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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86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86화

 

186화

 

 

 

 

 

 

 

그가 말하다 말고는 주먹을 쥐고 부들거렸다.

 

석장진도, 그 뒤에 서 있는 탕마단의 사람들도 시뻘게진 얼굴로 분노의 화염을 토해내며 이를 갈았다.

 

진용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얼마나 지독한 일이 벌어졌으면 저런 반응이겠는가. 

 

가가스로 분노를 가라앉힌 남궁창훈이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

 

“그놈이, 그 악마 같은 놈이 적의 주구였네. 놈이 탕마단에 자신의 수하들을 심어놓았어. 피에 미친 마귀들을……. 그놈은 동굴에 들어와서 뒤처진 탕마단의 단원들을 사냥했다네. 무려 백 명이 넘는 무맹의 맹도들이 그놈들 손에 죽임을 당했어. 처참하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말이야…….”

 

진용은 딱딱하게 굳은 눈으로 남궁창훈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소요우사 이무령이 천혈교의 주구였다니!

 

그때 남궁창훈이 분노 속에 의아함을 담고 말했다.

 

“한데 한 가지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있네.”

 

“물어보세요.”

 

“자네가 혈신이라는 말을 했었지?”

 

그 말에 진용이 눈을 부릅떴다.

 

“혹시……?”

 

“이무령이 그러더군, 혈신이 나왔다고. 신혈의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이야.”

 

이무령이, 십천존의 한 사람인 이무령이 혈신의 추종자였다는 말.

 

무서운 일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혈신의 추종자란 말인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적유! 그렇다면… 그도?”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천제성이다!”

 

다른 쪽 동굴에서 백리성이 일행들을 이끌고 광장으로 나오고 있었다.

 

진용은 홱 고개를 돌려서 그들을 살펴보았다.

 

‘없다! 적유도, 괴인들도!’

 

그뿐만이 아니었다. 천제성의 인원이 반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까, 아니면 적유를 따라갔을까?

 

백리성의 표정은 분노를 참지 못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고진용! 잠깐 나하고 이야기 좀 하지!”

 

감정을 이기지 못한 백리성이 진용을 큰 소리로 불렀다. 

 

진용은 그와 다시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백리성의 요구에 답했다.

 

“말씀하시지요. 지금 이 상황에서도 가릴 것이 있습니까?”

 

백리성이 안광을 폭사시키며 진용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할 수 없다 느꼈는지 진용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알았는가, 적유가 수상하다는 걸!”

 

답답한 사람은 백리성이다. 진용은 느긋이, 냉랭한 어조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적유가 배반이라도 했습니까?”

 

“놈이! 놈이 군청을 죽였다! 본 성의 무사 이백여 명까지! 말해라! 나는 그리 참을성이 강하지 않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누구라도 죽이고 싶은 심정이다!”

 

금방이라도 덮칠 것 같은 표정이다.

 

분노의 불길이 온몸을 삼킨 상태다.

 

진용은 한없이 깊어진 눈으로 분노에 사로잡힌 백리성을 직시했다. 마안의 발현이었다.

 

지금은 한 사람의 힘이라도 절실한 때. 천제성이 따로 움직이면 그만큼 불리해진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사람이긴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불길이 뿜어질 것 같던 백리성의 눈빛이 조금씩, 서서히 누그러졌다.

 

진용이 말했다. 마안에 절대음마저 더했다.

 

“흥분해서 득될 것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놈들이 바라는 대로 하시고 싶은 것입니까? 그나마 남은 사람들을 모두 죽음으로 내몰고 싶으신 겁니까?”

 

백리성이 처절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반쯤 쳐들린 손을 움켜쥔 그가 번쩍 고개를 쳐들고는 말했다.

 

“나는,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들을, 동생을 이곳에서 잃었다. 그것도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네 말대로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아니라 심장이 찍혔단 말이다! 내가 무엇을 더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좀 더 냉정해지시죠. 복수를 하기 위해선 차가운 가슴을 가져야 한다지 않습니까.”

 

“복수, 차가운 가슴……. 크크크크, 으하하하! 참으로 비참하구나! 나 백리성이 어린 너에게 훈계를 들어야 하다니.”

 

백리성이 광소를 터뜨렸다.

 

진용은 그대로 놔두었다.

 

백리성은 천제성의 성주. 결코 쉽게 허물어질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남궁창훈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 중 비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소! 아시오? 소요우사 이무령이 탕마단 단원들의 심장을 뽑아 먹었소. 우리들의 제자와 형제들의 심장을 말이오!”

 

뜻밖이었는지 백리성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이무령이?”

 

“그렇소. 그 작자는 처음부터 놈들의 주구였소.”

 

“하면 이무령도 이 안 어딘가에 있단 말이구려.”

 

“아니오! 그는 죽었소!”

 

“죽었다? 누가 그를 죽였단 말이오?”

 

소요우사 이무령은 십천존의 일인. 누가 그를 죽였단 말인가?

 

의아해하는 백리성의 귀에 남궁창훈의 싸늘해진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나와 석 형이 함께 손을 썼소. 다행히 놈이 광기에 젖어 있어서 죽일 수 있었소.”

 

광기에 젖었어도 그는 십천존의 한 사람이 아닌가.

 

어쩌면 광기 때문에 더 상대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백리성의 눈이 경악으로 홉떠졌다.

 

“맹주가……?”

 

그때다.

 

쿠르르르…….

 

어디선가 바위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멈췄다 들리다 하는 것이 규칙적인 소리가 아니다. 마치 누군가가 바위를 억지로 밀어내는 듯한 소리.

 

<실피나, 어디서 나는 소린지 찾아봐.>

 

진용은 정광의 머리 위에 앉아서 턱을 괴고 있는 실피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실피나가 정광의 뒤통수를 차고 날아가자, 남궁창훈과 백리성을 향해 말했다.

 

“누군가가 동굴의 출구를 건드린 것 같습니다. 일단 소리나는 곳을 찾아보도록 하지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이번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의 소리가 정말 동굴의 출구에서 들려온 소리라면, 출구가 지척에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절망한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4

 

 

 

 

 

“어떻게 되었는가?”

 

공야무릉의 질문에 바로 옆에 서 있던 숙야명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마 들어간 자 중 반 이상은 죽었다 봐야 할 것입니다.”

 

“반이라……. 그럼 남은 사람이 삼백도 안 된다는 말이군. 클클클…….”

 

비릿한 살소가 공야무릉의 입가에 피어난다. 그러자 야율립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도 결코 과거의 그들이 아닐 겁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겠지. 좋아, 아주 좋아.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어.”

 

공야무릉이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야율립에게 말했다.

 

“곧 교주가 나올 것이야. 교도들을 동굴 입구로 모으도록 하게. 그들에게 교주의 위대함을 보일 것이네.”

 

“걱정 마시지요. 혈신께서 강림하시는 자리인데 어찌 소홀할 수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해서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흠, 그래. 최선을 다해서…….”

 

말끝을 흐린 공야무릉은 고개를 들어서 야율립을 바라보았다. 야율립의 말뜻이 이상하게 느껴진 것이다.

 

“혈신? 교주가 아니라 혈신? 무슨 말인가?”

 

순간 야율립의 입술이 가늘어졌다. 

 

웃음, 냉소가 피어났다.

 

“그렇습니다. 혈신. 그분께서 강림하실 겁니다.”

 

“무슨 말이냐고 묻지 않았는가?”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요. 그건 그렇고, 태상호법께 한 가지 빌릴 물건이 있습니다만.”

 

공야무릉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왠지 말투가 귀에 거슬린다.

 

조금은 흥분한 듯, 조금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 야율립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만 같다.

 

공야무릉은 만약을 대비해서 은밀하게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태연한 표정으로 야율립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뭘 빌린다는 거지?”

 

야율립이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대답은 공야무릉의 옆에 시립해 있던 숙야명이 대신했다.

 

“바로 그대!”

 

찰나!

 

콰직! 숙야명의 손가락이 공야무릉의 옆구리를 뚫고 갈비뼈를 으스러뜨렸다.

 

“크억! 네, 네놈이!”

 

고통에 찬 경악성!

 

대경하며 몸을 튕긴 공야무릉의 옆구리에서 선혈이 뭉클거리며 쏟아졌다.

 

공야무릉은 황급히 옆구리를 움켜쥐고 거센 소용돌이가 이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숙야명을 군사로만 생각하다 보니, 숙야명의 무공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의 관심을 끌 정도도 아니었고.

 

잘해야 일류 수준? 그렇게 판단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그 정도의 실력으로 어찌 도검조차 뚫지 못하는 자신의 육신을 파헤칠 수 있단 말인가!

 

절정, 그것도 초절정의 실력이다.

 

“네놈들이 왜……?”

 

푸들거리며 입을 여는 공야무릉의 입에서 주욱 흘러내리는 시뻘건 선혈.

 

숙야명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믿지 않았었소. 혈천마신에 대한 전설은 다 헛소리라 생각했소. 하지만…… 아니더이다. 진정 그러한 분이 있다 하더이다. 해서 선택하기로 했소. 어느 분이든 혈천마신이 된 분을 따르기로. 그러니 나를 원망 마시구려, 태상.”

 

야율립의 눈에서도 붉은 광채가 은은히 피어오른다.

 

“혈신께서 강림하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제물이 필요하거든, 혈신께 바칠 제물이.”

 

그것은 광기였다. 피를 갈구하는 광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율립! 곧 내 아이들이 몰려와 네놈들의 피와 살을 발라낼 것이다!”

 

공야무릉은 광기가 차오르는 야율립을 향해 한에 사무친 외침을 토해내고는 방문을 향해 전력으로 몸을 날렸다.

 

도망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치욕이었지만,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와장창!

 

분루를 삼킨 공야무릉의 손짓에 방문이 터져 나갔다.

 

하지만 그가 갈 수 있는 곳은 거기까지였다.

 

공야무릉은 방문을 나서보지도 못하고 다시 방 안으로 밀려들어 와야만 했다.

 

비록 일수에 옆구리가 뚫렸다 해도 유태청이 인정한 고수가 바로 공야무릉이다. 삼비처 중 한 곳인 명옥의 옥주(獄主).

 

그런 공야무릉을 방 안으로 밀어 넣은 사람은 짙푸른 장삼을 걸친 초로인, 바로 적유였다.

 

적유는 자신이 이끄는 흑의괴인들과 함께 방문을 틀어막고 공야무릉을 바라보았다.

 

“날뛰지 마라, 공야무릉. 날뛰면 날뛸수록 그대만 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공야무릉의 전신이 푸들푸들 떨렸다.

 

더욱 비참해진다고? 여기서 얼마나 더 비참해진단 말인가!

 

움켜쥔 옆구리에서 점점 더 많은 피가 쏟아진다. 동맥이 끊어진 것 같다. 게다가 공력마저 흩어지고 있다.

 

‘이놈들! 조금만 기다려라! 곧 교주가 나올 것이다! 교주만 나오면, 내 네놈들을 모두 갈가리 찢어 죽일 것이다!’

 

공야무릉의 악다문 입술 사이로도 뭉친 핏덩이가 새어 나왔다.

 

그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버텨야 했다. 그래야 배신자들을 찢어 죽일 수 있을 테니까!

 

그때였다.

 

“크하하하하하!”

 

어디선가 대지를 떨어 울리는 광소가 터져 나왔다.

 

땅속이다. 자신이 딛고 선 땅속이 광소의 근원지다.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자, 천혈교의 교주가 될 조카가 있는 곳.

 

공야무릉이 이 사이로 씹어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교주가 나왔다. 찢어 죽일 놈들. 크흐흐흐…….”

 

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야율립과 적유와 숙야명의 얼굴이 경건하게 굳어진다.

 

“혈신께서… 당신의 위대한 능력을 되찾으셨도다!”

 

야율립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이지?

 

문득 공야무릉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조카가 있는 곳에서 광소가 들렸는데 왜 저놈들은 혈신을 말한단 말인가?

 

숙야명이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공야무릉에게 말했다.

 

“교주는 혈신께 모든 능력을 물려주고 죽었을 것이오. 괜한 희망은 품지 않는 게 나을 것이외다.”

 

“뭐, 뭐라?!”

 

그럼 저 광소의 주인이 조카가 아니라는 말?

 

공야무릉의 창백한 안색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우웩!”

 

충격을 받은 그는 검붉은 선혈을 한 사발도 넘게 토해냈다.

 

그때 밖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혈! 신! 재! 림!”

 

마지막 희망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공야무릉의 뇌리도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 순간.

 

“제물을 마련할 시간이 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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