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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70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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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법서생 170화

 

170화

 

 

 

 

 

 

 

웃을 수도 없고, 잠시 방 안의 분위기가 어색해져 있을 때였다. 정광이 눈을 힘을 주고 입을 열었다.

 

“내 잠시 다녀오겠네, 고 공자. 험!”

 

홱 몸을 돌리는 정광을 향해 진용이 말했다.

 

“너무 심하게 야단치지는 마십시오. 객잔에다 보따리에 든 것을 다 던질지도 모르니까요.”

 

밖으로 나가던 정광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혼내줄 생각만 했지 미처 보따리는 잊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일인데 그러나?”

 

어색하던 차에 잘 되었다는 듯 유태청이 물었다.

 

진용은 정광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정양에 들렀을 적 응도삼이 한 말을 해주었다.

 

“우허허허! 그거 정말 큰일 났군.”

 

유태청이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유태청을 빤히 바라보던 남궁환이 슬그머니 의자에 앉았다. 무서움이 조금은 덜어진 표정이었다.

 

그런 남궁환을 보고 유태청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순진한, 동심에 젖어 있는 그의 행동이 마음에 와 닿은 것이다.

 

‘행여라도 남궁환에게 복수할 생각이거든 절대 하지 마라 하더니, 구 형이 그런 말을 할 만한 이유가 있었군.’

 

비록 친구를 죽음으로 이끈 사람이라지만, 저런 사람에게 어떻게 복수를 운운할 수 있을까.

 

사실 친구의 죽음을 대하고 한때는 남궁환을 좋게 생각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모든 게 부질없는 짓이 아닌가 말이다.

 

유태청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우선 조금 전에 말한 덤에 대해 들어보았으면 싶구먼.”

 

유태청이 편해진 표정으로 묻자 진용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용도 구유격과 남궁환 사이에 벌어진 일을 조금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염천마곡의 일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계시니 일양회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용은 일양회와 염천마곡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오가면서 만난 일양회와 염천마곡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유태청을 비롯해 율천기와 포은상의 눈이 커졌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일양회와 염천마곡이 구양무경의 술수에 휘말려 뒤집어졌는데, 그 반대파들이 서로 손잡고 구양무경과 싸우려 한다, 이 말인가?”

 

성질 급한 율천기가 참지 못하고 중간에 나섰다.

 

“그렇습니다. 구양무경이 삼존맹을 통합했을 경우 강호 세력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구양무경도 마냥 좋은 상황만은 아닙니다.”

 

“흠…….”

 

진용의 말에 유태청이 턱 밑을 쓸었다. 그러자 진용이 말을 이었다.

 

“잘하면 그들로 인해 염천마곡과 일양회는 함부로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될 것입니다. 최소한 반대파들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러니 행여 삼존맹과 싸울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만붕성만 상대하면 되는 것이지요.”

 

“호, 통합은 했는데 써먹을 수가 없다? 계륵도 그런 계륵이 없구먼.”

 

포은상이 탄성을 발하며 말하자 율천기가 눈을 가늘게 뜨며 기이하게 웃었다.

 

“크크, 계륵이 아니라 여차하면 목 안의 가시가 될 수도 있겠는데?”

 

바로 그거였다. 목 안의 가시. 통째로 급하게 먹으려다 가시에 걸린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 없습니다. 삼존맹이 합심으로 기른 고수들을 만붕성이 모두 이끌고 있을 테니까요.”

 

“합심으로 기른 고수?”

 

율천기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진용이 말했다.

 

“유 어르신도 알고 계십니다만, 그들은 그 살귀들을 무영천귀라 부른다 하더군요.”

 

그들의 무서움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태청은 잘 알고 있었다.

 

“일양회와 염천마곡의 반대파들이 과연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현 상태로는 어렵습니다. 해서 여차하면 남궁세가에 협조를 요청해 볼까 합니다. 그들에게는 발등의 불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유태청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흠, 좋은 생각이군.”

 

남궁세가가 비록 험한 일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오대세가의 하나였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면 만붕성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진용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 유태청은 그제야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남궁환에게 물었다.

 

“한데, 남궁 형은 이 유 모를 왜 찾으신 거요?”

 

유태청이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남궁환에게 물었다.

 

남궁환이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어, 함께 풀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여전히 같은 말투였다. 유태청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풀어보고 싶은 것? 함께 말이오?”

 

“어.”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은 남궁환의 말투에 유태청도 은근히 장난기가 솟았다.

 

유태청이 정색을 하고 물었다.

 

“험, 뭔데?”

 

느닷없는 말에 진용과 율천기, 포은상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남궁환은 고개까지 앞으로 내밀며 신이 나서 말했다.

 

“검이야.”

 

“검? 어떤 검인데?”

 

더 이상은 참기 힘든지 진용과 율천기와 포은상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럼 두 분, 이야기 나누고 계십시오. 잠시 밖에 나갔다 오겠습니다.”

 

진용이 급히 말하고 돌아서자 율천기와 포은상도 돌아섰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들의 뒤에서 두 노인의 대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절벽에 있는 건데, 완성된 건 아니야.”

 

“그걸 나하고 풀어보자고?”

 

“어. 왜, 싫어?”

 

“싫지는 않은데…… 쓸 만한 건가?”

 

“에이, 그러니까 풀어보자는 거지. 어때, 함께 풀어볼 거지?”

 

“험, 뭐 심심하지는 않겠구먼.”

 

 

 

 

 

2

 

 

 

 

 

밖에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온 것은 유태청의 말대로 저녁을 먹기 전이었다. 돌아온 사람들은 진용이 남경에서 돌아왔다는 말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들의 생각은 한결같았다.

 

―잠도 자지 않고 달렸겠군.

 

그대로 어쨌든 하루라도 일찍 돌아온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탕마단이 수경산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천제성이 천혈교의 무리를 치긴 했습니다만, 막상 등우광은 잡지 못했다 합니다. 그곳에 생각지도 못했던 잔혼쌍살마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천혈교는 예정대로 개파대전을 열 것 같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그날 자신들을 친 천제성에 죄를 추궁하겠다는 말도 있습니다.”

 

“강남의 무인들이 장강을 넘어 신양으로 오고 있다 합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신들이 얻은 정보를 말하자 실내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미 율천기와 포은상으로부터 지난 며칠간 모아진 정보를 전해 들었던 진용은 눈앞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지난 정보를 합해 하나의 그림을 그려갔다.

 

그러기를 근 일각, 사람들의 이야기 끝이 났다. 그제야 진용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앞에 내놓았다.

 

“천혈교를 치기 위한 세력은 크게 나누어서 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제성과 정천무맹. 일반 문파들 중 천혈교를 적대시하려는 문파들은 결국 그 둘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그리고 삼존맹은 당분간 관망하리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일양회와 염천마곡의 일도 그렇지만, 그들로서는 어느 쪽이 이기든 손해 볼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진용이 잠시 말을 끊자 유태청이 물었다.

 

“고 공자의 생각은 어떤가? 우리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 생각하나?”

 

“독자적으로 움직이되 탕마단과의 연결은 끊지 않아야겠지요. 그 연결 통로로 제갈민을 쓸까 합니다.”

 

이미 제갈민이 탕마단의 일원으로 신양에 내려왔다는 말을 들은 터라 진용은 주저없이 제갈민의 이름을 꺼냈다.

 

사도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이라면 쓸 만할 거네. 제법 똘똘한 놈이거든.”

 

“소수인 우리가 천혈교와 정면으로 부딪칠 수는 없는 일, 우리가 칠 곳은 천혈교의 중심입니다. 그리되면 탕마단도 훨씬 움직이기가 편할 테니 결코 우리의 제의를 거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그리될 일이었다. 다만 적의 중심부가 얼마나 강한지 그것을 모르는 것이 문제일 뿐. 그러니 탕마단의 고수들이 함께하겠다고 해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들이 자신의 일에 관여하지만 않는다면.

 

물론 관여할 수도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대충 정리가 되는 듯했다.

 

그때 진용이 더욱 무거워진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미간은 잔뜩 찌푸려진 채였다. 뭔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도 있는 것처럼.

 

갑자기 진용의 말투가 신중해지자 사람들의 눈길이 진용에게로 뭉쳤다.

 

“아직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정체 모를 힘이 하나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그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혹시, 혈신을 외치는 무리들을 말하는 것인가?”

 

유태청이 묻자 진용이 신중하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소림 제자의 일도 그렇고, 전부터 암중으로 우리를 살피는 자들 중에도 혈신의 무리가 있었지요.”

 

“천제성이나 정천무맹의 정보 단체가 모를 정도면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율천기가 별걱정 다 한다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진용의 생각은 그와 달랐다.

 

“그래서 더 문젭니다. 그들이 어떻게 알고, 왜 우리를 주시했을까요?”

 

진용이 하나의 문제를 던지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진용이 자문자답을 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를 주시하는 무리 중에 그들이 섞여 있기에, 우리의 행로가 자신들의 일에 영향을 미치기에, 잘하면 우리를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우리를 주시한 거라 보고 있습니다.”

 

진용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약간 주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와 적대적인 곳 어느 곳에라도 그들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곳이 한 곳일지, 아니면 두 곳일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지요.”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이군.”

 

유태청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 제가 말하면서도 무섭습니다. 어쩌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혹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드니까요.”

 

‘전 강호가 꼭두각시 춤을 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이었다.

 

갑작스런 이야기에 장내에는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진용이 침묵을 깨며 말을 이었다.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저는 일단 풍림당과 관에 혈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아달라 할 생각입니다. 늦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정보를 건질 수 있다면 그만큼 피가 덜 흐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주위를 살필 때마다 항상 그런 곳이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참 방 안에서 심각한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객잔의 후원에선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정광과 두충이었다.

 

그런데 어째 정광의 목소리가 사정조다.

 

“내가 뭐 너 미워서 때렸겠냐?”

 

“그럼 예뻐서 때렸수?”

 

거꾸로 두충의 목소리는 분노가 넘실대는 목소리다.

 

“그러게 왜 응도삼이를 꼬드겨 그런 말을 시킨 거야?”

 

“내가 얼마나 당했으면 그랬겠수.”

 

“그래도 그렇지, 내가 얼마나 화가 났겠냐. 그래도 딱 석 대밖에 안 때렸잖아.”

 

“그러니 나도 딱 세 개만 터뜨려야겠수.”

 

정광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으면서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다시 사정조로 말했다.

 

“꼭 그래야겠냐?”

 

두충이 벽력탄 세 개를 빼 든 채 대답했다. 당당하게.

 

“그래야겠수!”

 

정광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한참 만에 천천히 들며 말했다.

 

“후우우, 너, 진짜 죽을래?”

 

두충은 갑자기 변한 정광의 태도에 슬며시 기가 꺾였다.

 

두충이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까, 까짓것 남자가 한 번 죽지…….”

 

“맞아 죽으면 지옥 가서도 만날 맞는다던데, 그래도?”

 

“그, 그런 말은 처음…… 들었수…….”

 

“내가 누구냐. 태산거사 정광 아니냐? 거짓말은 안 한다는 거, 너도 알지?”

 

한 번 꺾인 기는 순식간에 바닥을 기었다.

 

“씨이, 그러게 왜 때려서…….”

 

“맞은 거야 어차피 맞은 거고, 그거 집어넣고 조용히 있으면 내 다시는 안 때린다니까? 너 그거 터뜨려 봐야 내가 죽겠냐, 네가 죽겠냐? 죄 없는 양민들만 죽을 것 아니냐? 좋게 말할 때 들어라, 응?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정광이 조금도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늘어놓자 두충은 번쩍 쳐들었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또 때리면 정말 터칠 거유.”

 

“그래, 알았다니까.”

 

‘휴우, 썩을 놈. 벽력탄 좀 있다고 되게 지랄이네. 그냥 콱!’

 

생각은 그렇지만 죽이지 못할 바에야 조용히 넘어가는 게 좋았다. 

 

“들어가자, 사람들이 기다리겠다.”

 

“먼저 들어가슈. 얼굴이 시커멓게 멍들었을지 모르니 계란이나 좀 얻어가야겠수.”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객잔의 후원에 울려 퍼졌다.

 

“어머? 두충, 얼굴이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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