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2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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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200화
200화
포두도 뒤늦게 정광을 봤는지 눈을 부라리며 정광을 불렀다.
“거기, 도장 양반!”
정광이 멀뚱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
“당신 말고 도장이 또 누가 있소?”
정광이 포두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천천히 다가갔다.
“다시 묻지, 나?”
“그, 그렇소. 당신!”
포두가 꽤나 강단이 있는 자인지 쉽게 정광의 기세에 기가 꺾이지 않았다.
코앞까지 다가간 정광이 머리를 내밀며 물었다.
“왜? 왜 부른 거냐니까!”
움찔 놀란 포두가 입을 반쯤 벌린 채 말했다.
“포두를 해치면 중죄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정광이 씩 웃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말이야…….”
그러고는 덥썩! 포두의 멱살을 잡아 코앞으로 끌어당겼다.
“금의위의 백호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안 그래?”
어느새 꺼내 들었는지 손에는 금의위의 백호패가 들려 있었다.
‘내가 이런 날이 있기만을 기다렸지! 우흐흐! 얼마나 멋지냔 말이야!’
사도굉이 입을 떡 벌리고 있다. 자신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던 다른 사람들도 슬쩍 고개를 끄덕인다. 잘한다는 뜻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리고 고 공자마저 피식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천하의 천뢰서생 고진용이!
그래, 오늘의 영웅은 바로 나야, 나. 태산거사 정광!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고. 응?”
포두의 눈은 이미 더 할 수 없이 커져 있었다.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포두를 향해 정광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역시 눈을 부라리는 것은 정광이 훨씬 나았다.
“말해봐. 왜 우리를 잡고 지랄을 떠는지.”
“그, 그게…….”
“무량수불, 현청을 찾아가서 싸그리 모아놓고 난리를 쳐 볼까?”
도호를 외지나 말든지.
정광은 도호를 앞세우고 포두를 몰아쳤다.
이미 포졸들은 포두가 꼼짝 못하면서부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진용이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정광에게 말했다.
“대충 하세요. 그래도 치안을 위해서 열심들이신데.”
“알았네.”
정광은 말로만 알았다고 답하고는 나직이 포두를 닦달했다.
“빨리 말 안 해?”
포두가 황급히 대답했다.
“호숫가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에 화우방의 아들이 섞여 있어서…….”
“뭐야? 그럼 단순 살인사건? 별것도 아니잖아?”
정광이 포두의 멱살을 풀어주고 김샜다는 표정으로 객점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때다. 포두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놈의 쪼끄만한 붉은 손바닥만 이상하지 않았으면 내가 왜 이 지랄을…….”
정광이 멈칫했다. 안으로 들어가려 주렴을 걷던 진용도 걸음을 멈췄다.
포두는 기겁하고 입을 닫았다. 자신의 방정맞은 주둥이를 원망하면서.
“좀 전에 뭐라고 하셨죠?”
진용이 물었다. 포두는 정광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렸다.
“그게, 그냥, 제가 잘 몰라서…….”
“작고 붉은 손바닥이라고 했나요?”
포두가 정광을 힐끔거린다. 정광이 성큼성큼 포두에게 걸어가더니 싱긋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이분은 금의위 천호이신 고 공자시란다, 포두 나리야.”
멍하니 정광을 보던 포두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늑대도 무서운데,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말이다.
“예, 나으리! 작고 붉은 손바닥, 맞습니다!”
순간!
“뭐야! 누가 혈수인을 들먹인 거지?”
안에 들어갔던 광소쌍마가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포두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붙잡고 울상을 지었다.
이제는 호랑이도 아니고 곰이다! 그것도 성난 불곰 암컷!
제기랄!
진용이 어쩔 줄 모르는 포두에게 말했다.
“따라 들어오세요. 물어볼 게 있으니까.”
진용이 물었다.
“혹시 그 장인이 어린아이 손바닥만큼 작았습니까?”
“예, 꼭 갓난아이 손만 했습니다.”
소서노인이 옷자락을 들어 올렸다. 희미한 손자국이 드러났다.
“혹시 이렇게 생기지 않았던가?”
포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가 답했다.
“그보다 조금 작았습니다. 그리고 피처럼 붉은색이었습니다.”
소서노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전보다 더 강해졌나 보군.”
진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응집력이 강해졌다는 말이다.
“포두, 그 시신이 지금 어디에 있소?”
“화우방에 있습니다, 나리.”
3
식사를 미룬 채 포두를 앞세우고 화우방으로 향했다.
모두가 긴장으로 굳은 얼굴이었다.
혈선인(血仙人)!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독고무종과 하군상뿐. 그러나 두 사람마저도 분위기에 휩쓸려 표정이 굳어 있었다.
다만 사도굉은 긴장한 중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느라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화우방이라… 어디서 들었지? 언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정말 혈선인일까?”
가면서 정광이 물었다. 진용은 물론이고, 아직도 혈선인의 장인을 장식처럼 달고 다니는 소서노인조차 정확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침묵에 잠긴 채 여녕을 빠져나가자 강줄기가 내려다보이는 야산 중턱에 한 채의 장원이 보였다. 드넓은 대지에 세워진 장원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컸다.
여녕 일대를 아우르는 화우방의 총단이 바로 그곳이었다.
어둠을 헤치고 진용 일행이 다가가자 수문 위사가 막아섰다. 하지만 포두 송두승을 보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오, 송 포두?”
“높은 분들께서 소방주의 시신을 검시하시겠다고 하시오. 즉시 안에 기별을 넣어 보고해 주시오.”
“높은 분들?”
수문 위사는 포두의 뒤에 늘어선 진용 일행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옆을 향해 소리쳤다.
“안에다 송 포두가 소방주의 시신을 검시할 분들을 모시고 왔다고 전해라!”
“끌끌, 그놈 제법이군.”
사도굉이 끌끌거렸다. 소리치는 이유는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결코 옆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니다.
그때 정광이 앞으로 나섰다.
“이보게, 도우. 시간이 없다네.”
“예?”
수문 위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다. 정광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순간, 북경에서 흑호의 장원에 들어갈 때가 생각난 진용이 급히 정광을 불렀다.
“도장님!”
하지만 이미 때늦은 뒤였다.
쾅!
굉음이 일더니, 화우방의 거대한 정문이 비명을 질렀다.
대문의 한가운데에 뚫린 커다란 발자국 구멍!
경첩 떨어진 문짝이 덜렁거리더니 더는 참지 못하고 뒤로 기울어진다.
씨익! 정광이 웃으며 수문 위사에게 말했다.
“열렸군. 도우, 들어가도 되겠나?”
멍하니 서 있던 수문 위사가 황급히 검을 빼 들었다.
하지만 반도 뽑기 전이었다.
우르르! 십여 명의 무인이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들어가면서 수문 위사의 손을 눌러 반쯤 뽑힌 검을 다시 검집 안으로 되돌려 보낸 사도굉이 조용히 말했다.
“그냥 가만히 있어라. 너도 다치고 싶지는 않지?”
풍채 좋은 사도굉의 점잖은 말에 수문 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용이 그 곁을 스쳐서 안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런 굉음에 놀라 사람들이 뛰쳐나오고 있었다. 적어도 이십여 명은 되었다.
‘소식은 제대로 전해진 것 같군. 좀 소란스러워서 그렇지.’
“웬 놈들이냐!”
앞서 오던 장한 하나가 대뜸 소리쳤다.
앞장서 가던 정광이 눈을 부라린 채 그에게 다가가며 마주 소리쳤다.
“방주는?”
장한이 뜨끔한 표정으로 재빨리 정광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태연한 표정들이다. 마치 제집에 찾아온 사람들처럼.
“방주는 어딨냐니까!”
정광이 빽 고함을 질렀다.
내공이 실린 목소리. 장원 전체가 뒤흔들렸다.
장한이 해쓱하니 질린 얼굴로 정광을 바라보았다.
그때 안에서 몇 사람이 빠르게 날듯이 걸어나왔다. 그중 풍성한 수염을 가슴까지 늘어뜨린 노인이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물었다.
“나는 부방주 전우근이라 하오. 뉘신데 방주님을 찾으시는 것이오?”
더 이상의 소란은 득 될 게 없었다. 행여 자신들에 대한 정보가 삼존맹의 귀에 들어갈 지도 모르는 일.
정광이 나서기 전에 진용이 먼저 나섰다. 품속을 뒤져 금의위 천호패를 꺼내 들고서.
최소한 천뢰서생이라는 이름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을 덜 끌 테니까.
“금의위의 천호요. 방주 아들의 사인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 있어 왔소.”
금의위란다. 게다가 천호!
비록 나이가 어린 것이 의아했지만 화우방의 부방주 전우근은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방주의 죽음을 왜 금의위에서 조사한단 말이오?”
“소방주의 몸에 붉은 손바닥 자국이 있다 들었소만?”
“그건 그렇소이다.”
진용의 눈빛이 번뜩였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절대음이 실린 목소리가 진용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전우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입술을 깨문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버렸다. 진용이 말했다.
“설마 거부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으음, 따, 따라오시오.”
화우방주인 은천신도 정태청은 갑자기 들이닥친 금의위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그들이 온 이유가 자신의 아들 사인 때문이라지 않는가 말이다.
그는 전우근이 금의위와 함께 아들의 시신이 있는 지하의 석실로 갔다는 말을 듣고 황급히 옷을 챙겨 입었다.
아들이 죽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가지 않는 그였다. 슬픔과 고통이 아직도 가슴에 그대로 멍울져 남아 있는 그였다.
경호무사들을 대동하고 지하 석실로 다가가자 입구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몇 사람이 지하 석실의 입구를 막고 서 있었다. 결코 방의 무사들이 아니었다. 방의 무사들은 주위를 빙 둘러싼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뿐.
정태청의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자는 단 몇 명. 하거늘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곳은 화우방, 자신들의 대지이거늘.
정태청은 어깨에 힘을 주고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대체 무슨 일인가?”
방주가 나타났음을 안 화우방의 무사들이 곧바로 정태청을 중심으로 둘러섰다. 정태청의 얼굴에 자신감이 떠올랐다.
“아무리 금의위라도 그렇지…….”
“조용!”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한 사람이 손을 들어 막았다.
“뭐라고?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정태청의 분노 어린 눈이 그를 향했다. 순간 어둠 속에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보고 정태청의 눈이,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다, 다, 당신은?”
월조옹. 천하에서 제일 골치 아픈 사람 중 하나인 월조옹 사도굉이 거기에 있었다.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어떻게 저 인간이 이곳에 있단 말인가!
사도굉도 동그래진 눈을 뛰룩뛰룩 굴리며 정태청을 바라보았다.
“맞아! 그랬어! 자네 집이 화우방이랬지? 오랜만이네. 내 깜박했군. 어쩐지 화우방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더라니…….”
묘하게 빛나는 눈빛. 느물거리는 목소리.
정태청의 얼굴이 몇 년 묵은 똥통에 빠진 듯 새카맣게 죽어갔다. 사도굉이 다시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걱정 말게. 내 자네 마누라에게 그날의 일은 절대 말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먹을 것 좀 없나?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달려와서 말이야.”
정태청이 옆을 향해 빽 소리쳤다.
“가서 숙수에게 음식을 준비하라 일러라!”
진용은 청년의 시신에 난 손자국을 바라보았다.
포두의 말대로, 장인은 갓난아이의 손바닥만 했다. 죽은 지 하루가 지났다는데도 붉은 손바닥은 금방 찍은 듯 선명했다.
“맞습니까?”
진용이 묻자 소서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는 순간 굳어버린 소서노인의 표정은 좀처럼 펴질 줄을 몰랐다.
“왜 이런 자에게 손을 썼는지 모르겠군.”
의문이 일만도 했다. 혈선인이 이제 서른도 되지 않고, 무공도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 자를 죽이기 위해 혈수인을 쓰다니.
진용이 시신의 손을 가리켜 보였다.
“마공을 익혔습니다. 생각보다 그리 약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공? 저게 마공을 익힌 흔적이란 말인가?”
그때 밖에서 소란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용은 입구 쪽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방주께서 오신 것 같군요. 방주님과 사도 노선배께선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전우근은 마공이라는 말에 한마디 하려다 자신도 모르게 힐끔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옆에서도 겨우 들을 정도인데 밖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투가 아닌가.
하지만 그가 비웃을 새도 없이 사도굉과 정태청이 안으로 들어왔다.
일그러진 정태청의 표정. 즐거움이 가득한 사도굉의 얼굴. 괴이하긴 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전우근은 정태청과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정태청이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입을 닫고 석실을 훑어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런 표정이다.
“금의위가 소방주의 사인을 조사한다 합니다, 방주.”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정태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아들 손을 살펴보는 진용을 바라보았다.
진용은 고개를 들고 정태청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방주신가요?”
“그렇소. 내가 방주인 정태청이라 하오.”
은천신도 정태청. 비록 강호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때는 제법 이름을 날린 그였다. 눈앞의 젊은이 정도는 가소롭게 볼 정도로.
“대체 무슨 일이오? 금의위에서 왜 내 아들의 사인을 조사한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