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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84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84화

 

184화

 

 

 

 

 

 

 

정광이 쇠신발을 벗어놓고는, 바닥을 차고 호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 마치 제비처럼.

 

정광이 호수 위로 몸을 띄우자 진용은 속으로 실드 마법을 캐스팅하고는 앞을 주시했다.

 

다행히도 정광이 거의 끝에 가도록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호숫가로 다가왔다.

 

“물러서요!”

 

제갈민이 소리쳤다. 멈칫했던 사람들이 제갈민을 바라볼 때다.

 

“별일없는데?”

 

건너편에 내려선 정광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진용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쇠신발을 던져주었다.

 

“이번에는 내가 가보겠네.”

 

율천기가 나섰다.

 

“나랑 함께 가지.”

 

포은상이 곤을 뽑아 들고 동시에 나섰다.

 

두 사람이 건너가기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뒤에 있던 사람들 중 다섯 명이 앞으로 나왔다.

 

“저희도 신법에는 자신 있습니다. 저희가 건너가 보죠.”

 

“조심하세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자신있게 대답한 다섯 명이 한꺼번에 몸을 날렸다.

 

반쯤이나 날아갔을까. 그중 한 사람이 검으로 천장을 사선으로 찍었다. 나름대로 반동을 얻기 위함인 듯했다.

 

그때였다.

 

천장의 갈라진 틈에서 시뻘건 불길이 쏟아졌다.

 

화르륵!

 

“으아악!”

 

공포에 질린 비명이 동굴을 흔들었다.

 

쏟아진 불길이 두 사람을 집어삼킨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삽시간에 번진 불길이 나머지 세 사람의 머리 위로도 쏟아진다.

 

진용이 재빨리 좌수로 허공을 갈랐다.

 

순간 우수가 갈라진 틈을 휘저었다.

 

화악!

 

머리 위로 떨어지던 불길이 좌우로 갈라지며 세 사람을 비켜 나갔다.

 

하지만 갑작스런 일로 인해 이미 진기가 끊어진 세 사람이다. 그들의 날아가던 속도가 뚝 떨어졌다.

 

진용이 다시 손을 뻗었다.

 

“조심하고 다시 도약하세요!”

 

두 사람은 진용의 장력을 발판 삼아서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한 사람만은 당황한 나머지 그냥 물속에 내려섰다.

 

사람들의 눈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그를 주시했다.

 

물속에 내려선 이는 호북 진양문의 부문주인 양추란 자였다. 물은 그의 허리 어름까지 올라 차 있었는데, 창백하게 질린 양추의 얼굴에는 절망이 내려앉아 있었다.

 

촌각이 영원처럼 느껴지며 흘렀다.

 

비록 숨 한 번 쉴 시간에 불과했지만, 누구도 그 시간을 짧다고 느낀 사람은 없었다.

 

서서히 양추의 얼굴이 밝아졌다.

 

“뭐야? 그냥 물인가?”

 

누군가가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통로의 물이 보통 물이면 지금까지 헛짓을 했다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천장만 건들지 않는다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인가?

 

“이봐! 괜찮아?”

 

“괜히 놀랐네. 후우…….”

 

양추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몸을 돌린다. 두어 걸음 걸어가는데도 이상이 없다.

 

그걸 보며 동굴 안이 안도의 목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독연(毒煙)이 안으로 밀려들어 온다!”

 

사람들의 눈이 뒤로 향했다. 붉은 연기가 횃불에 반사되어 불길함으로 다가온다.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이 앞사람을 밀며 악을 썼다.

 

“뭐 해? 이상 없으면 빨리 건너가! 안 갈 거면 비키던가!”

 

그러자 성질 급한 사람 몇이 신형을 날렸다. 그러더니 중간에 이르러 기운이 빠지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진용과 제갈민이 말리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었다.

 

하긴 독연에 밀려 달려드는 사람을 무슨 이유로 막을 것인가.

 

순식간에 이십여 명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이봐! 왜 안 가는 거야?”

 

“어어어? 이상해! 발이 말을 안 들어!”

 

양추의 목소리였다.

 

진용은 입구 쪽에서 밀려드는 독연을 보며 상대할 방법을 찾고 있다가, 그 말에 고개를 홱 돌려 물속을 바라보았다.

 

물은 양추의 가슴까지 차올라 있었다.

 

“모두 물속에 들어가지 말고 나와요!”

 

진용이 소리치고는 땅을 박찼다.

 

‘비마법(飛魔法:플라이)!’

 

흐르듯이 물 위를 날아간 진용이 양추의 옷자락을 잡아챘다. 허공에 떠 있는 중인데도 진용의 몸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비마법을 펼친 덕분이었다.

 

양추의 뒷목 옷깃을 잡아챈 진용은 양추를 들어 정광이 있는 곳으로 내던졌다.

 

순간 진용의 행동을 주시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으헉! 양추의 발이……!”

 

“으아! 내 발!”

 

뒤이어 또 다른 자가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비명을 지른 자에게로 향했다.

 

양추를 집어 던지고 밖으로 나온 진용도 그를 바라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이미 양추의 흐물흐물 녹아내린 발을 본 터였다. 한데 자신의 경고를 듣고 물속에서 나온 자의 발도 부글거리며 거품이 인다. 발아래 흥건한 벌건 물, 살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다.

 

진용은 조금 전 물 위를 지나올 때 본 물속의 광경이 떠올랐다.

 

‘희미하지만 분명 뼈였어. 수십 명은 되어 보이는……. 악마 같은 놈들!’

 

옷으로 덮인 데다 물이 뿌옇게 흐려서 정광이나 율천기 등은 미처 보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진용은 볼 수 있었다.

 

물속에는 살이 녹고 남은 뼈들이 수북했다.

 

힘이 빠져 물속에 내려선 자들이 적어도 수십 명은 죽었다는 뜻이었다. 

 

괴이한 정적이 다시 동굴 안을 잠식했다.

 

공포가 극한에 이르자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듯했다.

 

사람들은 차마 물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못했다.

 

바로 나온 사람도 저럴진대…….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극한을 넘어선 공포에 정적이 깨지고, 귀청을 찢을 듯한 비명이 동굴 가득 울려 퍼졌다.

 

“끄아악! 살려줘!”

 

“아, 안 돼! 나 좀 꺼내줘!”

 

“움직일 수가 없어! 고 대협! 제발!”

 

손으로 물을 저었던 사람들은 손마저 거품이 일며 살이 녹아든다.

 

“내 손! 내 손이……! 으아아!”

 

광란이다! 혼돈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잦아드는 비명.

 

밖으로 기어나온 사람들의 신음 소리.

 

비감에 젖은 채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그들에겐 고통에 울부짖는 사람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만지면 자신들의 살도 녹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두고 볼 수 없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사형제들이기 때문인지 몇 사람이 옷을 찢어 손에 감고 부상자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녹아들기 시작한 살점을 되돌려 놓을 방법이 없는 이상,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부상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말 몇 마디뿐이었다.

 

“참게! 곧 나갈 거야! 그때까지만 참아!”

 

“다리 하나 없다고 죽진 않아! 용기를 내게!”

 

설상가상, 일행이 장시간 멈춘 사이 독연마저 밀려들기 시작했다.

 

진용은 이를 악물고 밀려드는 독연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저 독연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독연을 몰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진용은 일단 최대한 넓은 반경으로 실드 마법을 펼쳤다. 굳이 강력할 필요가 없는 만큼, 진용이 펼친 실드의 넓이는 오 장에 이르렀다.

 

문제는 언제까지나 마법을 펼친 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동굴의 넓이는 십 장. 반은 막았지만 벽을 타고 몰려드는 독연은 일일이 장력을 펼쳐 밀어내야 할 상황이다.

 

“그쪽에 계신 분들은 이쪽으로 다시 건너와서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장법에 조예가 있으신 분들은 독연을 밀어내는 데 도와주시고요!”

 

십여 명이 진용의 옆으로 나섰다.

 

진용이 그들을 향해 빠르게 말했다.

 

“독연이 한곳으로 밀려갈 겁니다. 부드럽게 밀어낸다 생각하고 장법을 펼치세요!”

 

모두가 일류 이상의 고수들이었다. 벽공장을 펼치는 것에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싸우기 위해 펼치는 장력과 연기를 밀어내기 위해 펼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열 명의 장법 고수는 신중한 표정으로 장력을 쳐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장력에 독연이 전진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그 일각을 백유현이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장법의 고수였다. 진용이 내심 놀랄 정도였다.

 

‘제갈민이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군. 저 정도면 우리 일행 중 독고 대협과 율 대협, 포 대협을 빼고는 누구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겠는걸?’

 

그러는 사이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광과 율천기 등이 건너온 듯했다. 그들이 사람들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자, 부상당한 부위를 마른 옷으로 감싸고 조심스럽게 업히게.”

 

“우리가 도와줄 테니 한 사람씩 건너가도록 하지.”

 

그런데 자존심이 상하는지 머뭇거리는 것 같다. 정광이 비꼬듯 소리친다.

 

“시간이 없어! 내력이 달리는 사람은 쪽팔리다는 생각 말고 미리 말해. 일단 살아야 하잖아!”

 

―주인아!

 

그때 실피나가 나타났다.

 

“실피나!”

 

어찌나 반가운지 진용이 큰 소리로 실피나를 불렀다.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그러자 실피나가 환해진 얼굴로 말했다.

 

―부를 때 오려고 했는데, 주인이 그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해서 조금 늦었어.

 

<잘했어! 지금이라도 와서 다행이야!>

 

‘싸우느라고 늦었겠지. 뻔해!’

 

세르탄이 조금은 질시하는 투로 말했다.

 

‘시끄러! 지금 투덜댈 때야!’

 

진용은 세르탄의 투정을 단칼에 잠재우고는 실피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독연부터 밖으로 밀어내, 실피나!>

 

―알았어!

 

실피나가 자신있게 대답하더니 양팔을 넓게 펼쳤다. 푸르스름한 옷자락이 넓은 동굴을 가득 메웠다.

 

―오호호홋! 더러운 것들! 어디서 대기의 숨결을 더럽히는 거야! 모두 밖으로 나가 버려!

 

과연 바람의 정령 실피나다.

 

실피나의 푸르스름한 옷자락이 휘저어진 순간, 밀려들던 독연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쏴아아아…….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 신중한 표정으로 장력을 펼치던 사람들이 어정쩡하니 손을 든 채 멍청히 앞만 바라보았다.

 

진용도 설마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던지라 조금은 머쓱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다그쳤다.

 

“독연이 물러갔습니다. 이제 저곳을 건너는 일에 전력을 다해주세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할지도 몰랐다.

 

첩첩산중이라도 언젠간 끝이 있게 마련이지만, 가지 않고는 그 끝을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힐끔 진용을 바라보고는 일제히 통로를 막은 물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몸이 굳어졌다.

 

물속에 반쯤 녹은 동료들의 시신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들의 비명이 아직도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시간이 하염없이 있는 게 아닙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도와줄 테니 모두 최선을 다해서 건너가세요.”

 

겁에 질려 건너편을 바라보던 한 장한이 말했다.

 

“꼭 건너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독연도 물러갔으니 뒤돌아서 동굴 밖으로 나가도 되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당연한 의문이었다. 꼭 이렇게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서 건너야 할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이 진용을 바라보았다. 

 

제갈민이 나서서 말했다.

 

“그럴 거면 저들이 굳이 이런 관문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겠지요. 이런 관문이 있다는 것은, 통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조금은 역설적이다.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통과해라. 아니면 죽을 것이다.

 

적들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며, 또한 적들이 그렇게 하게끔 만들어놓은 것이다.

 

또 다른 자가 말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 않소이까?”

 

진용은 투정 부리듯 하는 말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돌아가시겠다면 막지는 않겠습니다. 단, 한 가지만 명심하세요. 앞으로 가면 그나마 살 수 있는 길이 일말이라도 있지만, 뒤로 가면 반드시 죽습니다. 독이 자연 정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러기 전에 놈들이 몰려 내려올 테니까요.”

 

웅성거림은 잠시였다.

 

“어리석은 사람들이구만! 저분 공자가 여태 지켜주니까 이제 배가 부른 건가!”

 

백유현이 나서서 일갈을 토해내자 불만스런 표정이던 자들이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실피나가 독연을 몰아내고는 진용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진용도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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