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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9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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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9화

19화. 건물주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합비에서 가장 큰 객잔인 영월루 4층.

1, 2층은 요리를 팔고 3, 4층은 객실로 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호화로운 방을 얻어 들었다.

천하전장에서 장원 문서와 전표는 전부 챙기고 대신 금괴를 맡겼다. 금괴보다는 전표가 쓰기 편하니까 말이다.

일단은 따뜻한 물을 준비해 달래서 욕조에 몸을 담갔다. 일주일만의 목욕이라 제대로 씻으며 피로를 풀고 싶었다.

‘다음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지.’

벽곡단으로 때운 일주일에 대한 보상심리도 작용했다. 더구나 돈은 충분히 있었기에 이미 룸서비스를 시켰다.

물론 사건사고를 위해서라면 주루에 내려가서 먹는 편이 좋지만 첫날만큼은 편히 쉬어야 했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주먹이 나오는 법이니까.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 노곤한 몸을 녹이니 천상이 따로 없었다.

‘쩝! 애들이랑 같이 있었으면 진짜 천상을 맛보았을 텐데.......뭐 앞으로 기회가 있겠지. 그것보다는 일단 풍운장을 접수하면 대형 욕조부터 만들어야지. 그러려면?’

집문서가 있다고 해서 바로 풍운장을 차고앉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음마의 가족이 살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음마가 살아있다면 몰라도 죽었으니 더 문제가 되지.’

무림공적인 음마를 생포했다면 무림맹에 이르고 어찌어찌 해 권리를 양도받을 수 있을 거다. 소림과 남궁이 적극 도울 테니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음마는 이미 죽었다. 그 상황에서 가족에게까지 죄를 물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가족이 있다면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문서를 가진 내가 질리는 없지만 지루한 법정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다.

‘쩝! 별 수 있나. 가장 초보적인 방법을 쓰는 수밖에.’

동네 사람들을 이용한 탐문으로 풍운장의 사정을 파악해야 했다. 그래야 뺏던지, 강탈하던지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내게 필요한 정보는 음마의 가족관계 뿐, 탐문이 조금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현대에서도 통하는 방법이다.

시장에 들러 탐문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음마에겐 가족이 없었다. 덕분에 장원을 접수하는 일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제법 그럴듯한 크기의 버젓한 장원이지만 하인도 별로 없고, 그마저 총관이 맡아서 한다고 했다. 음마는 있는 듯 없는 듯 지냈나보다.

‘정체를 숨기느라 조용히 살았겠지.’

무림공적이 될 만큼 여자 꽁무니를 따라 다녔지만 결국 피붙이 하나 없이 죽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 일이냐? 그러게 남자는 항상 세 끝을 조심해야 하는 거다.

그렇다고 내가 음마를 동정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일단 난 여자에게 폭력을 사용하거나 강요하는 놈은 살인죄와 같은 죄로 다스리니까.

대충 알아본 일이지만 더 이상 알아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멀쩡한 집 놔두고 남의 집에서 돈 쓰며 지낼 필요는 없는 일. 하루라도 빨리 장원을 접수할 생각이다.

그래도 포목점에 부탁한 최고급 장삼이 도착하려면 하루 이틀은 더 기다려야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먼저 의복이 멀쩡해야 사람도 멀쩡해 보이니까.

하지만 생판 모르는 세계에 뚝 떨어진 내가 이 동네 패션을 어찌 알까?

‘흐흐! 그럴 때 쓰는 방법이 있지.’

패션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그냥 최고급 명품으로 도배하면 된다. 그래서 최고급 비단 장삼을 몇 벌 사왔다.

이것도 투자라면 투자다.

최고급 포목점 주인은 이곳 상류층 사정에도 훤하니까. 합비가 안휘성의 성도인 만큼 최소한 안휘성의 사정은 빠삭할 거다.

내가 중요한 비밀정보를 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 주인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모두 알 수 있었다.

안휘성을 둘러싼 호북, 섬서, 하남, 하북 등 인근의 성들은 구대문파 및 오대세가가 자리한 곳으로 마교나 사파의 세력이 약했다.

안휘성에는 남궁세가와 황산파黃山派라는 이강二强을 필두로 다수의 군소문파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황산파는 최근 기세를 키우며 침체기를 맞은 공동파를 대신해, 구파의 일좌를 위협하는 중이었다.

‘남궁이 밀린다는 말이지? 이번에 소가주가 죽었으니 더 꿀리겠는데?’

같은 천외천이라도 세간의 평은 세가 보다는 구파를 위에 놓는다. 그 말은 곧 오랜 세월 지켜온 안휘의 맹주 자리도 위협받는 다는 뜻이다.

‘흐흐흐! 분란이 머지않았군!’

딛고 올라오려는 놈과 자리를 지키려는 놈의 치열한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일. 더더욱 자존심과 명예로 먹고 사는 정파임에야. 난 그 틈을 이용해 한 몫 볼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우선은 합비지.’

합비에는 창룡무가와 백검문, 철혈방이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창룡무가는 황산파의 속가세력이고, 백검문은 남궁의 방계세력이다. 철혈방은 사황련 소속이고.

‘언놈이든지 제발 먼저 시비 좀 걸어줬으면.’

정 안 되면 내가 걸 생각이다.

이러한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난 풍운장으로 향했다. 탐문의 다음에는 현장조사니까.

“허걱!”

풍운장은 탐문할 때 들은 제법 괜찮은 장원 정도가 아니었다.

멋들어진 한문으로 풍운장이라고 쓰인 현판. 그리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끝이 보이지 않는 담장. 그 안에 십여 채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냥 대저택 정도가 아닌, 대저택이 십여 채 몰려 있다고 보면 될 거다. 총 면적이 5만평이라니까 야구장 크기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장원이구나........그래서 떼 놈들이 대륙, 대륙 하는 구나.”

실제로 안휘에서도 풍운장은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합비에도 이보다 큰 장원이 십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땅 덩어리 좁은 나라에서 살아서 그런지 대륙의 스케일에 일단 놀랐다. 그 다음엔 이게 전부 내 것이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얌전히 숨어 지낸 놈이 이런 장원을 가졌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

밖에서 새는 쪽박은 안에서도 새는 법이다. 앞뒤가 바뀌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원래 이런 놈들은 절대 죽은 듯이 지내지 못한다.

더구나 성도인 합비에 은신처를 마련했다는 것은 암암리에 활동을 했다는 뜻일 거다.

‘방조자나 동조세력도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약간 계획에 수정을 하고 대문을 두들겼다.

쾅쾅쾅.

“이리 오너라!”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말이었다.

끼이익.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리며 중년의 사내가 문을 열고 힐끗 쳐다보더니 공손히 물었다. 알다시피 내 덩치와 인상은 이 시대에서는 장군감이다. 절로 존대를 부르는 풍채라는 말이다.

“어디서 오신 분이십니까?”

척 보니 하인이나 종일 듯했다.

“어어!”

사내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서며 고압적인 어조로 말했다.

“날 대청으로 안내하고 총관을 불러라. 풍운장의 새 주인이 오셨다고 전해라.”

“예? 그게 무슨?”

“어허! 어서!”

눈을 부라리며 명령하자 중년사내는 굽실거리며 얼른 앞장섰다.

“예, 예. 절 따라오십시오.”

새 주인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거역해서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 거다. 어차피 총관에게 데려가면 판명날 일이니까.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네 이름은 무어냐?”

“소인은 영춘 아비라고 부릅니다, 나으리.”

“그래, 영춘 아비. 하는 일은?”

“왕 총관의 지시를 받아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잡일을 하는 종이라는 뜻이다. 시시콜콜 알아야 할 이유가 없어 잠자코 뒤를 따랐다. 그런데 놈은 단순히 종으로만 보진 않았다.

‘어라? 발걸음이 가볍네? 흐흐, 그래야 악당이지.’

종이라는 놈이 무공이든 뭐든 익혔다는 뜻이다. 점점 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잠시 후, 영춘 아비는 풍운각風雲閣이란 현판이 걸린 곳에서 멈춰서며 말했다.

“나으리, 이곳에서 기다리시면 총관을 불러 오겠습니다.”

“그래, 서두르거라.”

안으로 들어가 응접실처럼 보이는 곳의 상석에 냉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기다리는데 바로 부산한 발소리가 들렸다. 아무렴 난데없이 주인이 바뀌었다는 데야. 사실이든 아니든 확인은 해야 하니까 한 걸음에 달려 온 모양이다.

그런데 이놈도 발걸음이 가볍다. 아까보다 영춘 아비보다 더.

‘하긴! 종놈도 무공을 익혔는데 총관이라면 당연하겠지.’

곧 문이 열리며 50대 사내가 들어오다 상석에 자릴 잡은 날 보곤 잠시 멈칫거렸다. 자연스럽게 내 의복과 태도를 일별하고는 포권包拳하며 입을 열었다.

“공자께서 풍운장의 새 주인이라 하셨습니까?”

말하는 품새가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다. 하긴, 난데없이 나타나 집주인이라고 하면 믿을 놈은 별로 없을 거다.

이럴 땐 증거를 보여주는 거다. 풍운장의 문서가 든 봉투를 꺼내 총관의 발밑으로 던지며 말했다.

휘릭.

탁.

“그게 무언지 알아보겠나? 살펴보게.”

총관이 대답 없이 봉투를 집어 들고 내용물을 꺼내 살펴보았다.

“........확실히 풍운장의 문서이기는 하온데 양 장주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동굴에서 나쁜 짓 하려다가 하늘의 심판을 받고 뒈졌는데 말을 할 수가 있나. 나도 놈이 풍운장주라는 걸 알았으면 죽기 전에 이것저것 물어 봤을 거라 답답하기는 내가 더 답답했다.

총관의 말을 끊으며 되물었다.

“그럼 장주가 장원을 팔 땐, 총관에게 허락이라도 받고 팔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양 장주께서는 어디로........”

“글쎄, 양 노인이 어디로 갔는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지. 그건 그렇고 문서를 확인했다면 자넨 어떻게 할 텐가?”

또 총관의 말을 끊으며 내 할 말만 말했다. 길게 상대하고 싶지 않은 때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총관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 거취문제 말이야. 자네만 좋다면 난 그대로 고용하고 싶은데........자네 생각은 어떤가?”

“너,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이삼 일 말미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삼 일이라면 상관없겠지. 그런데 난 오래 기다리는 성격이 아니니 빠른 시간에 결정해 줬으면 고맙겠군. 이삼 일이 지나도 대답이 없다면 그만 두는 것으로 알겠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난 딸린 식솔도 없어, 삼일 후부터는 이곳에서 지낼 생각이야. 그 동안은 영월루에 묶을 테니까 전 장주가 쓰던 곳을 깨끗이 치워 놓게. 아! 그리고 다른 종복이나 노비들에게도 전과 변함없을 것이라 일러두게. 인사는 차차 받기로 하고.”

“.......예,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총관이 나가려고 하는데 다시 불러 세웠다.

“아, 잠깐만!”

“예?”

“난 한 대갑이라고 하네. 자네는?”

“와, 왕달평입니다.”

“알겠네, 그럼 왕 총관이라 부르지. 그만 가서 일 보게.”

“예, 공자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흐흐! 공자님이라........’

왕 총관은 끝까지 장주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직은 인정하기 쉽지 않을 거라 대인배답게 용서하고 풍운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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