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32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32화
32화. 노괴물은 알고 있었다.
웃는 낯으로 소림과 남궁미미의 일방적인 얘기를 들어주기를 반 시진. 나도 슬슬 지쳐가고 있는데 백리결은 소식이 없었다.
‘오오! 그래도 상당히 수양이 깊은 놈인가 본데?’
백리결에 대한 평가를 상승시키려는 순간 문 밖이 왁자지껄해졌다.
-소가주! 가주님의 말씀을 잊으셨습니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 다 필요 없어!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도 모르는 놈이 이렇듯 창룡무가를 무시하는데 더 이상 어떻게 참으란 말이야!
역시 사람은 섣불리 칭찬하면 안 된다. 제 버릇 개 못 주니까.
한 놈이 기를 쓰고, 한 놈은 말리는 상황이지만 성질난 놈을 말리기는 어렵다. 더구나 그 놈이 상전이라면 결국 일은 벌어지게 된다.
벌컥.
풍운각으로 들어오는 대문이 활짝 열리며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옷 잘 입은 이십대의 청년을 필두로 호위하듯 들어선 무인들은 바로 소가주 백리결과 창룡대였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놈을 향해 인상을 쓰며 버럭 소리쳤다.
“웬 놈이냐! 중요한 손님을 모신 자리다. 불청객은 어서 물러가지 못할까!”
내가 워낙 세게 나와서일까? 백리결이 말이 없었다.
슬쩍 살펴보니 대청에 있는 소림과 미미를 쳐다보느라 정신이 나간 거였다. 뒤에 있는 창룡대는 소가주가 가만있으니 가만있는 거였고.
물론 이것도 내 계획의 일부였다. 소림은 내가 보기에도 예뻤고 무려 오봉중의 하나다. 그리고 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남궁의 동생 미미도 수준 이상이었고. 최소한 백리결의 눈이 확 뒤집어 질만큼.
계속 이대로 보고 있을 수는 없어 다시 한 번 소리 질렀다.
“대체 웬 놈들이 이리 무례한가! 정체를 밝혀라!”
재차 고함을 지르자, 정신 나간 소가주를 대신해 창룡대주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분은 창룡무가의 백리결 소가주이시고, 우린 창룡대외다. 풍운장의 장주를 뵙고자 왔소이다.”
천하제일장이란 말을 제 입으로 하긴 싫었을 거다. 그렇다고 예의를 차리지도, 완전히 져버리지도 않은 애매한 말이었다.
창룡무가라는 이름에 겁먹은 것처럼 한 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창룡무가라면 내 기다리라 일렀거늘 이게 무슨 짓인가? 보다시피 본 장주는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는 중이니 내게 볼일이 있다면 조금 더 기다리게.”
그때 이제야 정신을 차린 백리결이 내 말을 들었다. 한 눈에 반한 미녀들 앞에서 기다리라는 말이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소림과 미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지, 어깨를 쫙 피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감히 풍운장주 따위가 창룡무가를 기다리라고! 당장 내 앞에 꿇어 죄를 빌면 용서해주지.”
그에 대한 대답은 내가 아닌 미미가 했다. 발딱 일어나 백리결을 쏘아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강호초출의 여무사가 악인을 응징하는 말투 말이다.
“지금 죄라고 하셨나요? 장주님이 선객이 있어 기다리라고 한 것이 죈 가요? 그러면 장주님이 우릴 무시하고 달려 나가야 한다는 건가요? 그건 당신이 우릴 무시한 처사가 아닌가요?”
‘흐흐! 잘 한다, 미미야.’
남궁미미가 속사포처럼 쏘아대자 백리결은 당황해 대답하지 못했다. 원래 여자와 말싸움해서 이기기는 어려운 법. 더구나 상대가 마음에 쏙 드는 예쁜 여자라면 절대 못 이긴다.
약간 오버한다는 느낌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미미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백리결은 미미와 소림을 힐끔 거리며 타이르듯 말했다.
“소저는 끼어 들지 마시오. 저 놈은 본가의 무사 세 명을 살해한 자요. 난 강호의 법도대로 혈채를 받으러 왔을 뿐이오.”
“끼어 들다니? 지금 누가 누구에게 끼어들었다는 말인가요? 눈이 있으면 똑바로 보고 말하세요. 지금 당신이 우리 일에 끼어들고 있잖아요! 당신이나 끼어들지 마세요!”
백리결은 미미가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들자 당황한 듯했다. 말로는 딸리고, 한 대 치기에는 남궁미미가 너무 예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백리결이 흠칫 하며 날 쳐다봤다. 때마침 소림이 내 귀에 속삭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놈의 눈에 질투의 불길이 치솟았다.
“가가, 혈채를 받으러 왔다니 무슨 말이에요?”
백리결은 시뻘건 눈으로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제 애인이라도 뺏긴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놈의 심장에 불을 질렀다. 나도 소림의 귀에 속삭여주었다. 물론 놈에게도 들릴 만큼의 목소리로.
“글쎄, 나라고 알 수 있나? 어제 내 사업장을 뺏으려던 강도들이 있어 때려잡긴 했는데 그걸 말하는 건가?.......에이, 그건 아닐 거야. 설마 청룡무가에서 강도짓을 했겠어?”
“창룡무가요? 창룡무가가 어떤 곳이에요?”
“주매는 창룡무가를 몰라?”
“예, 처음 들어봐요. 어떤 곳인데요?”
대 소림사 방장의 직전제자인 소림이 합비의 조그만 무가를 알 수가 있나. 그녀의 천진난만한 질문에 백리결의 안색은 더욱 새빨개졌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쯤에서 뇌관을 건드려줬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몰라.”
그 말을 들은 백리결은 결국 폭발했다.
“이, 이놈을! 죽어!”
챙!
검을 뽑아 든 백리결이 살기를 풀풀 날리며 경공을 펼쳐 나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다.
차장!
하지만 그의 검은 반도 오지 못했다. 남궁미미가 가로막은 거다. 미미의 검이 백리결을 겨누고 있었다.
검이 막히자 백리결은 꼭지가 돌아 막말을 뱉으며 미미에게 달려들었다.
“감히! 네 년이 내 검을 막아! 모두 쳐라!”
이제 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거다. 물론 미미도 절대 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둘이 닮았을 수도.
“흥! 뭐 이런 병신이 다 있어!”
놈의 심장에 언검言劍을 날리며 백리결의 공격을 맞아나갔다.
챙! 챙! 챙!
소가주의 명령에 창룡대도 할 수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파공음과 함께 푸른 무복을 입은 네 명의 여인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려 창룡대를 막아섰다. 남궁과 함께 노괴물을 데리러 갔던 창궁검대의 여인들이었다.
휙! 휙! 휙! 휙!
챙!
그녀들도 일사불란하게 검을 뽑아 들고 창궁검대를 겨누었다.
“헉! 창궁검대!”
그녀들의 복장을 알아본 창룡대주의 입에서 기함성이 터져 나왔다.
남궁세가의 위명이 예전만 못하다 해도 이곳은 안휘성이다. 세가의 역사와 함께한 창궁검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거다.
과연 창궁검대라는 말이 가져온 파급은 대단했다. 창룡대주를 비롯한 창룡대 전원이 뽑아 든 검을 내렸다.
하지만 남궁미미의 검을 막기 급급한 백리결만은 장내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계속 수세에 몰려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던 거다.
반면 처음으로 실전을 치르는 남궁미미는 아주 신났다. 쉽게 제압할 수 있지만 아쉬움에 가지고 놀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렇게 보였다.
견디다 못한 백리결이 미미의 검을 막아내며 소리쳤다.
“창룡대는 무엇하나! 나를 도와 이 계집을 쳐라.”
순간 창룡대주와 창룡대의 표정은 절망으로 물들이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쯧쯧! 쟨 이제 죽었네.”
나도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찼다. 마침 풍운각으로 들어오고 있는 남궁과 노괴물이 보였으니까. 시골 노인네 같던 노괴물의 표정이 백리결의 고함소리에 딱딱하게 굳어갔다.
“미아, 그만!”
노괴물의 신형이 말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아니 엿가락처럼 쭈욱 늘어나는 듯싶더니, 어느새 미미의 앞을 가로막고, 백리결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짝!
“크헉!”
빤히 날아오는 손바닥을 막아내지 못하고 뺨을 맞은 백리결이 일장은 날아가 떨어졌다.
부웅.
털썩. 투두둑
몇 개의 이빨이 쓰러진 백리결의 몸 위로 떨어졌다. 노괴물은 기절한 백리결에게서 시선을 돌려 창룡대주에게 말했다.
“이 놈의 애비가 누구냐?”
“차, 창룡무갑니다.”
“데려가 치료하고 애비에게 이곳으로 찾아오라 일러라.”
“예, 어르신. 감사합니다.”
창룡대주는 황급히 기절한 백리결을 들쳐 메고 대원들과 장원을 떠났다.
나도 얼른 대청 아래로 내려가 노괴물에게 포권 하며 사과했다.
“어르신, 식사에 초대해놓고 흉한 꼴을 보이게 되어 죄송합니다.”
“흠! 어찌된 일인가?”
“다짜고짜 벌어진 일이라 저도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는 일인가?”
쏘아보는 눈빛이 매서워 찔끔했다. 마치 내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듯해 화제를 돌렸다.
“우선 오르시지요.”
“내가 알아듣게 설명해야 할 걸세.”
쩝! 아무래도 내 속내를 들킨 모양이다.
‘하긴! 달리 풍진강호라고 하겠어? 여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눈치는 빤하다고 봐야지.’
걸렸을 때 우기는 건 여자한테나 통하는 방법. 이런 노괴물에겐 반감만 산다. 오히려 당당하게 털어놓는 편이 호감을 살 확률이 있다. 극히 미약한 확률이기는 해도 말이다.
‘뭐 사실 내가 잘 못한 것도 없고.’
그런데 노괴물은 단 둘이 얘기하자며 애들을 물렸다. 지원군 없이 노괴물과 마주하려니 갑갑하긴 해도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래 어떻게 된 일인가? 단, 사실대로 말해야만 도와줄 수 있네. 남궁의 이름이 그리 가볍지 않으니 말이야.”
역시 남궁을 이용했다는 걸 대충은 짐작한 모양이다.
“예, 어르신. 사실은........”
사실에 기초해 간략하게 흑구파, 토룡방, 청룡무가와의 일에 대해 설명했다. 다 듣고 난 노괴물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흑도에 손을 대는 이유가 뭔가?”
“돈이 되니까 그런 것이 가장 큰 이유고, 제 것을 남한테 빼앗기는 걸 아주 싫어해섭니다.”
“그래도 평판이라는 것이 있으니 앞으로는 직접 관리하는 것은 그만두게.”
오래 산만큼 현실에 대한 인식도 확실한 법이다. 노괴물 역시 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내 처지도 이해하는 듯했다.
“예,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럼 창룡무가 문제는 토룡방으로 매듭 지으면 되겠군.”
“예, 감사합니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노괴물이 엉뚱한 소릴 했다.
“그럼 자네는 무얼 줄 텐가?”
“예?”
당황한 내 표정에 노괴물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설마 줄 것도 생각 않고 남궁을 이용할 생각은 아니었겠지?”
사실 줄 것도 없지만 전혀 생각 안했다. 내 계획이 탄로날 줄 알았으면 딴 방법을 찾았을 거다. 남궁이 아니라도 순진한 소림도 있었으니까.
맹렬히 잔머리를 굴리는데 노괴물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또 맥락을 찾기 힘든 질문이다.
“흐음! 듣기로는 내공만 있고 권장법은 익히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군.”
“백호권법이라는 가전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중입니다.”
“내게 한 번 보여 주겠나?”
“하하하! 죄송합니다. 보잘 것 없는 무공에 아직 실력이 미천해.......”
다른 사람은 보여줘도 노괴물에겐 절대 안 된다. 노괴물이라면 백호기로 위장해도 알아볼 가능성이 컸다.
아무래도 핑계가 약한 듯해, 또 다른 핑계거리를 찾고 있는데 노괴물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가 따로 없군. 일 갑자 반의 내력이 아깝네. 아까워.”
“쩝! 죄송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게 무공을 배워볼 텐가?”
또 얘기가 튀었다. 노괴물의 이리저리 튀는 화법엔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 꼭 나를 상대하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