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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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6화
신룡전설 1권 - 16화
천하제일창(天下第一槍)!
절대신창(絶代神槍) 파도옥!
그리고… 뇌정칠절창(雷霆七絶槍)!
“아니야… 그래, 아니야…….”
자형광은 이내 아니라는 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로 왕무적이 펼친 창술이 뇌정칠절창이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검 한 자루로 천하제일인이 된 무인은 수도 없이 많았다. 도 한 자루로 천하제일인이 된 무인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단순한 육장(肉掌)만으로도 천하제일인이 된 무인도 있었다.
검(劍), 도(刀), 장(掌), 권(拳).
그런데 아주 오래전, 정확하게 950년 전에 한 자루의 창(槍)으로 천하제일인이 된 무인이 있었다. 그의 창은 당시 검신(劍神)의 검도, 도후(刀后)의 도도, 장제(掌帝)와 권왕(拳王)의 강인한 육장도 모두 부러트리고, 꺾으며, 꿰뚫어버렸다.
천하제일창! 또는 고금제일창(古今第一槍)이라고까지 불리는 절대신창 파도옥! 천하를 한 자루의 창으로 꿰뚫어버린 한 시대의 절대자!
그는 오로지 하나의 창술만으로 천하에 우뚝 올라섰다. 그가 익힌 창술은 곧 고금제일의 창술이 되었고, 그로 인해 한때 창을 들고 무림을 활보하는 무인들밖에 보이지 않는 시기도 있었다.
절대신창 파도옥이 익힌 단! 하나의 창술!
9백 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많은 무림인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잊히지 않는… 아니! 잊힐 수 없는 무공!
“실전된 무공이다… 그럴 리 없어…….”
절대신창 파도옥이 죽고 난 후,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창술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다니! 아니다!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자형광은 자신이 착각했다고 믿었다.
“이, 이… 죽여 버려!!”
공포라는 감정이 아직까진 더 작았던가?
천혈방 무인 중의 하나가 거칠게 외쳤고, 그의 외침은 동료들의 공포를 잠재우고 분노를 일깨웠다.
“하아앗-!!”
“차핫!”
“우아아앗-!!”
저마다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천혈방 무인들을 보면서 왕무적은 첫 살인에 대한 후유증을 겪기보단 창을 움직였다.
뇌정칠절창(雷霆七絶槍)! 제삼초(第三招)!
뇌화분분(雷花紛紛)!
오른 발을 내민다.
그리고 창을 내지른다.
번- 쩍!
“크악!”
가슴을 꿰뚫린 천혈방 무인이 뒤로 날아간다. 그런데 꿰뚫린 그의 가슴이 이상하다. 마치 하나의 모양을 만들어놓은 것만 같다.
꽃! 그건 번개의 꽃이었다.
한 발에 한 번씩. 한 번 내지를 적마다 한 사람씩!
천혈방 무인들의 가슴에 꽃을 새겨 넣는 왕무적의 모습을 보며 자형광은 두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부릅떴다. 그리곤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외쳤다.
“뇌, 뇌… 뇌정칠절창!”
오랜 시간 침묵해 있던 고금제일창술이 다시 눈을 떴다.
덜덜덜덜.
공포에 사로잡힌 천혈방 무인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대, 대항할 수 없는 존재…….’
자신의 앞에서 창을 내지르며, 동료들을 처참하게 죽이는 왕무적의 모습은 흔한 말로 전신(戰神)이었다.
왕무적이 내지르는 창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전의 기운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벼락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욱 두려웠다.
“크아악!”
털썩!
가슴에 하나의 꽃 형상이 새겨진 또 한 명의 무인이 쓰러졌다.
즉사(卽死)!
굳이 확인하지도 않아도 될 정도로 왕무적은 정확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흠칫!
“……!”
시리도록 파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무인은 몸을 떨었다. 뒷걸음질을 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땅에 뿌리라도 박은 듯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저벅. 저벅. 저벅.
파란 눈동자를 빛내며 왕무적이 무인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갔다.
무인은…….
따앙.
“사, 살려…….”
검을 떨어트린 무인은 왕무적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죽이지 말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무인을 바라보던 왕무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랑… 싸우지 않아?”
처참한 살육을 벌인 사람치고는 음성이 맑다. 아니, 시원하다. 아니… 천진하다!
“…….”
잠시 멍하니 왕무적을 바라보던 무인은 급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나가도 괜찮다는 듯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왕무적은 씨익 웃었다.
“그래…….”
“아…….”
무인은 생각했다.
‘왜… 어째서 그의 웃음이 서글퍼 보일까?’
왕무적은 이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한 일을 바라봤다.
시체들… 조각난 시체들, 가슴이 뚫린 시체들.
“…우욱!”
왕무적은 식도를 타고 오르는 음식물을 쏟아냈다.
“우웩! 우웩!”
쉬지 않고 음식물을 토해낸 왕무적은 물끄러미 어딘가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이미 죽음이 무엇인지 그것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확실하게 배운 그였다.
슬퍼 보이는 파란 눈동자는 단순히 슬퍼 보이기만 할 뿐, 눈물 따윈 흘리지 않았다.
‘사내가 눈물을 보이는 꼴사나운 짓은 하지 마라!’
그날,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왕무적에게 아버지는 호통을 쳤다. 그날은… 아버지가 죽은 날이다. 그때 그는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한 방울도 떨어트리지 않았다.
“저, 저런 처참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 있다니! 천하에 다시없을 마두(魔頭)로구나!”
자형광의 외침에 왕무적은 그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날 죽이려고 했기에 죽였을 뿐이야!”
“흥! 그딴 변명으로 저들의 죽음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왕무적의 모습에 자형광이 소리쳤다.
“어림없는 소리!”
“그럼 너는 누군가 널 죽이려 하는데 그를 죽이지 않을 수 있어?”
“…….”
왕무적의 반박에 자형광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행동이다. 뇌정칠절창이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과 눈앞에 서 있는 새파랗게 젊은 놈이 그것을 익혔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했던 것이다.
이내 자신의 경솔함을 깨닫고 자형광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눈앞에서 수십 명의 수하들이 죽음을 당했지만, 그런 것보다는 어떻게 왕무적이 뇌정칠절창을 익혔는지가 더욱 궁금했다.
“뇌정칠절창은 어디서 배웠느냐?”
흥분한 모습을 싹! 지워버린 자형광이 물었다.
“뇌정칠절창?”
왕무적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형광을 바라보다가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는 하나의 창법에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아! 뇌정칠절창!”
자형광이 허겁지겁 물었다.
“어디서 익혔느냐? 아니, 누가 가르쳤느냐?”
“아… 그건…….”
말을 하려던 왕무적이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모든 것은 용이 한 일이다. 하지만 대답을 하자면 용에 대해서 말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머리가 너무나도 아팠기에 왕무적은 말을 할 수 없었다.
“빨리 대답해라!”
자형광의 재촉에 왕무적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
“이놈이! 당장 대답해라!”
“안 돼! 말할 수 없어!”
“…….”
말을 하려던 왕무적이 갑자기 대답을 못하겠다고 나오자, 자형광은 살기충천한 모습으로 그를 노려봤다.
스르릉.
“말을 하지 않겠다면… 말을 하도록 만들어주지.”
왕무적이 제아무리 뇌정칠절창을 익혔다고 하더라도 자형광은 자신이 있었다.
검으로 말을 한다면 복건성에서 손에 꼽히는 고수가 바로 자신이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을 믿었고, 실질적으로 왕무적을 주시하면서 그가 뇌정칠절창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뇌정칠절창이라… 이거 흥분되는군.”
자형광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놈을 잡아 뇌정칠절창에 대해서 모두 알아내겠다!’
지금에 와서 뇌정칠절창을 익힐 수는 없겠지만, 고금제일의 창법이라 불리는 무공인 만큼 자신의 무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자형광이었다.
그리고 설사 그렇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뇌정칠절창이라면 그 값어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 분명했기에 이래저래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왕무적은 자형광이 검을 빼어들자 창을 등 뒤로 꼽았다.
“……?”
왕무적의 행동에 자형광은 의문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맨손으로 싸울 듯이 자세를 취하자 분노한 얼굴로 외쳤다.
“놈! 감히 날 상대로 맨손으로 싸우겠다는 거냐!”
이에 왕무적은 대답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그래!”
“이… 이……!”
이런 모멸감을 언제 느껴봤을까 생각하며 자형광은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슈아아악-!
하얀 백색 검기가 왕무적의 양 어깨를 노리고 날아갔다.
날아드는 백색 검기에 왕무적은 곧바로 양손을 털어냈다. 이번엔 단전에서부터 시작된 뜨거운 기운이 몸속에서 소용돌이를 치기 시작했다.
퍼펑-!!
“음?”
자형광은 자신이 날려 보낸 검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소멸되는 것을 보곤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검기라는 것이 그토록 간단하게 소멸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네놈! 무슨 짓을……!”
말을 하던 자형광의 눈에 핏빛으로 물든 왕무적의 양손이 들어왔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무공을 배우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사부가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혈수(血手)… 그래, 혈수! 무림에 혈수가 나타나면 무림뿐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피로 물들 것이다. 너는… 너는 혈수를 보거든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도망쳐라.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혈수!
천마혈강수(天魔血罡手)! 혈수마라강(血手魔羅罡)! 혈왕진혼권(血王鎭魂拳)! 천마혈풍장(天魔血風掌)!
무림 4대 금기 수공(手功)!
익힌 자들 모두가 심마(心魔)에 빠져 무림을 피로 물들인 최악의 마공(魔功)!
그중 하나가 지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도, 도대체 너, 너는… 누, 누구냐?”
자형광의 물음에 핏빛 손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며 왕무적이 대답했다.
“나? 나는… 왕무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