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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58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58화

 

158화

 

 

 

 

 

 

 

그 이름에 정운백이 놀란 눈으로 소후천을 바라보았다.

 

“귀하가 바로 일양회의 군사인 천심호리(天心狐狸) 소후천이란 말이오?”

 

소후천의 얼굴이 자괴감으로 일그러졌다.

 

“천심은커녕 지심도 되지 못하는 제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진용이 무심한 눈으로 소후천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다섯 명이 몰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자세는 오직 한 사람, 바로 소후천이라 불린 이자를 보호하려는 자세였다.

 

“고진용이라 합니다. 일단 저쪽 배로 건너가야 할 것 같군요.”

 

이제 배는 더욱 기울어져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옆 배로 건너가자 선부들만이 벌벌 떨며 한쪽에 모여 있었다. 제아무리 물질을 잘한다 해도 성난 장강을 헤엄친다는 것은 그들로서도 모험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은 무사가 아닌 선부들, 결코 무지한 자신들까지 죽이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행동이었다.

 

그래도 무섭고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힐끔거리며 소후천과 그 일행들을 살폈다. 살기가 느껴지면 언제라도 강물로 뛰어들 자세를 한 채.

 

그러다 정광이 목청 높여 외치는 소리에 그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 도우들이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가 뭐 아무나 잡아 죽이는 악마인 줄 알아? 배가 흘러가잖아!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서 노를 저어!”

 

 

 

일단 선착장의 백여 장 아래쪽에 닻을 내렸다.

 

진용은 닻이 내려지고도 묵묵히 흐르는 강물만 내려다보았다.

 

석양이 붉은 장강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온 세상이 황금빛 천지였다.

 

하지만 자신의 가슴은 텅 비어 무채색이었다.

 

조금 전의 살인이 그의 불안감을 씻어주기는커녕 더한 답답함만 가져다준 것 같았다.

 

공연한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후!”

 

진용은 짧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머리카락을 옆으로 날렸다.

 

‘시르, 너무 걱정 마. 살아 있을 거야.’

 

선녀의 눈을 닮아 싫다던 세르탄도 진용이 마음의 고통을 겪는 것이 안 되어 보였던지 위로의 말을 던졌다.

 

그래, 살아 있겠지. 하지만 마음의 이 불안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답답한 마음에 속으로 한숨만 짓자 세르탄이 슬그머니 말했다.

 

‘시르, 내가 마공지 가르쳐 줄까?’

 

‘나중에.’

 

‘나중은 없어. 배우려면 지금 배워야지. 답답함도 잊을 겸 말이지.’

 

‘그럼 관둬.’

 

웬일이야? 어떻게든 뺏어가려 날뛰던 사악한 시르가?

 

‘그럼 천공지는?’

 

‘그것도 나중에.’

 

세르탄은 조금 더 용기를 내 말했다.

 

‘지금 무슨 정신이 있겠어? 아마 뭘 가르쳐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할 거야’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좋아, 절대음 중 마왕후를 가르쳐 주지. 어때?’

 

‘마왕후라……. 그래, 그건 괜찮겠다.’

 

소리라도 실컷 지르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질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세르탄이 말이 없다.

 

‘세르탄, 언제 가르쳐 줄 거지? 기왕 배울 거면 빨리 배웠으면 좋겠는데.’

 

‘응? 어…… 그건…….’

 

‘설마 장난한 것은 아니겠지?’

 

‘어? 아, 아니, 장난은 아니고…….’

 

‘하긴, 대전사는 거짓말을 못한다고 했으니까. 그럼 지금 배울까?’

 

‘아니, 나중에. 그게 있지, 일단은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절대 못 배우거든. 그리고 아직 시르의 능력도 안 되고. 그러니까 나중에…….’

 

‘뭐야? 그럼 능력도 안 되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 거야?’

 

‘누가 안 가르쳐 준다고 했어? 나중에…….’

 

-크흑! 괜히 장난쳤어!

 

어쨌든 세르탄 덕분에 진용은 한결 답답함이 덜해졌다.

 

조금 마음이 가라앉자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소후천과 십팔령 중에서 살아남은 사령은 그사이 상처를 싸매고 몸을 추스르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광은 선실 구석에서 찾은 술병을 들고 혼자서 홀짝이고 있었고, 정운백은 침중한 표정으로 자신의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용은 선실 벽에 몸을 기대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 그저 쉬고 싶었다.

 

 

 

석양이 붉게 자신의 몸을 태우며 장강에 잠겨들 즈음, 소후천이 일주천을 행하고는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이 처한 신세를 돌아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놈들의 마수에서 몇이나 살았을까?

 

‘마태영, 이놈!’

 

일양회는 강소성을 양분하고 있던 일검문과 마해방이 남쪽으로 힘을 뻗치려는 염천마곡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하면서 만들어진 문파였다.

 

그러다 천인효라는 거인이 일검문을 맡으면서 일양회의 모든 전권은 일검문에 넘어가 버렸다. 마해방은 불만이 많았지만, 워낙 천인효를 비롯한 일검문의 무력이 강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태생이 그렇다 보니 일양회의 구조에는 많은 불안 요소가 내포되어 있었다.

 

일검문은 무력을 우선시 생각했기에 불만도 무마시킬 겸 상계와 연결된 하부 조직의 대부분은 마해방이 관리하게 했는데, 그렇게 한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아예 처음부터 힘으로 눌러 버리고 판을 새로 짰어야 했다. 비록 많은 부분을 잃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하지 못한 대가가 결국 이 지경이었다. 나름대로 조심에 조심을 하며 마해방이 허튼짓을 못하도록 견제해 왔는데도 결국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장로원에 웅크리고 있어 신경도 쓰지 않았던, 마해방의 전대 방주 늙은 여우 마태영이 설마 그토록 많은 간부들을 포섭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아 피가 끓어올랐다. 당장이라도 칼을 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소후천은 분노를 가슴 깊은 곳으로 밀어 넣고 눈을 돌렸다.

 

폭풍처럼 밀어닥쳐 자신들을 구해준 진용이 마지막 불꽃을 사르는 석양을 등에 지고 거기에 서 있었다.

 

“고맙소이다. 언제고 이 은혜는 꼭 갚으리다.”

 

진용이 한 점 감정도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혜를 갚을 것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 목소리였다. 소후천은 목에 힘을 주고서야 대답할 수가 있었다.

 

“물어보시오. 내 아는 대로 답해 드리리다.”

 

“해왕방이 일양회의 힘을 등에 업고 있다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해왕방? 아! 마해방이 끌어들인 그 수적들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마해방이 끌어들였다? 그럼 귀하나 일양회와 상관없다는 말씀입니까?”

 

“우리는 그따위 수적 무리들과 손을 잡을 생각은 아예 가지고 있지도 않소이다. 마해방이 본 회의 일부이니 결국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본 회의 입장을 말한다면, 그들과 본 회는 아무런 상관이 없소이다. 그런데 왜 그러는 것이오?”

 

진용이 조금은 풀어진 어조로 말했다.

 

“산동 교주의 해룡선단은 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지요. 한데 그들이 해룡선단을 노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해서 기회가 되면 그들을 없앨 생각입니다.”

 

소후천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런 일이라면 귀공께서 나설 필요도 없소이다. 어차피 마해방과 관련된 자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니까. 그리고 지금은 비록 이 꼴이지만, 살아남은 사람이 꽤 될 것이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소.”

 

만일 소후천이 그들을 감싸는 말을 했다면 진용은 또다시 피를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니 진용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리 말씀하시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군요.”

 

자신이 초연향을 위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층 나아진 것 같았다.

 

설령 소후천이 처리하지 못한다 해도 자신이 처리하면 되었다. 아직은 시간이 있었다. 아마 그들도 마해방의 반란에 가담했을 테니 당분간은 해룡선단을 집적댈 시간이 없을 것이다.

 

진용이 확연히 풀어진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제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소후천은 자신이 지옥과 천당 사이를 오간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주군께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소이다. 그렇지 않다면 제아무리 간덩이가 부었다 해도 마해방 놈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리가 없소이다.”

 

그도 진용이 예상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용이 물었다.

 

“배후에 누가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소후천이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를 지그시 물고 말했다.

 

“구양무경, 그를 빼고는 마해방을 움직일 만한 자를 생각할 수 없소이다. 더구나 주군께서 만붕성에 가신 마당이라…….”

 

“혼자 가시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마치 본 것처럼 진용이 말하자 소후천은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도 감탄의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호위를 억지로 데려가시게 하긴 했습니다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던 정운백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천수무적 구양 방주의 마음 씀씀이가 그리 악하지는 않다 들었는데, 의외구려.”

 

“글쎄요. 제가 아는 구양무경이라면 더한 짓도 할 사람입니다. 문제는 천 회주가 당했다면 삼존맹이 구양무경의 손아귀에 들어간 거와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뜬금없는 말에 소후천이 떨리는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귀공의 생각은… 혹시 염천마곡의 일을……?”

 

진용도 의외라는 눈으로 소후천을 바라보았다.

 

“염천마곡의 일이 왜 일어난 것인지 아는 게 있습니까?”

 

“아닙니다. 단지 수상한 면이 있는지라 혹시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귀공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만.”

 

진용이 결론을 내리듯 딱 부러지게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구양무경이 삼존맹을 하나로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제 그 일을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것.”

 

정말 간단한 생각이고 말이었다.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태연할 수가 없었다.

 

셋으로 나누어져 있던 삼존맹이 완벽하게 하나가 된다.

 

그 말이 뜻하는 바를 깨달은 사람들에게는 진용의 말 몇 마디가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놀라운 말이었다.

 

오죽했으면 십절검존 유태청마저 그 생각을 하고 안색이 굳었겠는가.

 

“정말 그리 생각한단 말이오?”

 

정운백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정광이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믿어서 손해날 일 없으니 그냥 믿으슈.”

 

진용이 자신의 말에 한 가지 의견을 덧붙였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아직 의심하는 단계에 불과합니다만, 구양무경이 천혈교와 모종의 관계를 맺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말을 잃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소후천은 물론이고 정운백마저 눈을 부릅떴다.

 

진용이 아직 정확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제 누구 하나의 힘만으로 천혈교와 삼존맹을 상대하기에는 그들의 힘이 너무 커져 버린 것이다.

 

천제성마저 패도에 물들고 욕심에 눈이 가려진 상태다.

 

정천맹은 이전투구에 정신이 없다.

 

두 곳 다 절대 제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누가 있어 그들을 상대한단 말인가.

 

황산검문은 강남의 수많은 문파들과 교분을 맺고 있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천혈교와 삼존맹을 상대하는 데 한 팔을 거들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비록 쫓기는 신세지만, 소후천은 일양회의 군사다. 그가 경각심을 가지고 흩어진 힘을 모아 제대로 움직여 준다면 적어도 만붕성의 일각 정도는 괴롭힐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정도만 해도 상황은 훨씬 나아질 거라는 것이 진용의 생각이었다.

 

어차피 정면대결은 할 수 없는 상황. 작은 힘이라도 모아야 할 때였다.

 

“음, 아무래도 황산으로 돌아가 사형과 의논을 해봐야 할 것 같구려.”

 

정운백이 침중한 표정으로 가던 길을 되돌렸다.

 

“일단 회주님의 안전을 확인해 보고 나서 사람을 모아야겠소이다.”

 

소후천도 통증을 참고 몸을 일으켰다.

 

진용이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염천마곡의 일부 사람들이 영호 곡주의 살해 사건을 다시 조사할지 모릅니다. 그들과 손을 잡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판단은 소 대협이 알아서 하시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소후천은 새삼스런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귀공의 고견, 잊지 않으리다.”

 

 

 

 

 

2

 

 

 

 

 

“놈들의 위치는?”

 

“신양에서 서쪽으로 오십여 리 떨어진 장원에 모여 있습니다. 천우당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마제 등우광이 이끄는 무리들이 틀림없다고 합니다.”

 

백리성의 눈빛이 싸늘히 빛났다.

 

“인원은?”

 

“고수라 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백여 명 정돕니다. 기존 인원이 사오십 명 정도 더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은 문제될 것이 없는 자들입니다.”

 

“흠, 우리의 일보를 알리기 위해선 적당한 숫자군.”

 

무양을 떠난 지 보름. 처음으로 천혈교의 무리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발견되었다.

 

그동안 숨바꼭질하듯 모습을 보이지 않던 자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몸을 드러낸 것이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말인가? 남궁세가를 치는 데 성공하고 나니 세상이 그리 만만해 보이나?

 

그들의 자신만만한 행동이 은근히 백리성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현재 탕마단의 위치는?”

 

“진공산장에 머물고 있습니다. 저들도 곧 놈들의 위치를 눈치 챌 것 같습니다. 사공이 많아 당장은 움직이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보고만 있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래? 좋아, 일단 서전은 우리가 장식한다. 비천검단과 웅천단이 선두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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