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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2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2화

12화. 생사현관? 그딴 건 백호기에 맡기자.

 

심법 수련 오 일째.

오늘도 진기를 느끼는 데 실패했다. 아니 정확히는 지난 사일동안과 마찬가지로 전혀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산만한 내 성격 때문이 아니라 몸속에서 움찔 거리는 백호기 때문이다.

‘어차피 집중이 안 되는 거 그냥 풀어놔 봐?’

백호기 때문에 집중을 못하니까 내버려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거다.

‘최소한 내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테니까.’

백호기와 교감을 이룬 이후 막연히 느끼는 사실이다. 백호기는 최소한 숙주를 잡아먹는 괴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충실한 수족이 되어 주었다.

‘그래, 언제까지 백호기가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

결정을 내리고 다시 운공에 들어갔다.

운기를 시작하자마자 다시 움찔대는 백호기.

이번엔 막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풀어 놓았다. 신이 나서 심장을 벗어난 백호기는 곧장 하단전을 향했다.

그리곤 잠시 멈춰 있던 백호기가 운공을 시작하자 구결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음? 이게 혹시 진기眞氣?’

다른 말로 내력, 내공을 말한다.

뭔가 느껴지긴 했는데 남궁의 설명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단전으로 기운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백호기가 지날 때마다 따뜻한 기운이 모여들어 백호기 안으로 스며들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래 차가운 성질에 가깝던 백호기가 점점 따뜻해졌다.

‘혹시?’

흡수하지 못하고 녹아있던 소환단과 제왕단의 약효를 챙기는 중 일 수도 있었다.

‘과연! 기르는 짐승은 주인을 담는다고 하더니.’

주인인 내가 짠돌이라 백호기 역시 약효가 헛되이 사라지는 꼴을 보지 못하는 듯하다.

만일 백호기의 도움으로 체내에 흩어져있던 약효마저 전부 흡수한다면 무려 90년, 일 갑자 반의 공력이다.

충분히 절정을 돌파할 내공이 생기는 거다.

‘그렇다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대로 소주천을 해봤다. 백호기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구결대로 따라왔다.

회음을 시작으로 미려, 명문, 협척, 대추, 옥침, 백회, 인당, 천돌, 전중, 중완을 거쳐 다시 기해혈로 돌아왔다.

한 바퀴, 두 바퀴 소주천을 거듭할수록 속도는 빨라졌고, 백호기는 더욱더 따뜻한 기운을 흡수하며 위세를 불려갔다.

이렇게 되면 이젠 말 그대로 기호지세騎虎之勢였다. 그만 둘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백호기에 맡기는 상황이란 말이다.

세 바퀴, 네 바퀴.

열두 바퀴를 돌았을 땐 이미 내 손을 떠났다.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뜨겁게 변한 백호기가 내 몸속을 맹렬한 기세로 휘저으며 단전으로 들어왔다.

‘으음!’

이대로라면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단전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아직 괜찮아! 더 돌려!]

마치 백호기가 내게 소리치는 듯했다. 두고 볼 상황도 여유도 없었다. 그저 돌릴 뿐.

‘좋아! 가자!’

내친 김에 대주천에 도전했다. 단전을 빠져나간 백호기는 혈도를 확장시키며 임맥任脈을 향했다. 세를 불리고 열기마저 더한 백호기는 거침없이 혈도를 제압해갔다.

퍽! 퍽! 퍽!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백호기는 그동안 꽉 막혀 있던 혈도들을 순식간에 태워버리며 거침없이 진군했다.

정궁, 회음을 거쳐 임맥을 돌며 한껏 세를 불린 백호기를 다시 독맥督脈으로 돌렸다. 임맥을 타통 할 때보다 더 빠르고 맹렬한 기세로 독맥을 뚫어 나갔다.

퍽! 퍽! 퍽! 퍽!

다시 단전, 기해혈로 돌아온 백호기는 아직 기세를 잃지 않고 있었다.

‘으음!’

선택의 기로였다. 여세를 몰아 생사현관마저 노릴지 일단 진기를 갈무리해 다음을 기약할지.

‘내 사전에 다음이 어딨어!’

맞다. 나는 다음을 기약하는 일을 잘 못한다. 아니 안 한다.

기회는 왔을 때 잡는 법.

구질구질하게 다음을 기약할 이유가 없었다.

악당들이 ‘두고 보자.’ 라고 하곤 한 번도 두고 보는 놈이 없듯이 말이다.

정말 볼 생각이 있으면 지금 보는 거다. 난 쭈구리 악당이 아니므로 당장 볼 거다.

결정을 내리자 의중을 파악한 백호기는 단전을 빠져 나와 두 가닥으로 나뉘어 상하로 움직였다.

‘두 가닥? 이 새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그래도 엄연히 생사현관인데?’

오만인지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용천과 백회를 한 번에 뚫을 생각인가 보다.

생사현관의 타통은 대주천의 완성을 의미한다. 내공의 정순함은 물론이고 자유로운 수발이 가능해진다.

경지로 보아도 일류에서 단번에 절정으로 도약하는 것이고. 때문에 무공을 수련함에 있어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절정의 경지는 무인으로서 완성의 단계에 발을 들인 것이고, 또 스스로 일가一家를 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경지였다.

그런 중요한 관문이 바로 생사현관인데 백호기가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

그래도 믿어야지.

믿는 자에게 복이 오니까.

내 우려를 떨쳐내듯이 두 줄기로 나뉜 백호기는 두 개의 관문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동시에 충돌했다.

꽝!

꽈광!

퍽! 퍽!

‘아!’

허탈했다!

‘쯧! 소설이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너무나 간단하게 백회와 용천을 뚫어 버렸다. 그것도 하나씩 고통을 동반하며 뚫는 것도 아니고, 두 줄기로 나눠서 동시에 간단하게.

더구나 난 고통으로 정신을 잃지도 각혈을 하지도 않았고 말이다. 마치 수면마취를 받고 자고 일어났더니 내시경이 끝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수면마취가 풀리기 전 몽롱한 상태처럼 난 천국을 엿보고 있었다.

하얗게 변해 버린 뇌리는 곧 오색찬란한 광채로 물들고 흑백의 세계와 내 전생, 전전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찾아온 무념무상의 현자타임.

무공에서 나를 잊고 세상을 잊는 그런 경지를 맛본 것이다.

그런데 한창 천상에서 뛰놀던 중 황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응? 향기?’

그런데 향기가 아니라 냄새였다. 천상에 있어 향기라고 생각됐지만 실제로는 고약한 냄새였다. 무념무상을 한 방에 깰 정도로 고약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 난, 일단 두 가닥으로 나뉜 백호기를 단전으로 되돌렸다.

제 할 일을 마치곤 얌전해진 백호기가 단전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단전이 꽉 찬 뿌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전에 백호기가 단전을 빠져 나와 제 자리인 심장으로 향했다.

‘어라? 남아 있네?’

백호기가 떠난 단전에 그토록 바라던 진기가 느껴졌다. 따뜻하고 묵직한 기운이. 드디어 내게도 남궁이 말한 내공이 생겼나보다.

그러고 보면 백호기가 아주 나쁜 놈은 아니다. 물론 배터지게 다 먹고 남은 걸 토해 냈다는 데, 내 전 내공을 걸 수 있다.

일심동체인데 그 정도는 나도 이해한다.

‘그런데 얼마나 될까?’

무협소설을 보면 자신이 몇 년 내공을 가졌다는 것을 다 안다. 근데 난 조금도 모르겠다.

내공을 느낀 것도 처음이고 가져본 것도 처음이라 초기 기준이 없는데 어떻게 알까?

‘아무리 못해도 일 갑자는 되지 않을까?’

총 90년의 약발에서 어느 정도 손해가 있다 해도 일 갑자는 될 것 같았다. 무려 생사현관까지 타통 했는데 그 정도도 없으면 쪽팔린 일이고.

킁킁!

그건 그렇고 난 천국에서 돌아와 곧바로 지독한 지옥을 맛보는 중이다. 그것도 독하디 독한 똥 지옥을.

천국에서 날 현실로 끄집어 내린 향기의 정체는 바로 내 몸에서 나고 있었다. 정확히는 향기가 아니고 똥 냄새였지만.

12경맥 타통 과정에서 몸속에 쌓인 노폐물이 모공으로 빠져 나온 것이리라.

‘근데 애들한텐 뭐라고 해야 하나?’

머리가 팽팽 도는 남궁은 똥 냄새 하나로 모든 것을 추리할 가능성이 있는 애다.

온 몸에 똥칠을 했으니 일부러 무공을 숨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도 뭔가 기연을 얻었다고 생각할 거다.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어차피 이곳에서 더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이곳은 남궁세가의 안방인 안휘성이고 소림도 멀지 않았다.

과연 무림 이봉과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연락이 끊겼는데 찾으려 하지 않을까?

소림에서 남궁세가까지의 행적을 쫓다보면 이곳으로 향한 것도 알게 될 것이고. 당연히 이 근처를 샅샅이 수색할 거다.

더구나 음마를 쫓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남궁세가와 소림뿐만이 아니라 무림맹까지 나설 수도 있다.

대쪽수가 풀리면 아무리 이곳이 천장단애라고는 해도 발견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거고.

‘그때 마주치면 날 죽이려 들겠지?’

소림과 남궁세가의 입장에선 더 이상 죽은 음마는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시집도 안간 과년한 처녀가 엄한 놈한테 알몸을 보인 사건이 벌어졌으니까. 그 것도 둘이나.

딸의 앞날을 망친 놈인데 생명의 은인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는 일이다. 남들 시선이 있어, 그 자리에서는 못 죽여도 끊임없이 암살을 시도할 거고, 운 좋게 살아나도 평생 원수가 된다.

사실 그 문제는 정, 사, 마를 떠나, 딸 가진 부모심정으로 접근해야 하는 일이고, 비록 억울해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아도 그럴 테니까.

그러니까 빨리 혈도를 풀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얘들이 먼저 입을 여는 경우는 절대 없으니 나만 꾹 다물면 누가 알까.

그리고 우리는 이미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 은밀한 비밀을 간직한 남녀사이가 된다.

얘들이 문란한 애들이 아닌 이상 내 여자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흐흐흐!

‘쩝! 좀 더 쉽게 갈 수도 있었는데.’

얘들이 독했다. 확실히 몸 쓰는 애들이다 보니 현대의 여자와는 많이 달랐다.

솔직히 처음 민망한 상황에서 만났을 때, 이삼일이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 고분고분해 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오 일이나 지났다.

조금 더 확실히 도장까지 찍어 두고 싶었지만, 이젠 시간이 내 편이 아닌 이상 이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어차피 그럴 작정이었으니까.’

솔직히 내 똥 냄새가 치우려 해도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얘들이 예쁘다고 해서 똥오줌까지 치울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은근히 분위기를 몰아가 항복을 받으려던 잔머리였다.

‘나는 잘 알았지만 상대를 몰라서 한 실수였지.’

아무튼 똥칠을 하고 들어가면 생사현관을 타통한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거다.

그것까지는 상관없었다. 생사현관 타통과 해혈은 별도의 문제니까.

문제는 창궁대연신공이다. 이게 아무리 대단한 심법이고 비록 내가 무작정 시작했다지만 바로 절정에 이를 수는 없을 거다. 만일 그렇다면 남궁세가는 절정고수로 바글바글할 테니까.

‘괜히 심법에 욕심을 부려서는.........’

솔직히 세수경을 외운 이상 그보다 떨어지는 창궁대연신공에는 큰 미련이 없었다. 그 보다는 심법을 수련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필요했던 거다. 난 완전 생 초보니까.

아무래도 심법문제는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생각해야겠다.

‘아니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변명은 내가 뭔가를 잘못했을 때나 하는 거다. 솔직히 지금 상황이 좀 꼬여서 그렇지 난 아무 잘못도 안했다.

막말로 얘들이 홀딱 벗고 있는 것도 내가 한 짓이 아니다. 오히려 내 옷을 벗어 아랫도리라도 가려준 사람이 나다.

물론 움직이지 못하는 것에도 난 조금의 책임도 없었다. 그런데도 수발까지 들고 있다.

혈도를 풀지 않은 거?

그거야 내가 할 줄도 모르고 내공도 없는 걸 어쩌겠냐? 그래도 빨리 풀어주려 최대한 노력했다. 세수경에 단서가 있다고 은근히 알려줬으니까.

“그래 변명은 무슨. 내가 언제부터 변명 따윌 했다고. 여차하면 우기면 되지.”

사람은 항상 같아야 하고 잘 하는 걸 하면 된다. 씩 웃으며 애들이 있는 석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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