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1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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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192화
192화
“마기… 최고조에…… 이르면…… 보일 것……. 크억!”
효망이 억지로 말을 있더니 피를 토하며 고개를 젖혔다.
붉은 기운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진용은 입구 쪽을 노려보며 남은 한 손으로 제나의 지팡이를 뽑아 들고 전신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화아악!
지팡이 끝에서 영롱한 기운이 퍼져 나온다.
진용은 일단 급한대로 일 장 크기의 실드를 펼쳐 붉은 기운의 접근을 막았다.
붉은 기운이 둥글게 실드를 타고 흐른다.
그제야 조금 나아졌는지 효망이 입을 달싹였다.
“그의…… 정신은…… 두 개. 그걸 이용…….”
몇 마디를 이어가던 효망이 부들거리는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뇌옥의 막다른 곳이었다.
“부… 숴…….”
부수라고? 석벽을? 아! 이곳은 수많은 동굴이 있지!
그 말뜻을 깨달은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실드가 오그라들고 있었다. 강렬한 압박감. 가공할 압력이다.
금방이라도 뇌옥이, 석굴이 터져 버릴 것만 같다.
혈신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증거.
그와 마주치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보나마나 그 혼자 오지는 않았을 테니까!
진용은 허공에서 새파랗게 질린 채 떨고 있는 실피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실피나! 전력으로 저곳을 부숴!”
실피나가 뇌옥의 막다른 벽을 향해 날아갔다.
진용도 실피나를 따라 전력을 다해 신형을 날렸다.
제나의 지팡이에선 황홀할 정도로 시퍼런 벼락이 넘실대고 있었다.
콰과광!
실피나가 벽에 대고 바람의 창을 던지자 굉음과 함께 자그마한 구멍이 뚫렸다.
실피나가 그곳을 통해 빠져나가자 진용이 이어서 지팡이를 떨쳤다.
수십 줄기의 벼락이 나선으로 꼬아지며 자그마한 구멍을 순식간에 직경 넉 자 정도로 넓혔다.
진용이 그 구멍을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
콰르르릉!
뒤쪽에서 굉음이 울리며 뇌옥이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혈신의 기운을 견디지 못한 뇌옥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2장. 태행산으로
1
효망의 몸은 이미 싸늘히 식어 있었다. 그러나 표정만큼은 편안해 보였다. 업을 씻어내지는 못했지만, 진용에게 짐 하나를 떠넘긴 만큼 편안해진 듯했다.
진용은 실피나를 앞세우고 동굴의 미로를 빠져나오자마자 동백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동백산의 북쪽 양지바른 야산에 효망을 묻었다.
효망이 묻힌 장소는 언제고 효망이 마지막에 남긴 말과 함께 소림에 넘겨주어야 할 숙제였다.
나머지는 소림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것이 효망이 바라는 일이었으니까.
죽어 시신으로나마 소림에 진 죄를 씻고 싶다는…….
진용은 효망을 묻고서 곧바로 동백현을 향해 달려갔다.
아버지를 찾지도 못하고 유태청만 잃었다.
‘그런데 슬픔에 눈물 흘릴 시간도 없다니. 제기랄! 대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사실 이대로 떠나 버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리하면 자신을 믿고 따라준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그것은 자신으로부터의 도피일 뿐이었다.
일단 처리할 일은 처리하고 봐야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신이 벌여놓은 일을 남에게 맡겨놓을 수는 없으니까.
유태청이라도 살아 있다면 그나마 그에게 맡기면 될 일이었지만 이제 유태청도 없다. 커다란 기둥이 건물 한가운데서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진용의 가슴에 있던 기둥도 쑥 빠져 버린 것만 같았다.
‘시간이 되면 구양 할아버지를 찾아가 봐야겠어.’
금의위를 통해 연락을 했으니 별일만 없다면 해룡선단에 계시지 않을까?
유태청마저 곁에 없다 생각하니 더 보고 싶었다.
동백산의 권역을 완전히 벗어나자 혈겁이 꿈처럼 느껴졌다.
양민들은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말든 밭을 가느라 여념이 없다.
소는 쟁기질을 하고, 아낙네들은 새참을 싸들고 남편을 찾아 들녘으로 나선다.
사람 사는 풍경이다.
저들에 비하면 강호인이라는 자들은 얼마나 우스운가.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잡아먹지 못해 눈에 불을 켜고, 결국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한다.
원한이 돌고 도는 곳, 그곳이 강호가 아닌가 말이다.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진용은 피에 젖은 동백산과 들녘의 모습이 겹쳐 보이자 모든 것이 부질없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한 가지 생각만은 분명했다.
악마의 무리, 피만을 취하려는 광신의 무리. 그들이 과연 양민이라 해서 그냥 지나칠까?
아닐 것이다.
그들이 동백산을 나서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가 흘러야 할 것이다.
비록 자신이 정의를 찾는 협의지사는 아니지만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2
오성(吳城)에서 일행을 찾는 일은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 서 있던 몇 사람이 진용을 알아보고 안쪽에 대고 소리쳤다.
“고 공자께서 오셨습니다!”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몇 사람이 마중 나왔다.
정광을 비롯한 일행과 남궁창훈을 비롯한 탕마단의 몇몇 대표적인 고수들이었다.
“늦어서 걱정했네.”
남궁창훈이 안도하는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진용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다른 분들은……?”
남궁창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백리성주는 남은 인원을 이끌고 천제성으로 돌아갔네. 그리고 탕마단의 간부들도 긴급회의를 연다며 곧바로 여주로 출발했네.”
“그런데 왜 여기 계신 겁니까? 동백산이 지척인데요.”
“저들이 쫓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곧바로 추적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같지 않겠는가? 해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지.”
“후우, 그래도 너무 위험합니다. 지금이야 놈들이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추적해 오지 않지만, 언제 놈들이 산을 내려올지 모릅니다. 일단은 동백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놈들도 긴장을 풀고 시간 여유를 가지려고 할 테니까요.”
“놈들이 시간 여유를 가지면 좋을 것이 없잖은가?”
“그들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때문이지요. 지금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들입니다.”
“으음…….”
반박할 말이 없었다. 천혈교를 치러갔던 이천에 가까운 무사들 중 살아온 사람이 겨우 삼백이다. 아마 며칠이 지나기도 전에 전 강호가 경악하며 지진이라도 만나듯이 들썩일 것이 분명하다.
느긋이 바라보고만 있던 구파오가의 절정고수들이 모조리 나올 것이다.
은거했던 정파의 기인이사들이 떨치고 일어나 정천무맹으로 모일 것이다.
문제는 그 시간이다.
모이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혈교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모인 사람들을 운용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 싸움이란 말이다.
소서노인이 나서더니 한 가지 소식을 전했다.
“이미 운아영과 사도굉을 시켜서 탕마단과 천제성에 소식을 전하라 했네.”
“아! 다행이군요. 그럼 일단 저희는 방성(方城)으로 가지요.”
“방성?”
“정천무맹과 천제성과 신혈교의 중간 완충 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도록 하지요. 그 전에 저는 잠깐 할 일이 있습니다.”
초연향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 무슨 일이든 할 것만 같았다.
그때 남궁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태청은 왜 안 와?”
일순간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참만에야 진용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왠지 아픔이 있는 웃음이었다.
“그분은 먼저 선인지로에 드셨습니다.”
“뭐? 혼자서? 에이, 같이 가지.”
남궁창훈이 무안한 표정으로 남궁환을 말렸다.
“숙부님, 그 길은 같이 가는 길이 아닙니다.”
남궁환이 아무렇지도 않게 시무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죽는 것도 같이 가야 덜 심심한데…….”
알고 있음이다. 그런데도 태연하기만 하다. 생사를 초탈했음이다.
진용은 가만히 남궁환을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편안한 웃음이었다.
“나중에 만나면 뭐라고 하세요. 왜 혼자 갔냐고요.”
“맞아. 그래야겠어. 히히히.”
2
노인은 주섬주섬 옷을 입으며 투덜거렸다.
“끄응, 말썽꾸러기 제자 놈도 떠나고 해서 이제 그냥 조용히 죽으려 했는데, 꽤나 귀찮게 하는군. 대체 삼천계의 괴물이 왜 이곳에 나타나서 말썽이람?”
어제,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단순히 석양 때문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이십여 년 만에 외출을 결심했다.
그냥 이대로 선계에 들려 했거늘.
“하긴, 죽기 전에 좋은 일 하나 더하면 선계에 가서도 대접을 더 받을지 누가 알아? 흘흘흘흘…….”
노인은 기왕 가는 길, 좋은 마음으로 떠나기로 했다.
옷을 다 입고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어차피 빈 몸으로 왔거늘, 미련은 무슨…….”
노인은 머리를 쓸어 올리고 도관(道冠)을 썼다. 그리고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태양이 붉은 기운을 뿜어내며 절규하고 있었다.
3
남궁창훈과 석장진의 지위 아래 일백오십에 이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양으로 가기로 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남궁세가의 사람들과 위지강과 백유현을 비롯해 탕마단의 삼단에 속했던 사람들이었다.
남궁환도 남궁창훈을 따라갔다. 유태청이 없으니 심심하다는 그를 남궁창훈이 함께 놀아주겠다며 데려간 것이다. 이제 맹주가 아니니 시간이 많다면서. 그동안 박대한 것을 진심으로 미안해하면서.
그리고 진용 자신은, 끝까지 자신을 따라가겠다는 사람과 함께 오성을 출발했다.
어찌 생각하면 그들의 주장이 옳았다.
―혼자서 찾는 것보다 여럿이 찾아야 빨리 찾는다. 그래야 신혈교와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합류할 수 있다.
정광과 제갈민, 그리고 비류명과 서문조양은 당연하다는 듯이 따르고, 율천기와 포은상을 비롯해 살아남은 천탁의 무사 중 부상자 둘을 뺀 여섯 명이 진용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다만 두충은 신양으로 보냈다.
‘운 낭자에게 유태청의 죽음을 전하기에는 두 위사가 가장 적임자요’라고 말은 했지만, 그것은 순전히 핑계였다.
아마 안 보내줬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갔을 거라는 것이 진용과 정광의 생각이었다.
“벽력탄 치켜들고 ‘안 보내주면 죽겠다’면서 난리나 안 피웠으면 다행이었을 거네.”
정광의 그 말마따나 두충은 바로 뒤쫓아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신이 나서 신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의외로 독고무종이 진용을 따라왔다.
“자네하고 아직 할 이야기가 많네.”
그것이 그가 합류한 이유였다.
물론 율천기와 포은상은 쌍수를 들고 반겼다. 어쩌면 그들과 할 이야기가 더 많을지도 몰랐다. 검과 칼과 곤을 들고.
솔직히 정광의 쇠신발은 아직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힘이 달렸다.
일행은 일단 오성을 출발하자 방성으로 향했다.
풍림당의 정보망을 이용하기 위함이 첫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금의위에 삼왕의 죽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방성으로 가자고 하자 제일 반긴 사람은 당연히 정광이었다.
4
“우와! 도사 아저씨다!”
“우리 귀염둥이, 많이 컸네!”
상아가 쪼르르 뛰어오더니 폴짝 뛰어 정광의 목에 매달렸다.
“헹, 거짓말. 도사 아저씨가 거짓말하면 천당 못 간대.”
“거짓말 아냐.”
“그럼 이제 신랑신부 할 수 있는 거야?”
역시 상아의 일격은 매서웠다.
누구도 그 일격에 성한 사람이 없었다.
추진상과 마주앉은 진용은 차를 뿜을 뻔했고, 율천기와 포은상은 찻물이 목에 걸려 얼굴이 시뻘게졌다.
비류명과 서문조양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벌게진 얼굴로 뒤돌아서고, 북리종과 조씨 형제와 소진후는 서로 얼굴을 맞댄 채 죄없는 땅바닥만 발로 문질러댔다.
“크크큭!”
그나마 독고무종이 태연한 표정으로 상아를 흘겨볼 뿐이다. 눈꼬리를 씰룩이며, 이를 악물고.
한참 만에야 추진상이 말했다.
“우선적으로 그 계곡 물이 어디로 흐르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소이다.”
진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근처의 의원에 대해 수소문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외다. 만일 의원을 찾았다면, 의외로 찾기가 쉬워질 수도 있소이다.”
진용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추진상이 차마 못할 말을 한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도관이나 장의를 취급하는 곳도 알아봐야 할 것이외다, 고 천호.”
진용이 끄덕임을 멈추고 묵묵히 찻잔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불쑥 물었다.
“얼맙니까?”
추진상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삼백 냥이오.”
“콜록! 콜록!”
끝내 율천기와 포은상이 기침을 하며 질렸다는 표정으로 추진상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추진상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남는 것 없소. 그 일에 전문가를 동원하려면 그 돈도 모자라오. 정주는 물가가 좀 비싸거든.”
모자란다고? 백 냥은 남을걸?
진용은 무심한 눈으로 추진상을 응시했다.
추진상은 슬며시 고개를 돌리더니 상아를 불렀다.
“상아야, 가서 음식 좀 준비하라 이르거라.”
“예, 아버지.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라고 할게요. 특별 손님용으로요. 이랴!”
상아가 정광의 귀를 잡아당겨 방향을 튼다. 말 흉내를 내는 정광. 목마를 탄 채 깔깔거리는 상아의 무명끈으로 묶은 머리가 출렁인다.
‘현령이 사재를 털어 빈민들에게 몰래 곡식을 전해준다 했던가?’
방성에 들어오며 들었던 소문 중 하나였다. 어쩌면 상아의 무명으로 된 머리끈 대신 수십 명의 빈민들이 한 끼를 때웠을 것이다.
마누라의 노리개 어쩌고 했던 말들이 모두 헛소리라는 것을 상아만 봐도 알만 했다.
‘좌우간 속을 알 수 없는 양반이야.’
진용은 품속을 뒤져 주머니를 꺼냈다.
이제 북경을 떠날 때 받은 자금 중 남은 것은 오백 냥도 채 되지 않았다.
추진상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넌지시 말했다.
“모자라는 자금은 다시 청구하면 될 것이오. 내 연락을 하면서 그에 대한 내용도 넣으리다.”
진용은 백 냥짜리 전표 세 장을 꺼내 다탁 위에 내려놓았다. 추진상이 날름 집어가며 씩 웃었다.
진용이 갑자기 생각난 듯 슬며시 물어보았다.
“특별 손님용은 또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