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2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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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213화
213화
어차피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과는 백여 장 이상 떨어져 있는 상황. 진용은 전음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말했다. 그래야 자신의 마음이 훨씬 강하게 전달될 테니까.
“가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봐!”
―싫은데……. 힝, 무섭단 말이야.
“그냥 멀리서만 보고 오란 말이야! 혈신도 싸우느라 정신이 는데 너에게 신경 쓸 틈이 어디 있어? 그러니 걱정 말고 갔다 와!”
―정말 그럴까?
‘나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또 분명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고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 빨리 가봐!”
진용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하자 실피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럼 살짝만 보고 온다?
“그래! 어서 가봐!”
그제야 겨우 실피나가 날아갔다.
곧바로 돌아온 실피나가 진용에게 빠르게 말했다.
“산 너머에서 무시무시하게 싸우고 있어! 거기에 그도 있어! 벌써 수백 명의 인간이 그에게 죽었어!”
격전을 보고 오더니 조금 태도가 달라졌다. 은근히 열기가 오른 모습이었다.
진용은 수백 명이 죽었다는 말에 상황을 짐작하고 천천히 걸음을 늦췄다.
‘일단 혈신을 전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해!’
혈신만 없어도 전황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진용이 외쳤다.
“이리 와라! 혈신이여! 내가 그대를 상대해 주겠노라!”
세르탄에게서 배운 마왕후가 천공을 진동시키며 전장을 향해 퍼져 나갔다.
대기가 진저리를 치고, 보름달의 밝은 달빛이 일그러졌다.
그때였다. 전장이 있는 곳에서 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그다! 혈신! 그가 진용의 요구에 반응한 것이다!’
혈신은 갑자기 대기를 통한 떨림을 느끼고 눈을 부릅떴다.
“마왕후?”
문득 새파랗게 젊은 인간 하나가 생각났다.
“그놈이 왔구나! 우하하하하!”
그의 몸이 주욱 허공으로 솟구쳤다.
혈신의 손 아래서 근근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구파오가의 명숙들은 아연한 표정으로 허공을 올려다봤다.
그때 그가 말했다.
“천뢰서생! 인간 세상에서 나의 상대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와라! 본좌 신도율단이 혈신의 이름으로 죽여주마!”
정천무맹 원로들 중 살아남은 사람들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혈신에 대한 말도 믿지 않았고, 천뢰서생에 대한 말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믿지 않았던 혈신의 능력은 결코 자신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의 손에 수백 명의 제자들이 죽고, 원로마저 십여 명이 저항도 제대로 못해본 채 죽었다.
그렇다면 천뢰서생의 능력 또한 그렇다는 말이다.
보라! 그토록 공포스럽던 혈신이 천뢰서생을 자신의 유일한 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진작 그 사실을 인정했다면 오늘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을!
뒤늦은 후회에 그들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혈신이 천뢰서생을 찾아갔소! 나머지는 우리들이 처치합시다!”
요료가 창백한 표정으로 탕마단의 무사들을 독려했다.
그랬다. 혈신이 없다면 상황은 또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제자들은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놈들을 죽여라!”
그들의 입에서 서슴없이 죽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제 그들도 아는 것이다. 이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피를 보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전쟁 말이다!
진용은 붉은 구름에 휩싸인 채 날아오는 혈신을 보고 걸음을 완전히 멈췄다.
실피나는 이미 자신의 세계로 도망쳐 버렸다.
옆에 있던 세르탄만이 침을 꿀꺽 삼키고 앞을 쳐다보았다.
“시르, 저것은 마계의 십대능력 중 최상위에 있는 마령체(魔靈體)의 능력이야. 젠장할…….”
이제는 마령체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강한 능력이라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먹을 움켜쥔 진용이 뒤를 향해서 소리쳤다.
“율 대협, 포 대협! 사람들을 이끌고 우회해서 앞으로 가세요! 가서 정천무맹을 도와주세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곧 사람들이 좌우로 나누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말대로 우회하고 있는 듯했다.
그때 율천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사람들을 우회해서 가라 했네.”
“율 대협!”
“우리에게 가라고 하지는 말게. 고 공자 혼자서는 혈신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쯤은 우리도 알고 있네.”
결연한 표정이었다.
목숨조차 포기한 자만이 지을 수 있는 그런 표정.
포은상이 말했다.
“허허허. 우리가 유 노사만큼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네.”
독고무종도 씩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죽으면 한 번 죽지, 두 번 죽지는 않는다네. 기왕이면 강한 자와 싸우다 죽는 것도 괜찮지 싶군.”
그럴 것이다. 조금이 아니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독고무종의 말처럼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었다.
혈신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물러가기에도 늦은 상황이다. 가란다고 해서 갈 사람들도 아니고.
그때 이십여 장 앞까지 다가온 혈신이 세르탄을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대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일이야! 너는 또 누구냐? 마계의 존재가 또 있었단 말이냐?”
세르탄이 되물었다.
“혹시 당신은 마계의 전왕이며, 십대전사 중 최강이었다던 휼탄이 아닌가요?”
혈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가 어찌 나를 아느냐!”
“내 이름은 세르탄, 마왕 하르마탄의 아들이자 소르미의 아들이기도 하죠.”
휼탄의 눈이 거세게 떨렸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붉은 기운이 태풍을 만난 것처럼 출렁거렸다.
“네, 네가 소르미의 아들이라고?”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그 일에 대해선 나중에 이야기하죠.”
세르탄이 입을 닫은 순간, 진용이 잠시잠깐 정신이 흔들린 혈신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날아가는 진용의 손에는 어느새 빼 들었는지 제나의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둘 간의 거리가 십 장으로 줄어들었을 때다.
진용이 미리 속으로 새겨놓았던 마법의 구결을 외쳤다.
“지옥의 겁화로 악을 소멸시키려 하노니! 지옥염화(地獄炎火)!”
번쩍!
제나의 지팡이 끝에서 피어난 빛이 어둠을 밀어내며 천지를 밝혔다.
시뻘건 지옥의 불길이 하늘을 태워 버릴 듯이 혈신을 향해 쏘아져 갔다.
그것은 거대한 화룡이었다!
혈신의 눈에 당혹감이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네놈이 마법마저 쓸 줄 안단 말이냐?”
말이 끝남과 동시, 혈신의 붉은 기운이 한군데로 뭉치더니 지옥염화를 향해 거대한 막이 펼쳐졌다.
콰과과과광!
붉은 막을 타고 화룡이 꿈틀거렸다.
밑에서 바라보던 사람들은 손에 들린 검을 늘어뜨린 채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저게…….”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진용이 이 일격을 펼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내력을 쏟아 부었는지.
‘제발, 이 공격이 먹혀야 할 텐데…….’
이 공격으로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조금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그래야 틈을 노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화룡이 사그라진 순간, 진용의 입에서는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혈신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지긴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젠장! 생각보다 더하군!’
그때 아래쪽에서 뇌전이 일었다.
세르탄이 두 손을 쫙 펴더니 뇌전의 능력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진용은 즉시 세르탄의 공격에 보조를 맞췄다.
세르탄이 지금 쓸 수 있는 공격 능력이라고 해봐야 뇌전의 능력과 절대음 정도가 다였다.
나머지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혈신에게는 아무런 위해도 가할 수 없는 능력일 뿐이었다.
그나마 그런 세르탄의 능력에 잠시 흔들렸을 때 기회를 잡아야 했다.
“세르탄! 전력을 다해서 공격해!”
“알았어!”
“이놈! 네가 감히 나에게 마계의 능력을 쓴단 말이냐!”
우르르릉!
분노한 혈신의 목소리에 천지가 떨어 울었다.
붉은 구름이 거대한 창처럼 뭉치더니 두 개로 나누어진다.
진용과 세르탄을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진용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혈신을 향해 연속으로 마법을 날렸다.
이미 지옥염화가 실패했다. 상대는 마계의 존재. 그것도 마왕 바로 아래의 존재다. 어쩌면 다른 마법 역시 소용이 없을 게 분명하다. 그쯤은 진용도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계속 마법을 펼친 것은 혈신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일 뿐!
아니나 다를까, 진용이 연속으로 펼친 뇌전과 불의 마법이 자신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못하자 혈신의 얼굴에 자신감이 떠올랐다.
“미련한 놈! 그따위 마법으로는 나를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양손을 쫙 펼치더니 붉은 기운을 한군데로 뭉쳤다.
붉은 기운이 하나의 형상을 갖춰간다. 세르탄이 말한 혈신의 마령체(魔靈體)인 듯하다.
바로 그 순간!
진용이 풍혼을 전력으로 펼치며 혈신을 향해 날아갔다.
마법을 펼치지 않은 채 본신의 능력만으로!
혈신의 얼굴에 가소롭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마법으로도 되지 않거늘, 맨몸으로 부딪쳐 오는 놈이라니!
“이제 포기했는가! 인간이여!”
하지만 혈신이 미처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진용에게는 마법에 못지않은 무공이 있다는 것을. 그것이 혈신 자신에게는 오히려 더 치명적이라는 것을.
백리자천과 혈선인이 이미 증명해 줬건만, 그는 자만이 지나쳐 그 점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혈신의 마령체가 아수라의 형상을 갖춘 순간이었다.
진용의 커다란 두 손이 앞으로 쭉 뻗었다.
건곤천단심공의 강기가 가득한 실린 일격!
신왕의 무공 사초와 삼초가 역으로 펼쳐졌다!
건곤만상(乾坤萬象)!
하늘을 가득 메운 시퍼런 손 그림자!
건곤뇌전폭(乾坤雷電爆)!
그 사이를 뚫고 강기의 구슬이 번개처럼 쏘아진다!
혈신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멈칫한 사이, 강기의 구슬이 완전한 형상을 갖춘 아수라의 늑골 부분을 그대로 꿰뚫으며 폭발했다.
장문혈! 바로 그곳을!
“끄으으……. 이놈이 하필 그곳을……!”
아수라의 형상이 처절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갈라진다.
혈신이 눈을 부릅뜨고 뒤로 밀려난다.
진용도 뒤로 튕겨지며 이를 악다물었다.
온몸이 터져 나가는 듯하다. 혈맥이 요동치고 전신 근육이 찢겨 나가는 듯하다.
하지만 머뭇거릴 상황이 아니다.
분노한 혈신이 공격해 오려 한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정광이 빽 소리치며 뭔가를 던졌다.
“이 악마야! 죽어라!”
혈신이 거칠게 정광이 던진 물체를 향해 손을 저었다.
순간! 번쩍!
콰과과광!
천지를 뒤집는 굉음과 함께 붉은 기운이 거세게 흔들렸다.
두충의 벽력탄이었다. 정광과 둘이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벽력탄을 건넸나 보다.
하지만 일곱 개의 벽력탄이 터졌는데도 혈신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벽력탄이 완전 무용지물은 아니었는지, 공격하려던 혈신이 주춤거리며 흔들렸다.
다섯을 셀 정도의 시간. 그 시간은 진용에게 천금 같은 시간이었다.
진용은 땅에 내려서자마자 다급히 품속에서 부처의 사리가 담긴 자그마한 함을 꺼내 들고 부처의 사리를 꺼냈다.
혈신의 눈이 진용의 손으로 향했다. 뭔가 상극의 기운을 느낀 듯 바라보는 눈이 가늘게 떨렸다.
순간적인 멈칫거림. 기회를 엿보고 있던 율천기와 포은상과 독고무종이 때를 놓치지 않고 혈신을 향해 날아갔다.
단 한 번의 기회!
그들은 혼신의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동시에 세르탄이 그들을 엄호하기 위해서 수십 발의 뇌전을 폭사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라 진용이 몸을 날렸다.
혈신이 분노하며 다시 붉은 기운을 일으켰다.
“네놈들이! 감히! 모두 찢어 죽여 피를 마시리라!”
붉은 마력의 폭풍이 노도처럼 휘몰아쳤다.
콰아아아아!
“크억!”
“으허억!”
혈신의 분노는 무서웠다.
절대고수라는 세 사람이 피분수를 뿜어내며 십여 장이나 날아갔다.
세르탄도 가랑잎처럼 날아가 버렸다.
그때 붉은 구름이 잠시 흩어지며 틈이 생겼다. 혈신 역시 무사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
진용이 한 손을 들어 허공을 갈랐다.
대기가 칼로 가른 것처럼 쩍 갈라졌다.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 여태껏 펼치지 않았던 천공지(天空指)다!
진용은 갈라진 공간을 향해서 왼손을 뻗었다.
찰나! 손에 들린 부처의 사리가 정확히 장문혈에 틀어박혔다.
“끄아아아!”
혈신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어 올랐다.
진용이 뒤따르며 신왕의 무공 마지막 삼 초를 연달아 펼쳤다.
건곤천강벽파(乾坤天强壁破)!
천심단양(天心斷陽)!
무극일선(無極一線)!
마지막 무극일선을 펼치는 진용의 입에서 핏물이 울컥 새어 나왔다. 아직 완벽하지 못한 깨달음을 무리하게 펼쳐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공을 찰나에 가른 무극일선이 혈신의 마령체 아수라를 단숨에 꿰뚫자, 혈신의 입에서 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악! 이, 이놈, 이게 어떻게 된…….”
마지막 말이 조금 이상한 괴이한 비명이었다.
하지만 진용은 그 말뜻에 정신을 쏟을 틈이 없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내력이 고갈되기 전에 그의 목숨을 끊어야 하는 것이다.
피로 물든 진용이 그를 향해 다시 쇄도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전력을 다 쏟아 부은 건곤천단심공을 두 손 가득 실은 채!
혈신의 심장을 부수기 위해서!
단 한 번뿐일지 모를 절호의 기회다.
붉은 구름, 혈신의 마령체 능력이 깨졌을 때 제거하지 못한다면 두 번의 기회는 없을지 모른다.
진용은 거리가 가까워지자 마왕후를 터트렸다.
“혈시이인! 나 고진용이 그대의 목숨을 거두겠노라아아아!”
순간 혈신의 몸이 거세게 떨렸다. 눈도 거세게 떨렸다.
그때 그의 입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지금까지 들었던 혈신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고…… 진…… 용?”
‘고진용이라고? 무슨 소리야? 고진용이라니?’
눈을 부릅뜬 혈신이 갑자기 뒤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