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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96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96화

 

96화

 

 

 

 

 

 

 

왼손을 들어 허공을 내리그었다.

 

붉은 기운이 칼날처럼 허공을 갈랐다.

 

진용은 그 속으로 제나의 지팡이를 밀어 넣었다.

 

“기폭(氣爆)!”

 

일순간,

 

콰앙!

 

가슴의 승포 자락이 터져 나가며 요공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진용은 풍혼을 펼쳐 요공을 향해 움직였다. 가속 마법이 함께 펼쳐지자 본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진용의 신형이 요공의 다섯 자 거리에 나타났다.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진용의 모습이 삼 장 밖에서 나타나자 요양과 요선이 동시에 소리쳤다.

 

“이형환위!”

 

“금강부동신법!”

 

그 어느 것도 아니었지만 거기에 대답해 줄 정신은 없었다.

 

진용의 오른손이 들렸다. 제나의 지팡이가 진용의 손에 들려 있었다. 제나의 지팡이에서 시퍼런 벼락이 석 자 크기로 뻗었다.

 

검강보다도 강력한 뇌전의 기둥이!

 

콰직!

 

“끄아아악!”

 

뇌전의 기둥이 요공의 심장을 파고들자 처절한 비명이 달마동을 뒤흔들었다.

 

쩍 벌린 요공의 입에서, 전신 모공에서 시커먼 묵기가 새어 나왔다.

 

마기였다. 아니, 마령이었다.

 

마령은 처절한 비명을 토하며 진용에게 달려들었다.

 

거센 회오리가 진용과 요공의 몸을 감싸고 휘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지팡이가 심장에서 빠지지 않는다. 지팡이에 달라붙은 듯 손도 떨어지지가 않는다.

 

마령의 마지막 발악! 묵기가 진용의 전신으로 스며들었다.

 

‘젠장!’

 

제나의 지팡이를 통해 본신의 내공을 증폭시킨 진용은 뜻밖의 상황에 눈을 부릅떴다.

 

세르탄이 소리쳤다.

 

‘일단 받아들여! 건곤흡정진혼결을 펼쳐! 내가 책임질게!’

 

세르탄이 책임진다고? 뭘? 어떻게?

 

의문을 품을 겨를도 없었다. 이미 마령은 진용의 전신 모공을 통해 스며들고 있었다.

 

‘젠장! 나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운명에 맡겨 버렸다.

 

진용은 건곤흡정진혼결로 마령의 기운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그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악착같이 진용의 몸에 스며들려는 마령이었기에 진용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 한순간에 빨려 들어와 버린 것이다.

 

거센 회오리는 어둠처럼 짙은 묵빛. 게다가 너무 빨리 일이 진행되었다. 

 

그 바람에 삼 장 밖에 있던 소림의 노승들과 유태청은 마기가 진용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회오리가 조금씩 잔잔해지자 그제야 그들은 궁금함이 가득한 눈을 부릅뜨고 앞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천천히 쓰러지고 있는 진용과 요공의 모습뿐이었다.

 

이미 달마동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시커먼 마기는 자취를 감춘 이후였다.

 

유태청이 쓰러지고 있는 진용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고 공자!”

 

요료와 요양, 요선은 요공에게 달려갔다.

 

“요공 사형!”

 

쿨럭!

 

요공이 한 사발도 넘는 선지피를 토해냈다.

 

그의 입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료…….”

 

“사형!”

 

요료는 떨리는 손으로 요공의 심장 부위를 막았다.

 

“대체 이게 어찌 된 겝니까, 사형…….”

 

“시간이…… 유 시주는……?”

 

진용은 이를 악문 상태에서 유태청에게 눈짓을 했다.

 

-빨리 가보세요.

 

유태청은 진용의 맥이 비정상으로 뛰고 있기는 하지만 보기보다 내상이 심하지 않은 듯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급히 요공에게 다가갔다.

 

“이 늙은이는 여기 있소. 말을 해보시오.”

 

요공이 가망없음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요공의 맥을 짚던 요양조차 이미 요공의 손을 놓은 터였다. 그러니 그의 입에서 한마디라도 더 듣는 것이 중요했다.

 

“효망… 마기…… 구해…….”

 

정확한 뜻을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제자를 구해달라는 뜻으로 알아들은 유태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오. 내 어떻게 해서라도 구해낼 것이니…….”

 

“그… 그… 녀의 아… 들…….”

 

순간적으로 유태청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말이시오? 그녀의 아들이라니? 설마 효망이……?”

 

하지만 요공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불호를 외우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겼다.

 

“아… 미…… 타… 불……. 어리… 석은… 내 죄…….”

 

“요공! 정신 차리시오!”

 

“업보를…… 어찌…….”

 

목소리가 잦아들자 요료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요공을 불렀다.

 

“요공 사형!”

 

“고맙… 미안…….”

 

들릴 듯 말 듯한 미안하다는 말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성승 요공의 눈이 감겼다. 심장의 박동은 벌써부터 멎어 있던 상태. 그나마 몇 마디 말이라도 남긴 것이 다행이었다.

 

삼태천 중 하나이며 소림의 살아 있는 전설. 천불성승 요공은 의혹만 남긴 채 그렇게 최후를 마쳤다.

 

천하가 경동할 일이었다. 성승의 죽음이 알려진다면 만인이 달려와 애도를 표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죽은 달마동은 극락왕생을 비는 세 노승의 나직한 불호 소리만이 맴돌 뿐이었다.

 

너무도 허망한 성승의 죽음에 누구도 선뜻 말을 하지 못했다.

 

대체 성승의 정신을 지배한 마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성승의 수양이 마기도 이기지 못할 정도였단 말인가?

 

아니다, 아닐 것이다. 그럼 왜?

 

효망은 또 어찌 된 것이란 말인가?

 

지었다는 죄는 뭐란 말인가?

 

온통 의혹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그사이 진용은 몸속에 들어온 마령의 기운을 건곤천단심법을 이용해 정화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르탄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령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책임진다더니 헛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세르탄, 마령의 정체가 뭐지?’

 

‘나중에 이야기해 줄 테니까, 일단 마령의 기운이나 녹여서 흡수해.’

 

어째 세르탄의 말이 섬뜩하게 들린다. 녹여서 흡수하라니. 자신이 실제 행하고 있으면서도 께름칙한 마음은 없어지지가 않았다.

 

‘흡수해도 괜찮겠어? 설마 뒤탈은 없겠지? 부작용인 살기는?’

 

‘뒤탈은 무슨……. 잘만 하면 굴러들어온 복이지 뭐.’

 

복? 정말 복이 될지, 아니면 화가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세르탄 말대로 화를 복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젠장! 귀혼에 이어 이제는 마령마저 흡수한 몸이 되었다. 어쩌자는 건지…….

 

 

 

일각이 지나자 세 노승의 염불 소리가 멎었다.

 

진용도 막바지 대주천을 마치고 눈을 떴다.

 

염려스런 눈으로 유태청이 물었다.

 

“괜찮나?”

 

멀쩡합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

 

“견딜 만합니다.”

 

그때 염불을 마치고 요공의 시신을 향해 절을 올린 요료가 진용을 향해 돌아섰다. 소림의 장문인답게 수양이 깊어서인지 그는 모든 감정을 처음 그대로 가라앉힌 상태였다.

 

“조금 전에는 미안하게 되었소, 고 시주.”

 

자신으로 인해 진용이 부상을 당했으니 미안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안함을 표하는 요료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하긴 아무리 마기에 정신을 잃었다고 해도 외인의 손에 소림의 전설이 죽었으니 어쩌면 그럴 만도 했다.

 

진용으로서도 어차피 지난 일인데다 몸에 큰 이상은 없으니 굳이 그 일을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성승의 열반이 가슴 아플 따름입니다.”

 

“사형께선 고 시주께 고맙다는 말을 하셨소. 하나 빈승은 수양이 얕아서인지 빈승의 목숨을 구해줬는데도 고맙다는 마음을 가질 수 없으니 이해해 주시기 바라겠소.”

 

“각오하고 처리한 일이니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

 

“대신 달마동에 무단으로 들어온 것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소.”

 

진용은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자신이 세 사람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한데 그런 사람에게 하는 말치고는 너무 메마른 말투가 아닌가 말이다.

 

진용의 말투도 조금 싸늘해졌다.

 

“나한승들께는 죄를 묻지 마십시오. 그들로서는 본인의 앞을 막을 수 없었으니 말입니다.”

 

세 노승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진용의 말투가 귀에 거슬린 듯했다. 그러자 유태청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고 공자는 천자의 명을 받드는 수천호령사외다.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장문인께서도 익히 아실 터, 밖의 나한승들은 분명 죄가 없소이다.”

 

요료는 놀란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소림은 무당과 마찬가지로 수백 년에 걸쳐 황궁과 지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니 장문인쯤 되는 사람이 수천호령사에 대해 모를 리 없었다. 

 

눈앞의 어린 사람이 천하의 고수인 것만도 놀랄 일이거늘, 천자의 명을 수행하는 수천호령사라는 것은 놀라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러나 요료는 곧 눈빛을 가라앉히고 진용을 항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한승이 죄가 없다는 진용의 말을 인정한다는 듯이. 마치 모든 것을 초탈한 듯한 표정으로.

 

하지만 진용은 그러한 요료의 눈빛 깊은 곳에서 원념(怨念)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복수의 불길인가, 마도에 대한 적의의 불길인가? 어떤 것이든 당신은 부처의 길을 벗어난 것 같군요.’

 

진용이 요료의 눈빛에 대해 고찰하는 사이, 요료는 유태청에게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유 시주, 사형이 말한 것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신지요?”

 

“후우… 나도 온통 의문일 뿐이라오.”

 

“효망에 대해선…… 그녀가 누군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요료의 눈을 마주 보며 유태청이 말했다.

 

“미안하오. 그 일은 요공과의 개인적인 일이외다. 이해해 주셨으면 하오.”

 

십절검존이 입을 다물겠다면 요료로선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당장 강제할 힘이 없는 이상은.

 

또한 갈 길을 막을 수도 없었다. 십절검존이라는 이름보다도 진용의 신분이 더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하나 언제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오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걱정 마시오, 장문인. 내 입은 그리 가볍지 않소이다.”

 

“아미타불, 소림을 대신해 감사드리겠습니다.”

 

반장을 한 채 고개를 숙인 요료는 고개를 들더니 자신의 두 사제에게 말했다.

 

“당분간 사형의 시신과 세 사제의 시신은 달마동에 안치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하고, 밖의 나한승들에게도 입조심을 시키도록 하게나.”

 

“장문인.”

 

“아직은 소문이 나서는 안 되네. 장로들만 모아 따로 이야기를 할 것인즉, 일단은 본 장문인의 말을 따르도록 하게.”

 

잘못된 결정은 아니었다. 요양과 요선은 따르지 않을 수 없음을 알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천불성승의 죽음이 그리 간단히 마무리되지 않을 것임을 모르는 사람 또한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잠자던 거룡이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까.

 

 

 

달마동을 내려오자 요료가 유태청을 청했다.

 

두 사람만이 방장실에 머문 지 일각, 조금 침중해진 표정의 유태청이 방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백팔 번의 타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뎅! 뎅! 뎅……!

 

진용 일행은 더 이상 있지 못하고 소림을 나서야만 했다. 백팔 번의 타종이 끝나면 소림의 산문이 잠기기 때문이었다.

 

누구든 마찬가지였다. 밖으로 나갈 수는 있어도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문 밖에서 웅성거렸지만 소림의 선택을 왈가왈부할 만큼 간이 큰 사람은 없었다.

 

한 시진 후, 백팔 번의 타종이 끝나자 소림의 문은 굳게 잠겼다. 그리고 노을이 소림을 붉게 물들였다.

 

 

 

 

 

2

 

 

 

 

 

“받게.”

 

“뭡니까?”

 

“소환단이네. 대환단만은 못해도 내상을 치료하는 데는 더없는 성약이지.”

 

유태청이 진용에게 소환단을 내밀자 정광이 목을 빼고 유태청의 손바닥을 쳐다봤다.

 

손바닥에는 두 개의 소환단이 들려 있었다.

 

“그게 저 유명한 소림의 소환단이란 말이오?”

 

목울대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마차를 흔들었다. 안 주면 잡아먹겠다는 듯한 눈빛이다.

 

유태청은 피식 실소를 흘리며 그중 하나는 진용에게, 다른 하나는 정광에게 내밀었다.

 

“어르신은?”

 

“마침 세 개 얻었네. 나는 이미 복용했으니 걱정 말게.”

 

“아이고! 감사합니다, 어르신!”

 

살아 돌아온 조상보다 더 반갑다는 듯 정광이 유태청의 손에서 소환단 한 알을 집어 들었다.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내상을 치료하는데 운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성약이라는 소환단이 눈앞에 있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 건가.

 

“오늘 소림에서 있었던 일을 함구한다는 대가로 준 것이야. 물론 나야 본래부터 말할 생각이 없었지만, 자네도 입을 다물어줬으면 싶네.”

 

“제가 뭐 아는 게 있어야 말이죠.”

 

“혹시라도 알게 된다면 말일세.”

 

나중 일은 하나도 무섭지 않은 사람이 정광이었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원시천존의 이름을 걸라면 걸겠습니다.”

 

승려가 부처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다는 거와도 같았다. 어이가 없는지 끝내 유태청의 입에서 웃음이 나왔다.

 

“허허, 그 사람 참…….”

 

그런 유태청을 바라보는 진용의 눈빛이 흔들렸다.

 

웃지만 웃는 게 아니다. 울지 못해 웃는 것이다. 

 

진용이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친한 사람이 처참하게 죽었는데 어찌 웃음이 나올까.

 

게다가 소환단을 복용했다고 했는데도 몸이 나아진 것 같지가 않다. 그만큼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내상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하긴 얼마나 급했으면 먼저 복용을 했을까 싶다.

 

‘당분간 싸움을 피하고 운기부터 하시게 해야겠군.’

 

하지만 진용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요료가 유태청에게 준 소환단은…… 처음부터 두 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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