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1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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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159화
159화
삼십의 비천검단, 이백의 웅천단. 웅천산장에 머물고 있는 힘의 삼 할에 해당하는 힘이다.
“그들이라면 충분할 겁니다.”
“등우광은 그대가 광혼단 셋을 이끌고 가 처리하게. 충분하겠지?”
적유의 입가로 한줄기 희미한 웃음이 그어졌다.
“그 정도면 과분한 대우지요.”
“하긴… 등우광이 비록 십천존이라 해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한 수 아래라 할 수 있지. 그런데 말이야…….”
백리성이 말을 끌자 적유가 의아한 표정으로 백리성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유 노사가 살아서 강호를 종횡한다는 말이 있던데, 들어봤나?”
갑작스런 백리성의 말에 적유가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듣긴 들었습니다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무공을 잃은 것 같다 합니다.”
“무공을 잃었다? 십절검존이? 하긴, 죽지 않은 것만도 놀라운 일이지.”
“몇 사람이 그 양반을 돕는다 하더군요. 하지만 말 그대로 몇 사람일 뿐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주.”
“음, 왠지 껄끄러워……. 특히 그 고진용이라는 놈이 함께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무공을 잃은 십절검존입니다. 발톱에 이빨까지 빠진 호랑이는 늑대의 밥일 뿐이지요. 울타리가 사라지면 굴로 숨어들기에도 바빠질 겁니다.”
“흠, 하긴. 좋아, 일단 천혈교를 상대하는 데 전력을 쏟고 보세. 우리가 천혈교를 무너뜨리면 십절검존이나 고진용 따위가 감히 우리를 어찌하겠나?”
“옳으신 생각이십니다, 성주!”
3
“일양회의 일이 뜻대로 흐르지 않고 있습니다, 주군.”
“욕심만 많은 늙은이가 상을 차려줘도 먹지 못하는군. 어차피 쉬울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놔둬. 천혈교가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거기에 신경 쓰기도 바쁘니까.”
구양무경이 인상을 찌푸리자 공은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공은수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구양무경이 물었다.
“그건 그렇고, 천인효는 어떻게 되었느냐?”
공은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직……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톡톡톡.
구양무경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눈을 감았다.
“꼭 찾아. 놈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반드시 죽여야 된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데다 주군의 일장에 적중된 상태니, 설령 도망간다 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물론 그렇겠지. 그래도 꼭 놈의 시신을 확인해야 한다, 꼭!”
“명심하겠나이다!”
공은수는 각오를 다지며 대답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구양무경의 손등에서 시작된 가느다란 혈흔이 팔목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일양마검 천인효, 그의 일검에 의한 상처였다.
4
태사의에 앉아 있는 등우광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그만이 지을 수 있는 특유의 웃음이었다.
“후후후, 대단한 늙은이야. 나 마제 등우광을 한낱 미끼 취급 하다니. 좋아, 원한다면 미끼가 되어주지.”
그는 천천히 일어서서 자신 앞에 늘어서 있는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천제성이 우리를 치기 위해 올 것이다. 두려운 사람 있나!”
“없습니다!”
“탕마단도 올지 모른다. 두려운가!”
“아닙니다!”
“좋아! 이곳을 놈들의 무덤으로 만들어 버린다. 세상이 놀랄 것이다. 그리고 천하는, 그대들의 무용을 떠받들 것이다! 어때,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맨 앞에 서 있던 귀가 하나밖에 달리지 않은 자가 히죽 웃었다.
“전주, 놈들은 이곳이 지옥이란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모두가 하얗게 웃었다.
“그래,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놈들이 깨닫게 해줘라, 바로 이곳이 지옥이란 것을!”
그때였다. 묵묵히 등우광의 옆에 앉아 있던 두 노인 중 하나가 쇠 긁어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봐, 등 아우. 우리가 있다는 것을 놈들이 알고 있을까?”
등 아우? 대체 마제 등우광을 아우라 부르는 두 노인은 누구란 말인가?
게다가 자신을 아우라 부르는데도 등우광은 별다른 불만도 없는 표정이 아닌가 말이다.
등우광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아마 놈들은 잔혼쌍살마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오. 안다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않겠소?”
“크크크, 하긴.”
잔혼쌍살마. 혼세십팔마 중 두 사람.
두 사람은 등우광에 비해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아는 사람들은 결코 잔혼쌍살마를 등우광의 아래에 놓지 않았다. 그 잔혹함 때문에.
놀라운 일이었다. 잔혼쌍살마가 등우광과 함께 있다니.
그것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변수였다.
9장. 치검 남궁환
1
진용은 밤을 낮 삼아 정양을 향해 달렸다.
“괜찮은가?”
정광이 달려가는 와중에 물었다.
“좀 나아졌습니다. 얻은 것도 적지 않고요.”
남경에 온 목적은 충분히 달성이 되었다.
일양회의 일에 끼어들어 황산검문의 정운백을 만나고, 비록 확실하지는 않지만 해왕방의 일까지 확인한 것은 덤이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 초연향만 찾으면 되었다. 진용은 그녀가 살아 있다고 굳게 믿었다. 믿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찾을 것이다. 어떻게든 찾을 것이다, 천하를 다 뒤져서라도.’
안타까운 것은 하군상의 일이었다. 탁인효의 말대로라면, 그는 찾는다 해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 형, 정말 미안하오. 내가 하 형을 죽음으로 내몬 것 같군요. 훗날 저승에 가면 내 이 은혜를 꼭 갚으리다.’
진용은 자신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때마침 유성이 긴 꼬리를 매단 채 흐르고 있었다.
진용은 마음속으로 절실히 빌었다.
초연향을 찾을 수 있기를, 하군상의 영혼이 편안하게 저승에 닿기를.
진용은 세 번째로 보이는 유성에게마저 소원을 빌고는 더 이상 흐르는 유성이 없자 입을 열었다.
“합비로 돌아서 가지요.”
“그럴까?”
정광이 바라던 바였다.
올 때는 그저 미치도록 좋은 기분에 간과했던 일이지만, 언제 만붕성의 무사들과 맞닥뜨릴지 몰랐다.
붕새든 참새새끼든 만붕성과 관계된 것은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현재 정광의 마음이었다. 진용이 언제 미쳐 날뛸지 모르는 이상은.
그러니 팔공산 쪽으로 가지 않고 조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합비 쪽으로 돌아가는 것은 대환영이었다. 더구나 합비라면 남궁세가가 있는 곳. 아무리 만붕성이라 해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곳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 후로 만 하루, 진용과 정광은 회하(淮河)를 건너 합비의 외곽에 들어설 수 있었다.
어둠이 몰려오는 합비의 거리는 을씨년스러웠다.
북쪽의 회하, 남쪽의 장강에서 들어오는 물자가 많아 강남과 중원을 잇는 번성한 도시가 바로 합비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번성한 도시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찬바람만이 쌩쌩 불었다. 얼마 전에 일어난 남궁세가의 대참사 여파 때문이었다.
남궁세가는 그 일로 인해 삼 할의 힘을 잃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 합비의 제왕은 남궁세가였다.
남궁세가는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순찰단을 늘리고 수상한 자들을 살피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오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남궁세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이제 다시는 마도의 암습 따위에 당하지 않을 거라는 그들의 마음 다짐이었다.
그 바람에 괴로운 것은 주위의 흑도 문파였다.
남궁세가는 그동안 눈감아줬던 그들의 범법 행위를 철저히 단속했다. 더 이상 합비에서 그들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은 용서하지 않았다.
합비의 암흑가에 긴 겨울이 온 것이다.
“어째 거리에 싸늘한 냉기만 도는구먼.”
정광이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툴툴거렸다.
진용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객잔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간간이 무사들이 눈에 띄었다. 정제된 움직임, 대부분이 같은 복장이었다.
‘남궁세가의 무사들인가?’
순찰조인 듯했다. 사방을 둘러보는 그들의 눈매가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진용은 대참사를 겪고도 여전히 합비를 아우르고 있는 남궁세가의 저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객잔으로 가죠.”
대로에 들어서자 객잔임을 알리는 깃발이 여기저기 나부끼고 있었다.
정광이 객잔의 깃발 중 하나를 가리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고 공자, 저기로 가지.”
진용은 정광이 가리키는 깃발을 보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마 자신이 먼저 봤다면 자신도 그곳을 택했을 것이다.
[태산객잔(泰山客棧)]
객잔의 바로 앞에 다가갔을 때였다. 진용이 걸음을 멈추고 정광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와 동시였다.
퍽!
둔탁한 소음이 일더니, 객잔의 주렴이 젖혀지고 한 사람이 진용 앞으로 굴러왔다.
밝은 청삼에 하늘로 비상하는 검이 가슴에 수놓아진 자였다. 진용은 한눈에 그가 남궁세가의 무사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누가 이곳에서 남궁세가의 무사를 공격하는 거지?’
의문을 풀 시간도 없이 쓰러진 자가 다시 일어서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괴이한 일이다. 조금도 분노한 표정이 아니다.
진용은 안을 바라보았다.
출렁거리는 주렴 사이로 객잔 안의 광경이 보였다.
희한한 광경이었다. 사람도 별로 없는 객잔 안에 서너 명의 무사가 한 사람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문제는 무릎을 꿇고 있는 무사들이 남궁세가의 무사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닦달하고 있는 사람은 술에 취한 거한이었다.
“글쎄, 그냥 돌아가라니까. 나는 술을 더 마시고 가겠단 말이다.”
“대주, 단주께서 꼭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가시지요.”
“형제들이 죽어갈 때도 술독에 빠져 있던 나야. 세가에 도움도 안 되는 나는 그냥 술이나 마시겠다는데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거야? 정말 죽을래?”
“대주!”
술 취한 거한, 그도 남궁세가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무릎을 꿇은 무사들의 상관인 듯했다.
“들어가 보자구.”
정광이 흥이 동하는지 은근히 진용을 재촉했다.
진용도 조금은 궁금한 마음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나마 몇 있지도 않은 사람들의 눈이 두 사람에게로 몰렸다. 뻔히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곤란한 경우를 당하고 있는데 들어온 용기가 가상하다는 듯.
그러든 말든 진용과 정광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잘 보이는 곳이었다.
그게 또 이상한지 술에 취한 거한이 삐딱한 눈으로 진용을 노려보았다.
끝내 정광이 한마디 했다.
“그놈 참, 눈깔 한번 더럽게 사납네.”
더럽게 사나운 눈을 한 거한이 고개를 모로 꼬며 말했다.
“괴상한 도사군. 입이 더러운 것 보니까, 제대로 배운 도사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말싸움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정광이다.
“그런 꼴통도 부모들이 고생 좀 했겠군.”
미처 진용이 말릴 틈도 없이 뱉어진 말이었다.
술 취한 거한이 더럽게 사나운 눈알을 굴리며 정광을 노려보다가 눈길을 진용에게로 돌렸다.
“이봐. 저런 도사하고 같이 다니면 언제 죽을지 모르니 당장 헤어지게나.”
진용은 그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주방을 바라보았다.
“여기 주문 좀 받지 않겠소?”
점소이가 거한의 눈치를 보며 엽차 잔과 주담자를 가지고 왔다. 그때였다.
“호! 내 말을 씹는 서생이라. 배짱이 대단하군. 하긴, 그러니 저런 미친 도사 엉덩이나 쫓아다니겠지.”
거한이 절대 하지 않아야 할 말을 내뱉었다.
진용의 눈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돌아갔다. 정광의 얼굴이 점차 붉어지고 콧김 뿜어내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네, 네놈이…… 뭐? 어, 엉덩이……?”
말도 더듬었다.
일촉즉발의 위험한 순간!
촤르륵! 주렴이 거칠게 젖혀지더니 서너 명의 무사가 빠르게 들어섰다. 그리고 곧이어 중년인 하나가 뒷짐 진 채 굳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이놈! 네놈이 정녕 내 손에 죽고 싶은가 보구나! 세가를 위해서 모두가 노력하고 있거늘, 직계라는 네놈은 술이나 퍼 마시고 있다니! 죽은 형제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단 말이냐!”
객잔이 흔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중년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 바람에 정광은 화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중년인의 몸집은 술 취한 거한만큼이나 커 보였다.
진용은 문득 전에 들었던 사도굉의 말이 떠올랐다.
“남궁세가에는 유명한 사람이 셋 있네. 그중 하나가 바로 남궁창평이네. 남궁세가의 이단아라 할 수 있지. 그가 왜 유명한지 아나?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가 남궁세가의 전통인 검을 버리고 도를 취했다는 것 때문이라네.”
중년 거한의 허리에 한 자루 칼이 매달려 있었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협도였다.
그랬다. 그가 바로 비천도(飛天刀) 남궁창평이었다. 그렇다면 술 취한 거한은 바로 남궁창평의 아들이자 남궁세가의 말썽꾸러기인 남궁후라는 말이었다.
‘닮았군.’
진용이 두 사람을 비교하고 있을 때였다. 노성을 내지른 남궁창평이 술 취한 거한, 남궁후에게 다가가다 말고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진용과 정광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정광에게 시선이 멈춰 있었다.
붉은 얼굴, 살기 띤 눈빛, 전신에서 뿜어지는 강한 기운.
‘아무래도 수상한 도사군.’
정광도 시선을 남궁후에게서 떼고 남궁창평을 직시했다.
두 사람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남궁후가 슬며시 끼어들었다. 잘하면 자신을 향한 분노의 화살을 돌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미친 도삽니다. 아무래도 수상해서 조사하려고 하던 참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