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41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41화
41화. 난 됐고!
내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린 가주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소호에서 밀종의 대수인을 사용하는 자와 겨루었다고 들었네. 맞는가?”
‘아하!’
복면인과 신비단체를 생각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인 듯했다. 어쩌면 이번 일을 기회로 세가에서도 무언가를 꾸미려는 것일 수도 있고.
“예, 전 알지 못했지만 주매, 아니 소림성녀가 우두머리가 사용한 무공을 알아보곤 대수인이라고 하더군요.”
“흐음! 그런 자들이 백여 명이나 되었다고?”
“우두머리에는 못 미치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일류에서 절정이나 그 근처에 이른 자들이었습니다. 개중 몇몇은 절정 이상이었고 우두머리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듣고 있던 노괴물이 고개를 끄덕이며 남궁진천을 향해 말했다.
“가주, 맞소이다. 내가 애들한테도 확인해 봤는데 같은 소리를 하더군. 실상 무림에 그 정도 무인을 거느린 세력은 몇 되지 않을 테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 않겠소? 나는 혹여 마교의 준동이 아닐지 걱정이 되는 구려.”
“저도 의심은 되지만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 장주는 우두머리의 얼굴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승려가 확실한가? 혹시 그자가 서역인西域人은 아니었나?”
가주는 노괴물의 질문에 먼저 대답하고, 내게 다시 물었다.
“예, 용모를 확인했습니다만 서역인은 아니었습니다. 대략 육십 전후의 중원인으로 보였고, 승려라는 점은 저의 짐작일 뿐, 단정할 순 없습니다.”
“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나?”
“사체를 수색했지만 아쉽게도 신외지물은 아무것도 지니지 않았습니다.”
“흐음. 아쉬운 일이군. 차후 이 일에 대해 다시 말해줄 수 있겠나?”
세가모임이나 무림맹에서 증언해달라는 얘기다. 나야 안 불러서 못가지 그런 자리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남궁의 아버지가 하는 부탁임에야.
“문제없습니다.”
“미안하지만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겠나? 따로 할 얘기가 있네.”
“알겠습니다.”
공적인 자리는 끝났고, 다시 딸 가진 아버지로 얘기하자는 거다. 못 기다리겠다고 할 수도 없는 데 별 수 있나 기다려야지.
잠시 기다리자 어린놈하고 사십대 중년인이 나왔다. 어린놈이 내게 다가와 포권을 하며 정중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소가주 남궁깁니다. 돌아가신 형님의 일은 감사했습니다.”
말하는 뽐 새가 좋은 집에서 바르게 큰 놈이었다. 이런 놈은 길들이기 편하다.
“아닙니다. 제가 좀 더 일찍 발견했다면. 아무튼 축하합니다.”
좀 더 일찍 발견했다면 여러 가지가 꼬였을 거다. 나와 남궁, 소림의 관계도 그렇고 이 어린놈도 소가주가 될 수는 없을 거였다.
“아닙니다, 갑자기 중책을 맡게 되니 돌아가신 형님이 더 그리울 뿐입니다. 어쨌든 화 누님과 주 누님을 잘 부탁합니다.”
“하하! 당연하지요. 그런데 이 분은?”
내 건 내가 알아서 챙길 테니 쓸데없는 걱정 마라며 옆에 놈을 가리키며 물었다. 놈이 앞으로 나서며 포권 했다.
“창궁검대주 창천일검 남궁사혁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놈이 현역 중에 제일 잘나가는 놈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 바뀐 소가주보다 이놈이랑 친해지는 편이 나았다. 어차피 소가주는 항렬 상 내 아래가 되니까.
살짝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마주 포권 하고 인사했다.
“아! 부대주는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만 대주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시간 내어 술이라도 한 잔 하십시다.”
“하하하, 좋습니다. 언제든 연통주시지요. 그리고 가주님께서 기다리시니 이제 그만 들어가 보시지요.”
“알겠습니다.”
두 사람과 헤어져 다시 가주전으로 들어갔다. 남궁진천은 아까의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게.”
“예, 가주님.”
“창궁일검 전 원주님은 이미 알 테고. 이분은 본가의 호법원주로 계신 창천패검 남궁무광이시네. 인사 하시게. 참고로 화아의 스승이기도 하네.”
그러니까 남궁의 아버지와 무공아버지, 증조할아버지가 내 앞에 앉아 있는 거다. 죄 지은 놈은 절대 기를 펼 수 없는 구조였다.
“천하제일장주 한 대갑이 창천패검님을 뵙습니다.”
인사를 마치자 가주가 입을 열었다.
“먼저 남궁세가의 가주로서 죽은 혁이를 대신해 자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네. 화아와 신녀를 구한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네.”
여기까지는 당연한 전개였고, 지금부터가 본론이었다.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그래, 그럼 앞으로 화아와 신녀는 어쩔 생각인가?”
남궁진천은 잡설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 유인구 없이 바로 돌직구를 던져왔다.
“책임지겠습니다.”
달리 답이 없지 않은가. 정석으로 응수할 수밖에. 한데 이 양반들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여태 좋은 분위기로 있던 가주의 언성이 높아졌다.
“책임? 자네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인가? 상대는 남궁세가와 소림일세. 자넨 그 이름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네가 거두겠다면 ‘고맙네. 잘 부탁하네.’ 하고 만사가 해결이라도 될 것 같은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내가 뭐 처가 덕을 보려고 하는 놈도 아닌데 말이다.
‘뭐,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이니까 서로 이용하자는 정도였다. 어차피 내 성격상 누구 밑에 명령 듣고 살 사람은 아니어서, 처음에 발판이 되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서 난 스스로 떳떳했다.
‘나중엔 지들이 내 덕을 볼 테니까.’
그리고 이 양반이 아직 여자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말이고, 살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하며 살아서 그런지 사고가 독선적이다.
품고 있을 땐 제 자식 같아도 짝을 만나면 부모 마음대로 안 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정부인이 다섯이면 뭐 하나? 간단한 여자의 심리조차 모르는 데. 쯧쯧!’
더구나 부모의 반대는 남녀관계를 더욱 애끓게 만든다는 점을 간과했다. 말리면 식어가던 열정도 다시 불타오르는 법이다.
나야 솔직히 말해, 끝까지 남궁을 말리고 반대하면 굳이 목을 맬 이유가 없었다. 소림도 있고, 무림의 수많은 미녀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남궁은 절대 그렇지 못할 거다. 애가 못나서가 아니라 이 동네 관습이 그렇다.
결국 남궁가주는 딸과 의절하거나 평생 독수공방하며 자신을 원망하는 딸을 지켜봐야 할 거다. 남궁도 그런 사실을 예상하고, 독한 생각으로 없는 말까지 만들어 얘기한 거니까.
더구나 빈정 상하게 제 딸도 아닌 소림은 왜 끌고 들어가나? 나도 아줌마들 비위맞추고, 한 대 맞을 각오까지, 정말 할 만큼 다했는데.
어차피 한 방 정도는 맞아줄 생각이니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제가 어찌하면 가주님 마음에 드시겠습니까? 말씀해 주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나지 마라면 만나지 않을 것이며, 잊으라면 깨끗이 잊겠습니다. 저 역시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로 구질구질하게 매달릴 생각은 없습니다.”
쾅!
노괴물이 대노해 탁자를 치며 말했다.
“이 놈! 네놈이 찢어진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것이라 생각하느냐!”
가주와 호법원주도 날 씹어 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말했듯이 아무리 그래도 눈싸움은 나하곤 안 된다.
난 싹 무시하고 태연한 표정으로 남궁진천에게 물었다.
“남궁가주님, 도대체 오늘 저를 불러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책임을 지겠다고 해도,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해도 성만 내며 죄인 취급하시깁니까? 은인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것이 남궁세가의 방식이라면 제가 싫습니다.”
‘설마 저들이 날 죽이기야 하겠냐?’ 하는 심정으로 한바탕 쏟아내고 온몸에 백호기를 둘러 날아올 무언가에 대비했다.
‘응?’
틀림없이 더 성질을 내든 뭘 집어 던지든 해야 했는데 잠잠하다. 아니 노기를 풀풀 날리던 인간들의 표정이 슬며시 풀리고 있다.
돌연 대소를 터뜨린 노괴물이 으쓱하며 가주에게 물었다.
“허허허! 가주, 어떻소? 제법 물건이라는 내 말이 맞지요?”
“하하! 제가 언제 조부님의 안목을 의심했습니까? 이번에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가주의 말에 호법원주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하! 역시 창궁일검 어르신의 말씀대로 버릇이 없는 아이로군요. 그래도 강단이 있어 보여 마음이 놓입니다.”
‘뭐야? 이 인간들 지금 날 시험한 거야?’
저들끼리 껄껄대며 웃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다. 기분은 씁쓸했지만 이 마당에 성질을 부릴 만큼 난 미련한 놈은 아니다.
어쨌든 재떨이에 안 맞고 끝났으면 선방한 거니까. 온몸에 두른 백호기를 슬며시 제자리로 돌리는데 가주가 입을 열었다.
“한 장주,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내 딸아이한테 사정을 들었을 땐, 당장 쫓아가 쳐 죽이고 싶었다네. 한데 자네가 세가와 엮이는 걸 원하지 않아 무공을 거절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달리 생각하게 되었네.”
“........”
가주가 잠시 말을 멈췄지만 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아까 사내다운 기개를 보였으니 다음은 예의바른 지자智者의 모습을 선보일 차례였다.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반전이 있어야 인상이 깊게 남는 법이다.
잠시 나를 쳐다보던 가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은퇴하신 조부님께 부탁해 자네를 살펴본 것이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말일세. 딸 가진 부모의 심정으로 그런 것이니 너무 탓하지는 마시게.”
“하하!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전혀 개의치 않으니 괘념치 마십시오.”
내 정답성 발언에 흡족한 노괴물이 다시 예쁜 짓을 했다.
“허허허! 역시 한 장주는 사내답군! 가주, 화아를 보낼 때 한 밑천 두둑이 떼어 줘야 할 것 같소.”
“하하! 이를 말씀이십니까. 화아를 서운하게 보낼 수는 없지요. 한 장주는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보게. 내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주겠네.”
덥석 받아들이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그렇다고 준다는데 싫다고 거절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화매를 주시는데 달리 원하는 게 있겠습니까? 세가의 법도대로 해 주시면 충분합니다.”
내가 뭐가 좋은지 어떻게 아나. 니들이 알아서 달라는 뜻이다. 한두 살 먹은 애들이 아니라 다 알아들을 거다.
아니나 다를까?
“하하하! 가주, 뭘 집어서 달라는 것 보다 더 무서운 말입니다, 그려.”
호법원주가 대소를 터뜨리며 가주에게 내 뜻을 정확히 전달했다. 여태까지 내게 존재감 제로였는데 이 한 방에 만회한 거다.
“하하하! 그런 가요? 자칫하면 사위하나 들이고 세가가 거덜 나겠습니다.”
‘흐흐! 그러면 나야 좋지.’
속내와는 달리 난 빙그레 미소만 띄고 있었다. 말로 까먹을 수 있는 상황에선 침묵과 미소가 최고의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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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제일서고
비록 열두 시진, 만 하루에 불과하지만 드디어 이곳에 들어왔다.
남궁세가에는 세가의 무학만을 모아 놓은 비고와 일반 서적과 세가 외의 무공을 모아 놓은 서고가 있었다. 그 중 내가 들어간 곳은 서고였다.
그렇다고 이 서고를 무시해선 안 된다. 세가의 역사만큼 오랜 세월 수집 -이라 쓰고 빼앗은 이라 읽으면 된다.- 한 많은 무공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잘 만 뽑으면 대박이 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천추제일서고라는 말이다. 노괴물이 내게 준 현천삼검도 이곳에 있는 무공이었으니까.
원래 반나절을 어제 만남의 선물로 하루로 늘려 받았다. 내겐 돈 보다는 더 훌륭한 선물이어 흔쾌히 받아들였다.
‘뭐 사실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뭐부터 골라야 하나?’
아무튼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무공이었다. 혹자는 이미 최강의 무공을 가지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거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내건 더 이상 필요 없고,’
이 동네에서 큰 소리 치려면 무공 외에 더 필요한 게 있었다.
바로 세력이다.
솔직히 남궁이나 소림은 몇 다리 건너였고,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세력도 아니다.
그렇다고 유수한 역사를 자랑하는 가문도 아니라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낭인을 모집하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낭인들이 익힌 무공이 대부분 삼류라는 점이었다.
‘걔네들을 사람으로 만들 만한 무공이 필요하다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