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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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25화
신룡전설 1권 - 25화
진주언가가 어디던가!
중원무림에 우뚝 솟은 팔대세가 중의 한 곳으로, 가주인 진천신권(震天神拳) 언양걸은 무림 30대 고수 중의 한 사람으로 결코 쉽게 죽을 인물이 아니다.
오랜 침묵이 흐르고 난 후에야 허풍도가 물었다.
“흉수는 누군가?”
이번에도 황정기는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참극이기도 했지만, 생존자가 단! 한 사람도 없기에 흉수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네.”
“허! 진주언가가 그런 참변을 당할 줄이야…….”
“그러게 말일세.”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천혈방과 하문검관의 일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진주언가의 일은 보통 사안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림 전체가 들썩거릴 만한 대 사건이었다.
“흉수를 알 수 없는 사건이 두 건이나 일어나다니…….”
황정기가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비응보(飛鷹堡)에 의하면, 각각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특이한 사항이 있었다고 하더군.”
“특이한 사항?”
“백발과 청발.”
“백발과 청발?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린가?”
허풍도의 물음에 황정기가 습관적인지 주변을 둘러보곤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하북성(河北省) 진주(晉州)에는 백발의 인물이, 복건성 하문에는 청발의 인물이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갑자기 나타났었다고 하더군. 워낙에 특이한 인물들이라서 눈에 띄었던 모양이야.”
“둘 모두 외지인이었던 모양이지?”
“그렇지 않다면 눈에 띌 이유가 없지 않은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황정기의 말에 허풍도는 히죽 웃기만 했다.
“그럼 비응보에서는 그 백발과 청발의 인물을 흉수로 생각한단 말인가?”
“아무래도 머리카락 색이 그렇다는 것은 특이한 무공을 익혔다고 볼 수도 있고, 외지인이니…….”
정확하게는 확답을 못하는 황정기의 모습에 허풍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발과 청발이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흉수가 아니라면 절정 난감하겠군! 으하하하하!!”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맘 편하게 생각하는 허풍도의 모습에 황정기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자네와 함께 하는 그 청년도 청발이라네. 그리고… 하문시에 나타났던 청발의 사내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사내이기도 했지만 눈동자까지도 파란 색이었다고 하던데?”
“으하하……! 그, 그게 무슨 말인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급히 묻는 허풍도를 보며 황정기가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놀라기는! 걱정 말게. 하문에 나타났던 그 청발의 사내가 자네와 함께 있는 그 청년은 아니니까.”
“잉?”
“천혈방과 하문 검관의 관주를 죽이고, 하루 이틀 만에 하문에서 이곳 복주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나?”
“……?”
쪼르르르르…….
황정기는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시간상으로 절대로 맞을 수가 없어 비응보에서도 자네와 함께 있는 청년에 대한 의심은 이미 오래전에 접었다네. 그자에게 날개라도 있어서 새처럼 날아다닌다면 몰라도… 하루 이틀 만에 하문에서 복주까지 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황정기의 말에 허풍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긴…….”
대답을 하면서도 허풍도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찜찜했다.
‘기분 탓이려나?’
이내 허풍도는 해맑은 왕무적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럴 리 없지!’
그렇게 생각하던 허풍도는 일성검문을 무지막지하게 몰아붙였던 왕무적의 모습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황정기의 물음에 허풍도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술잔을 들이켰다.
‘하문에서 하루, 이틀 만에 올 리가 없지! 그럼! 그런 인간이 있을 수 없어!’
허풍도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하며,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허풍도가 황정기와 만나고 3일이 흘렀을 무렵에야 전 무림에 진주언가의 멸문 소식이 알려졌다.
무림 전체는 충격에 휩싸였다.
진주언가는 명실상부 무림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무림세가를 대표하는 8개의 가문 즉, 무림 팔대세가 중의 한 곳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진주언가의 가주인 진천신권 언양걸은 무림 30대 고수 중의 한 명으로, 이미 무위가 초절정의 정점에 올라선 인물이니, 그와 그의 가문의 멸문은 무림을 충격으로 몰아넣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진주언가를 멸문시킨 흉수가 누구인지, 그 수가 얼마인지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남지 않았기에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면, 진주언가와 동급의 무림문파나 무림세가는 언제든지 진주언가를 멸문시킨 흉수에게 소리 소문 없이 당할 수 있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진주언가의 멸문 소식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일까? 상대적으로 천혈방과 하문 검관의 소식은 조용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주인공은…….
약속한 열흘.
“꼭 오늘 가야 해?”
육소빈의 물음에 왕무적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고 했어. 내가 열흘 후에 찾아간다고 했으니 오늘 꼭! 가야만 해. 그렇죠, 허 아저씨?”
“무, 물론이지!”
왕무적의 물음에 허풍도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좋은 거 많이 가르치셨네요?]
육소빈의 전음에 허풍도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왕무적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일성검문을 향해 걸었고, 그 뒤를 육소빈과 허풍도가 따랐다.
열흘이라는 시간은 짧기도 하지만, 길다만 길기도 한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왕무적은 허풍도와 학여민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고, 하루하루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왕무적이 일성검문의 정문 앞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일성검문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로 그가 오기만을 바라보던 정문 위사들의 재빠른 행동이었다.
“문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중한 정문 위사의 말투에 육소빈과 허풍도는 동시에 생각했다.
‘흥! 감히 적랑에게 허튼 수작을 부리기만 해봐라!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음… 쇄천검 유석군이 역시 소문대로 그리 만만한 사람은 아니란 소린데…….’
그러는 사이, 왕무적은 정문 위사에게 고맙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정문을 넘었다.
정문을 넘기가 무섭게 양쪽으로 길게 도열한 일성검문의 무인들의 모습에 육소빈은 눈을 매섭게 치켜떴고, 허풍도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무인들을 주시했다.
왕무적은 무장을 하고 미동도 하지 않고 양쪽으로 서 있는 일성검문의 무인들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와아~ 멋있다!”
“…….”
“…….”
왕무적의 감탄에 그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멍청하게 변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적랑!”
육소빈의 부름에 왕무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응?”
지금의 상황이 무력시위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육소빈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뭘 가르치는 거예요!]
육소빈의 전음에 허풍도는 작게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 왜 이래! 나도 절정 노력하고 있다고!’
왕무적이 그렇게 천진한 얼굴로 감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주 묵직하면서도 상대로 하여금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기분 좋은 음성이 들려왔다.
“자네가 풍운신검을 보여 달라고 했나?”
도열한 무인들의 가장 끝에 뒷짐을 쥐고 서 있는 50대 중반의 중년인이 왕무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허리에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한 자루의 장검이 매여 있었다.
“응! 아니! 예!”
단순히 머리가 하얗고 검고를 따져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운 왕무적은 급히 대답을 바꾸었다.
왕무적의 기괴한 대답에 중년인은 스치듯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일성검문의 문주, 유석군이네.”
“나는 왕무적! 아니! 저는 왕무적입니다!”
“……?”
유석군은 왕무적의 계속되는 기괴한 행동에 자신의 곁에 서 있는 총관 손진악을 바라봤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듯하네만?]
유석군의 전음에 손진악이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열흘 전에는 저렇지 않았습니다.]
[음… 어쨌든 지켜보도록 하지.]
전음을 마친 유석군은 다시 왕무적에게로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풍운신검을 보고자 하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단지 풍운신검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인지 확인하면 됩니다!”
왕무적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허풍도를 바라봤다. 마치… ‘저 배운 대로 잘하죠?’라는 듯한 얼굴로 웃음까지 머금고.
‘쩝! 저걸 뭐라고 해야 할지! 절정 난감하군!’
허풍도는 저게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조금 모자라 보인다고 해야 할지 뚜렷하게 그 경계를 내릴 수가 없었다.
“풍운신검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인지를 확인한다……? 그래,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서 어떤 식으로 확인할 생각인가?”
유석군의 물음에 왕무적이 간단하게 답했다.
“그건…….”
***
왕무적이 일성검문을 찾아가 쇄천검 유석군과 만나는 그 시간.
“…….”
눈앞에 보이는 복주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사내.
큰 체격! 단단한 몸! 수많은 흉터! 여기저기 찢어지고, 먼지가 잔뜩 달라붙은 넝마와 같은 옷과 새롭게 생겨난 상처들!
누가 보면 필시 험한 꼴을 당했던가, 힘겨운 사투를 벌인 사람으로 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험한 꼴을 당하지도 않았으며, 힘겨운 사투를 벌이지도 않았다. 오직… 하문에서 여기까지 신법수련을 했을 뿐이다.
광투자 진평남!
그가 하문에서 복주까지 왔다.
“일성검문이라…….”
하문에서의 비무를 성사시키지 못한 진평남은 이곳 복주에서 반드시 일성검문의 문주인 쇄천검 유석군과 반드시 비무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지지 않는다!”
묵직한 음성으로 홀로 외친 광투자 진평남은 이내 복주성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2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