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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41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41화

 

141화

 

 

 

 

 

 

 

의외의 명이었는지 적유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 떠오른 것은 희미한 살소였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주군.”

 

그때였다. 명을 내리고 반쯤 돌아서던 백리성이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듯 적유에게 물었다.

 

“아! 그리고 최근에 낭인 하나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던데, 누군가?”

 

“오죽장의 한구양이라는 자입니다. 본 성의 고수 몇 명이 무양에 나갔다가 그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오죽장?”

 

“처음 들어보는 문파인데, 당한 자 중에는 그를 잡으러 갔던 비천검단의 단원들도 끼어 있습니다.”

 

“비천검단마저? 왜 그냥 놔두는 건가?”

 

“그가 일을 벌이고 나면 바로 사라지는 데다, 고진용의 일과 삼존맹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바람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야 알았습니다만, 그자가 지닌 무공이 암흑마련의 마공임을 알고…….”

 

적유의 말에 백리성이 홱 돌아섰다. 그가 경악한 표정으로 물었다.

 

“암흑마련? 그게 사실인가?”

 

“해서 뒤를 알아볼 생각입니다. 우리에게 득이 될 자인지 아닌지 말입니다.”

 

“계획은?”

 

“광혼단 셋을 은밀하게 움직였습니다. 반쯤 죽여놓고 쫓을 생각입니다, 성주.”

 

“흠, 그거 괜찮은 생각이군. 즉시 실행에 옮기게나.”

 

 

 

 

 

4

 

 

 

 

 

만붕성 추명당 제오조장인 종무길은 오십여 장 앞에서 마차가 멈추자 자신도 도토리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이해할 수가 없군. 저런 자들이 어떻게 보름 이상 본 맹의 이목을 피했던 거지?’

 

마차의 움직임은 극히 단조로웠다. 빠르지도 않았고 길을 억지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그냥 관도를 따라 일직선으로 달릴 뿐.

 

게다가 보란 듯이 언덕 위에 멈춰서 쉬어간다.

 

‘들리는 말로는 저들에게 만붕오로 중 한 명이 당하고 비밀리에 키운 살귀들도 당했다고 하던데, 소문이 사실일까? 정말 저들 중에 십절검존 유태청이 끼어 있는 걸까?’

 

극비로 진행되던 일에 추명당이 동원된 것은 사흘에 불과했다.

 

말단 조장인 종무길은 유태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반신반의했다.

 

그나마도 자신의 친구가 만첩단에 조장으로 있기에 반이나마 믿는 것이었다.

 

‘그놈의 자식, 알려주려면 자세히 좀 알려주지.’

 

마차를 호위하는 자들이 고수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만붕오로 중 한 사람을 어찌할 수 있는 고수들은 아니다.

 

아니, 고수가 있긴 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도사와 풍채 좋은 노인 하나.

 

나머지야 말할 것도 없었다.

 

다 죽어가는 노인과 서생, 그리고 덩치가 커다란 여자.

 

대체 저기에 무슨 십절검존이 있단 말인가?

 

조금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면, 추적을 알고 있을 텐데도 마치 유람 나온 사람들처럼 행동이 너무 태연하다는 것이다.

 

“후후, 어쨌든 너희들의 행운도 여기서 끝이다. 이 종 나리에게 걸린 이상…….”

 

“자네 성이 종씬가?”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곳이 머리꼭지에 꽂힌 기분. 

 

흠칫한 종무길은 홱 몸을 돌리고는 일 장가량 미끄러졌다.

 

“더 오면 죽는 수가 있다네.”

 

조금 나른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다시 뒤에서 들렸다.

 

종무길은 귀신이라도 만난 듯 대경하며 몸을 허공으로 뽑아 올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말보다 앞서서 커다란 발이 얼굴 앞에 나타났다. 동시에 도집이 허리를 쓸고 지나갔다.

 

쾅! 퍽!

 

“켁!”

 

“그냥 내려가 있어, 귀찮게 하지 말고.”

 

땅바닥에 나뒹군 종무길은 다급히 일어서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제야 도집이 쓸고 지나간 허리 어름에서 끊어질 듯한 통증이 짜르르 밀려왔다.

 

‘이, 이런…… 마혈이…….’

 

그는 정신없이 눈을 돌려 좌우를 돌아보았다.

 

품 자를 이룬 채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의 어깨에 턱 걸쳐져 있는 도집이 보였다. 종무길은 최대한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도집의 주인을 향해 물었다.

 

“누, 누구신지?”

 

북리종이 눈을 크게 뜨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왜 이러는 거요? 내가 귀하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좌측에 서 있던 위도경이 말했다.

 

“그냥 죽이고 가지?”

 

“자넨 너무 마음 씀씀이가 독해서 탈이야.”

 

“어차피 입을 열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 낭비 할 필요 없잖아?”

 

소진호가 나섰다. 깍지 낀 손에서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제가 죽이죠. 목뼈를 부러뜨려 버리겠습니다.”

 

거짓이 아니다. 진짜 죽이겠다는 눈빛이다.

 

종무길은 몸을 부르르 떨며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빠르게 세 사람을 둘러보았다.

 

“대체 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라면 아주 지독한 개꿈이었다.

 

하지만 얼굴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봐서는 꿈이 아니었다. 차라리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였다. 부스럭, 도토리나무의 넓적한 잎이 가득한 나뭇가지가 젖혀지더니 두 사람이 종무길이 있는 곳으로 걸어나왔다. 율천기와 귀혼필(鬼魂筆) 전옥두였다. 율천기가 말했다.

 

“아직도 입을 안 열었나?”

 

“거짓말을 하려고 해서 그냥 죽여 버릴까 생각 중입니다.”

 

“그래? 그럼 일단 팔다리 먼저 부러뜨려 버리고, 그래도 입을 안 열면 얼굴을 도려내고 나서 파묻어 버려.”

 

종무길의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뭐, 뭐야? 얼굴을 도려내고 파묻어?’

 

진짜 살벌한 놈은 따로 있었다.

 

그에겐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율천기가 바로 악마였다. 이제 다른 세 사람은 그저 악마의 하수인에 지나지 않았다.

 

갑자기 종무길이 크게 소리쳤다.

 

“무인답게 죽겠다! 그냥 죽여라!”

 

북리종이 풀썩 헛웃음을 터뜨렸다.

 

“허, 거참, 꼭 어디에든 영웅 행세하려는 놈들이 하나씩은 있다니까. 뭐, 할 수 없지. 그렇게 죽고 싶다면야…….”

 

네 사람은 조금도 감탄하지 않은 눈으로 종무길을 바라보았다. 소진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일단 하나를 꺾고 볼까? 얼굴은 나중에 북리 형이 도려내.”

 

“그냥 주, 죽…….”

 

종무길의 말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려 나왔다.

 

소진호가 그의 팔을 하나 잡았다.

 

굵은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중 한 방울이 입속으로 흘러들었다.

 

종무길의 입이 황급히 열렸다.

 

“죽… 이더라도…… 뭘 물어보려고 한 것인지는…….”

 

북리종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갈 길이 바쁘니까 빨리 끝내자. 너, 삼존맹이냐, 아니면 천혈교냐?”

 

종무길의 입이 다시 자물쇠처럼 굳게 닫혔다.

 

하지만 아주 잠깐뿐이었다. 소진호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그의 입이 의지를 배반하고는 저절로 열렸다.

 

“삼존맹입니다.”

 

“이름과 지위는?”

 

씨팔! 그래! 죽고 나서 명예가 무슨 소용이야?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텐데!

 

“종무길. 추명단의 제이 조장입니다.”

 

“마차를 쫓는 목적은?”

 

“그…….”

 

퍽! 우두둑!

 

잠깐 멈칫한 사이 그의 오른쪽 팔이 뒤로 꺾여 버렸다. 뒤따르는 끔찍한 고통!

 

“크억!”

 

“좋은 게 좋은 거라니까. 다시 묻지. 목적은?”

 

“크으으윽. 마차를 뒤따르며 보고하는 것.”

 

“구양무경에게?”

 

“예…….”

 

“흠, 먼저 잡은 세 놈 말하고 같군.”

 

셋? 그럼 수하들도…….

 

“…….”

 

북리종이 고통조차 잊고 입을 쩍 벌린 종무길의 얼굴에 머리를 바짝 들이밀었다.

 

“어쨌든 사실인 것 같으니까 살려주마. 대신 멀리 도망가서 살아야 할 거야. 다른 놈들에게는 네가 입을 열었다고 했거든.”

 

종무길의 하얀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북리종이 종무길의 불룩한 가슴에서 전서구를 빼내는데도 종무길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북리종은 전서구의 다리에 묶인 통에서 종이를 꺼내 종무길의 앞에 펼치고는 다시 종무길의 품속에서 자그마한 세필을 찾아 내밀었다.

 

“자, 여기다 써.”

 

“뭐, 뭐라고?”

 

“흠, 마차가 무양으로 가고 있다고 써. 혈을 터줄 테니까 허튼수작하지 말고.”

 

퍽! 위도경의 발길질에 마혈이 풀리자, 종무길은 이를 악물고 떨리는 손을 들어 서신을 적었다. 허튼수작은 애당초 꿈꾸지도 않았다.

 

 

 

[놈들이 무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추명단 제이 조장 종무길.]

 

 

 

북리종은 종무길이 쓴 서신을 전서통에 집어넣곤 전서구를 하늘로 날렸다.

 

날아가는 전서구를 바라보던 율천기가 숲 밖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다 했으면 가세. 마차가 떠나는군.”

 

빡! 다시 북리종의 도집이 하공을 날았다.

 

그 후 마혈이 제압된 종무길을 뒤로 남기고 다섯 사람은 숲을 나섰다.

 

마차는 이미 언덕을 넘어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뒤에서는 종무길의 악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마혈은 풀어줘야 할 것 아니오!”

 

율천기가 말했다.

 

“마혈 풀어주고 묻어버려.”

 

숲 속이 조용해졌다.

 

북리종이 뒤를 향해 말했다.

 

“이놈아! 산 채로 묻히기 싫으면 조용히 있어. 한 이틀 정도만 있으면 풀릴 테니까. 그리고 풀리거든 내가 말한 대로 멀리 도망가라구.”

 

인심 쓰듯 말한 북리종이 율천기를 바라보고는 씩 웃었다.

 

“그런데 정말로 얼굴을 도려낼 생각이었습니까?”

 

율천기가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

 

“놈의 코 밑에 있는 점 정도는 도려내려고 했지. 난 나하고 똑같은 위치에 점 있는 놈이 싫거든.”

 

이유가 있다.

 

십여 년 전, 낙양 포청 정문 앞에 붙은 현상 수배범의 얼굴 그림에 코 밑 점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낙양을 지나가던 율천기는 오직 그 이유 하나만으로 관군과 한바탕 드잡이질을 벌여야만 했다.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때려눕히기만 하면서.

 

그 이후로 그는 코 밑에 점이 있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들의 얼굴에서 점을 도려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차마 실행하지는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조금 전에도 그랬다.

 

‘지금이라도 가서 도려내고 올까?’

 

 

 

그와 비슷한 광경이 오 리가량 떨어진 숲 속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포은상을 비롯한 네 사람은 두 구의 시신을 뒤로하고 숲을 나서야만 했다.

 

잡기 직전에 놈들이 서로의 가슴에 검을 쑤시고 자결을 했기 때문이다.

 

미처 예상치도 못한 일에 포은상 등은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그다음에 잡으려 한 놈들은 더 지독했다. 놈들은 자신들이 포위망에 갇혔다는 것을 알자마자 죽음을 택해 버렸다.

 

죽기 직전에 뜻 모를 말만을 남기고.

 

“혈신을 위해!”

 

 

 

진용은 비류명과 사마조양으로부터 상황을 전해받고 눈을 빛냈다. 

 

혹시 몰라 실피나를 시켜 조사해 봤지만, 십 리 이내에는 추적자로 보이는 자가 없었다. 아마도 시간이 촉박해서 후속 지원조들이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

 

어쨌든 삼존맹과 천혈교의 이목이 다시 가려졌다. 제삼의 눈까지도.

 

적어도 그들이 자신들을 찾으려면 닷새는 소비해야 할 터. 그 정도면 첫 번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적혈문으로 가죠.”

 

구양무경! 이제 시작이다!

 

 

 

 

 

 

 

3장. 그날 태행산에서는

 

 

 

 

 

황제가 사냥에 나서자 북경에서는 누구도 도검을 차고 다닐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무인으로 보이는 자들은 모두 철저한 검문을 받아야만 했다.

 

무림에 적을 둔 문파나 흑도, 자경무사를 둔 거부들 모두가 무사들을 단속하기에 바빠졌다.

 

아무리 북경제일거부 구룡상방이라 해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들은 잠시 무사들을 불러들이고 이목만 남겨두었다.

 

절호의 기회였다. 하군상과 초연향은 그 틈을 이용해서 변복을 하고 서로 거리를 둔 채 북경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북경을 나선 지 보름. 밤에만 움직인데다 사람들의 이목이 없는 산길을 타다 보니 보름 동안 기껏 삼백여 리밖에 벗어나지를 못했다.

 

아직도 갈 길은 까마득한데 몸은 점점 지쳐 가고 있었다.

 

더구나 무공이라곤 기초만 익힌 초연향은 발이 퉁퉁 부어서 발목이 장딴지만큼이나 굵어져 있었다.

 

언제 하북을 벗어나 그 사람 곁에 갈 수 있을까?

 

초연향은 발목을 주무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둥근 보름달이 도주행에 지쳐 있는 그녀를 안쓰러운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 공자…….”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나직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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