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2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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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206화
206화
“어차피 남궁세가도 구양무경의 삼존맹 통합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동안 소원한 관계였지만, 그것은 일양회가 삼존맹에 속했을 때의 일이잖습니까?”
천인효가 소후천의 의향을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떠냐?”
소후천이 잠시 숨을 고르고는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지금 저희 동천무련 사람들 중에는 황산검문과 강남의 명숙들이 섞여 있습니다. 그들이 함께하는 이유는 둘, 삼존맹이 강남에도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과 저희가 과거의 일양회가 아니라는 것 때문이지요. 문제는 남궁세가의 태돕니다.”
“음… 쌍로는 어찌 생각하시오?”
“우리는 무조건 련주의 의견에 따를 것이오.”
“정 형은?”
“이미 한 배를 탄 몸, 크게 거슬리는 일만 아니라면 함께할 것입니다.”
결국 천인효더러 결정하라는 말이다. 그때 진용이 말했다.
“그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너무나도 자신만만한 말에 천인효와 소후천이 진용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는 상탭니다. 먹히기 싫다면 손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황산검문의 합류는 그들에게도 좋은 명분이 되는 셈, 굳이 망설일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그들은 신혈교와의 싸움 때문에 당분간 정신이 없을 텐데요?”
소후천이 묻자 진용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정신이 없기는 만붕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인효를 비롯해 동천무련 쪽 사람들이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구양무경이 조금 손해를 입었다고 해서 과연 웅크리고만 있을까? 그런 정도의 구양무경이었다면 우리가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때 조용히 앉아 있던 율천기가 옆자리의 포은상을 향해 물었다.
“무너뜨린 게 열두 채지 아마?”
포은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글쎄, 좌우간 불난 것까지 다 합하면 열 채는 넘을 것이네.”
“집이 반쯤 무너지고, 수하들도 대부분 죽거나 팔다리가 부러졌는데, 과연 그가 다른 곳을 치겠다고 팔공산을 떠날 수 있을까?”
“그래도 만붕성이니 한 일 년쯤 지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군.”
율천기가 자기 생각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구양무경이 너 죽고 나 죽자고 무작정 뛰쳐나올 정도로 무모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동천무련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진용을 쳐다보았다.
만붕성을 공격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상당한 피해를 줬을 거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하지만 설마하니 만붕성을 진짜로 박살 내놓았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만붕성에 간 사람들이 이곳에 온 열몇 명 말고 또 있었나?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진용은 사람들의 의문에 찬 눈빛을 받으며 넌지시 말했다.
“이 기회에 염천마곡과 일양회의 일을 먼저 정리해 버리십시오.”
“저희도 기회만 되면 그럴 생각입니다. 한데 문제는 역시 구양무경입니다. 뭐, 두 분 말씀대로 그 정도 피해를 입었다면 조금 안심이긴 합니다만.”
율천기와 포은상이 동시에 소후천을 바라보았다. 우리말을 못 믿는단 말인가! 그런 눈빛으로.
진용이 걱정 말라는 듯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구양무경으로서는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나도 막상 사람을 보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동안 도와주었던 힘마저 철수시켜야 할 판이니까요.”
동천무련 다섯 수뇌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었다.
그러자 진용이 고개를 조금 앞으로 내밀었다. 다섯 사람도 자동적으로 진용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석 자의 거리에서 다섯 명의 눈을 번갈아 보며 진용이 말했다. 더욱 은밀해진 목소리로.
“만일 철수를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우선적으로 그들 중 몇을 골라서 사정없이 때려잡으세요. 나머지를 빨리 데려가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흠칫 눈을 떨었다.
절정고수들을 개 취급하다니. 공연히 등골이 오싹해진다. 만일 적이었다면……?
와중에도 소후천의 눈빛은 빠르게 변화를 거듭했다.
그는 결코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멍청하기는커녕 군사 직을 맡을 만큼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다.
진용이 한마디 하면 금방 상황을 깨닫고 그다음 계획까지 세울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의 머릿속이 정신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한 가지 계획이 세워졌다.
“저…… 한 가지만 더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참 낯도 두껍다.
율천기와 포은상이 눈을 내리깔고 소후천을 바라보았다.
소후천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마치 ‘군사 직을 맡으면 이 정도 낯 두께는 되어야 하는 거요’라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남경성주를 통해 천화상단에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천화상단과 만붕성과의 관계를 잠시만이라도 단절시켰으면 합니다만.”
자금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말.
당연한 일인데도 진용이 놓친 부분이었다. 전에도 천혈교와 천화상단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탁인효에게 엄포를 놓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가시적인 효과를 얻은 것도 사실이었다.
은밀히 들어간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공식적인 유입은 확인된 것이 없었으니까.
“그런 문제라면 마침 적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즉시 손을 써보도록 하지요. 적어도 공식적인 자금 유입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만붕성의 재건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만족한 듯 소후천이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고 공자.”
진용이 일어서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그쪽은 그쪽대로 맡은 일을 하시고, 천 련주께선 저와 함께 남궁세가로 가십시다!”
“남궁세가로?”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이었다.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다음 일을 하자고 하다니.
동천무련의 수뇌들이 머뭇거리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너무 급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표정들이다.
순간 진용의 얼굴이 굳어졌다.
“시간은 멈춰 있지 않습니다. 하루가 늦으면 그만큼 수하들의 피로 그 시간을 채워야 할 것입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천인효가 벌떡 일어섰다.
“갑시다! 내 나이가 먹다 보니 그만 실수를 한 것 같소.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소이다, 고 대협.”
천인효의 정중한 말투 끝에 ‘고 대협’이라는 말이 나오자 진용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제가 무슨 대협입니까? 소협도 되지 못하는데.”
천인효가 처음으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천인효, 나이 쉰여섯이외다. 강호 생활 삼십구 년이지요. 한데 그 세월이 이렇게 부끄럽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오. 허허허, 고 대협은 대협이라 불릴 자격이 있소. 너무 괘념치 마시구려.”
8장. 신혈의 세상을 위해!
1
그를 처음 본 순간 어디서 본 것만 같았다.
어디서 봤을까? 분명 처음 보는 자는 아닌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이었다. 목은산장의 은성여가 놀러왔다. 그제야 그가 누군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자신이 왜 그를 기억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던 것이다.
둥글둥글하던 얼굴은 홀쭉해졌고, 강한 힘이 느껴지던 넓은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그는 이제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걸 느낀 순간, 남궁도의 가슴속에서 잠자던 살의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구양! 네놈 때문에 은 낭자가 내 곁을 떠났다. 죽일 놈의 새끼!’
하지만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인지 세가의 어른들은 그를 매우 중요시 다루고 있었다. 세가에서 함부로 외인에게 내주지 않는 별원까지 내주더니, 그를 위해 세가의 정예인 창궁검대가 호위를 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는 누구도 가까이 접근을 하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는 세가의 자식들조차 그가 있는 별원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대체 저놈이 누구기에 저런 대접을 받는 걸까?
남궁도는 넌지시 부친에게 물어봤다.
“아버님, 그자가 누구기에 저리도 호위에 신경을 쓰는 것입니까?”
부친인 남궁창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에 대한 것을 미리 알려고 하지 마라. 나중에 알게 될 테니까.”
단호했다. 너무 단호해서 입술을 깨무는 바람에 비릿한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긴 그가 누구면 무슨 상관인가? 자신에게는 그저 연인을 빼았기게 만든 원수 같은 작자일 뿐이거늘!
결국 남궁도는 그의 정체를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증거없이 죽이는 거야! 누가 알겠어?’
해가 질 무렵, 진용은 천인효와 함께 남궁세가에 도착했다.
이미 알고 있었는지 남궁창운이 문밖에까지 나와 있었다. 전과는 확연히 다른 대접이었다.
“오랜만이외다, 고 공자.”
“반갑습니다, 남궁 대협.”
남궁창운은 진용 일행을 향해 조용히 포권을 취하고는 자잘한 인사는 생략한 채 안으로 안내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남궁세가의 거대한 장원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장원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밤새 소리도, 귀뚜라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것은 오직 저벅거리며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뿐.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마당에 하나둘 화톳불이 밝혀졌다.
그들이 백여 장을 들어갔을 때다. 어둠이 꼬리를 흔들며 스러지는 사이로 문이 환하게 열린 커다란 전각이 보였다.
진용은 일행과 함께 거침없이 대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간 안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어이! 젊은 친구!”
남궁환이 진용을 알아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진용도 빙그레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강녕하셨습니까, 어르신!”
“나야 뭐. 조금 심심하긴 했지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잘 지냈어.”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말투에 남궁세가의 장로들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더구나 남궁환과 같은 배분으로 보이는 세 노인은 남궁환을 넌지시 꾸짖기까지 했다.
“어허, 아우. 체통을 지키시게.”
“헤헤, 원 형도. 저 젊은 친구가 저랑 얼마나 친한데요?”
“어허! 그래도!”
찔끔한 남궁환이 입을 삐죽이며 개중에 제일 맏형인 남궁관에게 말했다.
“내일부터는 그냥 용소나 천벽애에서 살 거야. 여긴 너무 답답해.”
노안을 부릅뜨고 남궁환을 노려보던 남궁관이 어색한 표정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팽팽하게 당겨졌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남궁환으로 인해서였다.
진용은 빙그레 웃으며 남궁창훈에게 포권을 취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데 어르신께서 그동안 심심하셨나 봅니다.”
“허허허, 하루에 열 번도 더 유 노사와 자네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네. 그때가 재미있었다고 말이네.”
“하긴 워낙 자유분방하신데다 대자연에 안겨 살던 분이 좁은 곳에 갇혔으니 그럴 만도 할 겁니다.”
“하하하하, 아마 본 가의 장원을 좁은 곳이라 하는 사람은 고 공자뿐일 거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은 듯하다.
진용은 조용히 웃으며 천인효를 남궁창훈에게 소개했다.
“동천무련의 천인효 련주십니다.”
웅성거리던 장내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십천존의 일인! 일양마검 천인효! 그가 왔다고?
진용의 서신을 받고 언젠가는 그가 올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오던 길에 만나 모시고 왔습니다.”
진용이 사정을 설명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궁창훈이 황급히 천인효를 향해 인사를 했다.
“남궁창훈이라 합니다.”
이번에는 천인효가 놀랬다.
전대의 정천무맹주, 창궁검신 남궁창훈!
무위를 떠나 그 인격만으로 강호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남궁창훈이 바로 그 몇 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것은 맹주의 자리에서 떠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영광이외다. 남궁 맹주를 뵙게 되다니.”
“과찬의 말씀을. 앉으시지요.”
천인효가 진용을 바라보았다.
진용이 말했다.
“모두 좌정하시지요. 할 얘기가 많을 테니, 시간을 아끼도록 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만.”
남궁세가의 원로들과 장로들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으로 진용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
일양마검 천인효가 진용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충격의 신호탄이었다.
“남궁 대협, 그는 잘 있습니까?”
남궁창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강하게 잘 있네.”
남궁창평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형님, 대체 그가 누구기에 저희들에게도 비밀로 하신 겁니까?”
그뿐이 아니었다. 남궁세가의 모든 사람들이 남궁창훈을 바라보며 은근히 불만을 표시했다. 심지어 세 명의 원로는 불쾌감마저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
“그동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네. 그리고 어르신들께도 송구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하나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으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궁관이 콧소리를 내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뱉어냈다.
“큼! 그럴 거라 생각했기에 참았던 것 아닌가?”
“사실 그 사람은 본래 저희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여기 고 공자와 돌아가신 유태청 노사가 데리고 있던 자였지요. 해서 고 공자의 허락 없이는 그의 정체를 밝힐 수 없었습니다.”
“그럼 저 젊은이가 왔으니 이제 밝혀도 되겠군.”
남궁창훈이 진용을 바라보았다.
진용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의 이름은…….”
바로 그때 덜컹! 대전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문이 열린 곳을 향했다.
당황한 표정의 남궁현이 대전의 문을 붙잡고 서 있었다.
“현아! 어른들이 계신 곳이다! 무슨 짓이냐!”
입구에 가까이 있던 남궁창평이 눈을 부라리며 나무랐다.
남궁현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그가…… 별원에 있던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