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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11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11화

 

111화

 

 

 

 

 

 

 

자신에게 한 말일까, 여인에게 한 말일까?

 

그때다. 청의인의 말을 들었는지 저만치 앞서가던 말들이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은성여가 고개를 돌리고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죠?”

 

청의인이 어깨를 한 번 으쓱 들어 올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흥! 겁먹었나요? 왜 말을 못하죠?”

 

청의인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한마디 더 했다.

 

“앉아서 오줌 싸는 사람들하고 싸우면 남는 게 없다고 들었거든.”

 

은성여의 싸늘한 얼굴에 홍조가 어렸다. 차마 들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그녀의 깨물린 입술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러자 이때라는 듯 남궁도가 말 머리를 잡아 돌렸다.

 

“감히! 어디서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는 것이냐?”

 

남궁도는 청의인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 노호성을 내지르며 말 등에서 몸을 날렸다. 

 

누가 말릴 틈도 없었다.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은성여를 비롯해서 남궁현과 제갈 남매도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단 세 걸음 만에 청의인의 앞에 당도한 그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빠르고도 머뭇거림이 없는 깨끗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일은 그의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청의인은 남궁도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빤히 바라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젖히는 것만으로 위험을 해소시켰다.

 

단순하면서도 시기적절한 동작.

 

아무나 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었다. 흔들림없는 눈동자는 그가 운이 좋아서 피한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놈이!”

 

일 권을 허공에 날린 남궁도가 다시 공격을 가하자 청의인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순간 그걸 본 남궁현이 다급히 소리쳤다.

 

“도야! 멈춰라!”

 

막 두 번째 공격을 가해가려던 남궁도는 남궁현의 목소리에 잠깐 멈칫거렸다. 그렇다고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주먹을 날렸다.

 

‘제길! 형이 왜 나서는 거요?’

 

한 번도 형을 이겨보지 못한 남궁도였다. 무공이든 뭐든.

 

여인들의 눈이 형만 쳐다볼 때는 공연히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참았다. 참지 않고는 도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은성여만큼은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은성여는 내가 지킨단 말이오!’

 

퍽!

 

잠깐 정신이 흐트러진 사이 둔탁한 타격음이 고막을 울렸다.

 

처음에는 자신의 주먹이 상대의 얼굴에 꽂혀서 나는 소린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창자가 끊어질 듯한 통증. 맞은 사람은 자신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세 걸음이나 물러서 있다.

 

“이익!”

 

이를 악물고 앞을 바라보았다. 무심한 표정의 청의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비웃는 건가? 나 남궁도를?

 

남궁도는 빠르게 손을 등 뒤로 가져갔다. 그때다.

 

“빼면 다쳐.”

 

청의인의 입술 사이로 무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형의 목소리도 들린다.

 

“물러서라!”

 

핏기가 가신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이게 무슨 꼴인가! 놈을 눕히기는커녕 오히려 당하다니!

 

챙! 검을 빼 들었다.

 

‘가만 두지 않겠다!’

 

하지만 남궁도는 검을 휘두를 기회가 없었다.

 

“물러서라 하지 않더냐!”

 

마상에서 신형을 날린 남궁현이 자신의 앞으로 내려서서 굳은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자신은 보지도 않은 채.

 

“형님!”

 

“네 상대가 아니다.”

 

내 상대가 아니라고? 내가 누군데?

 

미처 불만을 표할 사이도 없이 제갈수도 남궁현의 옆으로 내려섰다.

 

“남궁 아우, 잠시만 물러서게.”

 

남궁도는 일그러진 얼굴로 두 사람의 등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말 위에 앉아 있는 은성여를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다.

 

젠장! 제엔장!

 

“나는 남궁현이라 하오. 당신은 누구요?”

 

그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궁현이 나직이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강한, 그러면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바람이 일었다. 두 사람의 옷자락이 가늘게 흔들린다.

 

보이지 않는 기세의 충돌!

 

순간 청의인의 둥근 얼굴에 이채가 떠올랐다.

 

‘흠! 남궁세가의 창룡, 남궁현이 바로 이자인가? 제법인데?’

 

청의인이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제갈수도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나는 제갈수라 하오.”

 

‘지룡, 제갈수까지? 오늘은 운이 좋군.’

 

“뉘신지 물었소만.”

 

남궁현이 대답을 재촉했다. 암중의 격돌로 그는 눈앞의 인물이 결코 자신들보다 못하지 않은 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절로 주먹이 쥐일 정도.

 

청의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구양이라 하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남궁현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

 

“사문을 알 수 있겠소? 대단한 솜씨를 지닌 것 같은데.”

 

“사문이라고 할 것까진 없고, 그냥 집에서 배웠을 뿐이오. 아! 우리 집은 오죽장이라 하오.”

 

조금은 비틀린 대답. 그런데 오죽장(烏竹莊)?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다. 이자의 말은 사실일까?

 

“믿기 싫으면 믿지 않아도 되오. 그렇다고 우리 집 이름이 바뀌지는 않으니까.”

 

남궁현은 청의인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천무맹의 코앞이니 오늘은 그냥 보내 드리겠소. 하나, 오늘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오.”

 

“훗! 창룡과 지룡을 만난 날이거늘, 내 어찌 잊겠소? 뭐 그 동생이야 좀 그렇지만.”

 

도발적인 말투에 남궁도가 반응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 검은 네 놈의 머리를 잘라 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도야!”

 

남궁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전히 눈은 청의인에게 둔 채. 마치 청의인을 나무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형님! 저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남궁도가 반발했다. 그러나 남궁현은 그런 남궁도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세가를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좋으냐?”

 

“형님!”

 

그때 제갈수가 나섰다.

 

“도 아우, 일단 형님께 맡기고 물러서게.”

 

남궁도는 불길이 이는 눈으로 청의인을 바라보고는 홱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이미 상황은 자신의 손을 완전히 떠나 버렸다. 치욕을 만회할 기회도 주지 않고.

 

‘한구양이라 했나? 언제고 기회가 되면 죽일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청의인은 그런 남궁도를 비릿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뿐. 그는 곧바로 남궁현에게 고개를 돌려 버렸다.

 

“더 물을 것이 없다면 나는 가겠소.”

 

그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남궁현은 그가 가도록 그대로 놔두었다. 남궁도의 불타는 눈이 남궁현을 향했다.

 

“감히 본 가의 위엄을 해친 자를 그냥 놔둘 겁니까, 형님?”

 

입술을 짓씹으며 말을 내뱉는 남궁도의 질문에 제갈수가 답했다.

 

“그는 강하네, 남궁 아우. 자네 형님이 힘들어할 정도로.”

 

“예?”

 

“제갈 형의 말이 맞다. 그는… 강하다.”

 

나직이 말하는 남궁현의 눈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움켜쥔 주먹을 천천히 펴며 고개를 숙였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어찌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손가락 자국이 시퍼렇게 남아 있었다.

 

‘어쩌면 나보다도 더……. 대체 누구지?’

 

창룡의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정면대결은 피를 부를 것이고, 만약에라도 자신이 패배한다면 그것은 곧 정천무맹의 맹주이신 아버님의 위신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지금은 그냥 보낸다. 그러나…….’

 

이를 지그시 깨문 남궁현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에 올라탔다.

 

언뜻 약초 가게 앞에 서 있는 몇 사람이 보였다. 노인과 청년, 도인, 키가 큰 여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듯 보였지만 남궁현은 그들에게 쏟을 정신이 없었다. 한구양 하나만으로도 그의 머리는 꽉 차버린 것이다.

 

“가자,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언제 시비가 붙었냐는 듯 태연히 걸어가는 한구양의 입가로 어느 순간 가느다란 웃음이 그어졌다.

 

귓가에 전해지는 음성 때문이었다.

 

<저는 은성여라고 해요. 기회가 있으면 또 봐요.>

 

강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 한구양이 생각하기에 그녀는 그런 여자 같았다.

 

‘미안하지만, 나는 양다리 걸치는 여자는 싫어.’

 

그럼 어떤 여자가 좋지?

 

자신에게 물었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때 옆에서 조금 전에 한 번 들어본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란 추가 달리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동물이지.”

 

고개를 돌리자 텁수룩한 수염을 한 중년 도인이 약초 가게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정광이었다. 그는 한구양에게 한마디 하고 찡긋 웃었다.

 

하지만 뒤통수를 향해 날아오는 운아영의 얼음꼬챙이 같은 말투에 급히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흥! 누가 도장님더러 이해해 달라고나 했어요? 웃겨, 정말! 품속에 이상한 책이나 넣고 다니면서…….”

 

“원래 그런 양반이야. 이제 알았어?”

 

“너도 똑같아!”

 

이때라는 듯 나섰다가 정광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두충은 찔끔했다.

 

‘설마 내 보따리 속을 본 것은 아니겠지?’

 

한편, 진용은 힐끔 자신들을 바라보고 지나가는 한구양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약재상을 나서는 길에 뜻밖의 인물들이 대치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도굉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어? 저 꼬마들, 창룡 남궁현하고 지룡 제갈수잖아?”

 

‘저들이 오대세가의 후계자라는 오룡 중 두 사람?’

 

“기세 싸움하고 있는 놈은 누구지? 제법인데? 오룡을 상대로 조금도 꿀리지 않다니. 흠!”

 

대치는 예상과 달리 두어 번 주먹이 오가고 나서 싱겁게 몇 마디 말로 끝나 버렸다. 하지만 진용의 눈에는 결코 간단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주먹다짐은 그리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이어진 기세의 격돌!

 

주위의 대기가 일순간에 오그라들었다.

 

창룡과 겨루고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조금 득을 본 것 같았다. 저 청의인은 누구란 말인가?

 

제법 큰 덩치에 둥근 얼굴은 순박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그의 몸속에 갈무리된 기운만큼은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누군지 모르나 대단하군.”

 

유태청이 진정으로 감탄할 만한 자.

 

그가 남궁현을 눌러서가 아니다. 그의 진실 된 힘을 알기에 그러는 것이다.

 

진용은 한구양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사도굉에게 물었다.

 

“오죽장이라는 곳에 대해 들어봤나요?”

 

조금 전부터 이마를 찌푸리고 있던 사도굉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모르는 곳이 있다는 게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저 정도 고수를 배출할 정도면 분명 이름이 없는 곳은 아닐 텐데…….”

 

그때 유태청이 무거운 표정으로 나직이 입을 열었다.

 

“강호가 시끄러워지니 숨어 있던 용들이 모두 나오는 건가?”

 

그의 말은 단순히 몇몇 젊은 고수의 출현을 말함이 아니었다.

 

태풍이 불기 전에는 고요가 먼저 찾아온다 했던가?

 

당금 강호가 그러했다. 지난 삼십 년은 너무 긴 고요였다.

 

진용의 한없이 깊을 것만 같은 두 눈이 잘게 흔들렸다. 왠지 모르게 유태청의 말이 혈풍의 서곡처럼 들린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그 혈풍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일단 부딪쳐 보는 수밖에…….’

 

그렇게 또 하나의 인연이 스쳐 지나갔다. 

 

 

 

 

 

 

 

 

 

2장. 노인이 강한 것은 살아온 세월 때문이다

 

 

 

 

 

1

 

 

 

 

 

부우우! 부우우웅!

 

밤부엉이가 눈 부릅뜨고 울어대는 반월(半月) 야(夜), 정천무맹의 동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삼경이 다가오는 한밤중에 사대문 중 하나가 열린 적은 일 년에 손을 꼽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동문을 지키는 사람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늘 동문을 지키는 사람들은 일반 수문위사들이 아니었다.

 

평상시의 수문위사들은 아주 특별한 명령을 받았다. 자신들의 방에서 푹 쉬라는 명령을.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명령이었다. 그리고 이런 명령이 있을 때마다 특별한 일이 있음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자신들이 알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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