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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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26화
신룡전설 2권 - 1화
第一章. 도황 구양무휘의 전인!(1)
“풍운신검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인지를 확인한다… 그래,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지 아닌지의 결정 여부를 떠나서 어떤 식으로 확인을 할 생각인가?”
유석군의 물음에 왕무적이 간단하게 답했다.
“그건…….”
말을 하며 왕무적은 자신의 왼쪽 허리에 걸어두고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휙휙! 휘두르며 빙긋 웃었다.
“이걸로 쳐보면 될 거예요.”
“…….”
“…….”
모든 이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천하이십육병의 하나인 풍운신검을 녹이 잔뜩 슬어서 슬쩍 건드려도 부서져버릴 것만 같은 도로 내려쳐 확인을 해본다니! 만약 그렇다면 확인을 하는 즉시, 풍운신검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 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에 왕무적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물었다.
“안 되는 거예요?”
“…….”
“…….”
왕무적의 모습을 보며 허풍도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턱.
‘이크!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이거 원!’
막무가내로 풍운신검을 보여 달라고 고집을 부리던 때보다야 나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꼬박꼬박 물어보며 행동할 필요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헉! 어디서 살기가……!!’
허풍도는 자신을 향해서 밀려드는 살기의 주인공이 육소빈임을 알고 목을 움츠렸다.
[인(忍), 의(義), 예(禮), 지(智), 신(信)? 아주 잘도 가르쳤군요! 적랑을 천하제일의 바보로 만들어놓을 일 있어요!! 저게 뭐예요! 그리고 오상(五常)의 ‘인’은 참을 인(忍)이 아니라 어질 인(仁)이잖아요! 엉터리 같으니라고!]
육소빈의 분노에 찬 전음에 허풍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끙…….”
누가 봐도 왕무적의 모습은 바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좋게 좋게 생각하면 예의를 차리는 순진무구한 모습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비웃음을 흘리며 왕무적을 바라볼 뿐이었다.
‘제길! 아무래도 용(勇)을 추가해서 가르쳐야겠어! 아니야,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으으…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면서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거지?’
허풍도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왕무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석군이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그런 도(刀)로 풍운신검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인지를 확인하겠다? 그렇다면 답은 뻔히 나온 것이겠군.”
“……?”
유석군의 말에 왕무적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자네는… 풍운신검을……. 아니지, 다른 물음을 해보지. 풍운신검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라면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유석군의 물음에 왕무적이 곧바로 대답했다.
“되도록이면 제가 가지려고 하는데요? 아! 그냥 갖겠다는 건 아니고… 돈을 주고 사려고 하는데요.”
물건을 사도 돈, 밥을 먹어도 돈, 잠을 자더라도 돈!
세상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임을 확실하게 깨달은 왕무적이었기에 그로서는 최대한 많은 돈을 주고 풍운신검을 갖고자 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것이 그렇게 생각처럼 간단한 것이던가?
“저런 미친놈!”
“완전히 정신이 나간 놈이로군!”
“허! 풍운신검을 사겠다고? 풍운신검이 얼마나 대단한 무가지보인지 알기나 하고 저딴 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일성검문 무인들의 욕설에, 왕무적은 그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멀뚱히 그들을 바라봤다.
‘돈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
왕무적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일성검문 무인들의 욕설은 점점 심해졌고, 그것을 듣기가 힘들 정도로 거북해지자 그의 얼굴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는 배운 대로 예의도 차렸는데… 여기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존중해줄 필요는 없네. 상대가 나를 무시하는데 계속해서 나 역시 그를 존중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네.’
학여민에게서 배웠던 것을 떠올린 왕무적의 파란 눈이 시리도록 빛났다.
“너희는… 존중 받을 자격이 없어.”
왕무적의 작은 목소리에 저마다 욕설을 퍼붓던 일성검문의 무인들과 그를 노한 얼굴로 바라보던 유석군이 두 눈에 의아함을 나타냈다.
“뭐라고?”
“방금 저 자식이 뭐라고 지껄인 거야?”
“너무 작아서 제대로 듣지를 못했는데?”
그러는 사이 왕무적이 유석군과 일성검문 무인들을 돌아보며 커다랗게 말했다.
“너희는! 존중 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어!!”
쩌저저저적!!
왕무적의 외침과 함께 그의 발밑부터 시작해서 방원 2장이나 되는 크기로 돌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헉!”
“저, 저!!”
“저, 저게 무슨!!”
왕무적의 파란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나풀거렸다.
엄청난 기의 파동!
일성검문의 무인들은 피부를 따끔따끔하게 만드는 기의 파동에 저마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어, 어떻게…….”
유석군은 자신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왕무적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름대로 자부했던 실력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벅저벅.
푸욱! 푸욱!
왕무적이 한 발,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돌바닥은 그의 발목까지 움푹움푹 파이고 있었다.
“저, 적랑…….”
갑작스런 왕무적의 변화에 육소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건 허풍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엔 한 가지의 일만이 맴돌기 시작했다.
천혈방과 하문검관의 흉수!
하문에 나타났었던 의문의 청발 사내!
‘설마… 설마……!’
허풍도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클어지는 사이, 왕무적은 유석군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풍운신검!”
단호한 음성!
지금까지 꼬박꼬박 멍청할 정도로 예의를 차리던 왕무적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어떠한 것이라도 자신의 뜻에 반(反)하는 것이 있다면 그대로 부숴버릴 것만 같은 강인함과 우직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유석군이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왕무적은 직접 그의 허리춤에 매어져 있는 풍운신검을 빼앗았다.
스릉!
“……!”
풍운신검의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사롭지 않은 예기는 천하이십육병이라는 이름에 조금도 누가 되지 않았다.
왕무적은 풍운신검을 가만히 바라보다 왼손으로 쥐었다. 그리곤 오른손으로 녹이 잔뜩 슨 도를 들고 힘껏 내려쳤다.
까앙!
순간적으로 눈을 감게 만드는 불꽃이 번쩍였다.
눈을 감았던 이들이 눈을 떴을 때, 왕무적은 손에 쥔 풍운신검은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유석군에게로 돌려주었다.
“……?”
“그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 아니야.”
말과 동시에 왕무적은 몸을 돌렸다.
유석군은 자신에게로 돌아온 풍운신검을 바라봤다.
“……!”
미세하게 금이 간 풍운신검!
풍운신검을 바라보는 유석군의 얼굴이… 한순간 왕무적의 힘에 압도되어 지배당했던 마음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놈을… 놈을…….”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유석군이 살기를 폭출시켰다.
“살려 보내지 마라!!”
“또 일이 벌어졌군!!”
허풍도는 결국 처음의 좋았던(?) 분위기가 흉포하게 변해버리자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물론 처음에는 왕무적이 배운 대로 잘 행동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에겐 세상 경험이 부족하기만 했다.
왕무적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유석군을 생각해서 풍운신검을 돈과 맞바꾸려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왕무적, 그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어떤 무인이라고 하더라도 천하이십육병을 돈과 맞바꾸는 바보 같은 행동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석군 같은 이에게 있어서 돈을 줄 테니 풍운신검을 팔라는 건 모욕이나 다름이 없었다.
‘무인들에게 있어서 무가지보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모를 줄이… 하긴 애초부터 알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테지. 다 내가 절정 소홀했던 탓이야!’
허풍도는 자신의 머리를 몇 차례나 쥐어박았다.
‘인의예지신? 제길! 허풍도야! 허풍도야! 진정 중요한 것이 무언지 넌 알지도 못했구나! 이 절정 어리석은 놈아!!’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라며 허풍도가 자책하는 사이, 일성검문 무인들이 정신을 차리곤 저마다 검을 뽑아들었다.
치릉! 치르릉! 치릉!
검을 뽑아들고 자신을 노려보는 일성검문의 무인들을 보면서 왕무적은 얼굴을 살짝 일그러트렸다.
‘어째서… 모두 나와 싸우려고만 하는 거지?’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싸움을 걸어왔다. 당시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단순하게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라는 생각뿐이었지만,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자 왕무적 스스로도 뒤를 돌아보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계속 생각해봤지만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상대가 아버지를 욕했기에 그에 맞는 복수를 했을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기 때문에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찾아가 확인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행동이 너무나 막무가내라는 말에, 배운 대로 정중하게 예의를 차려서 행동했다. 또한 풍운신검을 갖기 위해서 그 대가로 돈을 준다고 했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왕무적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왕무적은 인간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곳인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허 아저씨에게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생각을 마친 왕무적은 이내 파란 눈을 빛내며 일성검문 무인들을 바라보다 유석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데,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
“네놈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겠다.”
“……!”
“무, 문주님!”
“문주님!!”
유석군의 말에 모든 무인들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풍운신검을 바라봤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기만 했다.
그런데 어째서?
“난 죽지 않아!”
왕무적의 외침에 유석군은 풍운신검의 검병을 으스러질 정도로 움켜쥐며 대꾸했다.
“그렇다면 내가 죽겠군.”
“문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총관을 비롯한 모든 일성검문 무인들은 잘 들어라! 오늘 일성검문은!!”
꿀꺽!
유석군은 검으로 왕무적을 겨누며 진득한 살기와 함께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멸문을 하는 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놈을 죽여야 한다.”
“……!”
“……!”
유석군의 말에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오로지 한 사람, 왕무적만이 이마를 찡그리며 서 있을 뿐이었다.
‘제길! 이거 일이 점점 커져버렸군!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