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3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37화
37화. 혹시 흑막?
남궁 미미를 보호하며 복면인을 상대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왜 일일이 얘들을 상대하고 있는 걸까?’
복면인들은 월등히 수가 많았고 내 손은 두 개뿐이다. 한 손에 한 놈씩 잡아도 손이 너무 많이 갔다. 이런 식이라면 우두머리를 잡으러 몸을 빼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곳은 바다 같은 넓은 호수였다. 더욱이 이곳은 호수의 중앙.
그냥 놈들을 물에 빠뜨리면 간단했다. 무공을 배웠다고 전부 수영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내가 익힌 첩첩무적권의 위력은 풍운각에서 직접 체험했다. 전 내공으로 펼쳤을 때 풍운각이 무너질 뻔했다.
‘풍운각에 비하면 화선은 종이배에 불과하지. 그렇다면 어차피 한 번 손을 쓸 바에는 배를 부수는 편이 더 쉽고 편하잖아!’
만일 놈들이 허공답보나 등평도수를 시전 할 만한 고수라면 나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아니라면 승산이 있었다. 사람은 디디고 설 곳이 없으면 물에 빠지는 법이고, 복면은 구명조끼가 아니다.
물에 빠진 놈이 반격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 그냥 놔둬도 시간이 지나면 전부 뒈진다는 뜻이다.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가.
‘그렇게 쉬운 일을 생각 못하고 일일이 손을 썼으니.......나도 참 무뎌졌어.’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처럼 내가 바로 그랬다. 통렬한 자아성찰과 반성 후에 일행을 살폈다.
복면인들은 첫 공격 실패 후, 서너 명이 조를 이뤄 공격해왔다. 우리 일행은 확실한 우위 속에 적을 상대하고 있지만 제압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다구리로 나오겠다.’
이쪽의 비슷한 용어로는 차륜전이다. 차륜전은 쪽수가 많고 무력이 낮을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방법으로, 무림인의 경우 상대의 공력을 소비시키고, 재충전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한다.
‘상대가 화경이상의 절대고수가 아니라면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지.’
무공이란 그렇다. 생사현관이 타통 되었다고 만사형통이 아니다. 일신상의 내공은 유한한 것. 생사현관 타통이 바로 무한정의 내공을 의미하는 뜻은 아니다.
만일 일 갑자의 내공을 가진 무인이 전력을 다해 내공을 소진했다면 그 후에는 다시 심법을 운용해 내공을 보충해야 한다. 내공이 떨어진 무인은 일반인과 다름없으니까.
그러나 생사대결 중에 내공을 보충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싸움이 벌어져도 매번 십 이상 전력을 다하지는 못한다. 물론 그 부분은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는 대결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조건이라면 내공이 높은 놈이 훨씬 유리한 거다.
‘결국 무공은 기승전내공이란 말이지.’
생사현관 타통은 단지 내공 보충이 손실 없이 현격히 빨라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주변의 기를 끌어 쓰며, 내공에 구애받지 않는 경지인 화경으로 나아가는 필수요건이기에 중요한 거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상당히 유리했다. 질풍무적권왕이 무림전체를 상대로 맞장을 뜰 수 있었던 것도, 층층무적공의 효능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거다. 층층무적공은 몇 번의 호흡만으로 내공을 보충할 수 있으니까.
때문에 질풍무적권왕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 할 수 있었을 거다. 나 역시 그렇고.
‘아니, 난 더 빠르지.’
난 층층무적공에 백호기가 작용해 운기가 더욱 빨라졌다. 비록 아직은 구십년의 내공이지만 한두 호흡할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매번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아! 생각이 길어졌다. 지금은 눈앞의 화선을 침몰 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백호출동!”
눈앞의 화선을 향해 큰 소리로 초식명과 함께 쌍 권을 내질렀다. 기회가 있을 때 초식명을 널리 전파해야 한다.
슈아악.
꽝! 꽈과과과광!
우지끈!
옆구리에 쌍 권을 적중당한 화선은 반 조각이 나며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배가 침몰하자 타고 있던 복면인들은 분분히 허공으로 날아 다른 배로 옮겨 탔다. 개중에 몇 몇이 우리배로 날아들었지만 그 정도는 애들로도 충분했다.
“배에 오르지만 못하게 막아!”
복면인들은 얘들에게 맡기고 난 다음 목표를 향해 다시 쌍 권을 내밀었다,
“백호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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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갑 일행이 복면인들과 전투를 시작했을 때. 공격받는 화선의 선실에는 밖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선실 내에는 이십대 초반의 남녀와 서른 정도의 여인이 있었다.
서른 정도의 여인은 철장선녀鐵掌仙女 임옥군林玉君으로 바로 합비 철혈방의 방주였다.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네 명의 남녀는 그녀의 수신호위 철혈사신鐵血四神이었고.
그런데 험악한 밖의 사정과는 달리 철장선녀와 일남일녀의 표정에는 일말의 긴장감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중 이십대의 청년, 사황련주의 둘째 제자 신룡神龍 사공천이 철장선녀에게 물었다.
“임 방주께서는 저들이 누군지 아시겠지요?”
“소림성녀와 지봉 남궁화 그리고 중년 남자는 백검문의 소문주인 남궁진이네요. 나머지 일남일녀는 저도 모르겠군요.”
“흐음. 역시 그렇군요. 임 방주께서는 저들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를 짐작하시겠습니까?”
“글쎄요, 아마 우연히 싸움에 휘말린 것이 아닐까요.”
“그래요? 그럼 임 방주께선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저 것 보세요. 이미 놈들을 유인하려는 계획은 어긋난 것 같습니다.”
사공천이 대갑 일행이 반격에 나서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가리킨 곳에서는 막 대갑이 처음으로 화선을 침몰시키는 중이었다.
임 옥군이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저. 대단한 자군요?”
“예, 누군지 몰라도 주의를 요하는 자입니다. 뒤를 붙여 봐야겠습니다.”
임 옥군도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실을 나서며 그녀는 철혈사신에게 반격명령을 내렸다.
“흥! 설치는 꼬락서니하고는.......하는 짓을 보아하니 중간에 물러날 생각은 없는 듯하니, 빨리 끝내는 편이 좋겠군요. 철혈사신은 즉시 반격하라!”
“충! 쳐라!”
임 옥군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동안 수세에 몰려있던 철혈사신의 기세가 일시에 변했다. 위태하게 보였던 것은 피부에 난 가벼운 상처였고, 무위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철혈사신이 진면목을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공세를 펼치자, 오히려 복면인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화선 밖으로 밀려났다.
그 모습을 선실에서 지켜보던 사공천도 명령을 내렸다.
“사황검대는 임 방주님을 도와 적을 제압하라!”
사공천의 명이 떨어지자 여기저기서 이십 여명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충! 공격하라!”
잠복해 있던 사황검대가 복창과 함께 복면인의 화선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이제 화선에는 선장을 비롯해 사공천과 젊은 여인만 남아있었다. 여인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천 공자께서도 제 걱정은 마시고 임 방주님을 도와주세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놈들의 목적이 무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후 소저 곁을 비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본련의 최고정예인 사황검대와 임 방주라면 적을 제압하기에 충분합니다. 뭐, 정파 놈들도 우릴 돕고 있는 중이고 말입니다.”
“천 공자님, 저들의 목표가 저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그쪽이 가장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놈들의 목적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저와 사황검대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이 최대의 실수일 겁니다.”
“저들의 정체가 무얼까요?”
“하후 소저께서도 짐작 가는 곳이 없습니까?”
사공천의 질문에 하후영령은 걱정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되물었다.
“혹시 아버님의 실종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흐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몇 놈 생포하고 나면 알 수 있겠지요.”
하후영령의 아버지는 전대기인인 폭렬마왕爆裂魔王 하후청이었다. 폭렬마왕은 사라진 벽력문霹靂門의 후예라고 알려진 정사중간의 인물이었다.
폭렬마왕은 육십이 넘은 이십여 년 전, 일반인과 사랑에 빠져 무림을 떠났고, 외동딸인 하후영령을 낳았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홀로 하후영령을 키우던 중, 석 달 전에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만일 석 달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을 경우, 철혈방에 찾아가라는 단 한 줄의 글귀만 남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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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한 척을 침몰시키고 다음 목표를 찾고 있을 때였다. 화선에 오르는 복면인을 저지하던 남궁진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저 여자는!”
남궁진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누군데 그래?”
“형님, 저 여자는 철혈방주 임옥군입니다. 임 방주가 왜 이곳에.........”
말끝을 흐리는 남궁진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시선의 끝엔 육감적인 몸매를 검은 무복으로 가린 여자가 보였다.
“저 여자가 철혈방주라고? 그럼 철혈방주가 여자였어?”
“형님, 임 방주를 우습게보면 큰 코 다칩니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성격이 아주 개차반입니다. 오죽하면 철장선녀라는 별호보다는 선안광견仙顔狂犬이라고 불리겠습니까? 예쁜 얼굴을 가진 미친개라고 말입니다. 아마 여자 별호에 개 견자가 붙은 여자는 무림사상 임 방주밖에 없을 겁니다.”
내 생각에도 그렇다. 웬만했으면 그냥 미친년이라고 했을 텐데 미친개라니.
‘풋풋하네.’
아주 신선한 별호를 가진 여자였다. 더구나 얼굴도 예쁘다니 급격히 호기심이 일었다.
“하하하! 그렇단 말이지. 한 번 만나보고 싶군.”
“형님, 전 분명히 경고했으니까 나중에 저를 탓하시면 안 됩니다.”
“하하! 알았어. 그건 그렇고 저건 또 뭐야?”
남궁과 말하고 있는 사이 공격받던 화선의 상황이 급변했다. 곧 쓰러질 것 같던 놈들이 펄펄 날고, 어디서 시커먼 놈들이 나타나 역습을 가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변하며 더 이상 우리 쪽으론 공격하는 복면인들은 없었다.
그러자 남궁이 곁으로 다가와 검은 무복을 입은 애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가, 저들은 사황련의 사황검대에요. 저들이 은신해 있었다는 것은 오히려 복면인들을 유인한 것 같네요. 이제 우린 어떻게 하죠?”
일행이 전부 내 곁으로 모여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듯했다. 첫 실전의 짜릿한 손맛을 느낀 미미만 빼고.
이곳에 있는 사람은 모두 정파. 더 이상 사파인 사황련과 엮이기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사건사고에 목말라 했던 나다. 그리고 처음에 정파와 인연을 맺은 이후, 쭉 그쪽 계보를 타고 있었다.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사황련이나 철혈방과 은원을 맺겠는가?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얘들의 기원을 무참히 짓밟으며 말했다.
“뭘 하긴!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그랬더니 애들이 난리를 피웠다.
“가가!”
“형님!”
소림과 남궁진이 재고하라는 염원을 시선에 담아 보냈고, 남궁화는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친절히 설명했다.
“가가! 지금 사황련의 행사에 참견하시려는 거예요. 주 언니와 저의 입장도 고려해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하하하! 알아 무슨 말인지. 하지만 걱정 말고 선장에게 저쪽 세 번째 화선으로 배를 몰라고 해. 그 놈만 잡으면 다 끝이니까.”
지금은 사황련과 적으로 만난 것이 아닌 도움을 주는 쪽이었다. 설사 우리가 계획을 망쳤어도 그건 그쪽 사정이다. 우린 몰랐고, 그저 순수한 의도에서 도운 거니까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
그런 사과가 아주 맘에 들지 않아도 사황련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막말로 아무리 사황련이라고 해도 이런 일로 소림, 남궁과 전쟁을 벌일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러면 바로 정사대전이지. 흐흐흐!’
나도 그저 막무가내는 아니다. 다 믿는 게 있고, 뻗댈만 하니까 뻗대는 거다. 무엇보다 궁금증도 풀어야 했고.
남궁과 소림이 한 숨만 짓고 머뭇거리자 미미가 냉큼 선장에게 달려가 지시했다.
“선장님, 빨리 저기 보이는 세 번째 화선으로 몰아주세요.”
남궁과 소림, 남궁진이 당황한 목소리로 미미를 불렀다.
“미미야!”
“미매?”
“미미 아가씨!”
그러자 망설이며 날 쳐다보는 선장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장, 괜찮으니까 어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