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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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118화
118화
내력을 최소한으로 소모하면서도 최대한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마법뿐이다. 그것도 지팡이의 힘을 빌린 마법!
지팡이를 빼 든 진용은 지팡이의 끝에 매달린 마나석에 내력을 집중시켰다.
화르르르.
내력이 지팡이의 끝에 모이자, 붉은빛이 불길처럼 뿜어지기 시작했다.
붉은빛은 순식간에 실처럼 가느다란 수백, 수천 가닥의 빛줄기로 화했다. 그러더니 결국은 주먹만 한 불구슬로 뭉치기 시작했다.
순간, 진용의 입에서 나직한 시동어가 흘러나왔다.
“하늘의 불로 악을 멸하리니, 신화! 화염주, 탄(彈)!”
나직한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불구슬이 비틀거리며 일어선 흑의복면인을 향해 쏘아져 갔다.
흑의복면인의 붉은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것도 잠시 뿐, 흑의복면인은 칼을 들어 불구슬을 후려쳤다.
콰아앙! 화르륵!
일격에 터져 버린 불구슬이 흑의복면인을 덮친 것은 순식간이었다.
진용은 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화염이 흑의복면인의 전신을 파고들자 결과를 보지도 않고 밖으로 신형을 날렸다.
인간이라면 견딜 수 없으리라.
나머지 한 사람쯤은 유태청이 처리할 수 있겠지.
밖으로 나오자 두 명의 흑의복면인이 보였다.
단 둘뿐인데도 비에 젖은 관운묘 일대는 소름 돋는 살기로 뒤덮여 있었다.
음산한 날씨, 전신에 서리가 내리는 느낌.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
“크억!”
청의인 중 한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하지만 쓰러지는 사람은 그 하나뿐이 아니었다.
전당이 가슴을 부여잡고 정신없이 물러서다가 주저앉았다. 쓰러진 전당의 가슴에는 청의인의 가슴을 꿰뚫은 검첨이 꽂혀 있었다.
분수처럼 뿜어지는 핏줄기!
놈들이 청의인을 제물 삼아 전당의 가슴마저 뚫어버린 것이다.
그걸로 흑의복면인들이 무엇을 노리는지가 확실해졌다.
삼존맹의 무사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진용 일행을 죽이겠다는 뜻.
구언양도 어렴풋이 흑의복면인들의 뜻을 눈치채고 천은단 무사들을 독려했다. 한두 사람의 희생쯤은 각오하고 있었다는 듯.
“목표가 우선이다! 공격해!”
그때까지 살아남아 있던 청의인 다섯과 엽시명이 악에 받친 표정으로 달려들었다. 주춤거렸던 구언양도 도를 움켜쥐고 신형을 날렸다.
모두가 그들을 맞이해 갔다. 부서져라 이를 악 다물고!
“다 덤벼! 개새끼들아아아아!”
끝내 군자인 양 하던 사도굉의 입에서 쌍소리가 튀어나왔다.
정광도 힘을 얻었는지 한 소리 덧붙였다.
“똥 강아지 같은 놈들! 그래, 누가 뒈지는지 끝까지 해보자!”
또다시 살기가 하늘과 땅을 찢어발기며 광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들의 싸움은 자신들과 하등 상관이 없다는 듯, 두 흑의복면인은 진용을 바라보며 기이한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그르르릉.
그것은 상처 입은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고, 광자의 흐느낌 같기도 했다.
아니, 희열인가?
시뻘건 눈에서 흘러나오는 광기!
놈들이 웃고 있다.
강하다! 하나하나가 안승도만큼이나 강하다!
진용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대체 이자들은 누구란 말인가?’
두 손에 땀이 배일 때다. 마침내 놈들이 자신을 향해 번개처럼 날아든다. 붉은 강기가 한 자 이상 뻗어 있는 칼을 앞세우고!
진용은 두 흑의복면인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양손에 힘을 주었다.
평상시라면 해볼 만한 상대다. 그러나 지금은 내력이 전과 같지 않다.
연이은 격돌로 남은 내력은 기껏해야 반 정도.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일이다.
찰나간에 흑의복면인들과의 거리가 지척으로 좁혀졌다.
순간, 진용의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신형이 둘로, 넷으로 갈라졌다.
두 흑의복면인의 광기 어린 눈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대기의 벽, 기막(氣幕)!’
진용은 일단 방어막을 형성하고, 이어서 지팡이를 흔들었다.
네 명의 진용이 일제히 지팡이를 흔든다.
네 개의 지팡이 끝에 뭉친 시뻘건 불길!
흑의복면인들의 눈이 넷으로 불어난 진용의 그림자를 좇아 흔들렸다.
주춤하는 사이, 진용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시동어가 흘러나왔다.
“천지를 불로 감싸니, 천화벽(天火壁)!”
네 개의 지팡이 끝에서 불꽃이 솟았다.
천지를 태워 버릴 듯 이글거리는 불꽃!
시뻘건 불꽃은 방원 일 장 넓이의 방어막 외벽을 따라 불의 벽을 형성했다. 그러다 두 흑의복면인이 지척으로 다가오자 그들을 덮쳤다.
흑의복면인들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칼을 휘둘렀다.
시뻘건 불의 벽이 산산이 잘라졌다. 잘라진 불꽃이 다시 모이고, 또 잘라내고, 또 모이고…….
진용은 세 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천화벽을 만들어냈다.
흑의복면인들은 벽이 형성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속도로 칼을 휘둘러서 벽을 부쉈다.
콰과과광!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주위가 환해졌다.
닿는 것은 무엇이든 태워 버리는 불꽃에 흑의복면인들의 옷이 스치자, 스친 부위가 순식간에 타 들어갔다. 살마저 타는지 노린내가 주위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흑의복면인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조금씩 진용을 향해 접근했다. 고통도 느끼지 않는지 표정에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저, 저런 미친놈들!’
세르탄이 질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진용의 마음도 다를 바가 없었다.
진용의 안색이 파리하게 굳어졌다. 기막을 펼쳐 놓은 채 세 번에 걸친 마법의 연속 시전은 그의 내공을 또다시 갉아먹었다.
더구나 실피나의 공격도 거세지는지 조금씩 빠져나가던 내력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언제 기막의 결계가 뚫릴지 모르는 상황. 일단은 힘을 한 곳에 집중해야 할 때다.
진용은 급히 한 번 더 천화벽을 펼쳐서 흑의복면인들을 뒤로 물러서게 하고는 실피나를 불러들였다.
“실피나! 그자는 놔두고 이쪽으로 와!”
실피나는 헉헉거리는 상관욱을 한 번 바라봤을 뿐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고 진용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오호호호! 주인아! 그 인간들은 내가 맡을게!
아무래도 진용이 싸우는 곳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느낀 듯했다.
“엉뚱한 짓 말고 나하고 보조를 맞춰!”
―알았어! 걱정 마!
진용은 한 줌의 진기라도 아끼기 위해 실드를 거두었다.
동시에 진용의 입술을 뚫고 시동어가 터져 나왔다.
바람의 마법이었다. 실피나가 바람의 정령인 것을 감안한 공격.
“바람의 칼날! 풍도(風刀)!”
지팡이 끝에 머물러 있던 푸르스름한 회오리가 더욱 빠르게 휘돌더니, 시퍼런 칼날이 되어 두 사람을 향해 쏘아졌다.
실피나도 보조를 맞춰서 바람의 검을 펼쳤다.
―바람아! 괴상한 인간들을 뚫어버려! 바람의 검, 윈드 소드!
쒜에에엑!
바람이 어둠을 가르고, 어둠을 뚫었다. 귀청을 찢는 굉음!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이 장 앞까지 다가왔던 흑의복면인들이 튕기듯이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아무리 압축시켰다 해도 바람의 마법이 미치는 범위는 십여 장에 달했다.
서걱!
기괴한 절삭음.
좌측에 있던 흑의복면인의 한 팔이 어깨 부위에서 뼈까지 잘린 채 덜렁거렸다. 오른쪽에 있던 흑의복면인의 옆구리에 구멍이 뚫렸다.
두 복면인의 몸을 훑으며 지나간 바람은 두 줄기.
진용이 펼친 바람의 칼은 진용의 손짓에 따라 다시 급선회한 반면, 실피나의 바람의 검은 허공에서 소멸되었다.
신기한지 실피나가 연녹색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진용을 바라보았다.
―어머! 주인아!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
이런! 지금 그런 것을 물을 때야?
“일단 놈들부터 물리쳐, 실피나!”
―오호호! 알았어! 그럼 저 인간들 물리치면 가르쳐 주기야?
“끄응! 알았으니까, 저놈들이나…… 이런, 또 온다!”
흑의복면인들은 치명적인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연할 일이었다.
‘케케케……. 오늘따라 저 멍청한 정령이 이쁘게 보이는군.’
세르탄의 숨죽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진용이 닦달당하는 게 재미있다는 투다.
하지만 진용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미 다른 마법을 쓰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다행이라면 놈들도 상당한 부상을 당해서 몸놀림이 조금 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볼 만해!’
진용은 바람의 칼을 그들의 등 뒤로 움직이며 마주 달려들었다.
실피나는 다시 바람의 검을 쏘아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흑의복면인들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고 마주 칼을 휘둘렀다.
대신 그로 인해 달려들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좌측에서 달려들던 흑의복면인은 뒤에서 몰려오는 바람의 칼날을 상대하기 위해 몸을 틀고, 우측의 복면인은 실피나의 공격을 막느라 틈을 보였다.
기회!
‘풍혼! 가속(加速)!’
진용의 신형이 죽 늘어나는 듯싶더니 좌측의 복면인의 다섯 자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왼손이 들리고,
쾅!
일권이 복면인의 가슴을 두들겼다.
훌훌 날아가는 흑의복면인의 입에서 피분수가 뿜어진다.
거의 동시,
퍽!
우수에 들린 지팡이가 휘둘러지자 우측의 복면인도 나가떨어졌다.
‘젠장!’
하지만 앞을 주시하던 진용은 허탈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두 명의 흑의복면인이 시뻘건 핏물을 게워내면서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징그런 놈들!’
실피나는 신이 나는지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두 흑의복면인을 향해 계속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오호호호! 제법 질긴 인간들이네. 어디 이것도 받아봐!
일어서면 쓰러뜨리고, 또 일어서면 쓰러뜨린다.
흑의복면인들이나 실피나나, 진용이 보기에는 막상막하의 질린 상대들이었다.
“장난 말고 머리를 공격해!”
진용이 빽 소리치자 그제야 실피나의 공격이 머리를 향했다. 하지만 흑의복면인들도 머리만큼은 악착같이 방어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악!”
“이놈!”
갑자기 관운묘 안에서 비명과 호통 소리가 터져 나왔다.
홱 고개를 돌리자 관운묘 안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릎을 꿇은 운아영이 보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던 유태청이 분노한 얼굴로 천유를 휘두른다.
새하얀 검강이 쭉 뻗어나간 순간, 시커멓게 탄 몸을 돌리던 괴인의 머리가 허공으로 치솟는다.
놈이다. 화염주로 태워 버린 놈! 놈이 살아 있다!
제기랄! 눈앞에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달려드는 놈들을 보고 짐작했어야 하거늘.
진용은 자책하면서도 마땅히 지원할 방법이 없었다. 아니, 방법이 있어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무리한 공격을 한 유태청이 비틀거렸다. 그런 유태청을 향해 또 다른 흑의복면인이 짓쳐들었다.
“물러서세요!”
진용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른손을 들어 허공을 그었다.
울컥! 목구멍을 타고 한 움큼의 선혈이 밀려 올라왔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허공이 주욱 갈라지자, 갈라진 틈을 비집고 왼손을 들이밀었다.
찰나, 시퍼런 벼락이 번쩍였다.
쩌적! 쾅!
유태청의 목을 향해 검을 들이밀던 흑의복면인이 철벽에 부딪친 쇠 구슬처럼 튕겨졌다.
그런데 하필, 떨어진 곳이 두충이 벌벌 떨며 서 있는 곳이었다. 고개를 들어 두충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서 광기 어린 붉은 눈빛이 쏟아졌다.
-멸! 모두 죽여라!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단어다. 두충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으아아아!”
두충은 미친놈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겁이 났다. 그래서 혼신을 다해 죽어라 도망쳤다.
흑의복면인은 오른쪽 가슴이 뻥 뚫린 상태로 일어서서 도망가는 두충을 쫓았다.
“두가야! 조심해!”
운아영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두충을 쫓아가려는 흑의복면인의 등을 향해 검을 던졌다.
흑의복면인은 와중에도 뒤로 검을 휘둘러 운아영의 검을 쳐냈다. 대신 걸음이 잠시 늦춰졌다.
그사이 두충은 뻥 뚫린 벽을 통과해 밖으로 도망쳤다. 그러자 흑의복면인도 그 뒤를 쫓아 관운묘를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은 힘으로 타공지를 펼친 진용은 목구멍을 뚫고 올라온 선혈을 토해내고 고개를 들다 그 광경을 보았다.
‘저, 저런! 안 돼!’
답답하다. 쫓아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하단전은 물론이고 중단전의 기운마저 칠 할 이상의 손실을 본 상태. 그 때문에 건곤흡정진혼결이 날뛰어 들끓는 기운을 다스리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진용은 자신이 이렇게 무력하게 느껴지기는 천궁도를 떠나온 이후 처음이었다.
그런데 두충이 빠져나간 지 두어 번 숨 쉴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콰아아앙!
관운묘 뒤쪽에서 귀청을 찢는 엄청난 폭음이 천지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