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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91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91화

 

191화

 

 

 

 

 

 

 

실피나가 찾은 뇌옥이 있는 석굴은 맨 뒤쪽의 전각 바로 뒤에 있었다.

 

석굴 앞에는 경비무사 셋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진용이 그들 앞으로 떨어져 내리자 세 사람의 눈이 동시에 진용을 향했다. 진용이 그들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들어 올렸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세 사람.

 

“잠 좀 자고 있어라, 슬립!”

 

세 사람은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들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진용은 혀를 차며 마법에 마안의 능력을 곁들였다.

 

“쯔쯔쯔, 영겁의 잠에서 깨어나거든 모든 것을 잊어라.”

 

세 사람이 일순간에 석고상 세 개로 변해 버렸다. 진용은 그들 곁을 지나 태연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런 자들만 있으면 아무 문제도 없을 텐데.’

 

총단 깊은 곳에 있는 뇌옥이라서 그런지 안쪽까지는 경비들을 세워두지 않은 듯했다. 이십여 장을 들어가도록 인기척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석굴이 꺾어지면서 철창이 나오자 그 안쪽에서 제법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진용은 몸을 솟구쳐 천장에 달라붙은 채 철창을 향해 일지를 튕겼다.

 

퉁!

 

철창이 부르르 떨며 울어대는 소리가 뇌옥 안에 울려 퍼진다.

 

그러자 셋을 세기도 전에 혈의인 둘이 철창 앞으로 다가왔다.

 

“뭔 소리지?”

 

그중 한 사람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훑어보았다. 

 

진용은 허공에 떠 있는 실피나에게 주먹으로 뒤통수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굳이 마법을 펼칠 필요도 없었다.

 

실피나가 싱긋 웃더니 혈의인을 향해 날아갔다.

 

망치처럼 뭉친 바람이 뒤통수에 틀어박혔다.

 

퍽!

 

“켁!”

 

실피나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혈의인은 외마디 단말마를 내지르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진용은 일지를 튕겨 꼬꾸라지는 혈의인의 마혈을 제압하고 실피나에게 다른 혈의인을 가리켰다.

 

다른 혈의인이 사방을 둘러보며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누, 누구냐?”

 

실피나가 그자의 뒤통수마저 갈기자 간단하게 정리되어 버렸다.

 

“실피나, 그자의 허리에 있는 열쇠를 가져와.”

 

그냥 부숴 버리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침입 사실을 드러내 놓고 알릴 필요는 없었다. 쓰러진 혈의인들만 치워놓으면 설령 다른 자들이 온다 해도 잠시의 시간은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진용은 열쇠로 머리통만 한 자물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을 몇 개나 지나가도록 죄수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방이 비어 있었다. 각 방을 단절시킨 석벽과 철창만 아니라면 이곳이 뇌옥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어쩐지 뇌옥을 지키는 간수들이 몇 안 되더라니.’

 

첫 번째 죄수를 본 것은 근 열 개의 방을 지나서였다.

 

그는 뇌옥의 돌바닥에 엎드린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죽은 자와 다름없을 정도였다.

 

두 팔은 부러졌는지 덜렁거리고, 두 다리도 옆으로 꺾여 있었다. 그래선지 꿈틀거리면서도 일어서지 못하고 바닥을 길 뿐이었다.

 

“누구십니까? 누구신데 여기 갇혀 있는 겁니까?”

 

진용은 반쯤 정신이 없어 보이는 괴인을 깨우기 위해 절대음을 펼쳐 말을 걸었다.

 

바닥을 기던 괴인이 부들부들 몸을 떨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가 말했다.

 

“구해…….”

 

진용은 형편없이 부서진 그가 워낙 측은해 보여 열쇠를 일일이 찾지 않고 뇌옥의 문을 아예 잡아 뜯어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진용이 가까이 다가가며 묻자 괴인이 말했다.

 

“본왕을… 구해주면… 금은보화를…….”

 

다가가던 진용의 발길이 우뚝 멈췄다.

 

비록 오물이 묻어 더럽고 여기저기 찢기긴 했지만, 괴인이 입은 옷은 최고급의 비단 옷이다. 게다가 그의 말투.

 

서서히 일그러진 표정이 몇 번의 변화를 반복했다.

 

경악, 어이없음, 허탈감, 그러다 나중에는 차갑게 굳어졌다.

 

진용이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본왕? 그럼 당신이 황실의 왕이라도 된단 말이오?”

 

차가워진 표정. 가시가 돋친 듯한 목소리였다.

 

“그렇…… 본 왕은…….”

 

“혹시 삼왕이시오?”

 

“어떻게……? 맞……. 어서 나를…….”

 

괴인의 얼굴에 희열이 떠올랐다.

 

이제 살았다. 이제 살았어! 그런 표정이었다.

 

“내 이곳을 나가면…… 이 역도 놈들을…….”

 

하지만 그의 기쁨도 잠시. 진용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혹시 고씨 성에 중 자 헌 자 쓰는 분을 아시오?”

 

“고… 중… 헌? 그게… 어떤 놈……?”

 

퍽!

 

진용의 발길질에 삼왕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 떨어졌다.

 

“크억! 네, 네놈이…….”

 

“모른다고? 고중헌이라는 분을 모른다고? 삼왕, 그대가 그분을 모른다고?”

 

“끄으으…….”

 

진용은 신음을 토하며 꿈틀거리는 삼왕의 눈앞에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가 바로 그분의 아들이다, 삼왕. 네놈이 쓸데없는 고대 문자를 해석해 달라고 부탁했던 그분의 아들이란 말이다. 그래도 모르겠나?”

 

삼왕은 벌벌 떨면서 눈곱 진 눈을 크게 떴다.

 

생각난다, 생각나. 고중헌. 그래, 그자가 고문자를 해독했어. 그 개 같은 놈들이 가져다준 고문자를 말이야. 

 

그러고는 도망을 쳤지. 그런데 이놈이 그놈의 아들이라고?

 

“어… 어떻……. 너…….”

 

하지만 그에게는 물을 시간도, 자격도 없었다.

 

“묻겠다. 그분이 여기에 계시느냐? 네놈이 혹시 이곳으로 모셔오지는 않았느냐? 빨리 말해!”

 

진용의 눈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어차피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는 틀린 상황이다. 삼왕은 이미 몸도 정신도 피폐해진 상태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선 마안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펼치는 수밖에. 삼왕이 그로 인해 미쳐 죽더라도 그건 당연한 천벌일 뿐이다.

 

진용이 허공이 울리는 묘한 음성으로 외쳤다.

 

“그대 혼령의 주재자로서 명하노니, 말하라! 삼왕!”

 

삼왕의 몸이 덜덜덜 떨리며 부릅뜬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그러더니 마침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놈들이 나를… 이곳에 데려와…….”

 

조금씩 단절된 말이긴 했지만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길게 이어지는 말 어디에도 고중헌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진용은 다급해졌다. 삼왕의 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진용이 미친 듯이 다그쳤다.

 

“고중헌에 대해 말하란 말이다! 내 아버지에 대해 말하란 말이다! 어서!”

 

순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지, 퍽! 삼왕의 눈이 터져 버렸다.

 

“몰라……. 못 봤어…….”

 

단 두 마디만을 남긴 채 삼왕이 털썩,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진용은 두 눈이 터져 나간 삼왕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모른다고? 못 봤다고? 아버지를 잡아간 놈이 모른다고?”

 

쾅!

 

삼왕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치며 터져 나갔다.

 

진용은 삼왕을 바닥에 메다꽂고는 비틀거리며 철창에 등을 기댔다.

 

“아버지…….”

 

삼왕의 말에 의하면 뇌옥에 들어오기 전까지 제법 대접을 받으면서 지낸 듯했다.

 

계집이 어떻고, 술이 어떻고, 그놈들이 나를 무시하느니 어쩌느니 말하는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 지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했다. 아버지가 이곳에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모른단다. 보지도 못했단다.

 

천하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아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생각했는데…….

 

반쯤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본능대로 마기를 찾아 움직였다면, 이곳으로 올지 모른다 생각했는데…….

 

그런데 없다니. 

 

결국 가능성은 가능성으로 끝나 버렸다.

 

없을지 모른다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그 말을 들으니 허탈하기만 하다.

 

“크크크크크…….”

 

진용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

 

진용은 주저앉은 채 삼왕의 시신만 노려보았다.

 

이제와서 다른 죄수에게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곳에 계신 분은 누구신가?”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진용은 그래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의 시간을 두고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뉘신지 모르지만, 죄 많은 빈승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나?”

 

빈승? 승려?

 

진용은 기이한 느낌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삼왕이 있는 뇌옥을 나서서 옆으로 가보았다.

 

힘없이 앉아 있는 중년인이 보였다. 그러나 빈승이라 했던 그의 말과는 다르게 긴 머리를 하고 있었다.

 

더구나 움푹 파인 눈, 맹인이었다.

 

보이지도 않을 텐데 그는 진용이 앞에 왔음을 알고는 입을 열었다.

 

“빈승은 죄인이라네.”

 

죄인이니까 여기에 갇혀 있는 거겠지.

 

“스님이시라고요?”

 

중년인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가 어른거렸다.

 

“한때는 효망이라 불렸지.”

 

진용의 눈이 홉떠졌다.

 

효망이라고? 저 중년인이 효망이라고?

 

“두 눈은 내 스스로 빼버렸다네. 보고도 깨닫지 못하는 눈이라면 없는 게 낫지 않겠는가?”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절대고수 효망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네에게서 하늘을 아우르는 기운이 느껴지는군. 하긴, 이곳에 혼자서 들어왔을 정도면 당연한 일이겠지.”

 

진용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효망 스님이십니까?”

 

효망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많은 말이 필요없었다. 진용은 그가 효망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요공 성승의 제자 효망 스님이 왜 여기에 계신 겁니까? 지금쯤 영화를 누려야 할 분이 말입니다.”

 

효망의 어깨가 잘게 흔들렸다.

 

“나를…… 잘 아는군.”

 

“당연하지요. 스승을 해치고,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좇아 악마의 손발이 되기를 자처한 사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진용의 독설에 효망이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게 바로 나지. 잘 봤네.”

 

“하지만 스님께선 굳이 스승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습니다.”

 

효망의 표정이 파르르 떨렸다.

 

“무슨… 말인가?”

 

“요공 성승께선 제 손에 해탈하셨으니까요.”

 

효망의 표정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말을 잊고 덜덜 떠는 효망을 향해 진용이 말을 이었다. 이미 아버지의 일로 인해 감정이 상해 있는 진용의 입에선 갈수록 독설이 쏟아져 나왔다.

 

“마기에 침습당한 성승께 소림의 장문인과 장로들이 부상을 당하셨지요. 하는 수 없이 제가 성승의 심장을 부수었지요. 그 길만이 성승을 해탈시켜 드리는 길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커억!”

 

효망이 피를 토하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래도 그를 바라보는 진용의 눈빛은 냉랭하기만 했다.

 

효망이 다시 몸을 일으킨 것은 반 각가량이 지나서였다.

 

그는 그때까지도 진용이 남아 있음을 알고 처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맙네, 그분께서도 아마 고마워했을 것이네.”

 

“물론입니다. 그분께선 진정으로 제게 고마움을 느끼셨습니다. 하면 이제 효망 스님의 이야기를 해보시지요. 왜 이렇게 되셨습니까? 영화를 누리기도 전에 혈신이란 자에게 당했습니까?”

 

효망은 혈신에 대한 말이 나오자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아는 그는 사람이 아니네. 사람의 탈만 뒤집어썼을 뿐이지.”

 

당신처럼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진용은 효망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효망이 말했다.

 

“그는 내가 얻은 힘의 반쪽을 얻은 자이네. 보다 완벽한 반쪽이었지. 해서 내가 이렇게 된 것이기도 하고.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자가 찾아올 줄 알고 있었네. 만 리가 넘는 길이라 해도, 내가 어디에 숨어 있다 해도 말이야.”

 

진용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짐승이 본능을 좇아 수만 리를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혈신도 본능적인 감각만으로 효망을 찾아냈단 말이 아닌가.

 

혈신을 보지 못했다면, 혈신이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했을 것이다.

 

‘본능, 본능이라…….’

 

아버지도 그러지 않을까? 그러면 좋을 텐데. 나를 찾아서, 자식을 찾아서 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반쪽을 얻었어도 불완전했지. 나는 그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네. 해서 그가 오면 함께 공멸하려고 작정했었지. 한데… 그가 너무 빨리 왔어. 게다가 내가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왔네. 그 바람에 공멸은커녕 그자의 힘만 키워준 꼴이 되어버렸어.”

 

그거였나? 혈신이 그토록 강한 힘을 지닌 이유가?

 

“하지만 그 역시 완벽하지는 않네. 내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은 반쪽이었듯이. 그것이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라네.”

 

진용의 몸이 굳어버렸다.

 

효망이 말하고자 하는 뜻을 짐작한 때문이다.

 

혈신의 약점. 효망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진용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소리를 질렀다.

 

“뭡니까? 그가 지닌 약점은?”

 

그때다!

 

고오오오오오오!

 

엄청난 기운이 뇌옥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그와 함께 뇌옥 안이 온통 붉어졌다.

 

진용은 그 기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혈신! 그의 기운이었다.

 

“마계의 힘을 얻은 자여, 이리로 오라!”

 

석굴의 굴곡조차 아랑곳없이 똑바로 귀를 파고드는 음성.

 

그의 목소리다. 그의 목소리에 대기가 진저리치며 떨고 있다.

 

진용이 다급하게 물었다.

 

“뭐냔 말입니다!”

 

효망의 입가에 핏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내부가 충격에 뒤흔들린 듯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진용조차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데, 무공을 잃은 효망이 견딘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젠장! 젠장할! 겨우 실마리를 잡았나 했는데!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진용은 황급히 효망의 몸을 끌어안고 좁은 방을 나섰다.

 

귓전에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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