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31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31화
31화. 얌전한 고양이
소림과 남궁 자매는 풍운각 삼층에 거처를 잡았다. 물론 각기 다른 방을 사용했고, 난 넓은 침상에 홀로 남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흐흐흐! 과연 누가 올까? 설마 아무도 오지 않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는 없을 거다. 우린 처음부터 험난한 시련을 함께한 연인이니까. 하루라도 빨리 결실을 맺고 싶은 심정은 마찬가지다. 최소한 난 그랬다.
뒤척뒤척.
잠이 올 리가 있나. 운동장처럼 넓은 침상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굴러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일각이 여삼추 같다. 一刻如三秋
말년병장의 시간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내 심정이고.
아무리 청각을 집중해도 고요하기만 한 풍운각. 밤이 깊어가는 만큼 내 속도 썩어갔다.
사박사박.
‘드디어!’
삼 경三更이 다 되어서야 고대하던 발소리가 들려왔다. 삼 층에서 시작된 발소리는 조심스럽게 아래층으로 향했다.
살금살금.
한 층 더 조심스러워진 발걸음에 반비례 해, 흥분지수는 상승해갔다. 숨죽인 발걸음은 내 침실로 이어졌다.
뚝.
돌연 침실 문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궁금한 마음에 슬며시 문을 향해 몸을 돌려 누웠다.
‘흐흐! 과연 누굴까?’
확률은 팔대 이 정도로 소림이 높았다. 남궁의 방해만 없었다면 동굴에서 끝까지 갈 뻔 했으니까.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어서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하지만 애타는 내 마음과는 달리 망설임이 남았는지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스르륵.
마침내 문이 열리고 가냘픈 그림자가 재빨리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
탁.
그림자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돌아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 가가........”
남궁이었다. 닫힌 문 앞에 남궁이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한 걸음, 한 걸음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까. 내가 영겁 같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면 남궁은 찰나같이 지나갔을 거다.
영민한 그녀가 바보라도 된 듯, 채 마치지 못한 말. 뒤가 궁금하진 않았다. 지금부터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인데 더 들어서 뭐 할까. 더 이상 그녀에게 용기를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부턴 오빠만 믿어!’
벌떡.
몸을 일으켜 남궁의 앞에 섰다. 궁장을 벗고 아름다운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얇은 나삼을 입고 있었다. 하늘거리는 나삼 안으로 비치는 붉은 속옷은 승부팬티가 분명했다.
그러나 어찌 남궁을 음란하다고 욕할 수 있을까. 난 절대로 그럴 수 없다.
“가, 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녀의 심정을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 떨지 않게 보듬어 주고 싶었다.
남궁의 부드러운 입술에 검지를 대며 속삭였다.
“쉿! 아무 말 말아.”
쪽.
가볍게 입을 맞추고 가녀린 남궁의 동체를 번쩍 안아 들었다. 보통은 공주님안기로 들어 한두 걸음 가서 침상에 휙 하고 던진다. 한데 난 힘이 세서 날아갈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침상에 눕히며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가, 가.......”
파르르 떨리는 기다란 속눈썹과 흔들리는 눈동자. 검은 눈동자는 다가올 순간에 대한 기대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물들어갔다.
서서히 다가오는 내 얼굴을 차마 마주보지 못하고 살며시 눈을 감는다. 감긴 눈꺼풀위로 뜨거운 내 입술이 살며시 내려앉았다.
쪽! 쪽!
부르르.
벼락이라도 맞은 듯 떨리는 남궁의 작은 동체를 커다란 내 몸이 위에서 감싸 안았다.
와락.
코, 눈, 이마. 다시 눈, 코를 거치자 남궁의 입술이 힘없이 살며시 열렸다.
쪽! 추릅.
열정적인 입맞춤을 함께 한 손을 바삐 움직여 옷가지를 해체해 나갔다. 숙련된 솜씨로 순식간에 가슴을 가린 붉은 천과 고의만 남겼다.
이젠 다 된 밥이다. 서두를 필요 없이 천천히 음미할 시간이었다. 계속된 입맞춤으로 연신 숨을 몰아쉬는 남궁의 목소리에는 서서히 열기가 묻어 나왔다.
“하아.......하아.”
다시 입맞춤을 이어가며 가슴을 감싼 붉은 천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말캉.
손안에 가득 들어오는 부드러움. 이 순간을 고대하던 내게는 너무 강한 자극이었다.
서서히 음미하자던 조금 전의 생각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일단 깃발부터 꼽자는 생각에 붉은 고의로 손을 가져갔다.
‘응?’
사박사박.
쓸데없이 좋은 청각에 걸리는 또 하나의 조심스런 발소리. 삼 층에서 시작된 발소리가 남궁이 걸어온 길을 따라 오고 있었다.
‘제기랄!’
탄식도 잠깐. 뇌리에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대로 진행하면?’
소림이 상처입고 돌아간다.
‘잘하면 한꺼번에?’
나로서는 최고의 상황이지만 두 사람 모두 처음이다.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제기랄! 제기랄!’
역시 결론은 내가 희생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했다.
“화, 화매. 주매가 오는 것 같아. 어서 옷 입어.”
“예?!”
몽롱한 상태의 남궁이 의아해 하다 발소리를 들었다. 그리곤 자신이 빨간 속곳 하나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나!”
후다닥.
남궁이 빛의 속도로 흐트러진 매무새를 가다듬는 동안 난 시간을 벌어 주어야 했다. 소림이 침실 문을 열기 전에 남궁에게 찡긋 신호를 주고 먼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살금살금 걸어오는 소림을 보았다. 깜작 놀란 표정으로 소림을 불렀다.
“어? 주매.”
“가, 가가.”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다가오던 소림이 당황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소림 역시 살랑거리는 옷차림이다.
모르는 척 말을 걸었다.
“하하, 어서 와. 주매도 잠이 안 오나 봐. 그러지 않아도 지금 화매가 잠이 안온다고 내려와서 부르러 가는 중이야.”
“화, 화매가요?”
“응. 아무래도 잠자리가 바뀌어 그렇겠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잠자기는 틀렸고, 셋이 아까 못한 얘기나 하자고.”
“예, 예.”
믿기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하지만 믿으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아무리 소림이 맹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니니까. 단지 아깐 말 맞출 시간이 없었으니까 남궁에게 들으라고 한 얘기였다.
‘암! 나머지 얘기는 둘이 알아서 하겠지. 일단 사람은 자기기 믿고 싶은 것만 믿으니까.’
소림의 손을 잡고 침실로 들어갔다. 어느새 옷차림을 정리한 남궁이 침상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제 딴에는 놀란 척하며 말을 걸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어, 언니. 어서 오세요.”
소림은 태연한 얼굴로 남궁에게 다가가 이마에 손을 대며 물었다.
“화매.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간 데?”
“아, 아니요. 방이 더워서 그런 가 봐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언니도 잠이 안 오나 본데 이쪽으로 앉으세요. 우리 밤새도록 얘기나 해요.”
“그럴까.”
역시 연애천재 소림은 한 눈에 다 파악하고 있었다. 반면 지봉이라는 남궁은 남녀문제만큼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소림에게 휘둘리며 살게 될 것 같았다.
‘어휴! 헛 똑똑이 같으니라고.’
침상 위에 두 여인을 보니 또 생각이 달라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무리해볼까? 잘하면 될 것도 같은데.......’
그러나 희망사항일 뿐 지금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안다. 나중에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난 불쌍한 남자였고.
그때였다.
살금살금.
또 다시 삼층에서 시작하는 조심스런 발걸음. 또 내 방문 앞에 멈췄다. 이제 남은 사람은 하나 뿐.
‘쟤는 또 왜?’
미미밖에 없으니 당연히 그녀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바로 문을 열지 않고 말을 꺼냈다는 점뿐이었다.
“한 장주님! 혹시 언니들 여기 있어요?”
어색한 표정으로 있던 남궁과 소림이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어. 미아야, 여기 있어. 들어와.”
“호호, 너도 잠이 안 와?”
냉큼 들어온 미미는 침상으로 올라가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
“호호호! 다들 여기 있었네. 나만 빼놓고 세 사람이 뭐하고 있었어요? 어머? 자다 나왔어? 옷이 다 비치네.”
얘가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아니면 약 올리는 건지. 난 약 올린다에 전 재산을 걸 수 있다.
결국 내 침상위에는 두 미녀와 얄미운 애 하나. 저녁전보다 옷차림이 가벼워졌다는 점을 빼면 마찬가지 상황이 되었다. 그림의 떡 말이다.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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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아침이 밝은지도 오래. 점심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제는 어제.
오늘은 또 다른 날을 기대하며 풍운각에서 세 미녀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왜 안 오나?’
얘깃거리도 떨어져가 조바심을 태우고 있는데 영춘 아비가 한 걸음에 달려와 보고했다.
“장주님! 창룡무가의 소가주가 뵙기를 청합니다.”
“소가주? 전부 몇 명이나 왔나?”
“창룡대주를 포함 열 명의 창룡대가 호위하고 있습니다.”
“호오! 호위가 겨우 열 명이라?”
가주가 오지 않을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소가주라니 아직 사태파악을 제대로 못한 듯하다. 대리를 보낸 것은 나를 완전히 물로 봤던지 사정을 살피러 왔다는 뜻이다.
‘하긴! 알려진 게 없으니 무작정 쳐들어 올 수도 없었겠지. 아니면 정파라는 허울 때문에 명분 쌓기로 온 걸 테고, 이왕 보내려면 제대로 된 놈을 보낼 것이지. 쯧쯧!’
조사한 바로는 창룡무가의 소가주 백리결이라는 놈은 무협지에 등장하는 소가주들과 판박이였다. 어린놈이 집안만 믿고 안하무인이고, 주인공에게 까불다 사이다를 선사하는 그런 놈. 바로 그런 놈이 백리결이었다.
놈은 일단 와서 떼를 쓸 거다. 그래서 내가 숙이고 들어가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즉시 실력행사를 할 테고, 뭔가 있어 보이면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물러갈 거다.
‘흐흐흐! 과연 그렇게 될까?’
난 그대로 물러가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약 좀 살살 올려주면 알아서 발작할 테니까.
“소가주에게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는 중이라 이르고 우선 창룡각으로 모셔라.”
천하제일장에는 풍운각 외에도 네 개의 전각이 있다. 원래는 각자 다른 이름이었지만 창룡각, 철혈각, 백검각으로 바꿨다. 하나는 아직 미정이다.
“예, 장주님.”
영춘 아비가 물러가자 남궁에게 말했다.
“화매는 백검문에 계시는 노, 아니 창궁일검 어르신에게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모셔와 줘.”
“점심을요?”
“그럼 내가 당연히 대접해야지.”
“아, 예. 그럴게요.”
남궁이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인지 더는 묻지 않고 일어섰다.
“아!”
미미도 일어서려다 남궁의 눈치를 받고 자리를 지켰다. 자매라서 그런지 눈치가 빤하다.
남궁이 풍운각을 나선 뒤, 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하던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미미는 소림사에 들렸다가 무림맹으로 간다고?”
어젯밤에 서열정리는 끝나 말을 놓았다.
“예, 오라버니도 미미랑 같이 가요?”
내가 같이 가도 소림이랑 가는 거지 왜 저랑 가자고 할까. 자기애가 무척 강한 애 같다.
그런 애랑 한 시진 가량 수다를 떨 생각을 하니 아득했다.
‘괜히 여기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가서 두드려 팰까? 아니다. 참자! 내가 이 정도도 못하면 백리결이랑 다를 게 없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