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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205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205화

 

205화

 

 

 

 

 

 

 

2

 

 

 

 

 

비록 목적대로 만붕성을 박살 내긴 했지만, 진용 일행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죽은 자는 없었으나 부상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자존심 때문에 쉬쉬하다가 팔공산을 벗어나자 너도나도 쉬자는 말이 나오면서 드러난 것이다.

 

정광은 팔이 부러졌는지 퉁퉁 부어 있었고, 사도굉은 옆구리가 길게 찢어져 있었다. 비류명이 금창약을 발라주자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제일 심한 사람은 서문조양이었다. 갈비뼈가 몇 대 부러졌는데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다가, 세르탄과 툭 부딪치자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접고 꼬꾸라졌다.

 

그 외에도 작고 큰 상처들을 여기저기 간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진용과 세르탄, 율천기와 포은상만이 그나마 큰 상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었다. 진용이 말했다.

 

“마침 서신을 보낼 것도 있고 하니 회남에서 쉬었다 가도록 하지요.”

 

 

 

회남에 이르러 몇 사람을 의원에 처박아놓고 진용과 세르탄만 현령을 찾아갔다. 풍림당의 지부를 찾기 위함이었다.

 

회남의 현령은 진용이 내민 천호패를 보더니 고개가 땅에 닿게 허리를 숙이고 발발 떨었다. 그러더니 진용의 말을 듣고는 아랫사람들을 닦달했다.

 

일각이 지나기도 전. 현령은 재주도 좋게 풍림당에 속한 학자의 이름을 다섯 명이나 알아냈다.

 

이후의 일은 간단했다. 진용은 아전 한 사람을 앞세우고 그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작은 서당을 하는 조 학사는 그래서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손님을 받아야 했다.

 

“정주 풍림장의 운 당주님께 서신을 보내야겠습니다. 그리고 몇 개의 서신을 더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조 학사는 손님을 내치려다 진용의 첫마디에 다시 문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문을 빼꼼히 연 조 학사가 물었다.

 

“뉘신데 정주에 서신을……?”

 

“혹시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고진용이라 합니다.”

 

그 말에 조 학사는 벌떡 일어서서 진용을 맞이했다.

 

진용은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문방사우를 먼저 찾았다.

 

조 학사가 쓱 서탁을 밀어주는 것으로 준비가 끝났다. 먹도 쓸 만큼은 갈아져 있었다.

 

진용은 머뭇거리지 않고 서신을 연속으로 네 장이나 썼다.

 

한 장은 풍림장에, 한 장은 방성에, 한 장은 남궁세가에.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천인효에게 썼다.

 

그사이 조 학사는 서동을 시켜서 몇 사람을 불러 모으라 지시했다.

 

그리고 이각 후 서신을 매단 전서구들이 네 곳을 향해 날아올랐다.

 

조 학사가 진용을 찾아온 것은 그 일이 모두 끝나고 나서였다.

 

“서신은 이틀 안에 목적지에 전해질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 한데 조금 전에 한 가지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고 공자.”

 

“무슨 소식입니까?”

 

“고 공자가 내려오고 나서 한 시진이 지나지 않아 만붕성주가 팔공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진용의 표정이 굳어졌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급전을 띄웠다 해도 하루는 걸릴 거라 생각했거늘.

 

‘혹시……?’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만큼 빨리 동천무련이 패했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자신들의 공격을 구양무경에게 알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느 것이든 상관없었다.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으니까.

 

진용은 문득, 구양무경이 폐허가 되다시피 한 만붕성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구양무경, 이루어놓은 것이 한순간에 부서진 지금 기분이 어떠냐?’

 

귓전에 분노에 찬 괴성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구양 할아버지의 한을 알려면 아직 멀었다, 구양무경!’

 

 

 

이틀이 흘렀다.

 

만붕성이 지척인데도 진용 일행은 태평했다.

 

올 테면 와라!

 

그럴 정신도 없을 테지만, 노화가 만장 끝에 치밀었다 해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구양무경이었다.

 

아마 이리 재고 저리 재다 결국은 노화를 꿀꺽 삼키고 고개를 돌릴 게 분명했다. 간악한 자일수록 확률이 낮은 도박에 절대 손을 뻗지 않는 법이니까.

 

사람들은 진용의 간덩이가 몸뚱이보다 클 거라는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하면서도 초조한 마음으로 몸이 낫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자 그럭저럭 거동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 상처가 아물었다.

 

만붕성의 추적조는 보이지 않았다. 감시자가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틀째 저녁, 밤이 깊어질 무렵에서야 진용 일행은 회남을 떠났다. 감시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용은 실피나를 시켜서 뒤따라오는 감시자들을 회하 강물에 처박아 버렸다.

 

한바탕 몸을 풀고 온 실피나는 세르탄의 어깨에 앉아서 신나게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했다.

 

―오호호호! 세르탄, 이 누나가 말이지…….

 

일각, 이각…… 멈출 줄을 몰랐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 세르탄은 반 시진이 지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 떠버리 정령아! 누가 누나라는 거야! 감히 마계의 대전사를 어떻게 보고!”

 

그러고는 밤이 샐 때까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제길! 덜 떨어진 줄만 알았더니 나보다 더 떠버리잖아?

 

 

 

 

 

3

 

 

 

 

 

마차 한 대가 한여름 바위도 녹일 듯한 태양 빛 아래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작은 마차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마차를 호위한 사람들 때문이었다.

 

도검을 등에 맨 호위무사 모두가 여자들이었으니까.

 

여산이 저만치 보이는 갈림길에 들어설 즈음이었다. 마차의 창문에 걸쳐진 휘장이 젖혀지더니 한 여인이 얼굴을 반쯤 내밀었다.

 

“얼마나 가야 낙양인가요?”

 

마차 옆을 따라가던 여인이 나직하면서도 뚜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극한 공손함이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사흘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소궁주님.”

 

마차 안의 여인이 아련한 눈빛으로 여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탁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저 산이 여산인가 보군요.”

 

“예, 저 산이 바로 양귀비의 화청궁이 있었다는 여산입니다.”

 

양귀비는 행복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자신은?

 

고 공자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변해 버린 얼굴, 탁해진 목소리. 싫어하면 어쩌지?

 

여인은 그녀였다. 초연향.

 

그녀가 두 달 만에 다시 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팔월이 시작되는 초하룻날에.

 

 

 

 

 

4

 

 

 

 

 

희끗희끗한 백발이 단 몇 달 사이에 반을 차지해 버렸다.

 

천인효는 동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이제 나도 늙었나?”

 

절로 자조 섞인 말투가 흘러나왔다.

 

몇 달 전만 해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혀를 차던 그였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오늘 하루만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어찌 우스운 일이 아니랴.

 

그래도 보기 싫지는 않았다. 솔직히 나이 쉰여섯이면 적은 나이가 아니다. 삼십 년 넘는 세월을 강호에서 보낸 자신이 아니던가.

 

뭐 사실 이 정도의 흰머리는 그럭저럭 용납할 만도 했다.

 

진짜 용납 못할 일은 자신의 마음이었다.

 

왠지 두려워진다. 실패가. 남들의 질책이.

 

언제부터 이런 마음이 들었더라?

 

아마도 만붕성에서 구양무경에게 패배한 후 도주하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 단 한 번의 패배였거늘.

 

“허허허, 확실히 늙었어.”

 

더구나 며칠간 빌린 장원에 웅크리고 있어야 하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

 

‘후우, 조금만 참자. 언젠가는 돌아갈 날이 있겠지.’

 

그때 비양객 홍연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군, 천뢰서생 일행이 곧 도착한다 합니다.”

 

천인효의 얼굴이 급변했다.

 

마침내 그가 왔다.

 

단 몇 달 만에 천하를 뒤흔든 사람. 그 이름 석 자만으로 삼존맹주 천수무적 구양무경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청년, 그가!

 

일어서는 사이, 천인효의 얼굴에서 자조 섞인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알았다. 곧 나갈 것이다.”

 

천인효는 다시 동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자신이 있었다.

 

힘없는 백발노인이 아닌, 일양마검 천인효가!

 

‘좋아! 아직은 쓸 만하군!’

 

덜컹! 방문을 열고 나서자 소후천과 흑백쌍로와 정운백이 보였다.

 

“가십시다.”

 

작은 장원을 나서는 천인효의 발걸음에 힘이 붙었다.

 

‘처음부터 젊은이에게 밀리고 들어갈 수는 없지!’

 

 

 

진용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청의노인이 선두에 서서 걸어오고, 정운백과 흑백쌍로, 그리고 소후천이 그 뒤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소후천의 한 쪽 눈이 하얀 천으로 가려져 있지 않은가.

 

삼 장의 거리, 청의노인이 걸음을 멈추었다.

 

“고진용이라 합니다.”

 

진용이 먼저 두 손을 맞잡고 포권을 취했다.

 

“동천무련을 맡고 있는 천인효라 하오.”

 

천인효가 반존대를 하며 마주 인사를 했다.

 

“이렇게 오시라 한 점,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진용의 말에 천인효가 고개를 저었다.

 

“별말씀을. 고 공자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으니 천 리라 한들 못 갈 것이 무어겠소.”

 

“소 대협께서는 부상이 심하신 것 같은데… 굳이 나오실 것까지는 없었는데 그랬습니다.”

 

“아니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꼭 나와야만 하는 사람이오.”

 

진용은 무심한 눈으로 천인효와 소후천을 바라보았다. 미미하게 흔들리는 눈빛.

 

진용이 조용히 웃으며 물었다.

 

“혹시, 구양무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온 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소후천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그에게 정보를 흘렸습니다. 고 공자가 만붕성을 치고 있다고 말입니다.”

 

진용 일행 중 몇 사람이 소후천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진용의 반응은 엉뚱하기만 하다.

 

“좀 더 일찍 알리지 그랬습니까?”

 

“예?”

 

소후천은 어리둥절해졌다.

 

진심일까? 아니면 비꼬려는 걸까?

 

진용이 말을 이었다.

 

“그랬으면 구양무경을 좀 더 곤란하게 만들었을 텐데 말입니다. 잘하면 때려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무심한 눈빛. 결코 거짓으로 하는 말이 아닌 듯했다. 

 

정말 구양무경이 왔으면 때려 죽였을 거라는 말투. 도대체가 자신의 판단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자다.

 

“그, 그게…….”

 

천하의 소후천이 당황한 표정으로 천인효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천인효가 전음으로 물었다.

 

<진심이라 생각하느냐?>

 

<그게…… 에…… 후우, 그런 것 같습니다.>

 

천인효는 속으로 어이없어 하면서도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서 표정을 유지했다.

 

“어쨌든 우리의 잘못이 크오. 해서 원한다면 내 팔이라도 하나 내줄 생각이오.”

 

난데없는 말에 소후천이 외눈을 크게 뜨고 황급히 나섰다.

 

잘못을 했으니 그에 합당한 대가를 내놓기는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천인효의 팔은 아니다.

 

“형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르려면 제 팔을 잘라야지, 왜 형님 팔을 자른단 말입니까?”

 

“형제이기 전에, 나는 단체의 수장이다. 수하가 잘못했으면 당연히 수장도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잔말 말아라!”

 

“안 됩니다!”

 

쩡!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른 소후천이 검을 잡아 뺐다. 그러더니 망설임 하나 없이 자신의 어깨를 내려쳤다.

 

사람들은 놀라 말릴 겨를도 없었다.

 

옆에 있던 천인효조차 손쓸 시간이 없었다.

 

푸른 검광이 어깨를 갈라갔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바로 그 순간.

 

땅!

 

청음(淸音)이 울리고, 검병 위로 반 자 길이만 남긴 채 부러진 검날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거짓말 같은 광경이었다.

 

피분수가 아니라 검이 솟구치다니! 금강불괴는 아닐 텐데!

 

“성질들도 참…….”

 

진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후천과 천인효를 번갈아 보았다.

 

사람들은 홱, 고개를 돌려 진용을 돌아다보았다.

 

진용이 천공지를 펼쳐서 공간을 가른 후 손가락을 접고 있었다.

 

“저는 힘을 쓸 수 있는 팔이 필요하지, 잘린 팔은 필요가 없습니다.”

 

천인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다섯 자밖에 떨어져 있지 않던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아우의 행동을 말리지 못했다.

 

그런데, 무려 삼 장 거리에 있던 진용이 번개처럼 내려치는 검날을 찰나에 꺾어버렸다.

 

보고도 눈이 의심되는 광경이 아닌가!

 

입이 굳어버린 천인효를 향해 진용이 다시 말했다.

 

“가시지요. 어디 시원한 물이라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그, 그게 좋겠소.”

 

천인효가 겨우 대답했다.

 

조금 전에 한 진용의 말이 그제야 실감이 났다.

 

잘하면 때려잡았을지도 모른다 했던가?

 

‘구양무경, 왜 자꾸 웃음이 나오려는지 모르겠구나. 조금만 기다려라!’

 

 

 

임시 거처로 돌아오자 진용과 율천기와 포은상이 천인효와 소후상, 흑백쌍로, 정운백과 함께 마주 앉았다.

 

탁자에는 시원한 물 대신 뜨거운 차가 올라왔다.

 

천인효는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다 말고 진용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니까, 남궁세가와 손을 잡으라, 이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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