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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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105화
105화
“방치하다 보면 정파가 설 곳은 깊은 산속밖에 남지 않을 것이오!”
“대체 언제부터 마도가 공공연하게 설치고 다녔는지 원.”
“더는 안 되오! 알게 모르게 강호에 이름을 내민 마도문파가 수십을 헤아리고 있소. 아마 천혈교가 개파대전을 열면 그들이 모두 뭉칠지도 모르는 일.”
“그렇소! 아예 싹트기 전에 잘라 버려야 하오.”
“피를 보는 것은 원치 않으나,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리. 아미타불…….”
“무량수불. 허허허, 강호동도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어디 머리를 한번 모아봅시다. 천제성도 움직였다는데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터…….”
결국 원로원의 원주인 화산파의 전대 장로 허운자가 결론을 지으며 회의가 끝났다.
반대하면 마도에 동조하냐는 투의 말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마치 우리 문을 열어놓고 양 떼를 몰아넣으면서, 옆길로 새면 늑대라고 때려잡을 것 같은 분위기 말이다.
오죽하면 그동안 신중론을 주장했던 맹주 남궁창훈조차 제대로 말 한마디 못했을까.
그러나 정천무맹이 하지 말라 해서 천혈교가 개파대전을 취소하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멸마(滅魔)!
문제는 그들과 싸우기에는 그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은 한시가 바쁘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거늘.
제갈운문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동안 평화가 너무 길었던 탓인지도……. 후우,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광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일단 그 노인이 누군지부터 알아봐야겠군.”
다음 날 아침, 제갈운문은 산보 삼아 정천무맹을 나섰다.
정무관에 도착한 그는 제갈민이 보이지 않자 스스럼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오죽하면 서기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막아섰다가 그가 내민 패를 보고 몸이 굳어버렸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단순한 순찰이니까.”
그는 몸이 굳은 서기를 뒤로하고 곧바로 화령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때마침, 식사를 마치고 화령관으로 들어가는 진용 일행을 볼 수 있었다.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더할 수 없이 커진 눈을 유태청에게 고정시킨 채.
‘마, 맙소사! 저분이 어떻게 여길……!’
2
한 장의 서신이 하얀 옥수 위에 날개를 펼치고 내려앉았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서신이다. 어쩌면 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했던 서신.
그래선지 서신을 바라보던 여인의 눈이 격정으로 가늘게 떨렸다.
[햇살이 밝은데 초 소저는 뭐 하고 있나 모르겠군요. 혹시 나를 잊은 것은 아닌지요?]
처음부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잊을 수 있는 사람이라야 잊죠.”
[하 형이 귀찮게 하지는 않나요? 만일 귀찮게 하면 나에게 말하세요.]
“풋! 그 사람은 저를 귀찮게 할 틈도 없어요. 제가 워낙 많은 일을 시키거든요.”
[천혈교가 개파대전을 한다고 해서 지금 정천무맹에 와 있어요. 정광 도장님하고 두 위사 때문에 조금 소란스럽긴 하지만 별일은 없습니다. 하 낭자가 초 소저를 괴롭히기 전에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야 하는데…….]
초연향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진용이 서신의 서두를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말로 시작한 뜻을 모르지 않았다.
행여나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자신을 달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깊은 곳까지 마음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의 뜻대로 마음이 편해졌다. 멀리서나마 자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간의 아픔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언뜻 그녀의 웃음 진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녀는 손등으로 이슬을 찍어내고 다시 서신을 바라보았다.
[머지않아 천혈교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되면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정보가 모아지는 대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에라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거든 즉시 구룡상방을 떠나세요. 금의위를 찾아가 육천호를 만나면 보호받을 수 있을 겁니다.]
초연향은 점점 줄어드는 서신을 아까워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읽어갔다. 그러다 많은 망설임 끝에 쓴 것 같은 마지막 한 줄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에… 또… 보고 싶습니다.]
“저도… 보고 싶어요, 고 공자…….”
초연향은 그 한 줄을 보고 또 보고 질릴 때까지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밴 미소만 짙어질 뿐.
똑똑.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초연향은 차분히 서신을 접어 소매 속으로 집어넣었다.
“누구세요?”
“향 매, 나요.”
하군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소리를 죽여 부르는 목소리에 초조함이 담겨 있다.
“들어오세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군상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말.
“무슨 일이에요?”
“조금 전에 내전으로 송 상두가 잡혀 들어왔소.”
“예? 그분이 왜?”
“아직 그건 모르겠소. 혹시 주령이가 우리의 행동을 눈치 챈 것은 아닐지……?”
송 상두는 구룡상방의 십대상두 중 은밀히 초연향을 도와주는 송우경을 말함이었다.
그가 초연향을 도와주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초정명이 바로 그의 친구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송우경이 잡혀 들어왔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일단 왜 잡혀 들어왔는지를 알아야 해요. 송 상두님은 하남의 물자 흐름을 우리에게 알려주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그분을 잡아들이기에 명분이 부족해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향 매에게 말은 하지 않았는데, 낮에 한 가지 일이 더 있었소.”
“무슨 일인가요?”
“천화상단의 오진방 상두가 다녀갔소.”
초연향의 눈매가 가늘게 떨렸다.
“그가 왜 이곳에 왔다는 거죠?”
“겉으로는 주령과 탁인효 사이의 일 때문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소.”
“오라버니가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거든.”
단순한 말이었다. 그러나 초연향은 그 말에서 하군상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혼인을 논의하면서 빈손으로 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더구나 구령상방과 천화상단 사이의 혼인이라면 당연히 엄청난 선물이 오가야 맞다.
“그뿐이 아니오. 그는 주령과 큰형님하고는 오랜 시간을 이야기 나눴는데, 아버님 방에서는 일각도 되지 않아 나오더구려.”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일단 사람을 시켜서 송 상두님의 일을 먼저 알아보세요. 그래야만 우리가 움직일 방향을 잡을 수 있어요.”
“알았소. 내 곧 사람을 시켜 알아보리다.”
하군상이 나가자 초연향의 표정이 굳어졌다.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불안감. 아리하게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피 냄새였다. 그녀의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위험해!’
3
정무관에서 서쪽으로 오 리 정도를 가다 보면 제법 숲이 깊은 야산이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일대에서 가장 높고 험하다는 근석산의 줄기가 외따로 뻗어나가다 끝나는 곳이었다.
신시가 지나갈 무렵, 야산의 송림에 여덟 명의 인간이 먹이를 찾아 나온 산짐승들을 쫓아내며 들어섰다.
진용 일행이었다. 선두에는 진용이 뒷짐 진 자세로 걸음을 내딛고, 그 바로 뒤로는 비류명과 짙은 남의를 입은 청년이 진용을 따르고 있었다.
정광은 사도굉과 뭐라 수군거리며 심각한 표정을 나누고 있었고, 두충은 운아영 옆에 바짝 붙어서 싱글벙글 웃음이 가실 줄을 몰랐다.
오직 유태청만이 조금 뒤로 처져서 산보를 하듯 한가한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
숲으로 들어선 지 반의 반 각, 제법 넓은 공지가 나왔다.
그제야 진용의 걸음이 멈췄다.
“이 정도면 적당하군.”
뒤따르던 비류명과 남의청년은 진용을 지나쳐서 몇 걸음을 더 간 다음에야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비류명은 허리의 도를 빼 들어 가죽을 풀고 남의청년은 석 자 길이 단창 두 자루를 꺼내더니 둘을 이어 붙였다.
진용은 마주 선 두 사람을 보며 천천히 뒷짐 진 손을 풀었다.
비류명의 구유도에서 가죽이 다 풀리자 요사스럽게 느껴지는 하얀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그와 일 장가량 떨어진 곳에선 남의청년, 서문조양이 단창 두 개가 이어진 장창을 들고 섰다.
진용이 이들과 함께 야산을 찾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비무를 하기 위해서였다.
미시 무렵, 제갈민이 서문조양을 찾아 데려왔다. 그는 비류명이 진용을 주인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하자 말도 안 된다며 패기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나를 꺾는 자가 아니면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대체 친구는 왜 저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겠다는 건가?”
그러자 진용이 조금은 장난기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럼 내가 이기면 나를 주인으로 모실 수 있다는 거요?”
“이긴다면 못할 것도 없지.”
마침 진용도 친구를 위하는 서문조양이 마음에 들었던 터였다. 솔직히 몸도 근질근질 했고. 그러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좋소. 그럼 비무를 해서 결정을 합시다. 내가 진다면 아무 조건 없이 그대 친구에게 원수에 대해 알려주겠소. 다른 조건을 걸어도 좋고 말이오.”
그러면서 슬쩍 비류명도 건드렸다.
“아! 그리고 친구의 말대로 그대를 그냥 수하로 삼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 같소. 그러니 두 분이 함께 덤비시오. 그 정도는 되어야 그대의 주인 될 자격이 있지 않겠소?”
가만히 있을 정광이 아니었다.
“내가 하면 안 될까?”
진용이 딱 잘라 말했다.
“내 일을 왜 도장님이 한다고 그러십니까? 절대 안 됩니다.”
그 이후 남의 눈을 의식해서 조용한 곳을 찾았다. 그때 제갈민이 한 곳을 추천했다. 바로 자신들이 서 있는 이곳을.
진용은 이곳에서 다른 한 가지 일을 더 실행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진용을 포함해 단 세 사람뿐이었다.
진용은 천천히 내력을 휘돌리며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천천히 폈다.
그의 커다란 손에서 뻗은 굵고 기다란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휘돌았다.
기분 좋은 느낌이 전신을 치달린다.
비류명은 구유도의 전인. 그리고 방을 나서면서 사도굉의 중얼거림으로 알았지만, 서문조양은 신창(神槍) 조수인의 제자였다.
하지만 진용에게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누구의 전인인가가 아니었다.
현재의 두 사람, 두 사람이 지닌 실력. 그것만이 중요할 뿐.
아마 두 사람이 연수한다면 정광도 꽤나 고생을 할 듯싶었다.
진용이 두 사람의 실력을 가늠하고 있을 때다. 삼 장 밖에서 사도굉과 나란히 서 있던 정광이 외치듯이 말했다.
“고 공자, 열 냥이 걸렸거든? 그런데 십 초 이내면 두 배야!”
진용은 어렵지 않게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이런! 둘이 수군거리더니 내기를 걸었나?’
십 초면 비무를 즐길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정광에게 시달리기 싫은 진용으로선 하는 수 없었다.
진용이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십 초라는군요.”
그러고는 정광에게 확실하게 말했다.
“반은 제 겁니다?”
두 사람은 당연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시 동안은.
“시작하지요.”
비무가 시작된 이상 모든 상황이 실전이나 다름없다.
비류명은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고 뒷소리하는 것은 패배자의 변명일 뿐!
진용이 한 걸음 내딛으며 말한 순간, 찰나의 틈을 노린 비류명이 구유도를 휘둘렀다.
쐐액!
보는 것만으로도 눈동자를 얼려 버릴 것 같은 백색 검기가 허공을 하얗게 가른다. 단숨에 목줄기를 갈라 버릴 듯이!
진용은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이 왼손을 들어 자그마한 원을 그렸다. 비류명의 쾌도에 비하면 진용의 손짓은 너무나 느려 보였다.
켜켜이 쌓이는 손 그림자를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일도에 목이 잘려 나갈 것 같은 상황!
사도굉의 다급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헛! 위험!”
땅!
동시에 맑은 도명이 공명을 일으키며 숲 속의 대기를 떨어 울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소리! 손목을 타고 흐르는 짜르르한 충격!
주르륵 물러선 비류명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진용이 검지를 세운 채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구유도를 막은 것이 고작 손가락 하나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 바람에 진용의 신형이 흐릿해지고 있는데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물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