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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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73화
73화
쩌정! 콰광!
순식간에 이십여 초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요마는 밀리는 와중에도 전신이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에 이를 악물었다.
정통으로 맞은 곳은 없다. 그러나 비켜 맞은 곳조차 얼얼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도검조차 막아낼 수 있는 호신강기가 소용이 없다니.
격산타우(隔山打牛). 내부의 심맥이 그 충격에 뒤흔들려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난생처음 대하는 공격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동작. 춤인지 무공인지 모르나 황홀할 정도다. 문제는 저토록 아름다운 동작에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강한 위력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한 대만 잘못 맞아도 끝장이다!
요마는 이를 악물고 혼신의 내력을 끌어올렸다. 십절검존을 죽이기 위해 아껴두었던 내력마저도 모조리.
그러고는 튕기듯이 뒤로 일 장을 물러서서,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진용을 향해 쌍장을 내쳤다.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었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놈, 죽어라!”
요공녹마강이 그의 두 손에서 넘실거리며 뻗쳐 나갔다.
그때였다! 진용의 두 손에서 시퍼런 번개가 번쩍였다.
전력을 다한 뇌전의 능력! 줄기줄기 뻗친 번개가 찰나간에 요공녹마강을 꿰뚫어 버렸다.
쩌저적! 쾅!
“크헉!”
주르륵 물러선 요마가 푸들거리는 얼굴로 진용을 노려보았다. 그런 요마의 눈에 비친 것은 또다시 코앞에 닥친 진용의 커다란 손바닥이었다.
요마는 놀랄 틈도 없이 재빨리 허리를 젖히며 옆으로 몸을 눕혔다. 그러자 진용의 좌수가 직각으로 꺾이며 그대로 요마의 가슴을 찍어간다. 새파란 강기가 손가락 끝에서 번들거린다.
급급히 몸을 비트는 요마의 안색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몸을 비튼 덕에 가슴이 부서지는 것을 면하긴 했지만, 대신 어깨가 진용의 손에 잡혔다. 그리고 쇄골이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와직!
요마는 불로 지지는 듯한 충격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억!”
동시에 진용의 무릎이 요마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퍼억!
“커억!”
털썩! 일 장 밖으로 튕겨진 요마는 양손으로 땅을 짚고 안간힘을 써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몸을 다 일으키지도 못하고 다시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아마 쉽게 일어나지는 못할 듯 보였다.
쓰러진 요마를 놔둔 채 진용은 재빨리 천단심법을 운기하며 흐트러진 기운을 가다듬었다. 역시나 상당한 내력의 손실이 느껴진다.
‘과연 요마다. 그토록 지친 상태에서도 쉽지가 않다니…….’
만일 정상 상태에서 겨뤘다면 어땠을까.
‘음…… 아무래도 무공에 신경을 좀 더 써야겠어.’
어쨌든 이겼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용은 천천히 주위 상황을 살펴보았다.
요마와 삼십여 초를 겨루었지만 워낙 빠른 공수 변환에 실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나 유태청에게는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내력이 돌아온 유태청의 검에선 우윳빛 백색 검강이 뻗치고 있다. 그 검이 한 사람의 가슴을 가리키고 있다.
상대는 멸혼마. 그것만으로도 멸혼마는 움직이지 못했다. 검을 든 상대가 다름 아닌 십절검존인 것이다.
그리고 실피나는 여전히 신이 나서 몽혼혈마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런 실피나를 상대하는 몽혼혈마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끝없이 날카로운 공격이 날아드는데 공격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어찌 기겁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싸우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대기 중에 기가 부족하다 보니 실피나가 부족한 힘을 자신의 내력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피나와 몽혼혈마의 싸움을 지켜보던 진용이 전음으로 소리쳤다.
“실피나! 뭐 하는 거야? 빨리 끝내!”
―오호호홋! 알았어, 주인아! 그럼 내가 진짜 실력을 보여줄게!
환하게 웃으며 손짓하는 실피나, 그녀의 손에 바람이 뭉쳤다.
바람의 검, 무려 일 장 길이의 윈드 소드였다!
일순간 진용은 자신의 내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실피나가 생각보다 엄청난 내력이 소모되는 공격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진용은 다급히 천단심법을 운용하며 진기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한 번 빠져나가기 시작한 내력은 멈출 줄을 모른다.
‘이, 이런!’
세르탄이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채고 다급히 소리쳤다.
‘시르! 실피나에게 멈추라고 해! 아직 윈드 소드를 전력으로 펼치기에는 시르의 진기가 부족하단 말이야!’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진용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실피나가 손에 들린 거검으로 몽혼혈마를 내려쳤다.
―오호호홋홋! 받아라! 끝장을 내주마!
가공할 검세가 하늘을 가를 듯이 떨어져 내렸다.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기세!
게다가 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몽혼혈마가 빠져나갈 방위를 모두 막아버렸다.
‘바람의 폭풍, 윈드 스톰까지? 이, 이런……! 저 덜떨어진 정령이 지금 뭐 하는 거야? 능력이 부족하면 펼치지를 말아야지!’
세르탄이 놀라 경악성을 내지르는 사이!
사방의 방위마저 차단한 채 떨어져 내리는 검세에 몽혼혈마는 피할 생각도 못하고서 혼신을 다해 쌍장을 치켜들었다.
일순간, 실피나의 윈드 소드와 몽혼혈마의 혼마강기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콰아앙!
굉음이 일고, 비명과 신음이 두 군데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크어억!”
“크윽!”
입을 쩍 벌린 몽혼혈마의 몸이 푸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그의 두 손은 이미 걸레쪽처럼 찢겨져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바람의 검이 그의 어깨마저 반쯤 갈라 버렸다.
하지만 진용도 무사하지 못했다.
내력이 한순간에 빠져나간 진용은 신음을 흘리며 입가에 피를 머금은 채 비틀거렸다.
그사이 실피나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결국 사라져 버렸다. 아쉬운 표정으로 진용을 바라보면서.
―한 번만 더 하면 끝장을 낼 수 있었는데…….
그때다. 정광의 다급한 목소리가 진용의 귀청을 울렸다.
“조심해!”
뒤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진용은 기척을 느끼자마자 옆으로 일 보를 미끄러지며 신형을 돌렸다.
요마였다. 그가 겨우 일으킨 몸으로 공격을 해오고 있었다.
찌이익!
그의 손가락에 걸린 옷자락이 찢겨 나갔다. 진용은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자락을 찢으며 지나간 요마의 손을 움켜쥐었다.
순간 요마의 입가에 하얀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진용의 손을 마주 움켜쥐었다.
“크크크……. 이놈! 같이 죽자!”
난생처음 보는 괴상한 무공에 당하긴 했지만, 그것은 자신이 유태청과의 싸움으로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데다 내공 소모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었다.
다행인지 잠깐의 시간 동안 한줄기 진기가 살아났다. 한줄기지만 그거면 족했다, 마지막 공격을 펼치기에는.
게다가 이제 보니 어린놈의 내상도 제법 심각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린놈을 죽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요마는 진용의 손을 마주 잡고 마지막 선천진기마저 끌어올렸다. 그리고 일시에 내력을 쏟아 부었다. 진용의 심맥을 터뜨려 죽일 생각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어 오는 요마의 선천진기에 진용의 안색이 순식간에 서너 번 바뀌었다.
갈등이었다. 요마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갈등.
하지만 갈등도 잠깐,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죽을 수는 없다는 것!
‘뭘 망설여, 시르!’
세르탄도 다급히 재촉한다.
‘당신이 자초한 일, 나를 원망하지 마라!’
결국 진용은 건곤흡정진혼결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밀려들던 요마의 진력이 급속도로 빨려 들어왔다.
갑작스런 상황에 요마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뒤늦게 상황을 눈치 챈 요마가 비명 같은 외침을 토해냈다.
“뭐, 뭐야? 설마? 아, 안 돼……!”
자신이 원한 죽음은 이런 것이 아니다. 같이 죽는 거야 각오한 마당이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내력이 빨려 나간 채 죽는다면 쭈그러든 모습으로 추하기 그지없는 죽음이 될 터.
요마는 그렇게 죽기 싫었다.
“끄어어…… 제발 그냥 죽여줘…….”
하지만 한 번 달라붙은 두 사람의 손은 떨어질 줄을 모르고, 열을 셀 시간도 되지 않아 요마의 눈빛이 급격히 시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요마가 힘없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팽팽하던 얼굴에 수십 개의 골 깊은 주름이 생긴 채. 그가 절대 원치 않았던 그런 모습으로.
진용은 그런 요마를 바라볼 정신이 없었다. 건곤흡정진혼결로 빨아들인 내력이 폭주하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이 타오르는 강렬한 살심도.
게다가 마령석의 기운마저 녹아내리며 타오르는 살심을 더욱 부채질한다.
진용은 가슴속에서 이는 살기를 가라앉히려 입술을 깨물었다.
주르륵, 입술을 따라 핏물이 흘렀다. 그럴수록 더 커져만 가는 살심!
진용은 들끓는 살심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사방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쓰러진 채 기절해 있는 혈심마가 보이고, 그 옆에는 유태청의 기에 눌려 지친 기색의 멸혼마가 보였다.
진용은 이를 악 다물고 멸혼마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피를 봐야 한다, 살기를 누르기 위해선. 살기를 누르지 않으면 나는 미쳐 버릴지도 모른다!’
요마가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고, 갑자기 진용이 멸혼마를 향해 몸을 날리자 유태청의 눈이 꿈틀거렸다.
진용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는 게 보인 것이다.
왜 저런 눈빛이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진용과 요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 단순한 내력 대결이 아닌 뭔가 괴이한 일이.
요마의 참혹하게 오그라든 시신. 갑자기 폭주하는 저 엄청난 기운! 설마?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식을 떠올려 본 유태청은 결국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혈혈구마 중 첫째 둘째를 다툰다는 요마의 진기를 빨아들일 정도의 가공할 흡정마공이 펼쳐졌다!
천유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검신에 어린 백광도 점점 짙어졌다.
자신을 대신해 요마와 싸운 젊은이는 마공을 익히고 있다.
그게 뭔지는 모른다. 그러나 마공은 마공. 마공을 익힌 이상, 언제고 마공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을 게 분명하다.
죽여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렇지 않으면 천하는 일대 마인을 맞이해야만 하리라!
새하얀 백광이 넘실거리는 천유를 움켜쥐고 유태청은 멸혼마를 덮쳐 가는 진용을 향했다.
그때 진용은 이미 멸혼마를 향해 신수백타를 펼치고 있었다.
갑작스런 진용의 공격에 멸혼마는 정신이 없었다. 끝이 구부러진 검을 들어 진용의 어깨를 찍어가던 멸혼마는 진용이 손을 뻗어 자신의 검을 움켜쥐자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미친놈! 네놈이 감히!”
하지만 그는 그 시간에 검을 놓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쳤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대가는 너무도 컸다.
진용의 내부에서 폭주한 진기는 요마의 선천지기만이 아니다. 영풍삼위 때와는 달리 이미 자신의 진기가 합쳐진 상태. 게다가 마령석의 기운마저 녹아들었다.
그렇게 폭주한 진용의 진기는 결코 유태청과의 격전으로 지쳐 있는 멸혼마가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헉!”
눈 깜짝할 사이, 진용은 자신의 손에 잡힌 검을 옆으로 젖히고는 우수의 손가락을 세우고 멸혼마의 가슴을 내리찍었다, 붉고 푸른빛이 묘하게 섞여 일렁이는 뇌전을 동반한 손가락을.
피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푸욱!
찰나간, 진용의 손가락이 뿌리까지 멸혼마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속으로 사라졌다.
순간, 손가락 끝에 물컹거리는 뭔가가 걸렸다, 펄떡거리고 있는 뭔가가. 진용은 망설임없이 손가락을 그곳에 쑤셔 넣었다.
멸혼마는 심장이 뚫리는 충격에 펄쩍 뛰어오르며 눈을 까뒤집었다.
“끄어어어…….”
한없는 뜨거움이 느껴짐과 동시, 머릿속이 맑아질 정도의 시원함이 전신을 짜르르 울리며 치달린다.
손가락 끝을 통해 뜨거운 기운이 쏟아져 들어온다.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얗고 커다란 손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짜릿함, 시원함… 그리고… 역겨움.
진용은 머릿속이 맑아지자 토할 것 같은 충격에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이게 아닌데…… 절대 이게 아닌데…….
젠장!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