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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39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39화

 

139화

 

 

 

 

 

 

 

유태청을 믿고 시간을 맡긴 사람들. 진용은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일어섰다. 

 

진용은 포권을 취하며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들으셨겠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슨 영웅적인 일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떠한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일도 아닙니다. 저의 목적은 둘. 그중 하나는, 관인으로서 나라의 근간이 어지러워질지도 모르는 일을 사전에 막자는 것입니다.”

 

진용은 말을 하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실망하는 표정, 그저 그러려니 하는 무덤덤한 표정, 그것도 재미가 있겠군, 하는 흥미가 동하는 표정. 저마다 가지각색의 표정들이다.

 

진용이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의 지위는 꽤 높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묘하게 틀어졌다.

 

젊은 놈이 꽤 높은 지위에 있나 보군. 하긴 무공을 봐, 안 그러게 생겼나.

 

땡감을 베어 문 것처럼 쓴 표정들.

 

그때 진용이 말했다.

 

“하지만! 그딴 지위, 만두 하나하고 바꿔 먹는다 해도 하나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제 지위 욕심나는 사람 있으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런 말에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만두 하나하고 바꿀 지위, 욕심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젠장, 그 말 듣고 달라 할 사람이 여기에 어딨다고?

 

별로 높지도 않은가 보네 뭐.

 

사람들은 속으로 그러면서도 조금은 흥미가 동한 얼굴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욕심 때문이 아니다. 진용이라는 인간에 흥미가 동한 것이다.

 

저 괴물 같은 놈이 또 무슨 말을 할까?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자신들을 모은 걸까?

 

진용은 잠시 시간을 두고 말을 이었다.

 

“후우우, 솔직히 말씀드리면, 역모를 행한 삼왕을 잡는 일도 해야겠지요. 약속을 했으니까. 하지만 말입니다. 저에겐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삼왕을 잡고 천혈교를 상대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진용은 ‘급한 일이 뭔데?’ 하는 새로운 눈빛 스물두 개를 바라보며 본론을 꺼냈다.

 

“아버지를 찾고자 합니다.”

 

뭐? 아버지를 찾아?

 

벙찐 표정들이 진용을 그물처럼 감쌌다.

 

“놈들이 아버지를 이용해서 뭔가를 해독했는데, 그 후에 그만 아버지가 어디론가 사라지셨습니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율천기가 물었다.

 

“험. 그러니까, 자네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천혈교, 삼존맹, 천제성과 싸워야 한단 말인가? 뭐, 물론 삼왕을 잡는 일도 해야 한다고 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또박또박 묻는 율천기의 물음에 진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약간의 웅성거림이 일었다.

 

“우리가 저 괴물의 아버지를 찾는 일을 해야 한다고?”

 

“그런다잖아. 거참.”

 

“유 어르신의 얼굴을 봐서 그냥 갈 수도 없고…….”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이야 어떻든 말든 진용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가 해독한 것이 무공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그 무공을 익힌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십 년에 걸쳐서. 그것도 하필이면 해독한 무공 구결 중에서 마.공.의 구결을 말입니다.”

 

무공 이야기가 나오자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그러더니 마공이라는 말에 눈빛이 반짝거렸다. 천생 무인들이었다.

 

진용이 다시 한숨을 길게 쉬며 말을 이었다.

 

“아마 지금쯤은…… 후우,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도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보다 강할지도 모르고…….”

 

방 안이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숨소리도 나지 않았다.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눈앞의 괴물보다 강할지 모른다고? 그럼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그때 유태청이 물었다.

 

“혹시, 그 무공이 자네가 익힌 무공과 관계가 있나?”

 

진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말해야 할 때였다.

 

“아버지께서 남겨놓은 것을 어릴 적에 얻었습니다. 저는 마침 좋은 분을 만나서 그 무공의 구결을 정화시켜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럼 자네 아버지가 그 마공을 익히면서 마기에 물들어 정신을 잃었다 생각하는 건가?”

 

유태청의 질문이 떨어지자, 진용은 심각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무거운 목소리를 내리깔고 한마디, 한마디 듣는 사람의 심장에 화살을 박듯이 말했다.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그 마공을 펼치면, 천하가 피로 물들지도 모릅니다.”

 

졸지에 단순한 아버지 찾기가 천하의 안녕을 위하는 일로 돌변했다.

 

천혈교를 헤집고 삼왕을 잡는 일과 천하를 혈난으로 몰아갈지 모르는 정신 잃은 진용의 아버지를 찾아야 하는 일.

 

실망감에 젖었던 사람들의 표정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개중 두어 명은 눈에 물기마저 고여 있었다.

 

아버지를 찾기 위한 자식의 몸부림. 그 얼마나 효성이 지극한가.

 

“그렇다면야 해볼 만한 일이군.”

 

“헛일은 아니지, 암.”

 

“그럼 그렇지. 어르신이 별것도 아닌 일로 우리를 부르셨을 리가 없지.”

 

“아버지가 잘못되기 전에 찾아야 한다잖아. 우리가 도와야지…….”

 

두충과 정광은 그 모습을 보고도 그러려니 했다.

 

능구렁이 제독태감 왕효를 가지고 놀았던 사람이 진용인 것이다.

 

유태청도 제갈운문과의 말싸움을 봤던 적이 있어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도굉, 비류명, 서문조양, 운아영은 진용이 열한 명의 고수를 요리하는 것을 보고 입이 반쯤 벌어져 있었다.

 

‘쳇! 그 정도 가지고 놀라긴.’

 

물론 무수히 당해온 세르탄에게는 웃음거리도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결론이 내려졌다.

 

모두가 진용의 일을 돕기로 했다. 적극적으로.

 

 

 

 

 

5

 

 

 

 

 

다음 날, 아침 일찍 식사를 마쳤을 때 두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탕마단이 움직이기 시작했음. 맹주께서 고 공자와 유 노사님을 만나고 싶어함.]

 

 

 

그들이 관사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석무심의 급전이었다. 보름 이전에는 소식도 전하지 말라고 했더니 정확히 떠나려는 날 소식을 전해왔다.

 

두 번째는 금의위에서 온 송시명의 서신이었다. 그와 함께 보낸 서신이 동봉된 채였다.

 

 

 

[독행귀자 선우진광의 행방을 찾을 수 없음. 강호로 나간 것 같음. 우리는 백인검문으로 감. 무운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십여 년이나 무당산을 벗어나지 않았던 선우진광 노선배가 왜 무당산을 떠났을까요?”

 

독행귀자의 행동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때가 좋지 않았다. 

 

난세에 수십 년 거처를 떠난다는 것. 그 이유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사도굉이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내가 알기로 그는 백리자천에게 빚이 있네. 혹시 그 일로 떠난 것 아닐까?”

 

 

 

 

 

6

 

 

 

 

 

“도사 아저씨, 가는 거야?”

 

“어.”

 

“가면 안 와?”

 

“아냐, 올게.”

 

시무룩하던 상아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을 크게 떴다.

 

“정말?”

 

“그으럼!”

 

“힝! 상아는 도사 아저씨가 좋은데.”

 

“도사 아저씨도 상아가 좋아. 알지?”

 

“그럼 우리 신랑 신부 할까?”

 

“컥!”

 

“쿨럭!”

 

정광과 상아의 슬픈(?) 이별을 실실 웃으며 보고 있던 사람들이 목을 움켜쥐었다.

 

무서운 아이였다. 단 한마디로 스무 명에 가까운 강호의 고수를 질식시키다니.

 

일행들에게 일격을 가한 상아가 이번에는 쪼르르 진용에게 달려갔다.

 

“서생 오빠, 꼭 도사 아저씨 보내줘야 돼? 알았지?”

 

귀신같은 아이. 정광이 진용에게 꼼짝 못한다는 걸 알고 하는 말이다. 

 

초연상도 그러더니, 상아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는 다 저런가 싶다.

 

“응? 물론이지. 내가 어떻게 상아 말을 무시하겠냐?”

 

“그리고 그 언니 찾으면 꼭 함께 놀러 와.”

 

상아가 연이어 진용의 가슴에 화살을 꽂았다.

 

초연향에 대해선 아직 소식이 없었다. 진용은 상아의 말에 초연향이 더욱 보고 싶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눈에 안개가 낀다. 당장이라도 하북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어? 우는 거야? 남자가 울기는…….”

 

웃! 이런 실수를!

 

“무슨 소리를! 내가 왜 운단 말이야? 하, 하! 상아가 잘못 봤겠지.”

 

“거짓말하면 군자가 아냐. 그리고 울면 좀 어때? 혼인할 언니가 집을 나갔는데.”

 

“…….”

 

지, 집을 나갔다고? 혼인할 언니? 

 

말뜻이 이상하다.

 

어디서 그런 유언비어가?

 

힐끔 돌아보자 문가에 서 있던 추진상이 고개를 돌려 먼산을 바라본다. 

 

범인은 그였다. 그가 상아에게 초연향이 집을 나갔다고 둘러댄 것이다.

 

그런데, 집 나간 마누라! 꼭 그렇게 들리지 않는가!

 

그래도…… 혼인할 언니라는 말에 모든 것을 용서해 주기로 했다. 아직 도움 받을 일도 있고 하니까.

 

“다음에 뵙죠, 추 대인.”

 

“험, 잘 가시오, 고 천호. 내 소식이 오면 지급으로 전해주겠소.”

 

“부탁하겠습니다.”

 

진용이 돌아서자 사람들이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안됐다는 눈빛들이었다.

 

“힘내게. 곧 제정신 차리고 들어올 거네.”

 

율천기가 속도 모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미칠 일이다. 더구나 여기저기서 중얼거리는 소리들.

 

“혹시 그게 약한 것 아냐?”

 

“무슨 소리를? 저번에 보니까 오줌발이 세던데.”

 

“오줌발 세면 그것도 센가?”

 

“어허! 이 도우들이 어디서 헛소리를! 고 공자의 그것이 얼마나 멋진데! 내가 태산에서 봤다고!”

 

‘으캬캬캬캬!’

 

세르탄이 미친 듯이 웃는다. 최악의 아침이었다.

 

그렇다고 성질낼 수도 없는 일. 진용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출발을 알렸다.

 

“가시죠,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웅얼웅얼, 중얼중얼…….

 

“킬킬, 그러고 보니 고 공자도 사람은 사람이구먼.”

 

“그러게 말이야.”

 

“난 또 진짜 괴물인 줄 알았잖아? 흘흘.”

 

 

 

 

 

7

 

 

 

 

 

삼 개 조로 나뉘어 움직이기로 했다.

 

삼탁(三卓), 그 희한한 단어를 그대로 쓴 채. 

 

쪽팔리다며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대로 쓰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 남들이 모르는 단어이니 더 좋을 수도 있다면서. 신선한 발상이라면서.

 

 

 

일조인 천탁은 진용 일행이 맡았다.

 

이조인 지탁은 벽월 율천기가 맡고 네 명의 조원을 두었다.

 

삼조인 인탁은 북천산인 포은상이 맡고 다섯 명의 조원을 두었다.

 

각 조원의 거리는 대략 이십 장, 각 조 선두의 거리는 오 리, 언제든 연수할 수 있는 거리를 둔 채 움직였다.

 

그리고 연락은 비류명과 서문조양이 하기로 했다.

 

천하의 어떤 세력도 몇 배의 전력을 투입하지 않는 한, 그들이 오 리의 거리를 달려갈 시간에 일 개 조를 어찌할 곳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사실이 그러했다.

 

훗날 천공삼탁(天攻三卓)으로 불릴 그들의 첫 출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8

 

 

 

 

 

방성의 푸른 하늘을 수놓으며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날아오른 비둘기는 모두 다섯 마리. 모두가 다리에 전서통을 매달고 있었다.

 

세 마리는 서쪽과 서남, 서북을 향하고, 두 마리는 북쪽으로 날아갔다.

 

진용이 전서구를 본 것을 막 방성을 벗어나던 때였다. 마차의 창문 밖으로 눈을 돌리자 하늘로 비상하는 비둘기들이 보인 것이다. 한눈에 전서구임을 알 수 있었다.

 

사흘 전부터 수상한 자들의 움직임이 실피나의 이목에 잡혔는데, 아무래도 그들이 진용 일행의 움직임을 보고하는 듯했다.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비둘기들을 보던 진용의 입가에 싸늘한 조소가 맺혔다.

 

“실피나…….”

 

바람결에 스러질 정도로 나직하게 실피나를 불렀다.

 

마차의 창문 앞에 졸린 눈을 깜박이며 실피나가 나타났다.

 

<실피나, 그만 졸고 저 비둘기들이나 잡아 와.>

 

―응? 비둘기? 오호호! 알았어!

 

다행히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전서구들을 잡는 것이 재미있는 놀이라도 되는 것처럼 실피나는 신이 나서 전서구들을 쫓아갔다.

 

아마 세 마리의 전서구는 또 한 몸이 되어 도착할 것이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는 전혀 다른 곳에.

 

진용의 입가에 맺힌 조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제는 그대들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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