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36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36화
36화. 남궁세가 가는 길
남궁세가를 향해 출발한 인원은 무려 삼십 여명에 이르는 대 행렬이었다.
‘좋지 않아! 이건 절대 아니야.’
내 강호 첫 출행이 처음부터 꼬이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객잔에서 못난 후기지수를 혼내 주는 객잔 풍운도 겪고, 산적이나 수적의 습격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저렇게 버젓이 남궁세가라고 광고하고 다니는데 어떤 놈이 시빌 걸겠냐고!’
일단 이십 명이 넘는 창궁검대의 복장부터가 문제였다. 푸른 수실이 달린 청강검을 차고 무복의 옷자락 양끝에 천추제일세가와 창궁제일검대라는 글자가 자수되어 있어 모르기가 더 힘들 거다.
더구나.
두두두두두.
마차를 타고 가는 안락한 여행이 아니었다. 물론 마차도 결코 안락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엔 모두 무인인지라 말에 올라 일사불란하게 달리는 전투승마였다.
말했듯이 말 타기가 익숙지 않은 나는 엉덩이가 충격에 그대로 직격당해 느긋하게 관광도 할 수 없었다. 관광은커녕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간신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달려 일행은 소호에 도착했다. 이미 날이 저물어 묵어갈 생각으로 풍양루라는 객잔에 들었다. 오층으로 지어진 객잔은 소호의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미리 연통이 갔는지 일행은 삼층 전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일층 주루에서 약간의 술을 곁들인 식사를 마쳤다. 역시 아무런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옆방을 떡하니 노괴물이 차지하고 들어앉아 애들과 노닥거릴 수도 없어 짜증만 났다.
“휴우! 차라리 나중에 간다고 할 걸 그랬어.”
퉁퉁 부은 얼굴로 침상에 누워 중얼거릴 때였다.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 벌써 주무십니까?”
남궁진이었다.
“자긴, 들어와.”
남궁진이 문을 빠끔히 열고 말했다.
“형님, 잠자기엔 조금 이른 듯한테 소호 구경이나 하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구경?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잠깐만 기다려 애들하고 같이 가게.”
그랬다. 객잔에서 기다릴게 아니라 내가 나가면 된다. 그리고 소림과 남궁을 데리고 나가면 기대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확률도 높았다. 남궁세가라고 광고만 안하면 말이다.
벌떡 일어나 남궁의 거처로 향하며 남궁진에게 지시했다.
“아우는 먼저 내려가 준비하고 있어. 호위무사는 쉬게 놔두고.”
“예, 형님.”
남궁을 불러 소림과 함께 소호구경이나 하자고 하니 많이 봤을 텐데도 무척 좋아했다. 몸도 마음도 나한테 푹 빠져있어 당연한 일이다.
“먼저 내려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은밀하게 나와. 호위무사 달고 나오지 말고. 아! 사람들이 알아보면 불편하니까 세가의 무복도 입지 말고. 미미도 데려 오고.”
강호 초출인 미미는 꼭 데리고 가야했다. 첫 출도엔 누구나 의협심이 충만해 사건사고를 유발하기 쉬운 법이다.
“예, 가가.”
아래로 내려오니 기다리던 남궁진이 입을 열었다. 눈치가 빠른 남궁진은 벌써 형수님들이라며 입속의 혀처럼 굴었다.
“형님, 밤 호수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화선畫船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먼저 가서 수배해 놓겠습니다. 형님은 형수님들 모시고 천천히 오십시오.”
그러고 보니 소호에는 이미 상당한 수의 화선이 떠 밤의 호수를 밝히고 있었다. 나 역시 한 번도 화선에 타 본적이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하지.”
남궁진이 떠나고 홀로 남궁자매와 소림을 기다리는 동안 느낀 점은, 예나 지금이나 여자와의 외출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휴! 다 때려치워?’
막 그런 생각이 들 무렵에 애들이 내려왔다. 마침내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끝난 것이다.
“자!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서둘러야겠어. 진 아우가 화선을 알아본다고 먼저 갔으니 화매가 앞장 서.”
들으라고 한 말인데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거리는 애들이다.
“호호호! 예, 가가.”
“어머? 장주님 우리 화선 타는 거예요?”
“호호! 가가께서 그렇다 잖아, 미매.”
“호호호! 말만 들어서 타보고 싶었었는데 감사해요, 장주님.”
미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며 말했다.
“주매와 화매는 얼마 전에 소호를 구경했다면서 그때 안 타봤어?”
“타 봤지만 가가와는 처음이잖아요”
소림과 남궁이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대답했다.
“그래 어서 가자.”
선착장은 멀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하자 남궁진이 달려와 준비된 화선으로 안내했다. 알록달록한 선체에 화려한 오색궁등이 어울려 제법 운치가 있었다.
우리를 실은 배는 서서히 선착장을 떠나 어두운 밤의 호수로 나갔다. 화선이 출발하자 남궁진은 멀리 불빛이 반짝이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형님, 소호의 중앙에는 노산도라는 섬이 있고, 중앙에 망아탑이라는 탑이 있어 절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밤이지만 많은 화선들이 불빛을 밝혀 감상하는 데는 지장 없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내가 보고 생각한 호수와 많이 다른 듯했다.
“그래? 도대체 호수가 얼마나 넓기에 중앙에 섬이 다 있어?”
남궁이 질문에 대답했다.
“가가, 소호를 달리 팔 백리 소호라고도 불러요. 한 바퀴 도는데 팔백리라는 뜻이에요.”
“팔 백리!”
백리가 40킬로니까 320킬로나 된다는 뜻이다. 워낙 중국 애들이 과장이 심해서 믿을 수는 없지만 넓은 것은 틀림없었다.
‘아! 여긴 중국이지.’
내가 감탄하는 사이 어느새 화선에는 주안상이 차려졌다. 남궁진이 상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형님, 어서 이리로 오십시오.”
“준비가 많았군. 수고했어. 자, 앉아서 느긋하게 소호를 즐겨볼까?”
상석에 자리하자 남궁과 소림이 양 옆에 앉았다. 두 명의 오봉을 옆에 두자 갑자기 조조가 생각났다. 아들이 지은 동작대부를 제갈량이 고쳐 주유에게 이른 얘기 말이다.
‘찔러도 못 본 조조보다는 내가 낫지. 흐흐흐!’
소림과 남궁이 번갈아 주는 술을 마시며 호연지기湖戀之氣를 만끽하고 있을 때였다. 뭔가 이상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노산도 근처에 십여 척의 화선이 몰려 있는 곳이 왠지 부자연스러웠던 것이다. 다른 곳에도 많은 화선이 떠 있었지만 그렇게 가깝게 운집해 있지는 않았다.
이 자리에서 가장 고강한 무공을 지닌 소림에게 물었다.
“주매, 저쪽에 있는 화선들이 좀 이상하지 않아?”
소림은 내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글쎄 아직은 잘 보이지 않아 모르겠어요.”
난 웬만한 일이라도 무조건 개입할 생각이라 흥분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잘 보면 조금 큰 화선 하나를 십 여척의 화선이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아. 그것도 바짝 붙어서 말이야. 진 아우, 선장에게 저쪽으로 가달라고 전해줘.”
“예, 형님.”
선장이 조금 빠르게 배를 움직였다.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제일 먼저 소림이 이상을 눈치 채고 말했다.
“가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아요. 어떻게 할 까요?”
어떻게 하긴 바로 출동이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진 아우, 우선 정확한 사정을 알아야 적절히 대처할 수 있으니 가까이 다가가자.”
“예, 형님.”
남궁진이 선장을 재촉해 속도를 높였다. 흘낏 애들을 돌아보니 각각의 반응이 다 틀렸다. 소림은 좋은 분위기를 망쳐 약간 화가 난듯했고, 남궁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미미는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고.
챙! 차창!
펑! 펑! 펑!
거리가 점점 좁혀지며 대충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십 여척의 화선이 한 척을 포위해 공격하는 중이었다.
공격받는 화선에는 네 명의 남녀가 서로 등을 맞댄 채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공격하는 자들은 모두 검은 무복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화선 하나에 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있어 어림잡아도 백여 명은 될 듯했다. 복면인들은 차륜전으로 번갈아 작은 화선을 공격했다.
네 명의 남녀는 복면인들의 파상공격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지만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오래가지 못할 듯했다.
‘어떤 놈이 지휘자일까?’
복면인들의 화선을 살피며 우두머리를 찾았다. 금적금왕擒賊擒王이라고 우두머리를 잡으면 싸움은 끝이 나니까.
물론 복면을 썼다고 전부 나쁜 놈은 아니다. 나 역시 과거 백호 탈을 뒤집어쓰고 활약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은 얼굴을 알리지 못할 만큼 떳떳하지 못해 복면을 쓰는 거다. 더구나 복면인들의 화선에는 살인멸구의 목적으로 죽인 것이 틀림없는 기녀로 보이는 여인들의 시체가 있었다.
‘여자를 죽인 것만으로 이미 나쁜 놈들이지.’
하지만 쓸데없는 추리였다는 것이 바로 증명되었다.
차창!
“가가! 피해요!”
소림이 내 앞으로 신형을 날리며 소리쳤다. 우리가 다가서자 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신형을 날려 다짜고짜 공격해 왔던 것이다.
챙! 차창!
남궁진과 남궁자매도 지체 없이 검을 뽑아 들고 복면인을 막아갔다.
난 일단 뒤로 물러서며 남궁자매와 소림에게 소리쳤다.
“주매, 화매! 다짜고짜 살수를 펼치는 놈들이야. 망설이지 말고 일 검에 목숨을 끊어!”
백 명도 넘는 놈들을 상대하려면 체력안배가 중요했다. 대충 막아낼 생각으로 적당히 상대했다간 화를 부를 수도 있었다. 아직 절대고수가 아닌 애들이라 화를 재촉할 필요가 없는 거다.
사정은 완벽히 제압하고 마지막에 남은 놈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네 남녀가 알려줄 것이고.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지만 내가 원하던 사건사고가 발생해 아드레날린이 샘솟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우두머리를 색출해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차창! 창!
소림은 물론이고 남궁화와 남궁진도 절정고수다. 아쉽지만 미미는 아직 일류였고. 그런데도 단 한 명의 복면인도 제압하지 못하고 튕겨내는 정도였다. 오히려 미미는 튕겨내지도 못하고 재차 검을 섞고 있었다.
‘보통 놈들이 아닌데!’
이렇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불리해진다. 속전속결을 결심하고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모두 내공으로 귀를 막아!”
애들이 영문을 몰라 나를 쳐다봤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더 시간을 끌면 놈들도 대비할 테고. 어쩔 수 없이 애들을 믿고 전방을 향해 백호후를 시전 했다.
“어흥!”
순간 복면인들이 허공에서 비틀거렸다. 놈들에게 번개같이 권을 내지르며 공격을 지시했다.
“지금이야, 다 죽여! 백호출동!”
일곱 개의 주먹이 날아가 허공의 복면인의 가슴에 적중했다.
슈와악.
퍽.
풍덩!
일곱 개의 권영이 일제히 틀어박히는 순간, 복면인은 가슴이 뻥 뚫리며 실 끊어진 연처럼 호수 위로 떨어졌다.
“크악!”
“억!”
풍덩! 풍덩! 풍덩! 풍덩!
곧이어 연달아 네 구의 시신이 더 호수위로 떨어졌다. 애들이 내 말을 따른 결과였다. 애들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뭐해! 또 오잖아!”
그래도 아직 공격해 오는 복면인들은 남았다. 그리고 놈들도 머리는 있었다. 복면인 중의 하나가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모두 내공으로 귀를 막고 공격해라!”
한 척 건너 화선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놈이었다. 놈도 상당히 놀란 듯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저 놈이군!’
당장 달려들고 싶어도 미미가 불안해 움직일 수 없었다.
‘일단 눈앞의 놈들부터 처리하고.’
미미의 옆으로 달려가 연달아 권을 내질렀다.
“백호출동! 백호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