미해지고 있다. 나무를 박찬 진용의 신형이 바람을 타고 산 아래를 향해 날아갔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진용의 신형은 나무 위에서 사라져 있었다. 정광이 다급히 나무 위로 올라갔지만 진용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같이 가자고!”
늦으면 놓칠 것 같다는 생각에 정광은 다급히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이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지자 유태청은 그들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손에 든 천유만 만지작거렸다.
“허, 이거 우리가 늙은 것인가?”
벽력을 다시 도집에 꽂은 팽기한의 굳은 눈도 가늘게 흔들렸다.
“늙은이에게는 따로 늙은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진용이 적의 기운을 쫓아 사라지자, 위지홍은 새파란 살기를 뿜어내며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교은형에게 물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이냐?”
“모두 죽었습니다. 달아났던 혈혈구마의 세 사람도, 팽가의 두 형제도. 그리고…… 저를 뺀 본 성의 사람들도.”
팽무중이 죽었으니 팽호중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또한 척은수와 천제성 수하들의 주검을 보고 최악의 경우도 예상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혈혈구마의 죽음만큼은 그들의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뜻밖의 말에 위지홍의 표정이 굳어졌다.
“달아났던 혈혈구마가 죽었다고?”
“예, 형님. 처음에 그들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석 아우가 이상하다고 했을 때 정신을 바짝 차렸어야 하는데……. 크흑!”
온몸이 피에 전 교은형이 품속의 석철강을 보며 다시 흐느끼자 유태청이 이마를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럼 천혈교 말고 또 다른 적이 있었단 말인가?”
아무도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 팽기한이 회의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일단 저자들이 누군지 먼저 알아봐야겠군.”
모두가 널브러져 있는 두 명의 회의인을 쳐다보았다. 이미 죽어 있는 자들. 그러나 때로는 시신도 말을 할 때가 있다.
위지홍이 싸늘한 어조로 교은형에게 말했다.
“교 아우, 일단 모든 시신을 가매장하고, 저 두 구의 시신만 챙겨 간다.”
“위지 형님…….”
“머리에서 발끝까지, 실오라기 하나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조사하다 보면 뭔가가 나올 것이다. 그때부터 복수를 할 것이다. 그러니 다른 말은 하지 마라. 놈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본 성을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가를…….”
누군가가 자신들의 계획을 역이용하고 있다.
죽일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