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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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22화
신룡전설 1권 - 22화
왕무적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파란 눈동자를 빛내며 소리쳤다. 그런 그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손진악은 개의치 않고 대답했다.
“풍운신검이 천하이십육병의 하나라는 건 알고 있을 테지?”
“물론이지!”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왕무적.
“그럼 천하이십육병이 어떠한 것들인지 모두 알고 있나?”
절레절레.
손진악의 물음에 왕무적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데.”
이미 예상했다는 듯 손진악은 곧바로 대꾸했다.
“천하이십육병 중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불리는 병기가 있다.”
손진악의 말에 왕무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급히 물었다.
“정말? 그게 뭔데?”
“용린마간(龍鱗魔干).”
“용린마간?”
왕무적의 되물음에 손진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린마간이야말로 어쩌면 네가 찾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일지 모른다. 지상제일의 방패! 천하제일인의 검도, 도도, 창도! 절대로 부술 수 없다는 무적의 방패! 그게 바로 천하이십육병의 오기 중의 하나인 용린마간이다.”
손진악의 설명에 왕무적은 살짝 흥분한 얼굴로 급히 물었다.
“그건 어디에 있는데?”
“그건 나도 모른다.”
“아…….”
왕무적은 실망스런 표정으로 손진악을 바라봤다.
“천하이십육병은 언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병기들이다. 본래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병기들이며, 그것들이 언제부터 무림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는지도 알 수 없는 병기들이지.”
손진악의 말에 왕무적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원래부터 주인이 없던 거네?”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손에 쥐고 있는 자가 주인이 되기도 하며, 빼앗으면 그자가 주인이 되기도 하고, 찾지 못하면 주인이 없는 셈이기도 한 것이지.”
잠시 생각하던 왕무적이 물었다.
“그렇다면 현재 용린마간은 누구의 손에도 없다는 말이야?”
“그렇다.”
왕무적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으음… 그럼 소용없는 일이잖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용린마간을 내가 어떻게 찾아? 그리고 용린마간이 천하에서 가장 단단한 방패라는 것도 단순히 소문일 뿐이지?”
“음…….”
왕무적의 물음에 손진악은 확실한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천하이십육병이 우선적으로는 가장 단단한 물건이 맞잖아?”
손진악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왕무적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난… 풍운신검부터 확인을 해야 해. 문주는 어디 있지?”
왕무적의 고집스런 눈빛에 손진악은 한참 만에 대답했다.
“문주님은 무림맹 복건성 지부로 가셨다.”
“무림맹? 복건성 지부?”
왕무적의 물음에 손진악은 그가 무림맹에 대해서 아는 바가 하나도 없음을 알아차렸다.
“무림맹은…….”
“적랑, 없다니까 이만 돌아가자.”
지금까지 묵묵히 듣고 있던 육소빈이 왕무적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난 풍운신검을 확인해야만 하는데?”
“지금은 없다고 하잖아. 문주님은 언제 돌아오시죠? 이왕이면 그냥 대답해주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게 될지도 모르니까.”
육소빈의 말에 손진악이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열흘 후.”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육소빈은 이내 왕무적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지? 열흘 후에 온다고 하니까 그때 다시 오도록 하자. 어차피 지금은 여기에 있어봐야 소용도 없어. 그렇죠?”
손진악이 고개를 끄덕이자 왕무적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열흘 후에 다시 온다.”
말을 마친 왕무적은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 미련도 남아 있질 않은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육소빈이 손진악을 향해서 말했다.
“오늘의 일… 어쩌실 생각이죠?”
“무슨 뜻이지?”
“설마 경비 무사와 실랑이 좀 있었다고 보복을 할 생각은 아니겠죠?”
육소빈의 말에 손진악은 매섭게 눈을 부라렸다가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저 정도의 고수에게 보복을 하려고 한다면 큰 피해를 입거나, 동급의 고수가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본문에는 문주님을 제외하면 그런 고수가 없으니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할 수 없다.”
손진악의 말에 육소빈이 씽긋 웃었다.
“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허튼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성검문에서도 풍운신검에 대한 소문이 되도록 늦게 퍼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어차피 경비 무사들이야 일성검문의 무인들이니 알아서 단속을 하시면 될 테니까.”
육소빈의 말에 손진악이 경직된 얼굴로 물었다.
“…협박인가?”
“글쎄요. 호호호!”
몸을 돌리는 육소빈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손진악은 그녀에게 물었다.
“그는… 누구지?”
육소빈이 고개만 살짝 돌리며 말했다.
“왕무적! 무림의 새로운 용(龍)이죠.”
정문을 나가는 육소빈의 모습을 바라보며 손진악은 중얼거렸다.
“왕무적… 새로운 용… 신룡(新龍)이라…….”
손진악은 한참을 가만히 서 있다가 급히 무림맹 복건성 지부를 향해 전서구를 날려 보냈다.
“으음…….”
“왜 그러죠?”
육소빈의 물음에도 허풍도는 그저 왕무적의 뒷모습만을 빤히 바라봤다.
일성검문에서 난동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왕무적이다. 그런데 그가 지금은 그런 행동을 했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박한 얼굴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절정 난감하군.”
“왜 그러냐니까요?”
허풍도는 이내 육소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육 소저는 그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적랑이요?”
“그렇소.”
“적랑의 행동이라면…….”
육소빈이 말끝을 흐리자 허풍도가 대신 말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힘을 믿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오.”
허풍도의 말에 육소빈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 말은 조금…….”
“그를 감싸려고 하지 마시오. 제 삼자인 내가 보기엔 그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
허풍도의 진지한 어조에 육소빈은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시선을 돌려 왕무적을 바라봤다. 마침 그는 한 상인과 뭐라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육소빈이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많은 적을 만들겠죠.”
사실, 육소빈은 허풍도보다도 먼저 왕무적의 행동에 대해 약간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가 순수한 마음으로 행동했다고 하지만, 그건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용납되지 않은 행동들이었다.
직접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왕무적은 상대로 하여금 불쾌감은 물론, 수치심과 모욕감까지도 느끼게 만드는 행동을 일삼고 있었다.
또한 왕무적이 했던 일-하문 검관의 가보를 부러트린 일-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의 잘못이었다.
허풍도가 왕무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한다면, 무림맹은 결코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많은 무림인들로부터 절정 지탄을 받게 될 것이 뻔한 일이오. 육 소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잘 알리라 생각하오.”
“…….”
육소빈은 굳이 입 밖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허풍도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그는 아주 깊은 산속에서 그의 부모와 그것도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살다 나온 것 같은데… 내 말이 맞소?”
“산속이 아니라 외딴 섬이에요.”
“어쨌든 내 생각이 절정 맞았군!”
“적랑은 불쌍한 사람이에요.”
깊은 연민의 눈초리로 왕무적을 바라보는 육소빈의 모습을 보며 허풍도가 물었다.
“그가 불쌍하다고 해서 이대로 내버려 둘 작정이오? 이대로 내버려 둬봐야 결과는 뻔한 것인데.”
“그건…….”
“나와 육 소저가 해봅시다.”
허풍도의 말에 육소빈이 그를 바라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배우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배우면 되는 것이오. 그때는 가르칠 사람이 없어서 배우지 못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가르칠 사람이 있지 않소?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를 모를 뿐이지. 그걸 알면 반드시 고치리라 나는 절정 믿고 있소!”
확신한다는 듯 단언하는 허풍도의 모습을 보며 육소빈은 그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육소빈은 이미 왕무적에게 세상의 일부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들였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착하고 순수한 심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육소빈은 지금의 왕무적도 좋았다.
세상에 물들지 않고 항상 웃으며, 세상 모든 것을 보이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그의 순수함이 좋았다.
세상이 보이는 것처럼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육소빈은 그런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왕무적을 통해서 세상을 순수하게만 느껴보고 싶은 육소빈이었다. 이미 세상에 물든 자신으로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경험을 그를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이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죠? 그리고 솔직히 무림맹이 적랑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거나 무림인들이 지탄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아닌가요?”
허풍도는 아련한 눈으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내 꿈이었소.”
“……?”
“천하를 활보하며 협의(俠義)를 떨치고, 수많은 기인이사(奇人異士)들과 친분을 맺으며 이름을 드날리는 것이 바로 내 꿈이었소. 하지만 뭐… 지금은 이런 꼴이 되고 말았지만.”
씁쓸하게 웃는 허풍도를 바라보며 육소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재 그의 모습을 비웃을 자격이 그녀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통해서 내 꿈이 얼마나 멋진 꿈이었는지를 절정 느껴보고 싶소!”
환하게 웃는 허풍도를 보며 육소빈이 살짝 아미를 찌푸리며 핀잔을 주려고 했지만, 한 발 늦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왜 상관이 없겠소? 내가 그의 일을 도와주기로 약속한 마당에 그 화가 나한테까지 미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겠소?”
“…결국은 그거였나요?”
육소빈의 쌀쌀맞은 음성에도 허풍도는 개의치 않고 대답했다.
“사람에겐 각자 저마다의 생존방식이 있는 법이라오, 육 소저! 으하하하하하!!”
“흥!”
육소빈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