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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85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85화

 

185화

 

 

 

 

 

 

 

진용은 억지로 궁금함을 깊숙이 밀어 넣고 눈앞의 일을 먼저 처리하기 시작했다.

 

<실피나, 사람들이 몸을 날리면 뒤에서 밀어. 물에 빠지지 않게 말이야. 그리고 천장에도 충격을 주면 안 돼. 불이 쏟아지니까. 알았지?>

 

―오호호호, 그 정도야 뭐. 걱정 마!

 

진용은 실피나의 자신에 찬 대답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을 돕고 있는 사람들에게 즉시 뒤로 물러날 것을 지시했다.

 

“일단 뒤로 물러서세요. 제가 할 테니까요. 여러분들은 한 번에 다섯 명 정도씩 몸을 날리세요.”

 

그러고는 깜박 잊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 혹시 너무 세게 날아갈 수 있으니까, 내려설 때 조심하세요.”

 

그 말에 한 사람을 도와 건너편에 내려주고 돌아온 정광이 홱 고개를 돌려 진용을 바라보았다.

 

“온 건가?”

 

“예. 그러니 혹시라도 위험에 처하는 사람이 있나만 봐주세요.”

 

정광이 씩 웃었다. 걱정 말라는 표정이다.

 

진용이 앞줄에서 잔뜩 긴장한 채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지금입니다. 건너가세요!”

 

다섯 명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개중에는 칠팔 장을 날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채 오 장을 넘기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지려는 사람도 있었다.

 

휘이잉!

 

순간 강풍이 그들을 집어 던진 것처럼 날려버렸다.

 

막 밑으로 떨어지던 사람들은 뒤에서 강력한 바람이 등을 밀자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진용이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당황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됐어!’

 

진용이 내심 만족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예전과 달리 실피나도 이제는 제법 힘 조절을 잘했다.

 

한두 사람 사오 장 정도 더 날아간 사람이 있긴 했지만, 석벽에 몸을 처박을 정도로 무식하게 날아간 사람은 없었다.

 

정광은 그게 불만인지 입맛을 다셨다.

 

‘쳇, 처박는 놈이 하나도 없네.’

 

“자, 다음 나오세요!” 

 

 

 

 

 

 

 

8장. 혈신재림

 

 

 

 

 

1

 

 

 

 

 

앞에 선 사람이 정말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인가?

 

백리군청은 아연한 눈으로 적유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어떻게… 이런 짓을…….”

 

“어리석은 놈. 세상은 가끔씩 거꾸로 돌아가기도 하는 법이다. 네가 보고 있는 지금 상황처럼.”

 

백리군청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천천히 주위를 쓸어보았다.

 

찢기고 부러진 채 선혈이 뭉클거리는 시신들이 뒤엉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흘러나온 피가 동굴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도 모자라 독수 속으로 흘러들어 간다.

 

무려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흘린 피다. 적유가 이끄는 흑의괴인들에 의해 단 일각 만에 처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피.

 

그뿐이 아니다. 이곳 독수에 몸을 담근 백여 명 중 사십여 명은 독수에 잠겨 죽어갔고, 겨우겨우 건너편에 도착한 사람들은 비명과 신음을 지르며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이곳까지 오면서 기관에 걸려 죽은 사람까지 합하면 무려 삼백여 명이 죽었다.

 

백리군청은 귀를 막고 싶었다. 눈도 감아버리고 싶었다.

 

악몽이었다. 지독한 악몽!

 

‘그래,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야!’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현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그 자신의 의지가 잘 알고 있었다.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적유가 허공에 눈을 두고 경건한 어조로 말했다.

 

“신혈의 세상을 위해 혈신께 바치는 제물이다.”

 

백리군청이 악을 쓰며 외쳤다.

 

“신혈? 혈신? 그게 어떤 개자식인데! 이 악마! 곧 아버님께서 도착하실 거다! 결코 네놈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감히 천제성을 배반하고 무사들을 도륙하다니!”

 

적유의 눈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더니, 겁에 질려 처절히 일그러진 백리군청을 향했다.

 

적유가 붉게 타오르는 눈으로 말했다.

 

“백리성이 온다 해도 이미 늦었어. 이미 세상은 혈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네 아비도 곧 뒤따라갈 테니 걱정 마라. 후후후후.”

 

“이, 악마 같은 놈!”

 

백리군청이 악을 쓰며 적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검을 들어 막무가내로 휘둘렀다.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머리가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악마! 이 악마! 죽어라!”

 

“끝까지 어리석은 놈.”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적유의 손이 올라갔다. 한순간!

 

퍽!

 

백리군청의 머리가 백 장 절벽에서 떨어진 호박처럼 터져 버렸다.

 

 

 

 

 

2

 

 

 

 

 

가슴이 찢긴 채 심장이 부서진 시신이 수십 구.

 

광기에 젖어 날뛰다 목이 잘리고서야 움직임이 멈춘 광인이 근 이십. 그들을 죽이려다 거꾸로 죽어간 사람들이 삼십.

 

동굴 안이 온통 시신들로 뒤덮였다.

 

“네놈을 선배라 부른 내가 한탄스러울 뿐이다!”

 

석장진은 검으로 땅을 짚고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지탱한 채 광인을 노려보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간악한 네놈들에게 모두 죽을 뻔했구나.”

 

울컥이는 피를 뱉어내며 남궁창훈이 이를 갈았다.

 

“끌끌끌, 대단한 놈이야. 감히 나의 가슴에 검을 꽂다니.”

 

광인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며 시뻘게진 눈을 희번덕거렸다.

 

광기를 다스렸어야 하거늘, 오랜만에 피 맛을 본 것이 광기를 부채질했다. 그런데 한 번 피어오른 광기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탕마단을 뒤따르며 뒤처진 자들을 베는 재미에 잠깐 정신을 판 것이 실수였다.

 

결국 그 작은 실수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탕마단에 합류했다 본성을 드러낸 혈신의 아들들이 광분할 때 말렸어야 했는데, 오히려 그들과 함께 죽인 놈의 심장을 꺼내 들다가 그만 뒤따라온 놈들에게 덜미를 잡히고 만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남궁창훈과 석장진에게.

 

사실 그때만 해도, 경악으로 일그러진 남궁창훈과 석장진의 합공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남궁창훈이 비록 정천무맹의 맹주이긴 하나 실력은 십천존에 한참 못 미친다고 알려져 있지 않던가. 

 

게다가 석장진은 그런 남궁창훈을 따르는 자다.

 

가소로웠다.

 

자신이 누군가!

 

소요우사 이무령이 아닌가 말이다!

 

혼자서도 두 사람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머지 오십여 명은 혈신의 아들 스물이 맡으면 될 터.

 

하지만 십여 초도 지나기 전에 이무령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만 했다.

 

남궁창훈의 실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십천존에 비해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더구나 석장진의 검 역시 남궁창훈 못지않게 강했다. 

 

반면 자신은 광기에 젖어 있는 상태.

 

두 사람의 합공을 받은 지 이십 초. 결국 자신의 가슴에 남궁창훈의 검이 꽂혔다. 정확히 심장을 꿰뚫으며!

 

“크, 크, 크, 신혈의 세상이 도래했거늘…….”

 

이무령은 가슴에 꽂힌 검을 움켜쥐고 시뻘게진 눈으로 남궁창훈을 쳐다보았다.

 

피 분수가 그의 가슴에서 솟구쳤다.

 

“사람들이 그동안 네놈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이무령의 시뻘건 눈을 마주 보며 남궁창훈이 말했다.

 

“당신을 모르고 있었던 것보다는 그래도 낫다.”

 

“우흐흐흐흐, 내가 죽는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곧 혈신께서 나오실 터. 본격적인 지옥은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니라.”

 

“글쎄, 그건 두고 봐야 하겠지. 그만 죽어라, 이무령!”

 

남궁창훈은 손을 비틀며 검을 잡아 뺐다.

 

이무령의 심장이 통째로 부서지며 피 분수가 솟구쳤다.

 

동시에 석장진이 땅을 짚고 있던 검을 사선으로 쳐올렸다.

 

파앗!

 

이무령의 이마에 가느다란 실금이 그어지고, 광기 어린 눈빛이 서서히 꺼져 갔다.

 

십천존의 일인, 소요우사 이무령이 그렇게 죽어간다.

 

남궁창훈은 이무령이 쓰러질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았다.

 

털썩!

 

결국 이무령이 쓰러지자, 남궁창훈이 한 사발도 넘을 것 같은 핏덩이를 토해냈다.

 

“십천존……. 역시 엄청난 고수……. 넘을 수 있을까 했는데…….”

 

석장진은 주저앉아서 남궁창훈을 올려다보았다.

 

“고 공자나 천제성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군.”

 

그들이 다른 두 곳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던 그 시각.

 

십여 장을 사이에 두고 상처 입은 사자가 포효하고 있었다.

 

“으아아! 적유, 네놈이 감히!”

 

 

 

 

 

3

 

 

 

 

 

진용 일행은 독수담(毒水潭)을 건너고 나서도 백 장 정도를 더 간 이후에야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공포에 질린 채 앞에 펼쳐진 광장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수는 삼십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백 명은 넘게 들어왔을 테니 죽은 자가 칠십이 넘는다는 말이었다.

 

그들은 진용 일행의 팔에 둘러진 띠를 보고는 허탈한 표정으로 도검을 늘어뜨렸다.

 

진용은 굳이 다른 사람에 대해 묻지 않았다. 어떻게 독수담을 건너왔는지도 묻지 않았다.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참을 수 없는지 한 사람이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말했다.

 

“모두 죽었소. 기관에 죽고, 이상한 물속에 빠져 죽고……. 우리는… 우리는……. 크윽! 그들의 머리를 밟고, 그들의 몸을 징검다리 삼아 여기까지 왔소.”

 

죽어가는 동료들의 머리를 밟고 왔다고?

 

강호의 도리를 생각한다면 용서할 수 없는 짓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뭐라 하지 못했다. 설령 화가 나도 입 밖으로는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슬며시 고개를 돌릴 뿐.

 

뭐라 하겠는가.

 

죽어가는 동료들을 쳐다만 본 것은 자신들도 마찬가지거늘. 만일 고진용이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자신들도 동료의 머리를 밟고 건넜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들을 향해 진용이 말했다.

 

“아직 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 생각하며 자책하기에는 앞길이 너무 멉니다. 그들의 원한을 대신 갚아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가시죠.”

 

원한을 대신 갚는다? 

 

그 말에 축 처져 있던 사람들이 검을 움켜쥐었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걸 어떡하겠어. 악마 같은 놈들을 죽여서 그들의 원한을 갚아주자고!”

 

“맞아. 그러면 그들의 원혼도 조금은 편안해질 거야.”

 

“그리고 우리의 죄책감도 덜어지겠지…….”

 

자위하는 말이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진용은 독백하듯 소리치는 그들을 스쳐 앞으로 나아갔다. 광장이 눈앞이었다.

 

넓이만도 직경이 이십 장은 됨직한 광장이었다.

 

아무도 없어 을씨년스럽게까지 느껴지는 동굴 광장. 벽에 매달아놓은 열 개 정도의 등잔만이 희미하게 광장을 밝히고 있다.

 

진용은 조심스럽게 광장으로 빠져나오면서 실피나를 시켜 사방을 둘러보게 했다. 

 

아무도 없었다.

 

진용을 따라온 사람 중 살아남은 사람이 육십여 명. 이곳에서 만난 사람이 삼십여 명. 백오십 장 정도를 빠져나오면서 백여 명이 죽임을 당했다.

 

살아남은 사람들 대부분의 눈에는 짙은 공포가 깊게 침잠돼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건 다섯 개의 동굴.

 

은은히 울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람의 말소리도 섞여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듯하다.

 

진용은 일단 사람들을 쉬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동굴이 이곳으로 모이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곧 올 것 같으니 기다려 보지요.”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오직 진용의 곁에 있는 것만이 살길이라도 되는 것처럼.

 

진용은 정광의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실피나가 정광의 머리 위에 앉아서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었다. 인간들의 죽음이야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뭔지 모를 소리를 흥얼거리며.

 

‘하긴, 아무리 감정을 가진 정령이라고 해도 인간들의 고통과 슬픔까지 알 리는 없겠지.’

 

진용은 씁쓸한 고소를 지으며 실피나를 향해 말했다.

 

“실피나, 동굴들을 조사해 봐. 사람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어떤 사람들인지.”

 

입구를 찾는 것보다는 사람이 우선이었다.

 

―전부 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우선적으로 조사해.”

 

―알았어!

 

실피나가 다시 날아가더니 곧장 돌아왔다.

 

―두 군데서 사람들이 오고 있어. 근데 한 곳은 주인 편이야. 팔에 띠를 둘렀어.

 

탕마단인 듯싶다.

 

아니나 다를까, 동굴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팔에는 형형색색의 띠가 둘러져 있었다. 탕마단의 무사들.

 

그런데 행색이 형편없었다. 사람들의 수도 백 명이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했고. 들어간 사람들의 수가 삼백이 넘거늘… 그나마도 상당수가 부상자가 아닌가.

 

남궁창훈이 석장진과 함께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둘 다 창백한 얼굴. 남궁창훈의 입가에는 핏자국마저 보였다.

 

‘부상을 입었군. 누구와 싸웠지?’

 

뒤따르는 정천무맹 무사들의 표정은 광기와 허탈이 뒤범벅되어서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무령은 어딜 갔지?’

 

광장으로 나오던 남궁창훈과 석장진이 진용을 보고는 곧장 다가왔다. 뒤따르던 사람들이 머뭇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먼저 와 있었군.”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남궁창훈의 눈매가 잘게 떨렸다.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차마 말하기가 힘든가보다.

 

진용이 물었다.

 

“이무령 노선배가 보이지 않는군요.”

 

갑자기 남궁창훈이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 작자가! 그 악마 같은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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