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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56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56화

 

156화

 

 

 

 

 

 

 

진용의 눈빛이 흠칫 떨렸다.

 

‘부상을 당했다더니, 팔 하나를 잃었단 말인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팔을 잃었을 정도의 부상이었다니.

 

그런데 기이하다. 창백한 안색을 빼면 그다지 고통스런 눈빛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한 편안한 표정이다.

 

그는 눈이 마주치자 놀란 눈을 더 크게 뜨고 진용을 바라보았다.

 

“그대가 어떻게……?”

 

진용은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알아볼 것이 있어서 왔소. 사실대로 답해주었으면 좋겠소.”

 

탁인효의 눈빛이 흔들렸다.

 

“무슨 일로…… 혹시?”

 

진용은 잠시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불쑥 물었다. 

 

“누구요? 누가 이렇게 한 것이오?”

 

그는 탁인효의 무공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혼자도 아니었을 것이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용이 묻자 탁인효가 조소를 지었다.

 

“궁금한 것은 그것이 아닌 것 같소만?”

 

꿈틀, 진용은 비틀린 눈매로 그를 직시했다.

 

“초 소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온 것이 아니오?”

 

그래,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바로 그거야. 어떻게 된 일이지?

 

“말해줄 수 있겠소?”

 

“크크크, 못할 것도 없지. 나는 팔 하나를 내주고 그녀를 구했소. 비록 완벽하게 구하지는 못했지만 말이오. 게다가 하군상은 몸까지 던졌소. 주령에게 듣자 하니 그대는 황궁의 요인이 된 것 같은데, 그사이 뭘 했소?”

 

진용은 입술을 깨물고 탁인효를 노려보았다.

 

탁인효도 그렇고, 하군상마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런데 자신은……?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맡은 일 때문에?

 

그녀의 행방을 몰라서?

 

그 어떤 말로도 자기 자신에게 변명이 되지 않았다.

 

갔어야 했다. 가서 찾아야 했다. 그랬으면 찾았을지도, 구했을지도 몰랐다. 결국은 아버지의 일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고, 그녀도 구하지 못했다.

 

진용은 참담한 마음에 짓이기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어떻게 되었소?”

 

탁인효가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힘없는 목소리였다.

 

“젠장, 그걸 나도 모르겠소. 내가 막는 사이 하군상이 그녀를 안고 도망갔으니까 말이오. 다만 뒤에 들은 말로는, 하군상이 안개가 잔뜩 낀 계곡에 그녀를 던졌다고 했소. 자신이 삼혼신마를 직접 막고 말이오.”

 

진용이 눈빛을 싸늘히 빛냈다.

 

“삼혼신마? 혼세십팔마 중 한 사람인 바로 그 삼혼신마 말이오?”

 

소문은 사실이었다. 혼세십팔마 중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더니, 그가 바로 삼혼신마였다.

 

“맞소, 바로 그요. 그는 하군상으로선 죽었다 깨어나도 막을 수 없는 자요. 그래서였을 거요, 그가 초 소저를 계곡에 던진 것은. 나중에 들으니 안개가 짙게 깔린 그 계곡 아래쪽에 제법 깊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고 하더구려. 아마 하군상은 그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소. 줄곧 그쪽으로만 도망을 친 걸 보면.”

 

탁인효는 말을 끝내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가 한참만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그 일 때문에 벌을 받게 되었지만, 이제 와서 후회하지는 않소.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겠소? 크크크…….”

 

사랑은 그런 것이라고?

 

진용은 힘없이 웃음을 흘리는 탁인효를 바라보았다.

 

사랑을 갈구하다 외팔이가 되었지만, 그런 그가 조금도 어리석게 보이지 않았다.

 

“삼혼신마가 왜 그곳에 나타난 거요? 혹시 천혈교에서 나선 거요?”

 

탁인효가 떨리는 눈을 틀어 진용을 향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화상단도 그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만.”

 

“나도 정확한 것은 모르오. 모든 것은 아버님이 주관하고 계시니까.”

 

진용은 불길이 잠든 눈으로 탁인효를 응시했다.

 

“귀하가 초 소저를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소. 그대의 아버님께 천혈교와의 관계를 끊으라 하시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크크크, 아버님이 내 말을 들을지도 의문이지만, 삼혼신마 같은 고수조차 그들의 주구요. 누가 그들을 막는단 말이오?”

 

다른 사람이라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용은 아니었다. 절대!

 

진용의 목울대가 거센 떨림을 일으켰다.

 

“내가! 나, 고진용이!”

 

나직한 외침에 대기가 파르르 떨었다.

 

갑자기 방 안에 회오리가 맴돌았다.

 

단순한 회오리바람이 아니었다. 시퍼런 빛이 바람의 결을 따라 휘돌고 있었다.

 

강기, 진용의 전신에서 실처럼 뿜어지는 강기였다.

 

시퍼런 강기에 부딪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가루로 부서져 흩날린다.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광경에 탁인효는 찢어질 듯이 눈을 부릅떴다.

 

“천혈교든, 삼존맹이든,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모두 제거할 것이오. 만일 천화상단이 방해가 된다면, 나는 천화상단을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쓸어버릴 것이오!”

 

진용이 소리치며 우수를 뻗어 허공을 움켜쥐고는 길게 내리그었다.

 

순간 허공이 쫘악 갈라지는가 싶더니, 갈라진 허공 속으로 진용의 우수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 쩍, 벽이 갈라지는 기음이 터지고,

 

“컥!”

 

외마디 비명이 터지더니, 목이 기묘하게 꺾어진 회영(灰影) 하나가 갈라진 벽에서 흐물거리며 무너져 내렸다.

 

탁인효가 경악해 소리쳤다.

 

“환혼사(還魂使)?”

 

진용은 탁인효의 경악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감정한 어조로 다시 말을 이었다.

 

“삼혼신마는 내 손에 걸리기 전에 스스로 죽는 것이 나을 것이오. 아니면 지옥을 직접 경험하게 될 테니까.”

 

살갗에 소름을 돋게 하는 목소리였다.

 

‘그럴지도…….’

 

탁인효는 이를 악물었다.

 

환혼사가 죽었다, 그것도 단 일수에. 상단의 단주 명령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미지의 고수 환혼사가.

 

“꼭, 명심하시오!”

 

진용은 경악으로 굳어버린 탁인효의 뇌리에 마지막 대못을 박고 몸을 돌렸다.

 

초연향이 사라졌다.

 

그것만으로도 목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미칠 것만 같았다.

 

‘연향,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어떻게 되었다던가?”

 

진용이 굳은 표정으로 방을 나오자 정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밖에 있었으면서도 아무런 말도 들을 수가 없었다. 진용이 소리를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진용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았다.

 

정광은 왠지 더 묻고 싶지가 않았다.

 

진용이 무심하게 말했다.

 

“그만 가지요.”

 

정광은 흠칫 어깨를 떨었다. 진용이 걸어가면서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을 잇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누구라도 나타났으면 좋겠군요.”

 

그 말뜻을 깨닫는 데는 아무리 둔감한 정광이라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굳은 눈으로 진용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당장 피 냄새가 콧속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삼존맹, 이 썩을 놈들아! 제발 이번만은 막지 마라!’

 

살귀가 되어 미쳐 날뛰는 진용.

 

정광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4

 

 

 

 

 

콰과광!

 

일수 격돌의 여파에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던 절정의 고수 십여 명이 일제히 물러섰다. 물러선 그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십천존!

 

그들의 이름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이십여 초가 격돌로 전각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다시피 했다. 정원의 나무도, 바위도 모조리 가루가 되어 평지가 되어버렸다.

 

가공할 격돌!

 

누구 하나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두 사람을 휘어감고 있는 강기의 폭풍 때문이었다.

 

휩쓸리면 누구도 무사할 수 없으리라!

 

어느 순간!

 

“으음…….”

 

강기의 폭풍 속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누구의 신음인가.

 

둘러선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폭풍 속을 들여다봤다.

 

붉은 선혈이 한 사람의 입가를 따라 흐르다 쪽빛 청의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옷을 가루로 만들고 가슴에 찍힌 하나의 손자국.

 

신음은 천인효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인가.

 

“주군!”

 

둘러서 대치하고 있던 자들 중 몇 명이 다급히 외쳤다. 칠양객 중 살아남은 네 사람이었다.

 

그들의 눈이 격동으로 떨리고 있다.

 

천인효는 그들의 외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았다. 그가 잘게 떨리는 입을 열어 말했다.

 

“구양 맹주, 그대가 어찌 그 무공을?”

 

굳은 얼굴의 구양무경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손을 타고 한 방울 핏물이 떨어졌다.

 

“나에게 그 무공을 쓰게 만든 것만으로도 그대는 역시 대단해.”

 

“크큭! 구양무경, 세상은 당신을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 같군.”

 

“아마 계속 모르게 될 거네.”

 

“글쎄…… 아직은 아니오.”

 

천인효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는 들고 있는 검에 혼신의 공력을 쏟아 넣었다.

 

구양무경의 눈빛도 검게 물들었다.

 

강기의 폭풍이 다시 휘돌기 시작했다.

 

그때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어디선가 세 개의 청색 그림자가 강기의 폭풍이 몰아치는 한가운데로 뛰어든 것이다.

 

쩌저정!

 

휘몰아치던 폭풍의 한쪽이 무너지며 구멍이 뚫렸다. 이를 본 구양무경이 이마를 찌푸리며 주춤거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만붕오로 중 두 명이 재빨리 그들의 배후를 공격했다.

 

“감히 우리 앞에서 허튼수작을 부리다니!”

 

구양무경의 앞을 가로막은 세 명의 청의인 중 하나가 급히 소리쳤다.

 

“주군! 빠져나가십시오!”

 

검을 치켜들던 천인효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는 안다. 저들이 누군지, 무엇을 하려는지.

 

삼비였다. 지금껏 격전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들이 마침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안 돼! 너희들을 이렇게 희생시킬 수는 없다, 아우들아!’

 

일양회의 최대 비밀 중에 하나인 삼비는 바로 자신의 아우들이었다. 자신을 위해 그림자 인생을 산 아우들.

 

‘아우들이 막을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아우들을 이대로 죽일 수는 없어!’

 

그는 들어 올린 검을 더 강하게 움켜쥐고는 만붕오로와 부딪치고 있는 아우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빠져나가!”

 

후우우웅!

 

그의 검에서 일어난 검강이 길게 늘어졌다.

 

자신의 마지막 일검이 될지도 모르는 일양천락(一陽天落)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순간 구양무경의 입가에 잔혹한 웃음이 걸렸다.

 

“그럴 필요 없다! 모두 함께 죽여주지!”

 

그의 검게 물든 손이 허공을 향해 뻗치자 수십 개의 시커먼 손 그림자가 천인효를 덮어갔다.

 

일순간, 만붕오로와 싸우고 있던 삼비가 만붕오로의 공격은 도외시한 채 구양무경의 손 그림자 속으로 뛰어들었다.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공격이었다.

 

천인효는 눈을 부릅떴다.

 

‘안 돼!’

 

그런데도 일검을 마저 펼쳐 낼 수가 없었다.

 

아우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몸을 던졌을 것이다.

 

그들의 눈빛이 말하고 있다.

 

제발 도망가라고! 일단 살고 보라고!

 

그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자신을 죽일 생각을 한 자들이 일양회를 가만두었을 리가 없다.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아우들을 희생시켜서라도 말이다.

 

아무리 가슴이 아파도! 남은 가족들을 위해!

 

“으아아!”

 

천인효는 일양천락의 방향을 만붕오로 쪽으로 틀었다.

 

“헉!”

 

헛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만붕오로 중 진천일도 위중산의 한 팔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크어억!”

 

동시에 삼비 중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이 천인효의 가슴을 찢으며 터져 나왔다.

 

시간이 없다. 아우들이 구양무경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십여 초를 펼칠 시간뿐.

 

천인효는 혼신을 다해 신형을 날렸다. 가슴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나를 용서해라, 아우들아!’

 

갑작스런 상황에 둘러싸고 있던 자들이 놀라 소리치며 메뚜기 떼처럼 날아올랐다.

 

“막아라! 놈이 빠져나간다!”

 

동시에 칠양객 중 살아남은 자들이 천인효의 뒤를 막았다.

 

“우리를 죽이고 가거라!”

 

“우하하하! 주군, 살아서 복수를!” 

 

 

 

 

 

 

 

8장. 변수

 

 

 

 

 

1

 

 

 

 

 

장강의 거대한 물결이 쉼없이 흐르고 있었다. 붉은 황토를 머금은 붉은 물결이었다.

 

아무래도 상류 쪽에서 비가 많이 온 듯했다.

 

진용은 붉은 장강을 바라보며 묵묵히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계곡의 물살에 휩쓸렸으면 많이 다쳤을 텐데…….’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생각은 하기가 싫었다.

 

살아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살아 있어야만 했다.

 

탁인효의 말에 의하면, 천화상단과 구룡상방의 사람들이 근 열흘간에 걸쳐 그녀를 찾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진용은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살인에 미친 악마로 만들지 않으려면 당신이 살아 있어야 돼, 연향.” 

 

진용이 중얼거렸다. 정광이 그 소리를 듣고는 투덜거렸다.

 

“이놈의 배가 왜 이리 느리게 가는 거야?”

 

사실 배는 정상적인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만 그의 마음이 답답할 뿐이었다.

 

사람들이 성질 급한 도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정광도 마주 쏘아보았다.

 

뭘 봐, 이 한 치 앞도 보지 못 보는 어리석은 인간들아!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어? 저 배들, 왜 저러는 거지?”

 

진용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양회의 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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