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28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28화
28화. 최강의 뒷방 늙은이 一(2)
‘왜지?’
소림이야 그럴 수 있지만 남궁은 절대 경솔한 여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대놓고 가가라고 부른 것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하지만 자세한 사정도 모르고 섣불리 장단을 맞출 수는 없었다. 함께 있는 노인네는 모르긴 몰라도 남궁의 뒷방 늙은이가 분명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내가 어른들 앞에서 무게 없이 꽁냥거리면 꼰대는 눈을 찌푸리니까.
누가 봐도 어색한 웃음으로 애들을 반겼다. 내 속도 모르고 얘들은 양 옆으로 다가와 찰싹 달라붙어 철없이 조잘댔다.
“가가, 천하제일장은 또 뭐예요?”
“언제 이런 장원을 마련했어요?”
노인네 눈치를 살피며 슬쩍 팔짱을 풀어내고 물었다.
“그것보다 화매, 저 분은 누구신데 같이 오신거야?”
“아참! 이번 조사단의 단장님이신 창궁일검蒼穹一劍 증조할아버지에요. 옆에는 제 동생 남궁미미구요.”
헐! 나왔다.
그냥 할아버지도 아니고 증조할아버지. 거기다 별호가 창궁일검이다. 창궁이나 제왕을 별호로 쓰는 건 직계만의 특권. 드디어 뒷방 늙은이의 끝판왕이 출현한 거다.
‘그러니까 하필이면 왜 오늘이냐고!’
이렇게 되면 잠시라도 장원을 비울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뇌옥의 철노와 마주치기라도 하면.......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 사이 내 앞까지 다가온 창궁일검에게 정중히 포권 하며 인사했다.
“무림말학 한 대갑, 창궁일검 대협을 뵙겠습니다.”
노괴물은 사람 좋은 표정으로 껄껄 웃으며 물었다.
“허허허! 그래, 자네가 천하제일장의 장주인가?”
‘제길! 까딱 잘못하단 평범한 노인네로 보고 실수하겠네.’
하지만 무협지는 말했다. 고수는 기도를 갈무리한다고. 애들이나 살기를 풀풀 날리고 다니지 고수일수록 평범해 보인다고 말이다.
“예, 그렇습니다.”
“원래 이곳은 풍운장이라고 들었는데 이름이 바뀌었군. 천하제일장이라........”
할아버지가 손주 대하듯 자상한 표정을 하고, 지나가는 말로 뼈를 때렸다. 고수다운 위압감이나 날카로운 안광 등은 전혀 없어도 노괴물이 주는 중압감은 묵직이 와 닿았다.
꼰대의 특징 중의 하나가 명예나 전통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살날이 많지 않아 과거를 반추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천추제일세가의 안방인 안휘성에 버젓이 생겨난 천하제일장.
노괴물의 입장에선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을 거다. 그나마 남궁화가 있어 발작을 자제하고 있을 뿐.
대답이 궁할 때는 다른 사람과 얘기하면 된다. 이 상황에서 노괴물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은 전혀 쓸 데 없는 일이니까.
꼰대는 절대 대화로 설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애가 되는데 애를 어떻게 이길까.
마침 노괴물 옆에 남궁화의 동생인 남궁미미가 있었다. 갓 소녀티를 벗은 남궁미미에게 강렬한 시선으로 말했다. 위기에서 구해달라고.
“하하! 장원을 구입하며 이름도 바꿨습니다. 어르신, 밖에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드시지요. 제가 안내 하겠습니다. 미미 아가씨께서도 함께 하시지요.”
역시 남궁의 동생답게 내 시선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즉시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남궁미미에요. 할아버지, 우리 장주님 말씀대로 안으로 들어가요. 미미는 빨리 장원을 구경하고 싶어요.”
남궁미미는 그 한마디로 내게 호감도 백을 플러스 했다. 지금 심정으론 평생 벗겨먹어도 당해 줄 생각이었다.
‘헐! 얘들은 또 다 뭐야?’
일행을 안내하려 돌아서는데 푸른 무복을 입은 일단의 남녀가 떡하니 나타났다. 대부분이 이삼십 대의 청년들이고 대여섯은 여자였다.
대충 이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호위대겠군.’
험한 일을 겪었는데도 호위 없이 내보내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중 청년들은 하나같이 매서운 눈으로 날 쏘아보고 있었다. 눈싸움으로 날 이길 사람은 없는데 말이다.
‘쯧쯧! 질투야, 시기야? 둘 다겠지.’
얘들도 피 끓는 청춘이다. 얘들의 우상이 바로 무림 오봉이다.
그런데 그중의 두 명인 남궁과 소림이 가가라며 내 팔에 매달리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당연 배가 아프고 눈꼴이 시었을 거다.
‘아이고! 무서워라. 앞으로 밤길 조심해야겠네. 흐흐흐!’
승자의 환희는 속으로 감추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멀뚱멀뚱 쳐다봤다. 왜 그러냐고.
그러자 그 중의 하나가 다가와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창궁검대 부대주 남궁상혁이오.”
“천하제일장의 한 대갑이오.”
“우린 장로원장님과 두 분 공녀님의 호위를 맡고 있소. 실례하겠소.”
“그렇다면 실례하시오.”
황당해하는 부대주를 뒤로 하고 일행을 장원으로 안내했다.
@
창궁일검 일행을 풍운각으로 안내하자, 창궁검대는 대청 앞에 도열해 나를 향해 안검眼劍을 쏘아내고 있었다.
‘훗! 얘들아 부러우면 지는 거란다.’
깨끗이 무시하며 차를 내놓자 한 모금 입을 적신 노괴물이 입을 열었다.
“그래 한 장주의 사문은?”
“사문이랄 것도 없습니다. 가전무공을 조금 익힌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 번 열린 입은 다칠 줄 모르고 끊임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호오. 그런데 흡정음마를 처치했다. 가전무공이 대단한가보군.”
“그것보다는 운이 좋았습니다, 놈이 마침 운공 중이었고, 저도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암습을 가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정말 창피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궁, 소림과 헤어질 때 입을 맞춘 대로 대답했다. 내 표정만 보면 세상에 다시없을 정의로운 협객으로 보일 거다.
창궁일검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자네 말대로 암습이 부끄러운 행위임에는 틀림없네. 하지만 부족한 실력으로 목숨을 아끼지 않고 협을 행한 점은 높이 살 만하네. 더구나 상대가 무림공적인 흡정음마라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해 정정당당히 상대할 실력을 갖추겠습니다.”
창궁일검은 대견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래, 한 장주의 고향은?”
“산동에서 가까운 곳인데 말씀을 드려도 잘 모르실 겁니다.”
산동에서 바다를 건너면 바로 한국이다. 말해줘도 모른다.
“양친은 모두 살아 계신가?”
“두 분 모두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천애고아나 마찬가집니다.”
“저런! 미안하군. 이번에 이곳에 정착한다고 들었네만, 그 동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지냈나?”
이 복합질문에도 사실대로 말했다.
“얼마 전까지 관직에 있었습니다. 악인을 검거하는 감찰 쪽의 업무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시작은 호구조사부터였다. 대충 둘러 댔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난처한 질문에는 남궁과 소림이 적절히 끼어 들어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확실히 사위 감을 대하는 입장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손녀를 귀엽게만 생각하는 할아버지가 더 관대한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세가주가 온 것 보다는 다행인가? 호구조사를 한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으니까.’
전혀 생각이 없다면 시비 거리를 만들지 관심을 두진 않을 거다. 그 부분은 소림의 존재도 한 몫 했을 테고. 경쟁이 붙으면 가치는 상승하는 법이니까.
대충 호구조사가 일단락 난 듯해 화제를 돌렸다. 계속 질문만 받아서는 끌려 다녀야 하니까. 난 세가에 죄 지은 사람이 아니라 감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어르신, 함산 음마의 동굴에 대한 조사는 벌써 마치신 것입니까?”
“음마가 죽은 마당에 조사한다고 별 일이 있겠나? 본가의 창궁검대주가 갔으니 금방 끝나겠지. 그것보다는 그 후의 일이 중요하지.”
결국 창궁일검의 목적은 조사보다는 날 보러 온 거란 뜻이다. 하긴 소가주의 죽음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사한다고 해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였고.
항상 죽음과 함께 하는 무림인의 속성상, 소가주의 죽음도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물론 남궁과 소림의 증언으로 인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래도 나까지는 그럴 수 없어 안타까운 심정을 전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불민해 미처 소가주를 구하진 못했습니다.”
이 말은 미안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남궁 화는 살렸다는 공치사였다.
“아닐세, 자네 덕분에 화아가 무사할 수 있었으니 오히려 감사할 사람은 날세. 그 점에 대해서는 남궁세가와 소림을 대신해 감사의 말을 전하겠네.”
“무슨 그런 말씀을. 한데 거처는 정하셨는지요? 아직 정하지 않으셨다면 이곳에서 머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만 일어나서 가라는 반어법인데 과연 노인네가알지 모르겠다.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알겠지.’
과연 노괴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완곡한 거절의 말을 전했다.
“고마운 말이네만 일행도 많은데 자네에게 그런 신세까진 질 순 없지. 마침 가까운 곳에 있는 백검문이 세가의 방계라네. 우리 일행은 그곳에서 머물기로 했네.”
당연히 그래야 했다. 걔들도 준비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성의를 무시하면 되겠는가.
그런데 창궁일검의 말에 남궁과 소림의 안색이 극명하게 갈렸다. 소림은 화색이 완연했고, 남궁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소림이 창궁일검의 팔에 매달려 교소를 터뜨리며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호호호! 남궁 할아버지, 전 이곳에 남아 장원을 구경하겠어요. 그래도 되죠?”
전부 가고 내일 왔으면 좋겠지만 차선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우군인줄 알았던 남궁미미가 태클을 걸고 나섰다. 남궁화의 낙담한 표정을 눈치 채고 대신 나선 거다.
“어머?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주 언니. 언니와 저도 여기에 남아 장원도 구경하고 장주님과 얘기도 나누고 싶어요. 할아버지 그래도 되죠?”
“응? 너희들도?”
남궁미미는 한 술 더 떠 냉큼 노괴물의 팔에 매달리며 애교공세를 펼쳤다.
“헤헤, 백검문에 가봐야 일 얘기로 바쁘실 거 아네요. 그러니까 할아버지, 우린 여기에 있게 해줘요. 네?”
“허허허! 한 장주, 미아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괜찮겠소?”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할 수밖에. 남궁미미 이 여우같은 년. 호감도 다운이다.
“하하하! 저야 영광입니다.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럼 부탁하네. 창궁검대는 나와 함께 백검문으로 돌아간다.”
“충!”
그렇게 창궁일검은 곧 다시 보자며 여자 시위만 남기고 창궁검대와 돌아갔다. 이제 풍운각에는 소림과 남궁 자매와 나, 넷만 남았다.
그러자 남궁미미는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연신 입을 열었다. 하나같이 대답하기 곤란한 것들로만.
“장주님, 언니들과는 음산에서 처음 만났다면서요?”
‘그래 그때 네 언니는 벌거벗고 있었단다.’
내심과는 달리 그저 웃을 수밖에.
“하하하! 그, 그렇지.”
“그럼 어떻게 콧대 높은 언니들을 첫 눈에 사로잡았어요? 내가 볼 땐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비결이 뭐에요?”
‘너도 십 년만 지나면 남잔 얼굴이 다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단다. 그러니 그만 입 좀 닥쳐라!’
인내의 끝을 보려고 덤비는 것 같은데 나중에 맛 좀 보여줘야겠다. 일단은 내 볼일부터 보고.
“하하! 그런가? 그런데 주매, 화매. 내가 사업상 급한 일이 있어 가봐야 하거든. 그동안 장원이나 돌아보며 기다려 줄래?”
“가가, 사업이라니요?”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업이에요?”
“이 큰 장원을 유지하려면 수입이 있어야지. 저녁엔 돌아올게.
남궁과 소림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음은 벌써 만월루로 달려가고 있었다.