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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209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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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법서생 209화

 

209화

 

 

 

 

 

 

 

4

 

 

 

 

 

“헉!”

 

진용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악몽을 꾸었다.

 

괴물의 몸뚱이를 한 아버지가 나타나서 자신을 잡아먹으려 하다니. 더구나 한쪽 팔을 씹다 말고 뱉어내는 아버지가 자신을 몰라보는 듯했다.

 

팔이야 금방 재생되긴 했지만 그 괴상한 감촉은 잠을 깬 지금도 생생했다.

 

“후우, 아버지를 잠시 잊었다고 그런 꿈을 꾼 건가?”

 

부르르 몸을 떤 진용은 섬뜩한 마음 와중에도 피식 웃음을 지었다.

 

“역시 아버지야. 꿈속에 나타나서 아들의 팔을 씹다니. 그런데…… 좀 아는 체 좀 하면 안 되나? 왜 모르는 척하는 거야?”

 

공연한 걸로 서운했다.

 

혹시 진짜 나중에 만나면 몰라보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나이 스물이 넘었다. 헤어질 때의 얼굴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자신할 수가 없다. 유모가 알아본 것으로 봐서는 그리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은데…….

 

한참을 앉아서 아버지의 얼굴을 떠 올려보려 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것은 괴물의 몸뚱이뿐이다.

 

진용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침상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고 나가자 어스름하니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고 공자, 잠이 안 오나?”

 

자신보다 먼저 잠이 깼는지 독고무종이 한쪽 바위 위에 앉아서 묻는다.

 

진용은 천천히 독고무종에게 다가갔다.

 

“설마 밤새도록 그곳에 계셨던 것은 아니시죠?”

 

“반 시진 정도 되었네. 달빛이 좋아서 나왔지.”

 

반달이 살짝 살이 붙어 있었다.

 

진용은 독고무종의 옆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독고 대협은 부인이 계신가요?”

 

독고무종이 진용을 돌아보더니 풀썩 웃었다.

 

“왜? 처량해 보이는가?”

 

“아뇨. 혼자 강호를 돌아다니시는 이유를 몰라서요.”

 

독고무종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들 하나, 딸 하나라네.”

 

“그런데 왜……?”

 

“강호가 좋아서. 그리고 강함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어서지.”

 

아마 낭인의 절반은 그런 이유 때문에 종횡천하를 할 것이다.

 

“그것이 가족보다 더 중요하나요?”

 

“중요하냐고? 흠, 사실 꼭 그렇지는 않지.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도 있거든. 뭐가 중요하다는 것을 떠나서 말이야.”

 

보충 설명을 하듯 뒤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꿈을 잃고 사는 사람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율천기였다. 그가 두런거리는 소리에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다. 포은상이 방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한다.

 

“글쎄, 꿈이 꼭 한 가지만 있으란 법도 없잖은가?”

 

꿈이라는 단어를 놓고 진용도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꿈은 뭘까? 아버지를 찾는 것? 초연향을 찾는 것? 그걸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지, 그건 바라는 것이지 꿈은 아니야. 

 

그럼 뭘 자신의 꿈이라 할 수 있을까?

 

마법을 대마법사만큼 익히는 것?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 나만의 무공을 완성하는 것?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칠채색 총총한 별들이 달빛을 따라 흘러간다.

 

“응?”

 

그런데 오늘 따라 이상하다. 조금 전에는 그냥 스쳐봤는데, 아무리 봐도 하늘에 붉은 기운이 느껴진다. 자세히 보면 보이지 않고, 아무런 생각 없이 보면 은은한 붉음이 불길하게 다가온다.

 

사이한 느낌. 오싹한 느낌이다.

 

손에 절로 땀이 배일 정도다.

 

소림에 갔을 적 공은 대선사가 말했었다.

 

 

 

“몇몇 선인들은 그 기운을 봤을 것이네.”

 

 

 

설마?

 

‘에이, 아니겠지. 아직 새파란 내가 무슨……. 웃기지도 않네.’

 

그래도 가슴이 답답한 느낌은 여전하다.

 

진용이 답답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강호에 아무래도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보군요.”

 

나름 심각한 상상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진용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진용이 하늘을 보고 있자 자신들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 별뿐이다. 구름도 없다. 지나가는 박쥐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뭐가 보이나?”

 

율천기가 물었다.

 

“붉은 기운, 오싹한 느낌이 왠지 불길하네요. 아무래도 날이 밝으면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진용은 그냥 느낀 그대로를 말했다.

 

그때부터 주위가 조용해졌다.

 

이상함을 느낀 진용은 고개를 돌려서 좌우를 둘러보았다.

 

율천기, 포은상, 독고무종, 그리고 방문을 열고 그러려니 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왜 저런 눈들이지?

 

“왜 이상한 괴물 보듯 보십니까?”

 

 

 

아침을 먹고 길을 떠나려는데 풍림당의 정보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가 거친 숨소리 씩씩거리며 급히 말을 전했다.

 

“어제 신혈교의 주력과 혈신이 동백산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거였나? 그래서 하늘에 그렇게 불길한 기운이 만연했던 건가?

 

진용이 일행을 바라보며 침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조금 힘들어도 길을 재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행들은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표정이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심각한 와중에도 한 가지 의문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혹시 새벽에 말한 것이 이 일 때문에……?’

 

천기를 볼 줄 아는 괴물이라니! 

 

정말 사람 맞아?

 

 

 

 

 

 

 

9장. 혈류

 

 

 

 

 

1

 

 

 

 

 

붉은 물결은 거침없이 북으로 밀려갔다.

 

그들이 지나가면 관군조차 눈을 돌렸다.

 

수만 대군이 아니면 막을 수 없는 힘이었다. 몇 천의 지방군으로 그들을 막는다는 것은 기름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꼴이나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방군을 맡고 있는 천호소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다. 때마침 황궁에서 비밀리에 지시가 떨어졌다.

 

 

 

[무림의 일은 무림인끼리 해결하게 놔두고, 양민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

 

 

 

천만다행이라는 듯 관군들은 양민이 많이 사는 곳만 둘러싼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신혈교도 굳이 양민들은 건드리지 않고 북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첫 번째 목표를 향해.

 

 

 

주마점에서 오십여 리 떨어진 곳. 백리자천은 야트막한 야산의 능선에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평원을 뒤덮으며 붉은 물결이 몰려오고 있었다.

 

엄청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기세다.

 

백리자천은 처음으로 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탕마단과 함께 움직일 걸 그랬나?’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이랴.

 

“준비 상황은?”

 

백리자천이 묻자 백리군학이 즉시 대답했다.

 

“여섯 갈래로 나뉘어 육합의 방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네 아비는 어디 있느냐?”

 

“적을 천제육합진세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선봉인 남쪽에 가 있습니다.”

 

“흠, 그래?”

 

백리자천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을 벗어나선 안 된다. 알겠느냐?”

 

“예, 할아버님.”

 

그사이 붉은 물결은 오 리 앞에 이르러 있었다.

 

백리자천이 입을 열었다.

 

“시작한다. 네 아비가 움직여 적이 중앙에 이르거든 일제히 공격하라 이르거라!”

 

백리군학은 백리자천의 명이 떨어지자 즉시 홍청 두 개의 깃발을 꺼내 좌우 상하로 약속된 숫자만큼 휘둘렀다.

 

평원을 둘러싼 야산의 여기저기서 황색 깃발이 솟았다.

 

그리고 일각, 남방에서 일단의 무인들이 몸을 일으켰다.

 

“천제성의 무사들이여! 모두 분연히 일어서서 신혈교의 무리들을 처단하자!”

 

“처단하자!”

 

“마를 물리치자!”

 

백리성이 앞장서서 천제성 무사들을 독려하며 신혈교도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 뒤를 오백에 이르는 천제성 무사들이 따라 달렸다.

 

순간 신혈교 교도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전쟁의 막이 올랐다!

 

 

 

본래 백리성은 적들을 교란하고 곧바로 뒤로 물러날 생각이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였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앞장서서 밀려오는 일반 교도들 정도는 문제없으리라 생각했거늘, 뜻밖에도 그들 중에 절정고수들이 상당수 끼어 있었던 것이다.

 

비명과 선혈이 사방에서 튀었다.

 

백리성은 굳은 얼굴로 전력을 다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드는 신혈교의 무사들을 쓰러뜨렸다.

 

단 십여 수만에 그의 손에 이십여 명이 쓰러졌다.

 

그러나 신혈교 무사들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묵묵히 달려들었다. 붉게 변한 눈을 번뜩이며 입가에 사이한 미소를 지은 채.

 

백리성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당황하기 시작했다.

 

대단위의 싸움은 단순 비무와는 다르다. 한 명이 안 되면 두 명이 달려든다. 그도 안 되면 세 명, 네 명…….

 

거기에 조직적인 움직임이 가미되면, 그 힘은 몇 곱절로 늘어난다. 조직력을 갖춘 관군들이 무공이 약함에도 무서운 이유가 그 때문이다.

 

천제성의 정예 무사들이 하나 둘 죽어가더니, 시간이 가면서 당하는 숫자가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났다.

 

“모두 물러서라! 후퇴한다!”

 

백리성이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때늦은 명령이었다.

 

잠깐 머뭇거린 사이, 신혈교도들에게 둘러싸인 천제성 무사들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한 채 처참하게 죽어갔다.

 

그나마 백리성이 백여 명의 무사와 함께 적을 막지만 한번 무너진 벽은 복구불능의 상태로 악화되었다.

 

반 각이 지나기도 전, 평원에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팔다리. 붉은 선혈이 평원을 적셨다. 핏빛으로 물든 눈빛에서 광기가 충천했다. 이제 비명은 공포에 찬 절규에 묻혀 들리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멍청한 놈! 그것도 못 해내다니!”

 

격분을 참지 못한 백리자천은 백리성을 향해 분노의 일갈을 터뜨렸다.

 

하나가 미워 보이니 둘도 미워 보였다. 하는 모든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의 자식이고, 천제성의 수하들이다. 그들이 죽어가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썩을 놈!’

 

백리자천은 그답지 않게 격분의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백리군학에게 두 번째 명령을 내렸다.

 

“그냥 놔두면 모두 죽는다! 공격을 시작해!”

 

백리군학의 손에서 청홍의 깃발이 흔들렸다.

 

순간 신혈교도들과 백리성이 싸우고 있는 평원의 사방에서 천제성의 무사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놈들을 쳐라! 사해만방에 천제성의 위용을 알려라!”

 

백리자천의 위엄에 찬 명령!

 

천제성의 간부들이 일제히 백리자천의 명령을 선창하며 무사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놈들을 쳐라! 자랑스런 천제성의 무사들이여!”

 

명령이 떨어진 이상 물러서서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오직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일천오백에 이르는 천제성의 무사들이 평원을 향해 달려갔다.

 

백리자천도 일 보에 십 장, 구름이 흐르는 듯한 신법으로 전장을 향해 나아갔다. 천령오호법이 그를 감싸듯 둘러선 채 움직였다.

 

놈들을 이곳에 모두 묻는다!

 

탕마단의 힘이 없어도 우린 할 수 있어!

 

아니, 해야만 된다. 아니면 끝장이니까!

 

“그대들은 성아와 군학이를 엄호하라!”

 

천강오호법에게 명령을 내린 백리자천이 몸을 띄웠다.

 

허공에 떠오른 백리자천의 전신에서 목화 같은 하얀 구름이 일었다.

 

순간, 그의 신형이 하얀 구름에 휩싸인 채 전장을 향해 날아갔다.

 

 

 

신혈교의 후미에서도 몇 사람이 몸을 날렸다.

 

단일 세력으로는 천하제일이라는 천제성과 십천존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삼태천의 일인이 적이다.

 

아무리 천하를 뒤엎을 힘이 있는 신혈교라도 결코 태만히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닌 것이다.

 

야율립과 등우광이 몸을 날리고, 혼세십팔마 중 네 명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붉은 노을을 가슴에 품고 있던 혈신 신도율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땅이 뒤집히고,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의 연속!

 

야율립과 등우광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삼태천이 십천존 중 최강이라는 말에 불만이 많았다. 지금의 자신들이라면 삼태천과 충분히 승부를 겨룰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혹시 몰라 둘이 합공해서 백리자천을 공격해 갔다.

 

지금은 비무할 때가 아니라 적을 죽여야 할 때니까.

 

그리고 철저하게 깨달았다.

 

자신들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삼태천이라는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맙소사! 단 오 초도 지나지 않아서 협공하던 자신들이 밀리다니.

 

콰과과광!

 

뒤로 주르륵 물러선 야율립은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뜬 채 이를 악다물었다.

 

이게 삼태천의 무위였던가!

 

“백리자천!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구나!”

 

등우광도 그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입 안에 가득 피를 머금은 그는 손을 축 늘어뜨렸다.

 

득의한 백리자천이 노성을 내질렀다.

 

“네놈들 따위가 감히 천하를 노리겠다고? 같잖은 놈들! 내 오늘 이 자리에서 네놈들을 쳐죽이리라!”

 

바로 그 순간.

 

야율립과 등우광을 공격하려던 백리자천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숨이 턱 막혔다. 

 

저 앞에서 해일 같은 기운이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벼락 아래 서있는 듯 전율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치달린다. 

 

‘어떤 자가……!’

 

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 하나!

 

“네놈이 혈신이냐!”

 

백리자천이 벼락같이 소리쳤다. 

 

“우후후후후! 가진 힘이 제법이구나, 백리자천! 하나 그 정도로는 본 혈신을 막을 수 없느니라!”

 

심혼을 짓누르는 목소리와 함께 붉은 기운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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