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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32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32화

 

132화

 

 

 

 

 

 

 

뒤따라 들어온 자들이 방 안의 광경을 보고는 놀라 소리쳤다.

 

“곡주께서 돌아가셨다!”

 

“소곡주,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선우청은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머릿속에선 헝클어진 실타래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그때 맨 먼저 방으로 들어온 자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경악한 눈으로 선우청의 손을 바라보고는 급히 뒤로 물러섰다.

 

“네놈이 감히 사형을 해치다니! 염왕사혼은 이놈을 죽여라! 이놈이 곡주님을 시해했다!”

 

그제야 선우청이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죽였어. 사부님을 내 손으로…….”

 

챙! 차창!

 

방 안으로 들어온 자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조금 전까지의 소곡주가 아니었다. 오직 곡주를 살해한 범인일 뿐.

 

“배덕한 놈! 목을 내놔라!”

 

선우청은 앞을 바라보았다. 사숙인 사중광이 분노한 표정으로 검을 쳐들고 있다. 

 

그런데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웃고 있지를 않은가.

 

언뜻 그의 입가에도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다 끝났어. 이제야 알겠군. 사숙, 당신이 왜 염왕사혼을 데리고 나갔는지. 단지 내 일을 돕기 위해서라 생각했거늘……. 크크큭…….’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서걱! 시퍼런 검광이 번뜩이더니 그의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충격적인 사건은 전격적으로 처리됐다.

 

소곡주 선우청은 그 자리에서 참살되었다. 그리고 임시로 영호광의 사제이자 염천마곡의 이인자인 염혼신마 사중광이 곡주로 추대되었다.

 

사중광은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듯 빠르게 염천마곡의 휘하 조직들을 접수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힘으로.

 

와중에 그를 반대하던 몇 사람이 사라졌지만, 며칠이 지나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사중광을 곡주로 모시기 싫어 떠났으려니 추측할 뿐.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염천마곡은 완전히 사중광의 수중에 들어왔다.

 

그제야 사중광은 한 통의 편지를 전서구에 매달아 날려 보냈다.

 

 

 

[천자 삼호, 임무 완수]

 

 

 

 

 

 

 

8장. 덤으로 사는 삶

 

 

 

 

 

1

 

 

 

 

 

유태청에 대한 치료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기다려. 하루아침에 멀쩡해질 몸이 아니니까!”

 

오담의 말이 아니더라도 익히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다. 자신이 전력을 기울여 진기를 주입했는데도 깨어나지 않은 사람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진용은 나름대로 대책을 세웠다.

 

먼저 실피나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주위를 정탐했다. 

 

석무심에게는 정천무맹과 연락을 취하게 하고, 자신은 금의위의 비선과 풍림당에 연락을 취했다.

 

다행히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풍림당이 그들을 찾아왔다. 다음 날에는 정천무맹이, 그리고 그 이틀 뒤에는 금의위의 백호 하나가 생사원을 찾아왔다.

 

덕분에 앉아서도 강호의 소식을 눈앞에서 보듯이 알게 되었다.

 

그런데 닷새째 되던 날, 실피나가 수상한 자들을 찾아내고는 방정을 떨며 날아왔다.

 

-주인아, 주인아! 전에 봤던 시커먼 놈들이 오고 있어!

 

<시커먼 놈들?>

 

-어. 왜 그 미친놈들 있잖아! 얼굴을 가린 인간들. 그놈들하고 또… 어… 열 명이 넘어.

 

아무래도 관제묘에서 만났던 흑의복면인들을 말하는 것 같다. 

 

정말 그들이 다섯이나 온다면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벅찬 상대다. 보름 전보다 한 단계 강해졌다 해도. 

 

더구나 자신이 없는 사이 다른 자들이 생사원을 노린다면 위험천만이었다.

 

그래도 하는 수 없었다. 당장은 떠날 수 없는 상황.

 

저들에게 지원군이라도 오면 더 어려워진다.

 

“두 분이 이곳을 지켜주십시오. 제가 바깥쪽을 한 바퀴 돌고 와야겠습니다.”

 

진용은 정광과 사도굉에게 생사원을 맡겼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두 사람은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걱정 말고 다녀오게.”

 

“오면서 술 한병 사오면 더 좋고.”

 

진용은 그러마하고 밖으로 나섰다. 

 

두 사람이라면 어떤 적이라도 잠시는 막을 수 있겠지. 그사이 전력을 다해서 속전속결로 적을 물리치는 수밖에.

 

그런데 괴이하게도 진용이 생사원을 나서자, 흑의복면인들이 멀찌감치 물러가 버렸다.

 

그들이 보이지 않자 실피나에게 물어보았다. 

 

“실피나, 어떻게 된 거지?”

 

-몰라. 산 너머로 후퇴해버렸어.

 

“정말?”

 

-응. 주인아, 나 혼자 가서 싸울까?

 

“아냐, 놔둬.”

 

진용은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을 쫓을 생각이 없었다. 

 

실피나 혼자 설치게 놔두고 싶지도 않았고.

 

실피나가 실망하든 말든 그는 곧바로 생사원으로 돌아와 버렸다.

 

 

 

다시 사흘이 지났다. 적들은 멀리서만 지켜볼 뿐 다가오지 않았다. 

 

공격할 의사가 없는 것인지……. 

 

정말 기이한 일이었다.

 

그러다 이틀이 더 지나고, 생사원에 들어선 지 열흘째가 되던 날에는 아예 흔적을 감추어 버렸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용은 그들이 정말 자신이 생각한 자들이 맞는지 실피나에게 몇 번씩이나 물어보았다.

 

“실피나, 정말 그때 본 그자들이었어? 확실해?”

 

―진짜라니까! 내가 뭐 거짓말쟁이 마족인 줄 알아?

 

‘저, 저, 저! 덜떨어진 정령이 어디서 감히!’

 

괜히 물어봤다가 실피나의 카랑카랑 성질난 목소리와 세르탄이 방방 떠서 떠들어대는 통에 머리만 아팠다.

 

“조용히들 해! 생각 좀 하게! 실피나는 들어가.”

 

실피나가 휭 하니 사라지자, 상대가 없어진 세르탄도 혼자 구시렁거리다가 조용해졌다.

 

왜 그 괴물들이 공격 한 번 하지 않고 물러갔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였다.

 

강호에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다. 그 일이 저들을 물러가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무슨 일인데 저들이 급히 되돌아간 걸까?’

 

어쨌든 적이 조용히 물러간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진용은 그 점을 위안으로 삼고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오후 정천무맹을 통해서 지급으로 소식이 전해졌다.

 

 

 

[삼존맹의 한쪽 기둥인 염천마곡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십천존 중 한 사람인 염마존 영호광이 그의 제자인 선우청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진용은 어렴풋이나마 그 일이 적들의 이상한 행동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짐작했다.

 

석무심과 사공하도 적이 사라졌다는 말에 생사원을 떠나 정천무맹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정천무맹의 급변하는 상황이 마음에 걸린 듯했다.

 

대신 밀은전의 연락망을 이용해 계속 진용 일행에게 정보를 건네주기로 했다.

 

밀은전의 연락망만 이용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이 있고 없음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떠난 것이었다.

 

이제 다시 진용의 일행만이 생사원에 남겨졌다.

 

 

 

 

 

2

 

 

 

 

 

어느덧 생사원에 머무른 지 보름이 지났다.

 

진용은 시간이 나는 대로 정광과 함께 고대 문자를 연구했다. 생각지도 않게 생사원에서 지내는 동안 다섯 개의 글자를 밝혀냈다. 

 

의외의 소득에 두 사람은 ‘애들처럼 장난하냐?’ 는 사도굉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대 문자를 파고들었다.

 

그날도 글자 하나를 놓고 정광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진(唇) 자다. 아니다, 진(振) 자다, 하면서.

 

그때 밖에서 두충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고 공자님! 유 어르신이 깨어나셨습니다!”

 

벌떡! 진용과 정광이 동시에 일어서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방 안에서 사라져 버렸다.

 

밖에 서 있던 두충은 갑자기 바람 두 줄기가 휭 하니 지나가자 그러려니 하며 뒤돌아섰다. 이미 몇 번 소식을 전할 때마다 당한 일이기에 놀랄 것도 없었다.

 

“사람도 아니라니까. 근데 어째 저 미친 도사의 무공도 더 강해진 것 같잖아? 쳇! 열받게 말이지.”

 

사도굉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무공도 이제는 제법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신법만큼은 일류고수에 뒤지지 않을 거라고까지 했다. 정광의 마수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모르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광의 마수를 피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젠장! 수틀리면 터뜨려 버리지 뭐.”

 

 

 

진용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흥건히 젖어 있는 유태청의 옷을 보고 오담에게 물었다.

 

“땀을 많이 흘리신 것 같군요.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땀을 흘리신 건가요?”

 

그런데 이상하다. 오담이 별 웃기지도 않은 소리 들었다는 표정으로 옆을 힐끔거린다. 운아영을 바라보면서.

 

운아영이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제가… 울어서……. 새 옷을 가져올게요.”

 

그럼 저게 눈물 때문에? 얼마나 울었기에.

 

운아영이 나가자 마침 유태청이 눈을 떴다.

 

“정신이 드십니까, 어르신?”

 

진용이 다급히 유태청 앞에 다가가 물었다.

 

“내가…… 살긴 산 건가?”

 

“예, 어르신.”

 

진용도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팽! 두충이 뒤에서 코를 풀며 고개를 돌렸다.

 

“이놈아! 어르신이 깨어났는데 어디서 코를 풀고 지랄이여!”

 

쓰윽! 두충을 손가락질하며 정광이 눈을 소맷자락으로 문질렀다. 그래도 붉어진 눈자위는 어쩔 수 없었다.

 

“아, 제기랄. 눈에 뭐가 들어갔나? 바람 좀 쐬어야겠군. 어험!”

 

진용이 피식 웃으며 유태청을 바라보았다.

 

“좀 어떠십니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유태청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진용을 바라보았다.

 

“나 때문에 고생했을 자네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군.”

 

“살아나셨으니 됐습니다. 미안해하실 것 없습니다.”

 

“여긴 어딘가?”

 

“남곡에 있는 생사원이라는 곳입니다.”

 

“생사원? 허허허, 살아서 나갈 수 있다니, 행운이군.”

 

그도 생사원에 대해 알고 있는 듯 생을 택한 자신의 행운에 웃음을 지었다.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담이 퉁명하게 말했다.

 

“좋아하실 것 없소이다. 아직 완전히 살았다고 볼 수 없으니까.”

 

그 말에 진용은 의아한 표정으로 오담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쳐다볼 것 없어. 정신이 든 것하고 살아난 것하고는 엄연히 말이 다르니까.”

 

오담이 다시 툭 쏘아붙이고는 유태청의 손목을 잡았다.

 

“잘해야 삼 년이야. 그것도 내력을 쓰지 않았을 경우지.”

 

삼 년? 삼 년이라니. 겨우 살아났는데, 남은 삶이 단 삼 년이라니.

 

“정 방법이 없겠습니까?”

 

오담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없어.”

 

“허허허, 삼 년이나 덤으로 살게 되었는데 어찌 더 욕심을 낼 수 있겠나? 너무 걱정하지 말게.”

 

“어르신…….”

 

“삼 년이면 내 삶을 정리하는데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라네.”

 

기이한 일이다. 미소가 옅게 떠오른 유태청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

 

결코 가식이 아니었다. 살아났다는 기쁨에 들뜬 표정도 아니었다.

 

그가 편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천제성에 대해서 들은 소식이 있으면 알고 싶군.”

 

 

 

사흘이 지나자 유태청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생사원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비록 적들이 물러가긴 했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몰랐다. 그들이 온다면 무공을 쓸 수 없는 유태청이 제일 먼저 희생될 것이 분명했다.

 

결국 일행은 들어선 지 이십 일 만에 생사원을 떠나기로 했다. 유태청의 건강을 생각해 미리 마차를 구해놓았기에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마부석에는 당연하게도 두충이 앉았다. 운아영과 나란히.

 

“내가 몰 테니 두 형은 안으로 들어가셔도 되오.”

 

비류명이 마차를 몰겠다고 나섰다.

 

두충이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그를 째려봤다.

 

“무슨 소리! 마차 운행 경력이 비 형보다는 내가 나으니 계속 내가 몰겠소.”

 

비류명은 힐끔 운아영을 바라보았다.

 

“그럼 운 소저는 안에 타고 가시구려. 내 두 형과 함께 마차를 몰겠소.”

 

“그래주실래요?”

 

두충이 다급해졌다.

 

“그럼 나도…….”

 

당연히 정광이 나섰다.

 

“두가야! 안에 너 앉을 자리는 없다. 그냥 거기 있어!”

 

와락, 얼굴이 구겨진 두충을 향해 운아영이 싱긋 웃었다.

 

“그래, 두 가가는 그냥 마차를 몰아. 그래도 걸어가는 것보다는 낫잖아.”

 

두. 가.가? 두충의 입이 쫘악 찢어졌다.

 

“어? 어, 그건 그렇지! 당연히 걸어가는 것보다야 낫지! 음하하!”

 

그 바람에 운아영이 안으로 들어가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엄마 말이 딱 맞다니까. 남자들은 가끔씩 달래주어야 다루기가 훨씬 편해진다고 하더니…….”

 

사도굉이 오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꽤나 정다운 표정을 지으며.

 

“나 간다!”

 

하지만 오담은 촌각도 보기 싫다는 듯 손을 홰홰 내저었다.

 

“제발 좀 빨리 가라! 꼴 보기도 싫으니까!”

 

“썩을 놈. 꼴 보기 싫다는 놈이 왜 밤에 방문 앞에서 얼쩡댔던 거냐?”

 

“그, 그거야 날이 좋아서 바람 좀 쐬러 나왔던 거지! 빨리 가!”

 

사도굉은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서서는 고개를 쳐들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걱정 마라. 가지 말래도 갈 거니까. 후우, 이제 가면 다시는 못 보겠구나. 잘 있어라. 내가 죽었다는 소리가 들리거든, 그냥 그러려니 해. 오지 않아도 되니까.”

 

“…….”

 

“그럼, 꼴 보기 싫은 놈은 갈란다. 그리고 혹시 누가 찾아오거든 사실대로 말해. 괜히 똥고집으로 버티지 말고. 우리야 상관없으니까.”

 

터벅, 터벅. 

 

사도굉은 힘없이 마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오담이 홱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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