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66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66화
66화
눈 한 번 깜박일 시간에 수십 번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어느 순간!
떠더덩! 콰광!
대기가 부서지는 굉음이 이는가 싶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은 일 장의 거리를 두고 양쪽으로 갈라섰다.
얼굴을 살짝 찌푸린 진용.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반쯤 벌린 채 뒤로 두 걸음을 물러선 팽기한.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린 객잔 안의 사람들.
위지홍조차 놀란 눈을 크게 뜨고 말을 잊었다.
팽기한의 도에는 자신조차 감당하기 힘든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런 도를 맨손으로 막아냈다. 그것도 동등한 결과를 보이며.
정적이 객잔 안을 뒤덮었다.
쇠신발로 팽무중과 팽호중의 도를 후려갈기고 뒤로 몸을 날린 정광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
“흥! 두 놈이 덤빈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아냐?”
한편, 일수 격돌 후 뒤로 물러선 진용은 얼얼한 느낌에 손을 두어 번 움켜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과연 벽력도!’
‘조심해! 저 늙은이의 칼에는 엄청난 마나가 들어 있어서 잘못하면 손을 벤단 말이야.’
세르탄도 놀라 소리쳤다.
그런데 기껏 한다는 말이 손 벨 것을 걱정하는 말투다.
팽기한이 들었으면 뭐라 할까?
그러나 놀란 것은 진용과 세르탄만이 아니었다. 팽기한은 속으로 경악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 아무리 육성의 내력만 사용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도를 맨손으로 막아내다니!
십여 년, 깊게 가라앉아 있던 호승심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다. 얼마만의 느낌인지 도를 잡은 손이 떨릴 정도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한 수 더 해보겠나?”
진용은 무심한 눈으로 팽기한을 바라보고는 늘어진 옷을 천천히 허리께로 잡아 묶었다.
상대는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절정의 고수. 은근히 투지가 끓어올랐다.
어쨌든 무언의 동의.
팽기한의 주름진 입가로도 가느다란 웃음이 떠올랐다.
“조심해야 할 거네. 조금 전과는 많이 다를 거야.”
진용도 희미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그럼 저도 힘을 더 써보지요.”
말의 여운이 사람들의 귓가에서 사라지기도 전, 진용의 비스듬히 엇갈린 발이 가볍게 바닥을 끌었다.
팽기한도 손에 들린 자신의 도를 중단으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중단으로 들린 도신을 타고 푸르스름한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도기!
단순한 도기가 아니다. 숨 한 번 쉬는 사이 도첨에 뭉친 도기가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한 자가량 더 커져 버린 도!
“도강이다! 과연 벽력도!”
경악이 파도처럼 객잔 안에 출렁거린다. 눈을 부릅뜬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시작이었다.
후우웅!
진용이 우수를 들어 허공을 격하고 일권을 내질렀다.
스윽! 가볍게 그어지는 일도!
일권에 비틀린 대기가 일도에 스러진다.
동시에 진용의 신형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팽기한의 정면으로 쇄도했다.
무식하기 그지없는 공격!
하지만 팽기한은 굳은 얼굴을 펴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일권. 그러나 찰나간이나마 자신의 도강이 흔들렸다.
그 시간은 말 그대로 찰나간. 그런데 상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계산에 들어 있었다는 뜻!
‘좋아! 계산을 하고 덤빈다면 계산할 여유조차 갈라 버린다! 그것이 바로 나의 벽력도다!’
“타앗!”
팽기한의 입에서 객잔을 뒤흔드는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시퍼런 벼락이 허공을 길게 가르며 떨어져 내리고, 쇄도하는 진용의 정면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순간! 벼락에 휘말리는 것처럼 보였던 진용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빙글, 팽기한의 도가 허공을 둥글게 도려내며 방향을 틀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허공으로 튕겨 오른 진용의 신형이 셋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풍혼에 세르탄에게서 배운 풍환법을 더하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바람의 결을 따라 갈라진 신형이 일시에 손을 쳐낸다.
타공지!
콰과광!
허공을 가르려던 벼락이 산산이 부서진다.
그 사이로 다시 하나가 된 진용의 신형이 안개처럼 스며들었다. 동시에 바닥에 내려선 진용의 손이 기묘한 각도로 꺾어지며 팽기한의 도를 휘감았다.
꺾어지고, 휘어지고, 후려쳐 떨쳐 낸다.
신수백타!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진용의 신형은 뿌연 그림자만이 보일 뿐, 가공할 기운이 휘몰아쳐 팽기한의 도를 옭아맸다.
팽기한은 자신의 도를 둘러싼 진용의 기운을 떨쳐 내려 십성의 내력을 끌어올렸다.
도를 쓰는 사람이 도를 쓸 수 없다면 손발이 묶인 거와 다름없다. 현재 상황이 그렇다.
손발이 묶인 벽력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으핫!”
팽기한의 입에서 또다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시퍼런 도강이 도신을 타고 뿜어지더니, 수십 줄기의 벼락이 그물처럼 팽기한과 진용 사이를 가로막았다.
진용은 뇌전의 능력을 끌어올린 두 손으로 시퍼런 도강의 그물을 냅다 후려갈겼다.
콰후웅!
일순간 두 사람의 기운이 정면으로 부딪치자 억눌린 굉음이 일었다.
원을 그리며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강기의 파편. 일 장 이상 떨어져 있던 탁자가 가루로 변해 무너져 내린다.
기둥이 사라지자, 우지끈! 천장이 조금 내려앉았다.
너무도 가공할 광경에 멍청히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정신없이 물러섰다. 그리고 또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진용과 팽기한은 다섯 걸음씩 물러선 채 서로를 응시했다.
창백한 진용의 이마에 그어진 두어 줄기의 주름.
그것을 바라보는 팽기한의 노안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보같이! 싸움을 멋으로 하냐? 왜 마법을 쓰지 않은 거야?’
세르탄이 난리다. 마법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지만 진용에게도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싸워 본 사람들과 팽기한은 차원이 다른 절정고수다. 십천존에 가장 근접한 고수.
‘내 힘을 알아보고 싶었거든. 상대는 강자니까. 그리고 세르탄도 봤잖아. 마법을 펼칠 시간이 어딨어?’
게다가 설령 마법을 펼친다 해도, 자신의 마법이 팽기한 정도의 절정고수에게도 통용될지는 미지수였다.
시간도 없고, 확실한 자신도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신수백타와 세르탄에게서 배운 능력만 쓰는 게 훨씬 나을 거라는 게 진용의 판단이었다.
어쨌든 진신무공만으로 싸운 덕분에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겼다.
잘하면 십 년이 아니라 세르탄이 말한 삼 년도 줄일 수 있을 듯하다. 구양무경이 팽기한보다 몇 수 차이 날 정도로 월등한 실력만 아니라면.
세르탄도 이해했는지 더 이상 마법 타령은 안 했다. 대신 흐뭇한 웃음을 흘렸다.
‘하긴, 마법 따위보다는 내가 가르쳐 준 능력이 훨씬 낫지……. 음흐흐흐.’
진용이 세르탄의 불만 섞인 투정과 자화자찬을 들으며 나름대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다. 팽기한이 신음을 토해내며 입을 열었다.
“으음, 정말 믿을 수 없군.”
“세상에는 왕왕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죠.”
팽기한은 가늘게 떨리는 노안으로 진용을 직시했다.
말로 해서도 안 되고 힘으로 해서도 안 된다. 분명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자네에게 대답을 들을 수 있겠나?”
진용이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매단 채 말했다.
“단순히 살인 사건에 대해섭니까? 아니면 좀 전에 한 질문 전부를 말함입니까?”
“들을 수 있다면 다 듣고 싶군.”
“그렇다면 비밀 엄수, 그리고 독자 행동은 안 됩니다.”
“비밀 엄수야 그렇다 치고, 따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꼭 그래야만 하나?”
“위지 대협도 그랬으니 어쩔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제야 팽기한은 조금 전에 진용이 위지홍에게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묻는 대로 대답한다면 위지 대협이 조금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라 생각해도 되겠는가?”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리 손해 볼 일은 없을 겁니다. 혹시 압니까? 뜻밖의 말을 들을지.”
물론 진용도 손해 볼 일이 없었다. 잘하면 벽력도 팽기한과 팽가라는 응원군을 힘들이지 않고 등에 업을 수 있을 테니까.
잘못되어 봐야 본전이고.
위지홍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다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손도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생각인가? 그거 참…….’
더구나 상대는 벽력도 팽기한이다.
3
백마성은 말이 하북의 삼대세력 중 하나지, 솔직히 그 힘은 팽가나 금양신문에 비해 조금 약한 편이었다.
백마성과 비슷한 힘을 지닌 문파는 하북에 두엇이 더 있었다. 진주의 언가나 천진의 오도문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럼에도 백마성이 하북의 삼대세력에 끼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하북의 흑도를 아우르는 마도의 대문파였기 때문이다.
백마성의 삼대성주인 혁청우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그래서 그는 나름대로 힘을 기울여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고수를 끌어들이고, 뛰어난 수하들을 키운다는 것이 어디 생각만 한다고 되는 일인가?
그는 할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천하 흑도의 종횡연합이 바로 그것이었다.
―천하에 거지가 없는 곳이 없다면, 흑도의 건달이 없는 곳 또한 없다. 우리가 개방만큼 커지지 못하란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진용이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을 만나려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혁청우는 창문을 통해 백마성의 정문을 들어서는 진용 일행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나를 만나자는 거지?’
위당조가 말썽을 피우지 않고 북경에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웬일인가 했다. 그러다 상대가 금의위라는 말을 듣고는 그들을 건드리지 않고 돌아온 위당조가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금의위를 건드려서 좋을 것 하나도 없으니까.
그런데 이틀 전 위당조가 말하기를 그 금의위에 있다는 자들이 자신을 만나고 싶단다. 왜냐고 물으니 위당조도 모른단다.
모른다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혁청우는 하는 수 없이 좋다고 했다. 만날 테니 가서 데려오라고.
속마음으로는 설광도 도추문을 병신으로 만들었다는 그 금의위가 어떤 놈들인지 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그렇게 그들을 마중 나간 위당조가 그들과 함께 데리고 오고 있다. 그런데 두 놈만이 아니다.
마차가 한 대에 말을 탄 놈도 세 놈이나 된다. 문제는 말을 탄 놈들 셋 모두가 예사 고수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금의위에 저렇게 고수들이 많지?’
도추문을 병신으로 만든 게 금의위의 고수들이라 했으니,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저렇게 많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정문을 들어서서 연무장을 가로질러 자신이 서 있는 전각 쪽으로 다가올 때다.
‘응?’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그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상당히 나이 들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하얀 머리칼을 단정하게 뒤로 넘긴 노인의 얼굴은 나이답지 않게 홍안이었다.
분명 언젠가 본 모습.
‘등에 매달린 저 대도… 잔잔해 보이면서도 사방을 압도하는 저 기도…….’
그때다. 혁청우는 문득 십오 년 전에 본 벼락이 섬전처럼 뇌리에 떠올랐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그 시퍼런 벼락이!
‘벼락? 벽력도 팽기한?’
벌떡 몸을 일으킨 그는 뚫어져라 팽기한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든 의문에 고개를 모로 꼬았다.
왜 위당조가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일까?
위지홍이 있다는 말은 했어도 팽기한에 대해선 말이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저희들이 시험해 볼까요?”
뒤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오고서야 혁청우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놔두어라. 비록 늙긴 했어도 그는 벽력도 팽기한이다. 너희들이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용 일행이 위당조의 안내로 백마전에 들어서자, 혁청우가 붉은 전포를 입은 네 명의 수신호위와 함께 그들을 맞이했다.
‘저 인간이 웬일로?’
속으로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위당조는 즉시 고개를 숙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마혼당주 위당조, 명을 받들어 손님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왜 벽력도가 함께 온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거지?>
귀청을 울리는 전음에 인사를 하던 위당조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이런! 깜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