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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57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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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법서생 157화

 

157화

 

 

 

 

 

 

 

‘일양회?’

 

천천히 몸을 돌리자 두 척의 배가 보였다. 장강을 거슬러 올라오며 뭍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란히 붙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저러면 자칫 배끼리 부딪쳐 침몰될 수가 있었다. 배를 조금이라도 아는 자라면 절대 저런 식으로 운행을 하지 않는다.

 

진용은 오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붙어 있는 두 척의 배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정광도 들었는지 힐끔 진용을 바라보았다.

 

“고 공자,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양인데 신경 쓰지 말자구.”

 

그게 더 이상했다.

 

왜 자기들끼리 싸우는 걸까? 일양회에 무슨 일이 생겼나?

 

그때다. 문득 영호광의 죽음이 떠올랐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영호광의 죽음으로 구양무경은 염천마곡의 힘을 장악한 듯했다.

 

그리 생각했을 때, 만일 일양회에서 내분이 생겼다면 그 이유는 하나다. 

 

일양마검 천인효에게 무슨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천인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내분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진용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 눈빛도 만장 심해로 가라앉았다.

 

“가까워지면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겠습니다.”

 

“그냥 가지…….”

 

정광이 얼버무리며 두 척의 배를 바라보았다.

 

‘젠장! 저놈들, 하필이면 왜 여기서 싸우는 거야?’

 

그도 사실 궁금했다. 진용이 괜한 화풀이를 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여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시간이 갈수록 두 척의 배와 가까워졌다.

 

진용이 탄 배는 하류로 흐르며 도강을 하는 중이었고, 두 척의 배는 싸우는 와중에도 조금씩 거슬러 올라오는 중이었다.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바라보는 사이 거리가 백 장 이내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배 위에서 싸우는 광경이 제법 뚜렷이 보인다.

 

도검의 광채가 번뜩일 때마다 갑판의 여기저기가 베어져 무너진다.

 

장강의 으르렁거리는 울음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기파의 충돌음. 

 

단순한 무사들의 싸움이 아니다. 일류 이상의 고수들이 격돌하고 있다. 아마 선상의 갑판은 선혈과 죽음이 뒤엉켜 상처투성이일 것이다.

 

아직도 선착장과의 거리는 오십여 장이 남았다. 이대로라면 진용이 탄 배와 일양회의 배가 거의 동시에 뭍에 닿을 듯했다.

 

선상의 선객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배가 가까워지자 그제야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선장! 거리를 벌려! 이러다 맞부딪치겠어!”

 

“뭐 하는 거야? 빨리 방향을 틀어!”

 

“모두 진정하고 선실로 들어가시오! 항로를 틀면 배가 요동칠 테니 조심들 하고!”

 

선장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선실로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선착장과의 거리는 사십여 장, 최후의 경우에는 물로 뛰어들겠다는 생각인 듯했다.

 

촤아악! 끼기기기…….

 

장강의 흐름에 갑자기 방향을 틀자 배가 기울어졌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아우성을 질러대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와중에도 진용과 정광은 선미에 꼿꼿이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격전은 점점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언제 배가 부서져 침몰될지 모를 정도다.

 

진용의 뒷짐 진 손에 슬며시 힘이 들어갔다.

 

‘삼십 장…….’

 

충분히 건너갈 수 있는 거리였다. 실피나의 도움도 필요없는 일이었다. 미약하나마 강물의 반발력 정도만 발을 받쳐 줘도, 비마법을 쓰면 삼십 장이 아니라 삼백 장도 건너갈 수 있었다.

 

문제는 정광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데 있었다. 아마 혼자만 갔다고 난리를 피울 것이 자명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또 꼬치꼬치 캐묻겠지?’

 

그거야말로 귀찮은 일이다.

 

진용은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진용은 돌아보지 않았다.

 

세 사람, 그중 한 사람은 대단한 기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적대감이 없다. 굳이 먼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듯했다.

 

“일양회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군.”

 

중후한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정광이 뒤를 돌아보았다.

 

두 명의 삼십대 장한과 사십 후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인이 배가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흔들림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광이 바라보자 중년인이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황산의 정운백이라 하오.”

 

얼떨결에 정광도 포권을 취했다.

 

“정광이오.”

 

“보아하니 도인이신 것 같은데, 어느 산에 계신 분이신지요?”

 

“태산.”

 

정광의 짤막한 대답에 정운백이 허를 찔린 표정으로 움찔했다.

 

‘범상치 않은 자인 듯한데, 구대문파의 제자가 아니었나?’

 

그때 정광이 물었다.

 

“가만, 황산이라 하셨소? 그럼 혹시 유량이라는 사람을 아시오?”

 

“유량?”

 

정운백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의 옆에 있던 장한 중 하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저에겐 사형이 되시는 분입니다. 한데 도장께선 어떻게 유 사형을 아시는 겁니까?”

 

정광이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 그랬구려. 음하하하! 유량 도우와 한동안 함께 여행한 적이 있다오. 원시천존. 참으로 인연이 간단치 않소이다그려. 고 공자, 이분들이 유량 도우와 같은 사문 사람이라고 하는구먼.”

 

정광이 호들갑을 떨며 진용을 끌어들였다.

 

진용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세 사람을 돌아다보았다.

 

황산의 정운백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부터 신경이 쓰였던 터였다.

 

운중검(雲中劍) 정운백. 황산칠검 중 한 사람.

 

교주에서 북경으로 가던 중 유량이 지나가듯이 한 이야기 중에 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항상 조용해서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어쩌면 황산제일검일지도 모른다는 사람. 그것이 정운백에 대한 유량의 평가였다.

 

진용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운백, 그는 강해 보였다. 정광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진용은 손을 들어 올려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고진용이라 합니다. 유량 대협과는 조금 인연이 있었습니다.”

 

“정운백이라 하네.”

 

마주 인사하는 정운백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잘 봐줘도 스무 살이 조금 넘은 나이. 옷도 서생복을 입고 있다. 강호인 같지 않은 자. 

 

하지만 급격히 흔들리는 선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부동의 자세로 서 있는 자가 결코 일반인일 리는 없다.

 

더구나 눈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다.’

 

만장 심해에 빠진 기분이다.

 

불가해(不可解)를 목격한 기분이 이럴까?

 

‘보면서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다. 도대체 이자는 누구란 말인가?’

 

다행히 그의 표정 변화를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배가 기운다!”

 

일양회의 배 두 척 중 한 척이 기울고 있었다. 격전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어딘가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듯했다.

 

선착장과의 거리는 삼십여 장, 두 척의 배와는 이십오륙 장. 그러나 더 이상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가봐야 할 것 같군요.”

 

누가 말릴 틈도 없었다. 진용의 신형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 정광과 정운백 등이 우르르 앞으로 다가갔다.

 

“저런! 너무 무모한…….”

 

정운백이 다급하게 소리치다 말고 떡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십여 장을 날아간 것만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라운 일인데, 강물에 떨어지는가 싶던 진용이 물새처럼 강물을 차 오르며 다시 날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놀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등평도수에 허공답보까지!”

 

순식간에 두 척의 배 허공에 다다른 진용이 천천히 내려서고 있었다. 마치 허공에 걸친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것처럼.

 

 

 

진용은 기울어진 갑판으로 천천히 떨어져 내리며 빠르게 상황을 살펴보았다.

 

공격자는 십수 명. 반면에 공격을 받는 자는 모두 다섯 명. 바닥에 시뻘건 선혈이 흥건하고, 그 사이사이에는 십여 명이 처참한 형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누가 일양회에 반기를 든 자들일까?

 

언뜻 봐서는 공격을 하고 있는 자들 같이 보인다. 하지만 확실히 알지 못하는 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다.

 

진용이 판단을 유보한 채 격전의 한가운데에 내려서자 공격자들 중 두 명이 진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누군데 감히 일양회의 일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냐!”

 

그들을 향해 진용이 주먹을 휘둘렀다.

 

허공이 일그러지며 둔중한 굉음이 울렸다.

 

쿠웅!

 

“커억!”

 

동시에 달려들던 두 명의 무사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거꾸로 날아갔다.

 

갑작스런 상황에 치열하게 진행되던 격전이 멈칫거렸다.

 

누구냐? 적이냐, 아군이냐?

 

일류무사 둘을 일권에 물리친 고수. 어느 편이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 틈을 타 진용이 물었다.

 

“천 회주께선 어디 계시오?”

 

간단한 물음이었다. 그러나 목적이 있는 물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구석에 몰려 있던 다섯 명의 무사는 눈빛을 빛내며 손에 든 무기를 움켜쥐고, 공격하던 십여 명의 무사는 움찔하며 주춤거린다.

 

보다 확실해졌다. 반기를 든 자들은 공격하던 자들이다. 천인효의 이름만으로도 겁을 집어먹고 있지 않은가. 반기를 든 자들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반응이다.

 

그들 중 하나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놈도 죽여!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모두 죽여 버려!”

 

그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다시 십여 명의 무사가 진용과 다섯 명의 무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진용의 가라앉은 눈에 보일 듯 말 듯 혈기가 감돌았다.

 

눈앞에 다가온 검날을 움켜쥔 진용의 오른손이 꺾어지자 검날이 부러지고, 부러진 검날이 한 바퀴 휘돈 진용의 몸짓을 따라 다른 자의 목젖을 긋고 지나갔다.

 

피분수가 뿜어졌다. 빛이 꺼져 가는 동공. 두 사람이 동시에 무너졌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그것이 시작이었다.

 

진용이 시퍼렇게 물든 두 손을 앞세우고 양 떼 속을 누비는 호랑이처럼 파고들었다.

 

두 손이 스쳐 가는 곳에선 여지없이 비명이 터지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퍽! 스윽! 콰직!

 

신수백타가 펼쳐지고 열 호흡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미처 상황을 둘러볼 사이도 없었다.

 

목이 꺾어지고, 팔이 부러지고, 가슴이 터진 채 무너졌다.

 

줄지어 터져 나오는 비명!

 

한 번 무너진 자들은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단순해 보이는 공격이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도 막지를 못했다.

 

일수 일격에 하나의 죽음!

 

치 떨릴 정도의 단호한 손속!

 

뒤늦게 상황을 인식하고는 달려들던 자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들의 동공에 공포가 떠올랐다.

 

“뭐, 뭐야?”

 

“도, 도망가! 악마 같은 자다!”

 

한 사람이 소리쳤다.

 

진용의 커다란 두 손이 들리고 있었다.

 

두 손에서 시퍼런 뇌전이 꿈틀거린다.

 

금방이라도 자신들의 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가슴을 짓뭉개 버릴 것처럼!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살아남은 여섯 명이 장강의 강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때였다. 번쩍! 뇌전이 허공을 찢어발기며 뻗어나갔다.

 

콰과광!

 

비명도 없이 뇌전에 꿰뚫린 여섯 명이 태풍에 휩쓸린 낙엽처럼 훌훌 날아가 강물에 처박혔다.

 

그리고 사위가 조용해졌다.

 

장강은 여섯 명의 몸뚱이를 집어삼킨 채 유유히 흐르고, 기울어진 갑판에는 질식할 것 같은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도록 침묵은 계속 이어졌다.

 

진용은 무심히 흐르는 장강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러기 위해서 강호에 나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일지는 알 수조차 없는 상황. 벌써부터 회한에 잠길 수는 없었다.

 

‘큭! 내가 살인귀가 되어가는 것인가?’

 

진용은 입가에 흐르는 자조의 웃음을 지우며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하는 수 없다. 아버지를 찾을 때까지, 초 소저를 만날 때까지는…… 사람들이 나를 혈귀라 부른다 해도…….’

 

기울어져 강물에 반쯤 처박힌 배의 갑판에는 몇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선장을 윽박질러 배를 가까이 대고 건너온 정광과 정운백 일행이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입을 꾹 다문 채 널브러진 시신을 한쪽으로 치웠다.

 

“저쪽 배로 건너가자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정광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두 척의 배는 갈고리로 엮여 있었다. 그 덕분에 진용이 있는 곳의 배가 기울어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침몰되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정광의 말이 떨어지자 구석에서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던 자들이 천천히 일어섰다.

 

진용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일어서던 자들은 진용과 눈이 마주치자 주춤거리며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잠시 후, 그들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여전히 긴장한 눈빛이었다. 

 

그가 무기를 거꾸로 쥐고는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소후천이라 하오. 귀공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는 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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