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3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7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35화
35화. 노괴물 둘에 해석도 둘
짹! 짹! 짹!
눈부신 햇살이 창문을 비추고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아아함! 잘 잤다.”
간밤에 풍운각에는 천둥번개가 몰아치고 광풍폭우가 내렸다. 이 층과 삼 층을 오르내리며 광란의 밤을 보냈다는 말이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아주 오랜만에 달게 잠을 잔 것 같다. 아침에 절로 눈이 떠 질만큼.
기지개를 쭉 펴며 눈을 뜨는데 손끝에 물컹하고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졌다. 반 알몸의 소림이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잠들어 있었다.
침상에 반쯤 기대어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불 밖으로 드러난 희고 고운 어깨의 곡선이 아름다웠다. 반쯤 가려진 지금이 동굴에서 본 완전한 알몸보다 더 유혹적이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흐트러진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모습도 아름다우니 말이다. 떡 정이란 말이 있다는데 그런 것 같았다.
‘커피 한 잔만 있으면 완전히 그림인데.......쩝!’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달콤하게 느껴져 입맞춤을 하려했다.
꼬르륵.
먹는 것도 아니고 마시는 것만 생각했는데도 뱃속이 난리다. 밤사이 엄청난 열량을 소비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해도 왠지 씁쓸했다.
아무래도 난 참 감성적이기 어려운 놈 같다. 이런 때는 분위기를 살려 아침정사로 이어지는 전개가 보통인데 난 무얼 먹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에이!’
찰싹!
내 자신이 한심하고 괜히 심통이 나서, 잘 자고 있는 소림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으응........가가.”
소림이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지만 아직 비몽사몽이다.
“그만 일어나. 애들 내려올 시간 됐어.”
“아! 가가,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됐죠?”
“곧 해가 중천에 걸릴 걸.”
“어머!........어흑!”
소림이 대충 나신을 이불로 감싸고 허겁지겁 침상에서 내려오려 했다. 그런데 낮은 신음과 함께 인상을 찌푸리며 주저앉았다.
“많이 아파?”
“괘, 괜찮아요.”
엉거주춤한 자세로 옷가지를 찾아 몸에 걸친다. 첫 경험을 너무 과하게 한 결과다. 내가 도와줄 방법이 없어 지켜볼 수밖에.
벗는 모습도 보기 좋지만 입는 모습 또한 눈이 즐겁다. 더구나 허둥지둥하며 제대로 못할 때는.
‘천천히 해. 남궁도 마찬가질 테니.’
이렇게 난 밤사이 두 개의 깃발을 꼽았다. 소림과 남궁의 대지에. 대륙 전토에 깃발을 꼽는 그날까지 분골쇄신의 각오로 임할 것이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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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궁 노괴물은 약속대로 오후가 되어 장원으로 찾아왔다. 애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곧바로 연무장으로 갔다.
연무장에 마주하자마자 숙제검사부터 시작했다.
“구결은 다 외웠느냐?”
“예,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외우기는 외웠는데 과연 대성이 가능한 무공인지는 의심이 좀 갑니다.”
“이 놈! 배우기도 전에 의심부터 한다면 어찌 대성할 수 있겠느냐?”
말은 맞는 말이지만 현대인인 내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쌍 팔 년도 아닌데 까라면 까는 식의 교육이 통할까.
‘아! 쌍 팔년 전이지.’
그래도 난 아니다.
“어르신, 제 나름대로 구결을 이해하려 했지만 도저히 뜬 구름 잡는 식이라 한 구절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허! 이놈이 그래도. 자신의 배움이 모자란 것을 탓하지 않고 선현의 가르침이 틀리다는 뜻인 게냐?”
이런! 꼰대들의 특징이 아집과 독선인데 겁도 없이 대화를 시도하다니. 나도 참 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는 반성과 함께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게 아니라.......죄송합니다.”
하지만 내 표정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노괴물은 한 숨을 폭 내쉬며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륵.
챙!
“한 초식을 두 번씩 펼칠 테니 두 눈 크게 뜨고 지켜 보거라! 제 일 초식, 공空”
노괴물은 천천히 검을 내밀며 베고, 찌르고, 사선으로 긋는 동작을 열여덟 번이나 반복했다. 물론 난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그 전부를 똑똑히 보고 기억했다.
‘저게 전부 한 초식이야?’
노괴물은 나를 힐끔 쳐다보곤 다시 기수식을 취했다.
츠츠츠.
이번엔 검에 푸른 검기가 서렸다. 그리곤 검을 정면을 향해 쭉 뻗었다.
슈왁. 팟.
“헛!”
놀라운 쾌검이었다. 찰나의 순간 허공의 한 점을 찌른 검은 어느새 처음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느리게 펼쳤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내 동체시력으로도 전부 파악할 수 없는 놀라운 속도였다.
‘이 인간 도대체 뭐야?’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깐. 노괴물은 곧바로 이 초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노괴물에 집중했다.
“제 이초식, 허虛”
허공을 향해 천천히 가로, 세로, 사선으로 총 서른여섯번의 칼질을 했다. 그리고 다시 검기를 씌운 연결 동작.
츠츠츠.
노괴물의 몸 앞으로 가로, 세로 한 자 정도의 정방형의 검기의 막이 형성되었다.
‘검막?’
아마도 맞을 거다. 하나, 둘, 셋 정도에 사라졌지만 틀림없이 유형의 막이 생겨났었다.
다시 노괴물이 기수식을 취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도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다. 노괴물의 입 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저거 확실히 웃는 거 맞지?’
내 놀란 표정에 내심 뿌듯했나 보다. 애가 되어가니 각별히 조심해야겠다.
“잘 봐라. 이게 마지막 초식인 무無라고 하는 거다.”
웅웅웅웅웅.
돌연 검이 우는 소리가 나며 점점 커졌다. 눈 깜짝할 사이 노괴물의 신형을 삼킬 정도로 커졌다.
쐐애애액!
‘나, 날아?’
너비가 석 자, 길이가 아홉 자 정도로 커진 거대한 검이 허공으로 석 자 정도 솟구쳤다. 그리곤 바로 정면을 향해 쏘아졌다. 그 어디에도 노괴물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나도 몰래 경악해 소리쳤다. 무협 속에 나오는 지금 같은 이미지는 딱 하나 밖에 없었다.
“신검합일!”
노괴물이 연무장 끝에 모습을 드러내며 껄껄 웃었다. 노괴물의 손엔 평범한 청강장검이 들려 있었다.
“자, 봤느냐? 이게 바로 현천삼검이다.”
늙으면 애가 된다는 말처럼 무척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어르신, 정말 그 구결로 이런 무공이 나온 겁니까?”
“어허! 아니면 내가 만들어 내기라도 했단 말이냐?”
내 말이 그 말이었다. 차라리 만들었다고 하면 믿기나 쉬우니까.
‘하아! 이건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믿을 수도 없으니.’
다른 의미로는 이 시대의 인간들이 무서워졌다. 내가 볼 땐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인간들이었으니까.
“잘 봤으면 그대로 연습하거라.”
“옙!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토를 달아봐야 소용없고 증명까지 했으니 딸랑 거릴 수밖에. 오늘 난 노괴물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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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노괴물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 뇌옥으로 달려갔다. 철노는 여전한 모습으로 날 맞이했다. 뭔가 꿍심이 있는 듯 툴툴거리지도 않았다.
책자를 툭 던지며 말했다.
“철 장노, 철 장노는 어떻게 생각하오?”
“상尙이오.”
“상이라니 그게 뭔 소리요?”
“내 이름이 상이군이외다.”
철 장노가 아니라 상 장로라는 뜻이다. 웬일인지 스스로 이름까지 밝힌다.
“아! 상 장로, 그 책자를 한 번 보고 감상을 말해주겠소?”
겉표지를 쓱 보고 철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다.
“흐음, 현천삼검이라! 전진의 유학이군. 한 장주는 이런 상승의 무공을 어디서 얻었소?”
은근슬쩍 하오체로 가는데 둘만 있어 봐줬다. 그리고 예의를 다 해서 물었다.
“아는 노인네가 익히라고 줬는데 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요........상 장로께서 좀 살펴보고 고견이 있다면 듣고 싶소.”
“전진의 무공이라면 나도 몇 가지 연이 닿았다고 할 수 있으니 한 번 살펴보지요.”
상 장로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읽어 나갔다. 방해할까봐 숨소리도 죽이며 곁을 지켰다.
탁.
마지막 장을 넘긴 상 장로가 책을 덮으며 입을 열었다.
“과연, 훌륭한 무공이오.”
‘하아! 설마 이 인간도?’
어째 난 모르는데 다들 안다는 표정을 짓는 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자괴감도 들었고.
그래서 난 노괴물이 펼친 현천삼검을 떠올리며 물었다.
“일 초식은 쾌검을 뜻하는 것 같고, 이 초는 검막, 삼 초식은 신검합일의 경지가 아니오?”
쪽 팔리기 싫어 아는 척 한 거다.
“흐음, 확실히 그런 식의 해석도 가능하겠군. 장주, 도가무학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그런 점이라고 할 수 있소. 해석에 따라 수많은 검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오. 그래서 전진의 무학을 정종무공의 조종祖宗이라 하는 것이 아니오.”
그럼 그렇지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이 인간들도 전부 천재나 괴물은 아니었던 거다. 그냥 검에 나보다 더 익숙해 유추해 낼 수 있었던 거다. 남궁세가야 검으로 유명한 곳이니 말해 무엇 할까.
아무튼 난 상 장로로 인해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상 장로, 상 장로가 해석한 현천삼검을 보고 싶소. 가능하겠소?”
“시간을 주시면 연구해보지요.”
잘하면 원 플러스 원. 두 개의 현천삼검을 갖게 되는 일이다. 얼마가 걸리든 기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상 장로의 사기를 올리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래 주겠소. 아! 사실은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 전해주려 들렀소. 다름이 아니라 곧 제왕단을 구할 듯 하니 창궁일검 노인네가 돌아가는 대로 치료에 들어갑시다.”
“허허, 제왕단이라........고마운 소식이구려.”
자신을 끝까지 추격한 세가의 약으로 치료한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그러나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되는 세상이고, 준다는 걸 사양하면 그냥 바보다. 상 장로라면 그 정도 이치는 알고 있을 터 별다른 감정을 표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처음에 말했듯이 소림 대환단이 아닌 이상 제왕단이라고 해서 완치를 보장할 수는 없소. 그 점은 이해하기 바라오.”
“허허허, 장주님의 성의에 그저 감사할 뿐이오.”
당연히 감사해야지. 그런데 오늘따라 사근사근하게 나오는 상 장로다. 그동안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는듯해 궁금해 죽겠다.
은근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내게 뭔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줄 테니.”
상 장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장주.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습니다. 나중에 생각나면 말씀드리지요.”
“하하하! 좋소. 뭔가 떠오르면 아무 때나 말해주시오.”
아직은 신뢰가 부족한가 보다. 하지만 들어줄 입장에서 서두를 필요는 없는 법. 궁금증은 조금 더 참아야겠다.
아무튼 뇌옥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은 확인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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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음마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 창궁일검이 돌아가는 길에 나도 묻어가기로 했다. 이 세상에 와 처음으로 명문대파를 구경하게 되어 약간은 흥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원 앞에는 뜻밖의 인물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백검문의 남궁진의 내 앞을 가로막은 거다.
“형님,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진 아우,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하하하! 아닙니다. 강호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호위도 없이 나서기에는 위험합니다.”
노괴물과 창궁검대가 함께 하는데 위험하단다.
‘새끼! 세가에 눈도장이라도 한 번 찍으려는 것이겠지.’
빤히 속 보이는 행동이지만 이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