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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19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19화

 

119화

 

 

 

 

 

 

 

두충이 도망간 바로 그곳이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싸우던 사람들이 일제히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휘이이익!

 

가느다란 피리 소리가 어둠을 뚫고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피리 소리에 반응을 보인 것은 흑의복면인들이었다.

 

그들은 피리 소리가 들림과 동시, 상대의 공격을 아랑곳하지 않고 즉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나타날 때처럼 순식간에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머! 저것들이!

 

진용은 실피나가 그들을 쫓으려 하자 급히 전음을 보냈다.

 

<실피나, 그들을 쫓지 말고 다른 사람들을 막아!>

 

하지만 흑의복면인들의 행동에 당황한 것은 구언양 쪽도 마찬가지였다.

 

구언양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모험을 할 생각이 없었다. 

 

자칫 개죽음이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모두 물러서라!”

 

구언양이 소리치며 물러서자 천은단 무사들도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정광과 사도굉도 그들을 노려볼 뿐, 물러서는 그들을 쫓지 않았다. 두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니 비류명과 사마조양을 비롯해서 석무심과 사공하도 숨만 헐떡거릴 뿐 적들을 노려보기만 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대기를 짓눌렀다. 누구든 나서는 자가 있다면 또다시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싸움은 어느 쪽이든 한 쪽이 모두 죽어야 끝날 것이다.

 

모두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제발 아무도 나서지 않았으면…….

 

그런데 모두의 염원이 엉뚱한 사람에 의해 깨져 버렸다.

 

두충이 관운묘를 돌아서 나타난 것이다.

 

“씨발 놈들! 내가 만날 밥인 줄 알어!”

 

걸레처럼 찢어진 옷, 헝클어진 머리. 시뻘겋게 충혈된 눈.

 

한 손을 집어넣은 보따리를 신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다.

 

대체 뒤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대치 중임에도 사람들의 의아한 눈이 두충을 향했다.

 

두충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눈을 부릅뜨더니, 반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눈으로 만붕성의 무사들을 쓱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보따리 속에 넣고 있던 손을 빠르게 빼냈다.

 

사람들의 눈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 손가락 사이로 주먹만 한 구슬이 하나 보인다. 먹으로 갈아 만든 듯 시커먼 구슬이.

 

“에라이, 개새끼들아! 이거나 먹어라!”

 

두충이 악다구니를 쓰며 손을 홱 뿌렸다.

 

시커먼 쇠구슬이 빠르게 만붕성의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앞쪽에 서 있던 무사 하나가 코웃음 치며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무릎을 꿇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상관욱이 그 모습을 보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빽 소리쳤다.

 

“안 돼에에!”

 

하지만 그의 외침이 그의 목구멍을 뚫고 밖으로 쏟아져 나왔을 때는, 이미 무사의 이빨 빠진 검이 쇠구슬과의 거리를 한 치만 남겨놓고 있었다.

 

미처 멈출 사이도 없이 검날이 쇠구슬을 후려쳤다. 순간!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이 어둠을 발기발기 찢어발겼다.

 

천지가 흔들리고, 진공상태를 이루었던 대기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바로 곁에 있던 천은단 무사 셋이 그 폭발에 휩쓸려 육신이 갈가리 찢겨졌다.

 

비명을 지를 시간조차 없었다. 머리통이 터져 나가고, 갈기갈기 찢긴 육신에선 피분수가 뿜어져 사방으로 폭풍우처럼 흩날렸다.

 

엽시명과 구언양마저 데굴데굴 이 장을 굴러가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충격은 받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정광과 사도굉은 물론이고, 삼 장 이상 떨어져 있던 다른 사람들도 정신없이 물러서야만 했다.

 

넋이 반쯤 나간 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두충을 바라보았다.

 

유황 냄새가 바람에 흩날려 콧속을 파고들었다.

 

젖어 있던 흙더미를 뒤집어쓰고도 누구 하나 자신의 옷에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구언양이었다. 구언양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그대로 신형을 뽑아 올렸다.

 

“모두 돌아간다!”

 

상관욱과 엽시명, 그리고 천은단의 무사 중 살아남은 두 명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속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들이 완전히 모습을 감출 때까지 진용 일행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은 육신이 걸레처럼 찢긴 채 널브러져 있는 공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 공터는 이 장 넓이로 움푹 파여 있었다.

 

정광이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보따리 속에 들어 있던 것이 그거였냐?”

 

두충이 씩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예. 이게 바로 최근에 만들어진 벽력탄이란 거유.”

 

“아직도 남았냐?”

 

“여덟 개 정도 남았수.”

 

정광이 움찔하며 두어 걸음을 물러섰다.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도 모르게 정광을 따라 물러섰다.

 

“그러니까, 그걸 등에 메고 여태 우리랑 같이 다녔단 말이지?”

 

두충이 멀뚱멀뚱 눈알을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위험한 걸 아무렇게 놓고 다니란 말입니까?”

 

정광의 얼굴이 붉어지고, 쇠신발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는데도 두충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휙!

 

정광의 쇠신발이 허공을 날았다.

 

딱!

 

“아이쿠!”

 

날아간 쇠 신발이 두충의 이마를 정통으로 때렸다. 다행히 공력을 싣지 않아서 머리가 깨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쇠신발은 쇠신발이었다.

 

두충은 골이 흔들리는 충격에 빽 소리쳤다.

 

“왜 이러는 거유!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정광도 새파랗게 핏줄이 돋은 얼굴로 눈에 쌍심지를 켰다.

 

“이 미친놈아! 누가 잘못해서 네 보따리를 두들겼으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 아니냐? 그래도 잘못한 게 없다는 거냐? 에라이! 썩을 놈의 새끼!”

 

“그래서 옷으로 싸가지고 다니잖수!”

 

“격산타우도 모르냐? 그까짓 옷 가지고 고수의 내가장력을 막는다고? 어림없는 소리!”

 

“어떤 고수가 쓸데없이 옷 보따리에 내가장력을 친단 말입니까!”

 

“실수라는 것도 있잖아!”

 

“도장님처럼 덜떨어진 사람만 아니면 그런 실수할 고수가 어딨어요!”

 

“뭐야? 이놈이! 그래 이제 눈에 보이는 게 없다 이 말이지!”

 

두충이 눈을 부라리며 절대 수긍할 수 없다는 태도로 보따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정광은 손에 힘을 주고 그런 두충을 때려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엉뚱한 일로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설마 진짜로 싸우지는 않겠지?

 

그런 마음이면서도 사람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만하세요.”

 

진용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아마 두 사람은 토끼눈이 되도록 기세 싸움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누구도 진용의 말을 무시할 배짱까지는 없었다.

 

“부상자들을 놔두고 무슨 짓이에요?”

 

“그게… 도장님이…….”

 

두충이 슬그머니 보따리에서 손을 뺐다.

 

“응? 아이고, 삭신이야! 내 저놈 때문에…….”

 

정광은 그제야 상처 부위에서 고통이 느껴지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제야 진용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일단 상처를 돌보고 이후에 할 일을 논의하기로 하지요.”

 

 

 

전당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석무심이 전당의 시신을 안아 들고 관운묘로 다가오자 모두가 침중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일행은 아무런 말도 없이 관운묘 안으로 들어갔다.

 

유태청이 운기를 하고 있었다.

 

운아영이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다 진용 등이 들어오자 재빨리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물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충만이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한 번 쳐다봤을 뿐.

 

하지만 두충도 분위기에 휩쓸려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들은 들어서자마자 누가 지정하지 않았음에도 일정한 공간을 두고 자리를 잡았다.

 

먼저 구언양을 상대했던 비류명과 사마조양은 부상이 심각했다. 사지 중 하나가 잘려 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일단은 상처가 큰 부위에 금창약을 발라 지혈을 하고 자신들의 옷을 찢어 상처를 싸맸다.

 

찌이익! 옷 찢어지는 소리에 흠칫 몸을 떠는 사람들. 그럼에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전당의 죽음을 슬퍼해서도 아니고, 자신들의 상처가 고통스러워서도 아니다.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가슴에 묵직한 돌멩이가 얹혀 있는지, 그들의 무거운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석무심과 사공하의 눈빛은 전과 달랐다. 

 

언승도의 죽음 이후부터 그들의 눈빛은 경외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 공자, 삼존맹이 왜 우리를 공격하는 겁니까?”

 

석무심이 공손한 어조로 물었다. 진용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 간단하게 말했다.

 

“제가 아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나를 죽이면 얻을 게 있다는 것이지요.”

 

 

 

 

 

3

 

 

 

 

 

은청삼 장포를 걸친 초로인은 턱을 쓸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거 참. 생각보다 더한 놈이군. 광혼단의 미치광이들로도 놈을 죽이지 못하다니.”

 

흑의중년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연히 경각심만 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은 아니야. 흠…….”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실패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패를 했다. 자신의 계산이 빗나갔다는 말.

 

초로인은 가늘게 뜬 눈으로 물끄러미 탁자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구언양의 보고를 받은 구양무경의 표정이 어떨 거라고 생각하나?”

 

“아마 상당히 놀란 표정일 것입니다. 한데, 그가 광혼단에 대해서 눈치 챌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는 구양무경이야. 아마 보고를 받는 순간 짐작할 것이네.”

 

“하면……?”

 

“그리 걱정할 것은 없네. 그는 지금까지 우리를 자신의 아래로 생각했을 것이야. 그러나 이제는 다르게 생각하겠지. 변한 것은 그것뿐이네. 어차피 짐작만으로는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테니까.”

 

그는 고개를 들더니 차가운 웃음을 입가에 매달았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 미룰 수는 없을 것 같군. 후후후. 하나하나 매듭을 짓지. 그때까지는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4장. 도주

 

 

 

 

 

 

 

1

 

 

 

 

 

행여 실수라도 할까 봐 정신을 바짝 차린 하군상은 방문을 열었다. 하주령이 조용히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나를 찾았다고?”

 

“어서 오세요, 오라버니.”

 

하군상은 거듭 자신을 격려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찻잔을 내려놓은 하주령이 차갑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요.”

 

뜬금없는 말이었다.

 

“무슨 말이냐?”

 

“초연향의 배필을 바꾸기로 했다는 말이에요.”

 

하군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갑작스런 말에 마땅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는 내가 못 미더운가 보구나.”

 

“솔직히 초연향과 오라버니가 자주 만난다기에 내심 기대가 컸어요. 그런데 세월만 흐르고 결과가 없어요. 해서 큰 오라버니와 상의했지요. 탁 공자와의 혼례가 다음 달로 잡혀 있으니 그전에 초연향을 본 가의 사람하고 맺어줄 생각이에요.”

 

“뭐라고? 내 말도 들어보지 않고 말이냐?”

 

“흥! 요즘 초연향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더군요. 설마 초연향의 거처를 뻔질나게 드나드는 오라버니가 모를 리는 없을 텐데요?”

 

하군상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로 되물었다.

 

“내가 뭘 안단 말이냐? 나는 그저 초연향과 가깝게 지내려고 자주 찾아갈 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초연향을 다른 사람과 맺어주려 하는 거지?”

 

“정말 모르는 일인가요?”

 

“허, 참! 나도 구룡상방의 사람이다. 알면 안다고 하지, 내가 왜 모른다고 하겠느냐?”

 

하주령의 예리한 눈빛이 하군상의 내부를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상당 기간 초연향의 신안에 단련된 하군상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좋아요. 믿겠어요. 하지만 깊은 내막을 말씀드릴 수는 없고, 한 가지만 말씀드리죠. 초연향은 그동안 저와 큰 오라버니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고 있었어요. 상방의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말이에요. 이제 더 이상은 보고만 있을 수 없을 정도예요. 사실 진작 잡아 족치려고 했지만 초연향이 끌어들인 사람들이 누구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그냥 놔두고 있었을 뿐이에요.”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여태 알고도 놔두었다니. 그 이유가 일거에 반대 세력을 모조리 잡아들이기 위해서라니.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초연향은 본 가의 사람하고 맺어질 것이고, 다시는 누구와도 쓸데없는 대화를 나눌 수 없을 테니까요.”

 

하군상은 가슴이 떨려왔지만,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향 매가 잘못했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하나 정확한 증거가 없으면 다른 곳에서 반발이 있을 것이다. 뭐 네가 잘 알아서 신중히 처리하겠지만…….”

 

“호호호, 걱정 마세요. 제가 누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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