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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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24화
신룡전설 1권 - 24화
“예(禮)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네. 어떠한 상대든 그를 대함에 있어선 항상 존중해줘야 하는 걸 말하네. 상대의 나이가 많든 적든, 그의 사회적 위치가 높든 낮든, 그가 선인이든 악인이든, 그 외의 모든 상황들을 외면하고 오로지 그를 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대해줘야 함을 말하네.”
“아아…….”
“물론 그렇다고 한결같이 그를 존중해줄 필요는 없네. 상대가 나를 무시하는데 계속해서 그를 존중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네.”
“아! 그렇군요!”
왕무적의 대답에 육소빈의 어머니이자 황룡전장의 장주인 학여민은 작게 미소를 그렸다.
허풍도와 육소빈의 부탁으로 왕무적에게 예를 가르치게 되었지만 그것에 대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싫다거나 귀찮았던 적이 없었다. 자신의 말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빛내는 왕무적의 모습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얼굴만 아름다운, 겉만 번지르르한 사내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 솔직히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왕무적과 대면하면서 학여민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하얀 백지와도 같은 순수함을 지닌 사람이 바로 왕무적이었다. 그리고 하나를 가르치면 서너 개를 깨우치는 총명함은 자신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였다.
‘소빈이가 어디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남자 하나는 아주 잘 골랐단 말이야. 호호호!’
학여민은 장래의 사위가 될 왕무적이 보면 볼수록 좋았다. 만약 육소빈 정도의 나이였다면, 아니 십 년만 젊었다면 왕무적을 어떻게 해보려고 마음먹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사내였다.
“오늘은 끝입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학여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품 있는 웃음을 지었다.
“그렇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게.”
“예!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몸을 일으켜 꾸벅!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려는 왕무적의 모습에 학여민은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질문을 오늘이야말로 하고 말겠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자네에게 묻고 싶은 말이 한 가지 있는데… 괜찮겠나?”
“예, 괜찮습니다.”
환하게 웃는 왕무적의 모습에 학여민은 고맙다는 듯 살짝 눈웃음을 지어주곤 입을 열었다.
“우리 빈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왕무적.
학여민이 다시 물었다.
“빈이는 자네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는데, 자네는 어떤가?”
그제야 왕무적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소빈이를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
학여민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왕무적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럼 전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그러게.”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또다시 인사를 꾸벅! 하고 돌아서 방을 나가는 왕무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학여민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아직 남녀의 감정에 서툴다는 건가?’
왕무적의 대답이 어떠한 의미인지 단번에 파악한 학여민이었다.
‘…발목이라도 붙잡아야 하려나?’
학여민은 엉뚱한 생각까지 해대기 시작했다.
“빨리 가야겠다!”
타닥!
장원 내의 전각들의 기둥과 지붕 등등 발의 디딤돌이 될 만한 것들을 죄다 밟으며 앞으로 튀어나가는 왕무적을 보고서는 마당을 쓸던 한 명의 남자 하인이 슬쩍 고개를 들어 중얼거렸다.
“쩝! 도대체 그런 걸 배우는 게 뭐가 그렇게 좋다고…….”
학여민에게서 ‘예’에 대해서 배우고 나면 곧바로 허풍도에게 ‘지’를 배운다. 물론, 이제 고작 배움을 시작한 지 4일밖에 되지 않아 아는 것도 얼마 없었지만, 조금씩이라도 알아간다는 기쁨에 왕무적은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탁!
허풍도가 머물고 있는 방문 앞에 내려선 왕무적이 자신이 왔음을 알리기 위해 말을 하려던 순간.
“적랑!”
“아… 소빈!”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육소빈의 음성에 왕무적은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 공부할 시간이지?”
“응! 그런데 왜?”
왕무적의 물음에 육소빈이 그를 빤히 바라보다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그게… 괜찮다면 오늘은 그냥 나랑 놀면 안 될까?”
“나는 허 아저씨와 공부해야 하는데?”
왕무적이 곤란하다는 듯 말하자 육소빈이 고개를 떨구며 아주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오늘이 내 생일인데…….”
“생일? 태어난 날?”
왕무적의 물음에 육소빈이 환한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응.”
“그렇구나!”
이내 왕무적이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육소빈이 급히 그의 옷깃을 잡았다.
“적랑! 오늘이 내 생일인데…….”
왕무적은 왜 자꾸 자신을 방해하냐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래, 오늘이 소빈의 생일이라는 거 알았잖아. 그런데 왜?”
“그러니까… 오늘이 내 생일이니까…….”
끼익.
“오늘은 육 소저와 함께 하도록 하게.”
허풍도가 문을 나서며 말했다.
허풍도의 말에 왕무적이 깜짝 놀란 얼굴로 다급히 말했다.
“왜 그래야 합니까? 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왕무적의 강경한 어조에 허풍도는 얼굴 가득 흐뭇한 웃음을 그려냈다. 그 반면, 육소빈은 ‘흥!’ 하는 소리와 함께 왕무적을 쏘아보곤 몸을 홱! 돌렸다.
육소빈의 모습에 허풍도는 슬쩍 웃고는 왕무적에게 말했다.
“생일이란 절정 기념적인 날이라네.”
“……?”
왕무적은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안다는 사실에 눈을 빛내며 허풍도를 바라봤다.
“만약 자네가 육 소저와 만나지 않았다면 나와 만날 수 있었겠는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왕무적을 향해서 허풍도는 말을 이었다.
“또 육 소저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자네는 육 소저와 만날 수 있었겠는가?”
절레절레.
“그러니 생일이란 절정 중요한 법이네. 자네가 육 소저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그녀가 태어났기 때문이니 당연히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고, 함께 기념해야 하는 법이네.”
“아… 그렇군요!”
왕무적은 알겠다는 듯 환하게 웃음을 짓고는 몸을 돌려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육소빈에게 말했다.
“소빈! 생일 축하해!”
“흥!”
냉담한 육소빈의 반응에 왕무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허풍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허풍도는 두 사람의 모습에 실실 웃음을 흘리다가 왕무적에게 잠시 방에서 이야기 좀 하자는 말을 하고는 그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흥! 바보!”
왕무적이 허풍도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가자 육소빈이 슬쩍 눈을 흘기며 중얼거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감사합니다!’라는 왕무적의 활기찬 음성과 함께 그가 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여전히 방 앞에서 삐친 듯 서 있는 육소빈을 향해서 다가갔다.
“소빈, 미안. 내가 생일이 뭔지 잘 몰라서.”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왕무적의 모습에 육소빈은 이번에도 대답 대신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공부 안 하고 소빈과 놀아줄게!”
왕무적의 말에 육소빈은 아주 약간 마음이 풀렸는지 슬쩍 그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방긋!
환하게 웃음을 짓는 왕무적의 모습에 육소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날 즐겁게 해줘야 해. 알았지?”
“응!”
왕무적은 이내 육소빈의 손을 잡고 힘차게 달렸다.
그렇게 황룡전장의 정문을 넘어선 왕무적은 이내 달리던 발걸음을 뚝! 멈추고 말았다.
“왜 그래?”
육소빈의 물음에 왕무적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어디로 가?”
“…….”
第十四章. 세상을 배우다(2)
“풍도! 이거 얼굴 잊고 살겠는데?”
허풍도는 황정기의 말에 피식 웃었다.
“요즘 내가 절정 재밌는 일을 하는 중이라서 어쩔 수 없어.”
“큭큭! 황룡전장에 웬 대단하신 대학사(大學士)께서 나타났다고 하더니… 그게 설마 풍도, 자네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빈정거리고 있음을 알면서 허풍도는 씨익 웃었다.
“그 대단하신 대학사가 자네 눈앞에 있지 않나! 으하하하하!!”
“대단하구먼! 큭큭!”
“나야 원래부터 절정 대단했으니! 으하하하하!!”
털썩!
허풍도는 이내 황정기의 곁에 나란히 앉아서 그가 건네는 술잔을 받아들었다.
“요즘엔 뭐 특별한 일 없나?”
술을 들이키며 묻는 허풍도의 모습에 황정기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복주 제일이라고 자부하던 자네가 지금 나에게 묻는 건가?”
“이거 왜 이러나? 자네와 나는! 절정 친한 사이가 아닌가! 으하하하하!!”
허풍도의 말에 황정기가 더욱더 인상을 구겼다.
“절정 친한 사이는 무슨!”
황정기가 인상을 구기든 말든 허풍도는 그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고, 그 모습에 황정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주 큰 건이 두 개 있기는 하지.”
“큰 건이 두 개씩이나?”
허풍도의 눈이 번뜩였다.
황정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주변을 둘러본 후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차피 알게 될 일이지만… 하문시에 있는 하문 검관과 천혈방이 웬 정체 모를 인물에게 처참하게 아주 처참하게 당했다고 하더군.”
허풍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문 검관? 잘 들어보지 못한 곳이군. 하지만 천혈방은 하문시에서 꽤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 아닌가? 더군다나… 철혈검 자형광의 경우는 복건성에서 알아주는 검의 고수이지 않던가?”
허풍도의 말에 황정기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그 말일세! 철혈검 자형광은 엄연히 절정고수라네. 그런데 그런 그가… 죽었네. 그뿐만이 아니라, 천혈방은 그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정도로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네!”
허풍도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
“세상에!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황정기는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서는 그게 오리무중이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하문 검관의 막내아들이 그자에게 당해서 무공을 전폐당하고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고 하는데… 그가 도통 입을 열지 않는다고 하더군.”
“입을 열지 않아?”
“그렇다네! 하문 검관의 관주이자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음에도 그가 입을 열지 않는다고 하더군.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는 황정기의 모습을 보며 허풍도가 물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천혈방과 하문 검관이 그런 꼴을 당했단 말인가?”
황정기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알 수 없네.”
“그것 참! 절정 이상한 일이군!”
말을 마친 허풍도는 빤히 황정기를 바라봤다. 그게 어서 두 번째 이야기를 꺼내라는 허풍도의 행동임을 알기에 황정기는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진주언가(晋州彦家)가 멸문을 당했네.”
“……!”
황정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눈을 부릅뜨는 허풍도.
“이틀 전이라고 하더군. 아주 깨끗하게… 개미 한 마리조차도 남기지 않았다고 하더군.”
“거, 거짓말…….”
대꾸하는 허풍도의 음성이 잘게 떨렸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네. 아마 조만간 무림이 크게 들썩일 것이야. 팔대세가(八代世家) 중의 하나인 진주언가가 멸문을 당해버렸으니.”
허풍도는 황정기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