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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04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04화

 

104화

 

 

 

 

 

 

 

진용도 백리군청이 자신을 보고 흥미 가득한 눈빛을 짓자 그 연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위지홍에게 말했다.

 

“위지 대협께서 혹 저를 너무 치켜세운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군요.”

 

위지홍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성으로 돌아가자 백리성이 물었다.

 

“유 어르신이 자네를 따라오지 않았다고?”

 

“그분께선 고진용이라는 젊은이를 따라가셨습니다.”

 

“고진용? 그가 누구기에 그분께서 그자를 따라가셨단 말인가?”

 

그때라도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라고 했으면 됐다. 하지만 고진용에게 진심으로 감탄한 위지홍은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는 제가 본 어떤 젊은이들보다 뛰어난 자였습니다.”

 

그 말이 실수였다. 옆에 있던 백리군청이 정색하며 나선 것이다.

 

“그가 누군지 정말 궁금하군요. 위지 숙부께서 그리도 칭찬하실 정도라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유난히 호승심이 강한 데다 첫째인 백리군학이 일찍부터 후계로 정해지면서 항상 마음이 밖으로만 돌던 백리군청이었다. 그러던 차에 위지홍에게 들은 말은 그의 마음을 흔들기에 족했다.

 

“그에 대해 자세히 알았으면 좋겠군.”

 

백리성 또한 둘째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위지홍을 채근했다.

 

백리군청이 물었다면 대충 무시하고 얼버무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백리성의 말조차 무시하고 거짓을 말할 수는 없었다.

 

결국 위지홍은 단편적으로나마 진용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다만 그의 신분이 금의위의 천호이고, 역모를 조사하러 나온 사람이니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것만큼은 누차 강조했다.

 

 

 

그랬는데 막상 대하니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을 한 듯했다.

 

“사실에서 하나를 빼지도 더하지도 않았다네.”

 

진용은 조용히 위지홍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후우, 더 이상 말이 번지지만 않으면 좋겠군요. 일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알겠네. 어쨌든 미안하군.”

 

위지홍이 고개를 숙이며 난감해하자, 백리군청이 싸늘한 눈빛을 발하며 냉소를 베어 물었다.

 

“숙부님의 말씀대로 대단한 사람이군요. 천하의 흑성묵검으로 하여금 고개를 숙이게 하다니.”

 

자신의 웃어른이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이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진용은 백리군청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백리군청이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쯧, 호승심이 눈을 가렸군.’

 

진용이 뭐라 하기 전에 위지홍이 먼저 나섰다.

 

“공자, 약속을 어긴 잘못은 내가 했으니 당연히 내가 머리를 숙여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다면 서로를 어떻게 믿고 중요한 약속을 할 수가 있겠는가?”

 

강호에서 약속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위지홍이 그 약속을 어겼다. 분명 위지홍의 잘못이었다. 

 

백리군청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호승심 때문에 잠시 이성이 눌렸을 뿐.

 

위지홍이 먼저 나서자 진용도 굳이 백리군청과 신경전을 계속 벌이고 싶지 않았다. 진용은 위지홍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암습자들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위지홍이 거의 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움찔거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알아내지 못했네.”

 

이상함을 느낀 진용이 전음으로 물었다.

 

<혹시 삼존맹이 아니던가요?>

 

위지홍의 눈이 커졌다. 조금은 당황한 듯이.

 

<어떻게 알았나?>

 

<왜 숨기려는 겁니까?>

 

<그건… 아직 정확하지가 않아서……. 말하기 좀 어려운 사정이 있네.>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왜 저러는 걸까?

 

진용은 일단 말을 돌렸다.

 

“그럼 어떤 계획이십니까?”

 

위지홍도 조금은 편안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성주께서 천제령을 발동하셨네. 아마 지금쯤 본 성의 주력이 성을 나섰을 거야. 먼저 천혈교에 죄를 물을 생각이네.”

 

그리될 거라 생각했던 일이다. 삼존맹은 몰라도 천혈교가 바란 의도는 그것이었을 테니까.

 

“놈들은 그걸 바라고 있을 겁니다.”

 

“우리도 그 점은 알고 있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선전포고는 그들이 먼저 했네.”

 

그럴까? 과연 다른 사람들도 그리 생각할까?

 

천제성이 나서고 정천무맹이 움직이면 위협을 느낀 마도는 천혈교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다.

 

그러면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이! 천하의 주인을 가리기 위해!

 

그때 가서 삼존맹은 또 어떤 선택을 할까?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구양무경이 아니야. 분명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잡한 상황이었다. 혼돈의 강호였다.

 

진용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자 적유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고 공자에게 할 말이 있네. 성주께선 황궁이 이 일을 너무 심각하게 보지 않았으면 하시네.”

 

심각하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수천 명이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역모를 꾀하는 무리가 있다 들었지. 본 성은 그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네. 이 역시 성주님의 말씀이시네.”

 

진용은 눈빛에 마안의 능력을 담아 적유를 응시했다. 

 

가늘면서도 기광이 흘러나오는 눈에는 타인을 압도하는 힘이 담겨 있고, 그의 내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일렁인다. 위지홍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힘이. 

 

비록 다른 누구나 마찬가지로 자신을 얕보는 눈빛이 조금 담겨 있기는 했지만.

 

‘대단한 자. 천제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겠군.’

 

속마음은 드러내지 않은 채, 진용은 무심한 눈빛으로 적유를 마주보며 말했다.

 

“천제성이 도와주겠다면 저야 좋지요. 하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 점은 이해를 하셔야 할 겁니다.”

 

“물론이지. 우리는 고 공자가 지닌 능력 만큼만을 바랄 뿐 무리한 도움을 바라는 것이 아니네.”

 

진용도 적유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자신이 정보를 건네주지 않음으로써 잠시간의 시간을 얻었던 것처럼, 이들도 자신을 이용해서 황궁의 귀를 잠시간만 막고자 하는 것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황궁과 직접 통하겠다는 거겠지.

 

진용도 그 이상은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끼어들 시간도 없고.

 

아버지를 찾는 게 우선이니까.

 

“좋습니다. 그럼 일단 제 윗선의 일은 제가 나름대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아마 황궁에서도 천제성이 돕겠다고 한다면 싫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거 그러고 보니 제가 너무 많은 이익을 보는 것 같군요.”

 

진용이 시원스럽게 적유의 말을 받아들이자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위지홍도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흠, 그런데 계속 이곳에 계실 건가? 괜찮다면 유 어르신과 함께 우리가 묵고 있는 곳으로 가지 않겠나?”

 

“아닙니다. 이곳도 그리 불편하지 않으니 그냥 있겠습니다.”

 

그러자 백리군청이 나섰다.

 

“숙조부님, 저희가 모실 수 있도록 함께 가시지요.”

 

“아니다. 나도 이곳이 편하다. 귀찮게 하는 사람도 없고, 여기 부관주가 챙겨주니 불편함도 없다. 걱정 말아라.”

 

유태청이 마다하는데 계속 고집을 부릴 수도 없는 일.

 

적유가 나서서 일을 마무리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언제든 필요하시면 찾아주십시오. 그리고 고 공자,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지.”

 

“어르신,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고 공자도…….”

 

“숙조부님, 언제든 마음이 바뀌시면 저희를 찾아오십시오.”

 

위지홍과 백리군청, 혁련상이 앞 다투어 유태청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유태청이 조용히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방을 나섰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유태청의 눈에 한순간 착잡한 빛이 서렸다.

 

‘너희들은 오늘 어떻게든 이 젊은이에게 더 많은 도움을 청해야 했다. 그러지 못한 이상 너희들은 언제고 오늘의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내가 강요해서 될 일이라면 붙잡고 강요라도 했을 것을. 이미 눈빛을 보아하니 그리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듯싶지 않으니……. 어쩔 수 없구나. 너희들이 나중에라도 스스로 알아 그리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진용 역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적유의 등을 바라보며.

 

‘세르탄, 이상한 기운이지?’

 

‘아무래도…… 마기 같아.’

 

그때 위지홍의 전음이 빠르게 진용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고 공자, 천제성을 전적으로 믿지는 말게. 지금은 그 말밖에 할 수 없군. 미안하네.>

 

미안하다고? 무엇이?

 

‘흠, 아무래도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천제팔성 중 세 사람과 천제성의 소공자인 백리군청이 찾아왔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간 시간은 일각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일각이 제갈민에게는 영원히 멈춰 버린 시간만 같았다.

 

그는 자신이 강호 정세의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는 현장에 일인으로서 존재했음을 깨달았다.

 

피가 끓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이거야! 남자로서 가야 할 길은 바로 이런 길이야!’

 

정무관의 부관주 따위는 티끌만도 않게 보였다. 당장 떨친다 해도 아무런 미련이 없을 것 같았다.

 

털썩!

 

그가 갑자기 진용과 유태청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제갈민, 불러주실 그날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8장. 그들이 오고 있다

 

 

 

 

 

1

 

 

 

 

 

정무관에 기거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가 모조리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그들의 관심이 향한 곳은 강호의 장로급 인사들만이 묵는다는 금성관이 아니었다. 대문파의 중진고수들이 묵는다는 토향관도 아니었다. 

 

수백 쌍의 눈과 귀는 평범한 군소문파의 무사들이 모여 있다는 화정관의 구석진 방 삼십삼호실, 바로 그곳을 향해 집중되었다.

 

손가장의 무사들을 대동하고 화정관으로 향했던 손인묵은 자신이 가고자 했던 방에서 나온 사람들이 천제팔성이라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방향을 돌려 정무관을 도망치듯 떠나갔다.

 

온갖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번졌다.

 

진용 일행이 강호 신비 문파의 사람들이라는 소문부터 시작해서, 전대의 노고수가 제자들을 이끌고 하산했다는 소문까지 다양한 소문이 돌았다.

 

그 바람에 진용 일행이 묵고 있는 화정관 삼십삼호실의 옆방들은 웃돈을 얹어주어도 구할 수 없는 최고의 명당이 되었다. 제갈민이 아무에게도 방을 내주지 않아서 빈방으로 남고 말았지만.

 

 

 

소문의 파장은 정무관에서 그치지 않고 너울처럼 번졌다.

 

위지홍이 방문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정천무맹의 정보를 담당하는 밀은전의 전주 제갈운문이 성무당주이자 사촌아우인 제갈종을 불렀다.

 

“화정관에 신비한 고수들이 있다는데, 그들에 대해 밝혀진 것이 있느냐?”

 

“월조옹 사도굉이 그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연락은 받았습니다만, 나머지 인물에 대해선 아직…….”

 

“그 말썽쟁이 영감이? 그 영감 정도로는 천제팔성을 움직일 수 없을 텐데?”

 

“소제도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그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노인이 한 명 있다 했습니다, 형님.”

 

제갈운문의 이마에 가느다란 주름이 잡혔다.

 

“민이에게서 온 연락은?”

 

“그게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그 아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천제팔성이 찾아간 그 방에 말이냐?”

 

“예. 한데 그 아이는 그들에 대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럼 알고는 있는데 말을 하지 않는단 말이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형님.”

 

제갈운문은 눈을 반쯤 감고 탁자를 두드렸다. 그러다 결론이 서지 않는지 침음성을 흘리며 말문을 열었다.

 

“음… 제법 똑똑한 아이니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거겠지. 어쨌든 천혈교의 발호로 인해 본 맹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야. 한시도 주변 정세를 놓쳐서는 안 된다. 큰일도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가봐라.”

 

제갈종이 나가자 제갈운문은 한참 동안 방문을 노려보았다. 눈의 초점을 허공에 둔 채.

 

그러다 그의 입이 열린 것은 근 이각이 지나서였다.

 

“천혈교라… 아무래도 피비린내가 너무 짙어. 심상치 않아. 천제성이 갑자기 대규모로 나선 것도 그렇고…….”

 

그뿐이 아니었다. 아침나절에 정무총련회의가 열렸는데, 회의 도중에 불거진 발언들도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단 하나였다. 

 

천혈교는 마도의 세력, 강호에 마도의 거대 세력을 용납해선 안 되다는 것.

 

‘느낌이 안 좋아.’

 

강경파들의 주장을 떠올린 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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